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괴리(乖離).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단어.
처음 시우가 셀리나를 봤을 때 느낀 감상이었다.
아프로디테조차 범접할 수 없는 미모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어떤 괴리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꾸 내 말 무시할래??”
시우는 사뭇 다른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초월적인 미모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걸레짝.
“검은 눈동자 쪽 빨려 가지고 당구 쳐 버리고 싶어?”
괴리(乖離).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져 있는 의미의 단어.
시우는 사뭇 다른 두 가지의 괴리감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띠링!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61.83%[+1.1%]>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도 괴리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시우의 정신 속, 공자는 셀리나를 바라보며 ‘칠거지악 같은 년이로다!’ 하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고 계셨다.
공자께서도 저 황홀한 셀리나의 입술에서 튀어나온 걸레짝이 충격적인 듯 싶었다.
…뭐, 아무튼.
“맞아.”
“…맞아?”
“내가 한 게 맞다고.”
셀리나의 눈이 치켜떠졌다.
아무래도 시우가 말을 놓은 것이 의지로서 제대로 전달된 모양이었다.
“무엄해! 내가 누군지 알고─!”
“셀리나잖아. 루도레아 공국의 공녀.”
단호한 시우의 답에 셀리나가 소스라치게 놀라 보였다.
그리고 뜬금없는 생각이다만 그 놀라는 모습조차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냥 셀리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아름다웠다.
저 말도 안 되는 미모가 모든 것을 품격 있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내, 내가 누군지 알고도 그렇게 무엄하게…!”
하지만 싸가지는 그다지 품격 있지는 않아 보였다.
‘생각해 보면 아프로디테랑 페르세포네도 입이 좀 험하긴 했지.’
이 정도면 입이 험한 건 얼굴 예쁜 여자들의 공통점이 아닌 걸까 싶었다.
하지만 일반화할 건 못 되었다.
‘채린 씨는 안 그런데.’
한채린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한채린은 얼굴 예쁘고, 돈도 많고, 인성까지 좋았으니까.
‘채린 씨는 잘하고 있으려나.’
왜인지 한채린 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튼.
“네가 먼저 나한테 걸레 뱉었잖아.”
걸레만 뱉었다 뿐인가?
다짜고짜 죽이려 들기까지 했었다.
“뭐, 뭘 뱉어? 걸레?!”
셀리나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지 두 눈동자가 심히 떨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런 말을 처음 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한테 저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았다.
“이, 이이…!”
셀리나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입을 뻐금거렸다.
하지만 스스로의 논리를 이겨 내지 못한 걸까.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셀리나였다.
그러면서 시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한 대 맞은 기억이 문득 들은 모양이었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그러자 셀리나가 흠칫! 몸을 떨어 보였다.
왜 저러나 싶은 것도 잠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으니까.”
기어들어 가는 셀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뭘?”
시우는 저게 뭔 소린가 싶었다.
아니, 진짜 저게 대체 뭔 소리란 말인가.
이건 사족을 갖다 버리다 못해 몸통까지 내다 버린 수준이지 않은가.
한채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한채린도 이랬나?
“그, 그런 게 있어!”
일순간 셀리나가 고개를 홱,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셀리나가 무엄하다는 듯.
“아까부터 나에 대해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건데?
시우를 한껏 나무랐다.
그리고 확실히 귀족은 귀족인 걸까.
화내는 말투, 몸짓, 분위기.
모든 것들이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거기에 초월적인 미모까지 버무려지니 절로 여왕의 기품과 위엄이 묻어나 있었다.
“너 스토커야? 영국에서부터 날 스토킹한 거였어?! 대갈빡을 따다가 볼링 쳐 버릴 변태 새끼!”
저 입에 물고 있는 걸레만 빼면 말이다.
보아하니 스토커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저 외모를 보면 없는 게 이상했다.
‘듣자 하니 영국 왕실의 왕세자도 얘한테 집착을 한다지 아마?’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저런 성격 파탄자한테 뭐하러 집착을 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넌 누구야? 누군데 무엄하게 공작인 나를 핍박하는 건데?”
“참 빨리도 물어본다. 그리고 핍박은 무슨 핍박?”
“나를 때렸잖아!”
“그건 네가 나를 먼저 공격했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 그건…!”
셀리나가 눈동자를 좌우로 데굴데굴 굴렸다.
그리고를 잠시.
“아녀자를 겁박하다니! 기사답지 못한 행동이야!”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었다.
“방금은 공작이라더니. 불리할 땐 아녀자야?”
“그, 그건….”
셀리나가 다시 한번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고, 공작이든! 아녀자든!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건 기사도를 지키는 기사의 의무잖아!”
“약해? 누가? 네가?”
시우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글 숲이 초전 박살이 나 있는 풍경.
다름 아닌 셀리나가 쏘아 낸 빛의 구체가 만들어 낸 풍경이었다.
그 대상이 시우였기에 망정이지.
평범한 S급 헌터였으면 큰 변고를 면치 못했을 위력이었다.
누가 봐도 ‘약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기사가 된 건데?”
그러자 셀리나가 입을 뻐끔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여간, 상대하기 여러모로 피곤한 여자였다.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맹시우. 한국의 헌터다.”
“한국의 헌터? 맹시우…?”
셀리나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달빛을 머금은 은발의 머리카락이 좌우로 흩날리기를 잠시.
“서, 설마! 그 맹시우 헌터?”
셀리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그 맹시우 헌터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만, 시우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세계 최초 S+급 헌터.
셀리나쯤 되는 애가 모르는 게 이상하긴 했다.
“맞아.”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셀리나의 두 눈이 찢어져라 떠졌다.
그리고 찢어진 두 눈 역시 이 세상의 미모가 아니었다.
뭐, 어쨌든.
“그럼 난 간다.”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할 말은 대충 끝났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이 이상으로 셀리나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얘도 나름대로 미얀마에서 할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정을 말해 주지 않아 알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서로 간의 목적이 다른 바.
실랑이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김이준, 얘는 어디서 뭘 하길래 코빼기도 안 보여?’
이렇게까지 큰 소란이 일었는데도 안 보이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시우는 김이준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뭐, 뭐?”
아니나 다를까 셀리나가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
“어디긴. 내 갈 길이지.”
시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을 해 보일 뿐이었다.
그러자 뒤쪽으로 셀리나가 뭐라 뭐라 소리쳐 왔다.
그러니까….
“야! 너 거기 안 서?!”
아주 지랄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우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냥 제 갈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야! 내 말 자꾸 무시할래!”
보다 못한 셀리나가 갑자기 시우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양손을 좌우로 활짝 펼쳐 시우의 앞을 완벽히 막았다.
얘가 왜 이러는 걸까.
시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나보고 뭐 어쩌라고.”
그러자 셀리나가 움찔!
방금 한 대 맞은 것이 기억났는지 몸을 크게 떨어 보였다.
입에 걸레를 물어도 시우가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었다.
셀리나가 시우의 눈을 회피하며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이번엔 또 왜 저러나 싶은 것도 잠시.
“나…도, 가… 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도 가 줘?”
이건 대체 어느 나라 언어인 걸까.
아니, 어느 나라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지금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아닌 의지로서 전달되고 있었으니까.
“…가 달라…고.”
“나보고 가 달라고.”
시우는 그때서야 셀리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시우는 휙.
망설임 없이 셀리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 순간.
“아니!! 나도 데려가 달라고!!”
뒤쪽에서 셀리나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시우는 뚝,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본 시야.
셀리나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 있었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데려가 달라고? 누구한테 데려가 달라는 건데?”
“누구긴 누구야! 너지!”
“내가? 누구를?”
“나, 나, 나를….”
“내가 너를 데려가 달라고?”
셀리나가 차마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이 마치….
“너 설마, 갈 곳을 잃었냐?”
길 잃은 어린애와도 같아 보였다.
그런데 설마하니 그럴까 싶으면서도.
“으, 응….”
참으로 대책 없는 공녀였다.
* * *
셀리나를 정의하는 말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셀리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이것이었다.
예쁘다.
단순히 미(美)라는 개념을 들이밀 정도의 예쁘다가 아니었다.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설 정도의 미(美).
셀리나의 미모에 홀려 모든 이들이 간이며 쓸개며 빼 주었다.
특히나 성별이 남자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셀리나와 말 한 번이라도 섞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어, 어?”
셀리나는 일생일대의 당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당황을 넘어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왜 널 데려가야 하는데?”
저 시우라는 남자의 말이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그야 당연한 일…이니까?”
“당연해? 뭐가 당연한데?”
“그야….”
셀리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보다 정확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다고 설명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으니까.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다.
이 명제에 있어 별다른 설명은 필요치 않는다.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물론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한 명제가 아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여, 시우가 셀리나를 데려가는 일.
그러니까 셀리나를 에스코트해야 한다는 것.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셀리나가 태어난 이후로 평생을 걸쳐 받아 왔던 당연한 일이었다.
가문 대대로의 영광이라며 당장이라도 셀리나를 업고 가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웬걸.
“미안하지만 난 지금 바빠. 널 상대할 시간이 없어.”
“날 상대할 시간이… 없어?”
셀리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진짜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다.
그것도 남자에게서 저런 말을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셀리나를 본 남자들의 반응은 모두 한결같았다.
어떻게든 말 한 번 섞어 보려 했고.
1초라도 셀리나과 같이 있으려 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그럼 난 간다.”
…진짜로 사라져 버렸다.
거짓말 혹은 연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셀리나 따위는 상대할 시간이 없다는 듯 시우는 휙, 하니 사라져 버렸다.
“…….”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하지만 시우를 쫓아가지는 않았다.
“흥! 그런다고 누가 매달릴 줄 알고?”
자존심이 상했으니까.
매달려야 하는 쪽은 자신이 아닌 저쪽이었으니까.
셀리나는 콧방귀를 뀌며 등을 돌렸다.
그런 셀리나의 시야 앞.
우거진 정글의 풍경이 비쳐 보였다.
숲의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고 했던가.
숲 안쪽은 어둠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마치 심연의 동굴 속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까르륵!
찌르르륵!
그 안쪽으로 이름 모를 벌레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왜인지…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나와 보는 왕궁 밖의 세상.
“무, 무섭지 않아!”
셀리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찌륵!
어디선가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어둠으로 둘러싸인 숲의 풍경만 보일 뿐이었다.
“푸, 풀벌레 소리일 거야….”
셀리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캬륵, 캬르륵!
기분 나쁜 소리가 점점 더해져 갔다.
그런데 저런 소리를 내는 풀벌레가 있었던가…?
갑자기 마물로 뒤덮여 있는 미얀마의 현실이 떠올랐다.
호, 혹시…?
캬아아아!
“나, 나 좀 데려가!!”
셀리나는 자기도 모르게 시우가 사라진 뱡향으로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