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갑작스러운 다우 신 사야마의 등장.
그러나 시우는 저 노인이 다우 신 사야마가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우 신 사야마는 13인의 영웅이었다.
인류의 구원자.
그런 다우 신 사야마가 갑자기 왜 한국에, 그것도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단 말인가.
애초에 다우 신 사야마가 한국에 왔다면 시우가 모를 수가 없었다.
언론부터 시작해 커뮤니티, 유투브, 신문 등.
온갖 매체에서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죄다 떨었을 테니 말이다.
더하여 시우는 다우 신 사야마의 얼굴을 잘 알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는 세월이 흘러 변화한 얼굴을 알고 있지 않았다.
13인의 영웅이긴 했으나 미얀마 국적의 사람.
또한 미얀마 내에서도 세속과 동떨어져 살아간 탓에 언론에서도 잘 접할 수가 없었다.
“이분이 다우 신 사야마 님이라고요?”
“음….”
백선제 역시 긴가민가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백선제는 백선평의 아들.
“확실하네. 어릴 때 뵈었을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 없으시니.”
백선제는 오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 백선제의 말이 있고서야 방금 전, 정체불명의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외계어 혹은 영혼의 언어라 생각했던 말.
‘버마어였던건가.’
버마어는 미얀마의 모국어였다.
그리고 ‘버마’는 과거 미얀마의 국호였다.
한 마디로 버마어는 미얀마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미얀마뿐만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버마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더러 있긴 했었다.
그러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상 미얀마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시우는 버마어를 알지 못했다.
시우가 알고 있는 건 버마어가 미얀마의 언어라는 것이 전부였다.
버마어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문법 구조는 물론 어떻게 발음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버마어를 귀로 직접 들어 본 것도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အတည်ပြုသောစောင့်ကိုရှာဖွေရှင်သည်နောက်ကြီးကိုဖြစ်သည်။.”
…진짜 뭐라는 걸까.
정말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통찰력(S+)을 기반으로 진화한 시우의 미래시[未來視](SR).
미래시[未來視](SR) 역시 그 어떠한 가능성의 미래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언어를 비하하는 의도는 아니다만, 솔직히 외계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겠는데 외계어와 다른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반대로 다우 신 사야마 입장에서는 한국어가 외계어나 다를 바 없을 터였다.
“국장님은 알아들으시겠습니까?”
“그게….”
백선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연하겠지만 백선제도 버마어를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말마따나 다우 신 사야마도 마찬가지였다.
다우 신 사야마에게 있어 한국어는 일종의 외계어.
딸랑.
청명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지팡이에 달린 방울이 다시금 제소리를 내려던 순간.
사아아….
한 줄기 바람의 소리가 방울의 소리를 휘감았다.
그것은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마음의 안식을 선사했다.
그와 동시에 시우는 특이한 존재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시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귀로 들리지도 않았다.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었고, 입으로 맛을 볼 수도 없었다.
인간의 오감(五感)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무엇.
오로지 무력[武力](SSR)으로 단련된 감각만이 어렴풋하게 인지할 뿐이었다.
그 감각으로만 미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이 특이한 존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정령(精靈).
정령이란,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에 존재하는 혼(魂)을 일컬었다.
돌, 나무, 땅, 해, 달, 구름 등.
실체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본연의 혼, 즉 정령이 깃들어 있다.
이는 존재가 존재로서 존속할 수 있는 근원이라 부를 수 있었다.
해서 인간 역시 이와 같은 혼(魂)을 지니고 있었다.
영혼(靈魂).
영혼이란, 인간에게 깃든 혼을 특별히 지칭하는 말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영혼(靈魂) 역시 정령(精靈)의 일부라 할 수 있었다.
생물 분류 단계에 있어 인간이 동물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것처럼, 영혼 역시 정령의 하위 범주에 속해 있다 보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당, 주술사, 사제들은 이러한 영혼을 다루는 이들이었다.
정령이 아닌 영혼.
즉, 인간의 혼을 다루는 이들이었다.
존재로서의 뚜렷한 의식이 있는 인간은 다른 무생물보다 혼(魂)에 대한 자각 역시 뚜렷했다.
그렇기에 영혼은 다른 혼들에 비해 다루기가 쉬웠다.
무생물 등에 깃든 혼보다는 인간의 영혼이 다루기가 용이한 건 당연했으니까.
그렇다고 영혼을 다루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영혼은 현상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세계.
이 세계를 빛과 어둠으로 이분한다면 바로 어둠에 속하는 세계였다.
현상 세계를 거니는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자 이해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허락된 건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
즉, 영혼(靈魂)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딸랑.
청명한 방울 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사아아아….
불어오던 바람이 다우 신 사야마 주변에 깃들었다.
시우가 딛고 있는 땅.
숨을 내쉬는 공기.
펼쳐진 논밭의 생명들과 내리쬐는 햇살.
푸르른 초목들.
대자연의 생명들이, 대자연의 정령들이 사방으로 깃들었다.
그것은 장삼봉의 태극[太極](SS)을 기반으로 진화한 시우의 무아전위[無我全爲](SSR)와 어우러져 신묘한 기분을 선사했다.
상천(上天)의 주술사.
영적 능력이 하늘과 맞닿았다고 하여 불리는 이름.
다우 신 사야마는 인간의 영혼을 넘어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혼(魂)을 다루고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 내 말이 이해가 되느냐.”
이윽고 다우 신 사야마에게서 뚜렷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어눌하거나 어색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다우 신 사야마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처럼 유창한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잠시.
“토착신의 영혼을 불러온 것이네.”
백선제가 불쑥, 말해 왔다.
바라본 백선제는 그다지 당황하고 있지 않아 보였다.
어릴 때 다우 신 사야마를 만난 적이 있다더니.
그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토착신의 영혼이요?”
“그게 그러니까….”
백선제가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백선제도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걸까.
“영혼의 의사소통 방식을 채용한 것이라 생각하면 되네.”
설명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그러나 되려 그렇기에 시우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빙의 같은 개념이라는 뜻이죠?”
“그런 셈이지.”
백선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요약하자면 정령을 몸 안에 받아들여 정령의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영혼들간의 소통은 언어가 아닌 의지로 이루어지는 방식.
빙의를 통해 그 방식을 채용한 것이었다.
‘이거 갓튜브의 의사소통 방식과 비슷한 메커니즘인 건가?’
완벽히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굉장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13인의 영웅들이 이렇게 소통했던 거였구나.’
시우는 이때서야 하나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13인의 영웅들은 같은 국적의 사람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사용하는 언어 또한 제각각.
서로 간의 의사소통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눈치…라고 하기엔 이 역시 한계가 명확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개소리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마왕까지 베어 낼 수 있었을까.
“이 능력을 이해하고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선제가 맞는 모양이구나.”
지금 보니 다우 신 사야마의 능력으로 영웅들 간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던 것 같았다.
‘혹시 나도 되려나?’
물론 시우는 영적 능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영혼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갓튜브의 의사소통 방식은 이용할 수 있었다.
갓튜브 역시 의지로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
‘갓튜브 인물들은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었지.’
갓튜버라면 사용할 수 있는 혜택(?) 비스무리한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시우도 갓튜버이지 않은가.
무려 갓튜브 프리미엄이라는 신격 유료제를 사용하는 갓튜버 말이다.
‘물론 이건 내 계정이 아니긴 한데….’
아직 정체가 불분명한 금발의 남자 계정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정을 시우의 것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러니까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SSS)을 이용하면…?
머릿속이 간질거리는 것이 뭔가 힌트를 얻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저찌 잘하면 될 것 같았다.
시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우 신 사야마 님.”
“그래,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컸구나. 몰라볼 정도로 듬직해졌어.”
두 사람이 서로 간의 해후를 나누었다.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할머니와 손자처럼 정겨워 보였다.
“그보다 다우 신 사야마 님께서는 갑자기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선평이를 만나러 왔느니라.”
선평이…?
시우는 순간 저게 뭔 소린가 싶었다.
하지만 금방 검선(劍仙), 백선평을 뜻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선평이라니.
특이한 의사소통 방식 때문인지 여간 어색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다우 신 사야마에게 있어 백선평은 오랜 친우였으니까.
“듣자 하니 선평이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말을 들었구나.”
서울의 재앙 사태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버린 전대미문의 사건.
그로 인해 백선평이 세상과의 칩거를 깼다는 소식 역시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 거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랬습니까.”
“괜히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느니라.”
다우 신 사야마는 적적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말은 소란이라 했지만 그냥 난리가 났을 터였다.
13인의 영웅, 다우 신 사야마.
그녀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선평이를 놀래키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말이다.”
다우 신 사야마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엔 적잖은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13인의 영웅들이란 모두 그러한 것일까.
다우 신 사야마에게는 공자께서 말씀하신 군자의 즐거움이 엿보였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
멀리 있는 오랜 벗이 찾아오는 것 또한 군자의 즐거움이지 않은가.
백선평도 그렇고, 지금 다우 신 사야마도 그렇고.
“그 완고한 고집의 선평이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시우가 느낀 13인의 영웅들은 모두 군자와도 같은 풍취가 느껴졌다.
“외람되지만, 지금은 아버지께서 일이 있으셔서 말입니다.”
“으음? 선평이가 자리를 비운 것이냐.”
“그런 건 아니옵고….”
백선제가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백선평이 다짜고짜 축객령을 내렸으니 말이다.
뭐, 한채린과 할 이야기가 있어 보였긴 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는 시우도 알지 못했다.
해서 백선제가 난감해하는 바로 그때.
저 멀리.
고즈넉한 시골 풍경 사이로 기나긴 흑발의 미녀, 한채린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보아하니 타이밍 좋게 이야기가 끝난 모양.
“저는 그럼 채린 씨랑 이야기 좀 나누고 있겠습니다.”
시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백선제가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가시죠. 아버지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백선제가 다우 신 사야마를 안내했다.
다우 신 사야마는 백선제를 따라 자리를 떠나갔다.
딸랑.
들려오는 청명한 방울 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져갔다.
* * *
논과 논 사이로 이어진 기나긴 길.
코끝으로 구수한 소똥 냄새와 파릇한 풀 내음이 느껴졌다.
시우는 살며시 시선을 돌려 나란히 걷고 있는 한채린을 바라봤다.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
그 속을 거닐고 있는 한채린.
풍경 안에 담긴 한채린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사실 시골 풍경과 한채린은 딱히 어울리는 종류는 아니었다.
단지 저 말도 안 되는 한채린의 미모.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한채린의 미모.
그것이 모든 풍경을 한 폭의 풍경화로 그려 낼 뿐이었다.
띠링!
[부동심(不動心)이 매혹[魅惑](SR)의 힘을 억제합니다!>시우는 망막 위로 떠오른 알림창을 조심스레 꺼 버렸다.
그때까지도 한채린은 아무런 말을 해 오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시우 옆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시우 또한 한채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
괜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시우는 그저 한채린과 나란히 그리고 말없이 논 사이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떻게 하시기로 하셨습니까?”
시우는 겨우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백선평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남아 검선에게 배울 것인지.
아니면 계속 시우한테 배울 것인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시우의 물음에 한채린의 걸음이 멈춰 섰다.
시우는 그런 한채린을 따라 같이 걸음을 멈춰 섰다.
바라본 한채린의 옆모습.
역시나 아름다웠다.
이윽고 한채린이 천천히 시우를 바라봤다.
띠링! 띠리링!
망막 위로 수없이 많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러나 시우는 떠오른 알림창을 애써 무시하며 한채린의 눈을 마주했다.
바라본 한채린의 뒤쪽.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이 후광처럼 한채린을 비춰 왔다.
한폭의 풍경화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다.
여신(女神).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도 지금의 한채린에게는 안 되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채린이 두 여신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저는….”
한채린이 말을 흐리며 기나긴 속눈썹이 아래로 향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