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오리할콘 6덩이를 그냥 가지라는 권필쌍의 말.
그 때문에 정신이 그냥 멍했다.
더하여 권필쌍의 말을 그냥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건가.
그런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나 무력[武力](SSR)으로 단련된 신체가 망가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가지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그냥 가져라. 값은 받지 않는다.”
설마 지금 장난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난을 치는 거라면 이렇게 오리할콘을 덥썩, 줄리가 없었다.
눈앞에 미끼처럼 흔들흔들거렸겠지.
또한 권필쌍에게서는 그 어떤 장난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왜죠?”
그렇기에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안 묻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싫은가?”
그런데 권필쌍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쯤 되자 시우가 되려 혼란스러웠다.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에 권필쌍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 세계를 누비고 있었다.”
그리고는 권필쌍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권필쌍은 한국의 S급 헌터였으나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는 헌터였다.
한국이 아닌 외국.
그것도 특정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S급 헌터였다.
“서울의 재앙이 터졌을 당시엔 나는 미얀마에 있었다.”
서울의 재앙 당시에 권필쌍이 없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내가 전 세계를 누비는 이유는 인혜를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인혜?
“딸 아이 이름이다. 권인혜.”
“아.”
시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런데 권필쌍에게 딸이 있었던가?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은 탓에 시우는 권필쌍에 대해 그리 자세히 알지 못했다.
“사고였다. 갑작스레 일어난 던전 폭발. 아내는 인혜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인혜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죽느니만 못한 병을 앓게 되었지.”
그렇기에 권필쌍에게 저러한 사정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시우는 지금에서야 권필쌍의 딸이 앓고 있다는 병을 알 수 있었다.
“혈사병. 나는 인혜를 치료할 방법을 찾고자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권필쌍의 딸은 서아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인혜를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다.”
혈사병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
당연하게도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닐 여력 같은 건 없었다.
이는 서아를 가장 가까이서 봐 왔기에 시우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나는 이예준에게 인혜를 부탁하고 한국을 떠났다.”
이예준?
“설마 S급 헌터 이예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권필쌍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전 세계를 수소문하며 혈사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 돈을 버는 대로 인혜에게 보내었다.”
혈사병은 지속적인 치료만 하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병이었다.
단지 그 비용이 어마어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S급 헌터인 권필쌍은 충분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전에 안 사실이다. 이예준. 그놈이 내가 보내는 돈을 빼돌리고 있었더군.”
이어진 권필쌍의 말에 시우는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쩐지.
이예준을 처음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 싶었다.
다짜고짜 찾아와 오리할콘 권갑을 내놓으라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인성 파탄 난 싸가지.
아니나 다를까 여러모로 뒤가 구린 놈이었다.
“그 때문에 내 딸 아이는 그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더군.”
말했다시피 혈사병은 지속적인 치료만 하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병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지속적인 치료가 없으면 목숨에 지장이 있는 병이었다.
“인혜가… 죽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한국 밖에 있던 권필쌍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이예준을 믿으며 돈을 보냈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사회단체의 사람이 인혜를 돌봐 주었다. 그 덕분에 인혜는 겨우겨우 버틸 수 있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그 많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양혈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치료제값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사회단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여겼다고 한다.
권필쌍이 보내온 돈이 있었지만, 그건 이예준이 모두 빼돌렸다.
권필쌍의 딸은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죽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병원비는 물론.
치료제의 값 또한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감당할 수 없을 거라,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치료제 가격이 고작 1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지?”
권필쌍의 딸은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부담 없는 치료제 가격으로 시기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늦지 않을 수 있었다.
“그냥 가져라. 값은 받지 않는다.”
권필쌍은 그렇게 다시 말했다.
그리고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걸 아무런 대가 없이 받아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리할콘 6덩이면 아무리 못해도 6,000억 원이었다.
이것도 최소치로 잡았을 때의 값.
개당 500억 원의 프리미엄만 붙어도 6개면 9,500억 원.
거진 1조에 버금가는 가치였다.
1조 원을 그냥 그대로 받는다?
“이게 참….”
아무리 그래도 부담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니, 말을 잘못했군.”
권필쌍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값은 이미 충분히 받았다.”
권필쌍은 단호했다.
정말로 오리할콘의 값을 받지 않을 태도였다.
딸의 목숨과 1조 원.
말마따나 이미 충분히 받았다는 태도였다.
시우 입장에서는 양혈제값 1,000원이 1조 원이 되어서 돌아온 격.
더 나아가.
“혹시 오리할콘이 더 필요한가?”
권필쌍은 더 값을 치를 생각이 있어 보였다.
……응? 잠깐.
“오리할콘이 더 있으신 겁니까?”
“지금 당장은 없다.”
그 말은 즉.
구할 수는 있다는 뜻?
시우가 눈을 크게 떠 보이자 권필쌍이 말을 이었다.
“인혜를 치료할 방법을 찾고자 나는 전 세계의 모든 곳을 돌아다녔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지.”
그 때문일까.
권필쌍의 몸에는 그 삶의 흔적들이 수없이 새겨져 있었다.
상처라 부를 수 있는 가벼운 것부터 시작해 흉터라 부를 수 있는 중상까지.
S급 헌터임에도 저러한 상처가 있다는 것.
권필쌍이 어떤 곳을 전전하며 살아왔는지 시우는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거다. 오리할콘이 무더기로 있는 장소를.”
“…예?”
시우는 저도 모르게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권필쌍의 말.
“설마 오리할콘 광산을 발견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이런 말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아니, 그런데 오리할콘 광산이 지구에 존재한다고?
“광산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 하지만 꽤 많았다. 네게 준 오리할콘을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허….”
저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아니, 탄성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광산까지는 아닌 듯해 보였다.
그럼에도 충분히 많은 매장량이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나는 이제 한국에서 활동할 생각이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제 한국을 떠날 일은 없을 거다.”
더 이상 한국을 떠나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딸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권필쌍.
솔직히 특별한 사정이 있어도 한국을 떠날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권필쌍이 저렇게 말한 이유.
그러니까 한국을 떠날 만한 특별한 사정이라 함은 즉.
“행여 오리할콘이 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그러면서 권필쌍은 자그마한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적어 내렸다.
010으로 시작하는 11자리의 숫자.
“언제 한 번 그 실력을 보고 싶기도 하군. 이예준을 내 손으로 박살 내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 하기도 하니까.”
권필쌍은 그렇게 유유자적히 사라졌다.
그렇게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시우.
“미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길이 없었다.
* * *
시우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꼬집.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별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꿈인가?
하지만 꼬집은 볼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부어 있었다.
무력[武力](SSR)의 힘으로 꼬집었으니 당연한 일.
아무래도 멍한 정신이 고통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얼굴이 말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말벌은 개뿔이 무슨.
B-등급의 몬스터, 자이언트 호넷에 쏘인 것처럼 볼이 완전 호빵이 되어 있었다.
“…꿈은 아닌가 보네.”
확실히 꿈은 아니었다.
시우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목갑을 꺼내 침을 빼들었다.
그리고 푹, 푹.
호빵이 된 얼굴에 침을 꽂아 넣었다.
이윽고 부어오른 얼굴이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하던 그때.
“여기에 있었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권필쌍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시우는 고개를 돌렸다.
“…시찰국장님?”
그리고 권필쌍이 아닌 백선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뭔가 싶은 생각도 잠시.
“자네… 얼굴이 왜 그 모양인가?”
백선제가 부어오른 시우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입을 쩌억!
“이게 무슨…! 대체 누가 자네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세상 놀람을 발산해 보였다.
보다 정확히는 공포에 기반한 놀람을 내보였다.
“아뇨. 누가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그런 겁니다.”
“응? 자네가?”
“아, 네. 볼을 꼬집는 바람에. 하하….”
뭐라 설명할 말이 없어 시우는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걸까.
“난 또. 어쨌든 다행이군. 자네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으니 말이네.”
백선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쉴 뿐이었다.
“그보다, 국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이제 업무에 복귀하신 겁니까?”
“슬슬 복귀를 해야겠지만 아직은 아니네. 아버지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고 계시거든. 뭐, 계속 업무 보고는 받고 있으니 사실상 복귀한 것이나 다름없긴 하지.”
백선제는 그러면서 선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의미로 자네를 찾아온 건 내가 아니네. 다우 신 사야마 님께서 자네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예? 다우 신 사야마 님이요?”
그 말과 동시에 백선제의 뒤쪽.
신묘한 노녀(老女)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흰색 무복(巫服)에 검붉은 저고리.
청색과 노란색이 엉켜 있는 긴 아우바이.
“다우 신 사야마 님이 저를 왜…?”
13인의 영웅, 다우 신 사야마.
백선평의 고장에서 봤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혹시 다우 신 사야마도 오리할콘을?!
시우는 묘한 기대감을 품으며 다우 신 사야마를 바라봤다.
다우 신 사야마는 역시 가만히 눈을 들어 시우를 바라봤다.
눈은 곧 마음의 창문이라고 했던가.
다우 신 사야마의 두 눈에는 헤아릴 수 없는 영혼의 깊이가 느껴졌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으로도 그 깊이를 쉬이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두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아가야,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
다우 신 사야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 청사.
커다란 회의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재생되는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캬하하하!
-여자는 살려 두고 남자는 모두 죽여!
불타는 도심 속, 흉악한 범죄자들이 거리를 대놓고 활보하고 있었다.
그들은 보이는 사람들 족족, 무참히 짓밟아 살해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범죄자들은 도망치는 사냥감을 추적하듯 도망치는 사람들을 사냥했다.
-뭘 찍고 있어?
이윽고 범죄자 중 하나가 화면의 정면을 직시했다.
카메라로 찍고 있는 당사자를 발견한 모양.
아니나 다를까 성큼,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끄아아아아─!
비명 소리와 함께 영상의 화면이 뚝.
치지지직, 하는 노이즈만이 보일 뿐이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이탈리아의 현실을 담은 영상입니다.”
마피아 집단의 본거지, 이탈리아.
한때는 세계 3대 범죄 단체라 불리던 거대한 카르텔.
그러나 지금은 판데모니움에게 삼켜진 마피아였다.
“이는 이탈리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도 아닙니다.”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오며 팟!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며 세계 지도가 화면에 떠올랐다.
무수히 많은 빨간 점이 세계 지도 곳곳에 찍혀 있었다.
그리고 빨간 점이 찍힌 곳에 작은 영상들이 여기저기 떠올랐다.
가나, 과테말라, 그린란드, 니제르, 덴마크, 러시아, 영국, 몽골 등.
전 세계 각국의 도심들이 불타오르고 파괴되는 영상들이 곳곳에 재생되었다.
모두가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이 자행하고 있는 테러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우려했던 대로 판데모니움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