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자신을 도와 달라는 다우 신 사야마의 말.
“도움?”
백선평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도움이라 함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을 의미했다.
해서 다우 신 사야마가 도와 달라는 말은 즉.
다우 신 사야마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있다는 뜻과도 다름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되였다.
다우 신 사야마는 백선평의 동료였다.
과거, 마왕의 목을 베어 낸 13인의 영웅.
쉽게 말해 백선평과 비슷한 수준의 강자였다.
그렇기에 존재할 수가 없었다.
과거, 인류를 종말의 벼랑까지 몰아넣었던 마계 대침공과 같은 사건이라면 또 모를까.
다우 신 사야마가 감당할 수 없는 일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마계 대침공과 같은 사건이…?
“내가 예전 같지 않느니라.”
일순간 들려온 다우 신 사야마의 말.
다우 신 사야마는 백선평의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말을 이었다.
“기력이 많이 쇠해졌느니라.”
백선평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우 신 사야마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곧 쇠약해진 다우 신 사야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쇠약해지긴 했다만 이 역시 무시할 수준은 안 되었다.
그러나 예전 강대했던 기운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너도 슬슬 죽을 때가 되긴 했나 보군.”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법이니라.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천지신명의 명(命)이니, 사람으로 태어나 한 번 죽는 것은 진실로 아까울 게 없는 법이니라.”
“죽기 직전에도 그 선무당 같은 소리는 여전하군.”
“신선놀음 같은 소리보다는 선무당 같은 소리가 더 낫지 않느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천지신명께서 정하신 죽음을 거스르고 싶어 날 찾아온 건가?”
“천지신명의 명(命)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느냐. 결코 그런 게 아니니라.”
“그럼 왜 날 찾아왔지?”
“나 하나의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현세에 남아 있는 이들이 걱정이 되어 찾아왔느니라.”
다우 신 사야마의 말에 백선평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선무당 같은 소리는 한 번으로 족하다.”
백선평이 일갈하듯 말을 내뱉었다.
다우 신 사야마는 장난기를 완전히 지우고는 입을 열었다.
“선평. 너는 루도레아가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우리가 베어 냈던 마왕은 최강도 마지막도 아니다. 이 말을 말하는 건가?”
“그렇느니라.”
다우 신 사야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루도레아가 지껄인 헛소리─.”
“헛소리가 아님을.”
다우 신 사야마가 백선평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우 신 사야마의 말.
“선평, 너는 이제 알고 있지 않느냐.”
백선평은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잠깐의 정적.
“서울의 재앙을 말하는 거냐.”
백선평은 다시 입을 열었고.
다우 신 사야마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거기서 사두즈…. 아니, 붉은 그림자와 대적했다고 들었느니라.”
“그랬었지.”
“그는 어떠했더냐.”
백선평은 잠시 침묵했다.
잠깐의 정적.
“붉은 그림자였다. 너와 내가 알던 사두즈는 아니었지.”
백선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우 신 사야마는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백선평 역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엔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낸 것이지?”
백선평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 누구보다 루도레아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던 건 네가 아니었나.”
“그랬었느니라.”
“그랬었다는 말은 즉. 이제는 아니란 뜻인가?”
다우 신 사야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뭐지?”
백선평은 물었고.
다우 신 사야마는 쉽사리 답을 해 오지 않았다.
백선평은 그런 다우 신 사야마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미얀마에도 서울의 재앙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느니라.”
닫혀있던 다우 신 사야마의 입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백선평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세월의 무게를 담은 노쇠한 두 눈.
“…뭐라?”
그 안으로 흔치 않은 놀람의 감정이 깃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서울의 재앙과 비슷한 현상이 미얀마에도 발생하고 있다니.”
“확실하진 않느니라. 하지만 미얀마의 상황은 심각하느니라.”
그러면서 다우 신 사야마는 현재 미얀마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서울의 재앙과 비슷한 면모가 엿보이긴 했다.
그러나 서울의 재앙과는 엄연히 달랐다.
결단코 ‘비슷한 현상’이라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백선평은 다우 신 사야마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결코 서울의 재앙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나 혼자의 힘으로 차마 감당할 수 없었느니라.”
다우 신 사야마의 힘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서울의 재앙에 버금가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병들어 있기는 하느니라. 하지만….”
“네 정령들은 병들어 있지 않으니까.”
백선평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말마따나 다우 신 사야마는 병들고 쇠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루는 정령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날 찾아온 것이군.”
“선평,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
다우 신 사야마는 물었고.
“불가하다.”
백선평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실로 매정한 답변.
그러나 다우 신 사야마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나를 보자마자 놀란 그 이유 때문이다.”
모든 힘을 소진한 백선평.
백선평에겐 예전 강대했던 기운이 없었다.
지금의 백선평은 검선(劍仙)이 아닌, 평범한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보다시피 나는 너를 도와줄 수 없다.”
“…….”
다우 신 사야마는 아무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러면 어쩔 수가 없었다.
현재 미얀마의 상황은 13인의 영웅 정도는 되어야만 가능한 수준.
그렇기에 백선평이 세상의 칩거를 깨었다는 사실에 기대를 품은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모든 힘을 잃었다면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선평, 너와 죽기 전에 만나 볼 수 있으니 다행이구나. 천지신명께서 축복을 내려 주신 게지.”
다우 신 사야마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바로 그 순간.
“하지만 나를 대신하여 너를 도와줄 녀석이 있기는 하다.”
백선평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다우 신 사야마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선평을 대신할 이라니.
그런 존재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설마하니 선제를 말하는 것이느냐.”
백선평의 아들, 백선제.
오랜만에 본 백선제는 장성해 있었다.
과연 백선평의 핏줄인 것인지 그 실력 또한 상당했다.
“이런 말을 하긴 미안하지만, 선제는 아니 되느니라.”
그러나 불가했다.
백선제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말마따나 13인의 영웅 정도는 되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백선제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리고.
“선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백선평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선제, 그놈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 아직 세상 밖에 내놓을 정도는 아니야.”
백선제는 그러면서 혀를 쯧, 한 번 차 보였다.
그런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백선제가 미얀마의 상황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뿐.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백선제는 세계권을 다투는 강자였다.
그러나 아비 눈에는 언제나 어린아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백선평의 눈에 차지 않는 것일까.
“최근엔 며느리가 생기면 어떨 것 같냐고 내게 묻더군. 쯧. 제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면서 며느리는 무슨.”
백선평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못마땅한 백선평의 표정 뒤.
내심 기대하는 눈치 또한 엿보였다.
아무튼.
백선평이 말하는 이는 백선제가 아니었다.
“그럼 누구를…?”
“내가 아까 말했던 놈이다.”
다우 신 사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선평이 아까 말했던 놈이라면….
“나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어떤 맹한 놈팽이 말이다.”
백선평의 말이 다시금 들려왔다.
* * *
초탈한 기와집.
다우 신 사야마는 멍하니 마루에 걸터앉았다.
고즈넉한 시골은 자연의 정령들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바람의 정령들이 지저귀는 새소리를 끌어안고 여기저기에 전달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
그러나 다우 신 사야마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아니, 한 존재였다.
“맹시우라….”
백선평이 자신을 대신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 말한 이.
나아가 백선평, 자신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말한 이.
“…….”
다우 신 사야마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시우가 행한 일들을 듣기는 했다.
서울의 재앙을 해결한 장본인.
세계 최초 S+급 헌터.
무엇보다 붉은 그림자와 대적한 것.
확실히 평범하지 않은 이였다.
그건 다우 신 사야마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렇기에 백선평이 한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런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믿는 것이 이상하다고 볼 수 있었다.
맹시우라는 이가 13인의 영웅급이라는 것도 모자라 그를 뛰어넘는 존재다?
말이 안 되었다.
차라리 백선평이 노망났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백선평이 모든 힘을 소진하면서 보는 눈 역시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했다.
하물며 맹시우라는 이는 아까 전에 본 사내였다.
백선제 옆에 서 있던 맹한 분위기의 사내.
그렇기에 확언할 수 있었다.
다우 신 사야마가 본 시우는 아무것도 없음을 말이다.
무(無).
시우의 영혼은 그 어떠한 특색도 없이 무미건조할 뿐이었다.
“믿기 힘드십니까.”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백선평의 아들, 백선제가 다우 신 사야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솔직히 그러하느니라.”
다우 신 사야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못 믿었으니 말입니다.”
백선제 역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백선제가 슬쩍, 다우 신 사야마에게 건네었다.
네모반듯한 무엇.
“이건 스마트폰이 아니더냐.”
스마트폰.
현대인에게는 더없이 친숙한 물건이나 다우 신 사야마에겐 어려운 물건이었다.
“맹시우 헌터가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이 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버지의 말씀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유투브(YouToobe).
스마트폰만큼이나 현대인에게 친숙한 단어였다.
그러나 역시나 다우 신 사야마에겐 스마트폰만큼이나 어려운 단어였다.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다행히 백선제가 스마트폰을 조작하여 보여주었다.
그리고 토착 정령이 전해 오는 의지는 문자 역시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세공남>: 홈 트레이닝? 노노! 지금은 던전 트레이닝 시대! 각성자들을 위한 던전 트레이닝 공략 들어갑니다!』
세공남.
세상의 모든 것을 공략하는 남자라는 뜻의 채널이었다.
다우 신 사야마는 화면에 떠오른 글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던전 트레이닝…?”
이건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토착 정령 또한 ‘뭔 개소리지?’하는 의지를 보내오고 있었다.
“어… 글쎄요.”
백선제 역시 이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직접 그 진실을 마주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우 신 사야마는 홀린 듯이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다우 신 사야마는 끝내 깨달을 수 있었다.
“뭐 하는 색….”
백선평이 왜 놈팽이라 부르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답은 지금 화면에 재생되는 영상 속에 있었다.
그러니까 영상 속 저 색….
아니, 저 놈팽이.
[하나! 둘! 셋! 넷!]저 놈팽이는 광석 골렘을 운동 기구 삼아 운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던전 트레이닝.
그 의미는 던전에서 트레이닝을 한다는 의미인 듯 싶었다.
홈 트레이닝 하듯이 말이다.
뭐, 광석 골렘이야 그리 등급이 높지 않은 몬스터이긴 했다.
[어라? 골렘이 망가졌네요. 뭐, 상관없습니다.]하지만 그게 운동 기구로 쓸만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이윽고 영상 속, 시우가 시선을 돌렸다.
카메라가 그 시선을 따라가며 곧 수십 마리의 광석 골렘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비추었다.
[아직 운동 기구는 많으니까요.]그리고 들려온 시우의 목소리.
그 말과 함께 영상 속, 시우가 성큼, 광석 골렘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슬금슬금.
골렘들이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고 있었다?
“뭐, 뭣?!”
다우 신 사야마는 화들짝, 놀라 보였다.
아니, 몬스터가 도망을 치다니?
하물며 그냥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다.
공포를 느끼며 기겁을 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가 공포를 느낀다…?
“이게 무슨…?”
다우 신 사야마는 영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몬스터가 공포를 느낄 수가 있단 말인가.
마계 대침공을 겪은 다우 신 사야마에게 있어 이는 천지가 뒤집히는 일과 다름없었다.
지금 다우 신 사야미의 가랑이 사이로 갑자기 무언가가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죽을 때가 다 되어 성 정체성을 뒤집어 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저급한 비유였으나 그만큼이나 말이 안 되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결단코,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몬스터가 공포를 느끼는 건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크, 크워어어…!] [어딜 도망가!]진짜로.
“뭐 하는 색….”
다우 신 사야마는 생각이라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아니,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다. 하지만 단언컨대, 현 상황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이는 그 놈팽이가 유일하다.’
백선평의 호언장담과도 같은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진짜….
진짜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것이 바로 순애물의 뒤를 잇는 순근물!]백선평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다우 신 사야마였다.
[순순히 나의 근육이 되어라!]“…….”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