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4D 서라운드 입체 화질로 실체화된 화타.
화타는 환자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그 상태를 면밀히 확인했다.
‘확실히 편하긴 하네.’
딱히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이리저리 비추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화타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으니 전혀 거리낄 것도 없었다.
유투브도 그렇고, 갓튜브도 그렇고.
‘다시는 프리미엄 이전의 상태로 못 돌아갈 거 같은데.’
삼순이 양육비로 하데스에게 받은 갓튜브 프리미엄.
이쯤 되니 삼순이를 평생 키우고 싶었다.
[아무리 봐도 마찬가지오. 이건 본인도 처음 보는 병이외다.]이윽고 화타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을 해 왔다.
화타 또한 이 역병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화타조차 알지 못하는 역병.
이 말은 즉.
[아무래도 이 세상의 질병이 아닌 것 같소외다.]지구에 존재하는 질병이 아니란 뜻과 같았다.
[물론 질병이라는 건 계속해서 진화하기 마련이외다.]화타 시대에 존재했던 질병.
지금 시대에 존재하는 질병.
[지금 시대의 질병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소.]질병도 진화하기 때문이었다.
발전하는 면역 체계에 맞춰 질병 역시 진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이었다.
인류는 결국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바이러스를 박멸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인류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워 왔다.
그 결과는 단 1승.
천연두.
이 단 1종을 제외하면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인류는 수십 억명의 희생자를 필요로 했다.
어쨌거나 질병은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
그렇기에 화타가 알지 못하는 병이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완전히’ 알지 못하는 병이란 있을 수 없었다.
[진화하는 질병은 말 그대로 ‘진화’이기 때문이외다.]쉽게 말해 모체가 되는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무(無)에서 유(有)가 창조되지 않는다.
천연두 역시 고대 이집트 시절, 미라에 서식하던 모종의 균체에서 시작된 질병이었다.
그 어떤 시작점도 찾을 수 없는 질병은 없다.
이 세상에 완전한 새로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태초 이래, 만물은 한 번 창조되어 이미 형성되었기 때문이라.
태초 이후로 ‘새로움’이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새롭게 보이는 것조차 결국은 기존의 것에 기반한 것.
이 고립된 세계에서 완전한 새로움이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도 않았다.
허나,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고립되지 않은 세계.
그러니까 다른 세계에서 가져온 것이라면?
그러면 새로움이 존재할 수 있었다.
하여, 새로운 질병이라 함은 즉.
[아무래도 이는 다른 세상의 질병인 것 같소외다.]다른 세계에서 온 질병이란 뜻이었다.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역병이란 뜻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지구와 다른 세계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 어떻게 다른 세계의 질병이 지구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시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딱 한 번.
지구는 다른 세계와 연결된 적이 있었으니까.
마계.
악마들이 기거하는 세계와 지구는 한 번 연결된 적이 있었다.
이 말인즉슨.
“이게 마계에 존재하는 질병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확실하지는 않소. 허나, 높은 가능성을 품고 있소이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화타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화타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확실히 기정사실이라 봐도 무방했다.
마계에 존재하는 질병.
이 역병은 악마들에 의해 발병되었다는 뜻이었다.
어쩐지.
‘신의술[神醫術](S+)로도 쉬이 치료할 수가 없더라.’
셀리나의 신성력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 싶었다.
“어떻게 치료가 가능할 것 같습니까?”
[자세히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확답을 드릴 수가 없소이다.]화타 역시 난색을 표할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시우는 화타의 모든 지식을 이어받고 있었다.
숙련도 역시 110%로서 화타를 넘어서고 있었다.
한마디로 시우가 알지 못하면 화타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겠다는 뜻은 아니외다.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거늘.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소이까.]그럼에도 화타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의(神醫), 화타.
신의(神醫)란, 단순히 의학적 지식이 뛰어남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우 역시 화타의 모든 것을 이어받고 있는 바.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시우는 화타와 같이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 * *
시우는 화타와 함께 권필쌍과 환자들의 상태를 연구했다.
그렇게 무려 사흘 밤을 꼬박 새운 날.
[혈독제(血毒劑)를 제조하였습니다!>시우는 끝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혈독제(血毒劑).
뜻 그대로 풀이하자면 피의 독성을 이용한 치료제였다.
즉, 독성을 이용하여 환자들의 몸 안에 있는 기생 생물을 죽이는 치료제.
이독제독(以毒制毒).
독으로써 독을 다스리는 방법을 활용한 치료제이자 양혈제의 반대라 할 수 있었다.
양혈제는 양기와 생기(生氣)를 이용해 신체를 치료하는 반면.
혈독제는 음기와 사기(死氣)를 이용해 신체를 치료하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혈독제의 핵심은 ‘독성’이었다.
역병의 정체이자 악독한 기생 생물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독성이 혈독제의 가장 핵심이었다.
당연하게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독성이 아니었다.
쉽기는커녕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옳았다.
역병의 정체는 이 세상의 질병이 아닌 기생 생물.
그를 죽일 수 있는 독성 또한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야만 했다.
그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딱 하나.
시우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히드라의 맹독[猛毒](SS+).
시우는 히드라의 힘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시우의 피에는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이 흐르고 있었다.
해서 시우는 스스로의 피를 짜내어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을 추출했다.
그렇게 추출한 독으로 혈독제(血毒劑)를 제조할 수 있었다.
혈독제는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이자 시우의 피로 만든 치료제였다.
‘말이 치료제지 사실상 독극물이긴 하다만.’
그렇기에 환자까지 중독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내 피를 극소량으로 넣긴 했는데….’
극소량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극미량 중의 극미량이라 할 수 있었다.
과장 살짝 보태서 분자 단위 하나를 넣었다.
사실상 독성은 거의 없다고 봄이 옳았다.
그러나 이게 어디 평범한 독이던가.
케이론이 불멸을 포기하게 만든 독.
죽음조차 두들겨 패 버리는 헤라클레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독.
이걸 정말 환자들에게 투여해도 되는 걸까.
기생 생물뿐만 아니라 환자들까지도 죽이는 건 아닐까.
화타와 사흘 밤낮을 연구하긴 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서아를 치료한 프로토타입의 양혈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결국은 부작용이 있었다.
좋은 쪽이긴 했지만 의도했던 효과는 아니었다.
더하여 서아가 깨어난 직후에도 부작용이 존재했다.
통제되지 못한 힘은 없느니만 못하다.
이 프로토타입의 혈독제 역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해서 시우는 섣불리 혈독제를 처방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역병을 치료할 방법은 이 혈독제가 유일했다.
시우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바.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 멀리, 한쪽 구석.
카메라를 정비하고 있는 김이준.
“이준아, 속은 좀 괜찮냐?”
“어우… 형님. 아직도 죽을 것 같습니다.”
김이준은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도 저인데 형님은 괜찮으십니까? 저야 격리소 밖에 있었다지만, 형님은 사흘 밤낮을 마다하고 환자들을 살피지 않으셨습니까.”
“나야 뭐.”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메스껍다거나, 구역질과 같은 역함이 일지는 않았다.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이 모든 것을 정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부탁을 좀 하자.”
“부탁이요?”
“다름 아니라 내가 역병 치료제를 개발했거든?”
“예에? 벌써 말입니까?”
김이준이 꽤나 놀란 눈을 떠 보였다.
“아직 사흘밖에 안 되지 않았습니까. 치료제 개발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빨리 되는 거였습니까?”
“뭐, 운이 좋았지.”
“운이요? 치료제라는 게 운으로 만들어지는 거였나요?”
“없지는 않지?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도 우연으로 만들어진 거였잖아.”
시우가 알기로는 배양한 세균의 뚜껑을 닫는 것을 깜빡한 우연이었다.
그렇게 열려 있는 뚜껑 안으로 알 수 없는 곰팡이가 침투하여 세균을 모두 먹어 치워 버렸다.
그리고 세균을 모두 먹어 치워 버린 알 수 없는 곰팡이.
그것이 바로 푸른곰팡이, 페니실린이었다.
시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우도 우연찮게 역병이 히드라의 맹독[猛毒](SS+)에 삼켜지는 것을 발견하여 혈독제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우연이든 아니든.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업적이라 할 수 있기는 했다.
“허어….”
김이준이 멍한 표정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주섬주섬, 들고 있던 카메라를 조작했다.
뭐 하는 건가 싶은 것도 잠시.
“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이준이 카메라를 들어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맨의 사명이니 뭐니 하더니 정말 시우의 모든 것을 촬영하는 김이준이었다.
시우는 실소를 한 번 흘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이게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거든.”
“부작용이요?”
“없을 수도 있는데, 있을 수도 있어. 그런 의미로 네가 먼저 한번 먹어 봐라.”
“……예?”
“내가 먹어 보려 했는데, 딱히 의미가 없어서.”
이미 전신에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이 흐르고 있는 바.
혈독제의 독성은 시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테니까.
“셀리나도 마찬가지일 거고.”
셀리나 역시 온몸이 신성력으로 들어찬 바.
혈독제의 독성을 완전히 정화시킬 테니까.
그렇기에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은 한 명.
“네가 먹어서 부작용이 있나 없나 체크해 봐라.”
김이준뿐이었다.
“제, 제가요?”
“일반인에 가장 가까운 건 너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진짜 일반인에게 먹일 수도 없고.”
“그, 그러다 진짜 부작용이 발생하면 어떡합니까. 아니, 부작용이라 함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쎄. 아마 독성이 온몸의 세포를 죄다 파괴하지 않을까.”
혈독제의 효과를 기생 생물의 파괴로 삼았다.
그렇기에 부작용으로 추측되는 건 과한 독성.
즉, 기생 생물을 넘어 신체의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부작용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뭐.
“그런데 넌 괜찮을걸?”
김이준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네? 괜찮다니요? 제게는 부작용이 없을 거란 말씀이십니까?”
“아니. 부작용이 발생해도 넌 괜찮을 거라고.”
“그게 무슨 말씀…?”
“부작용으로 세포가 파괴되어도 넌 알아서 재생할 테니까.”
김이준의 개성, 초재생[超再生](A+).
설령 문제가 발생해 세포가 파괴되어도 김이준은 다시 재생할 터였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목숨이 위태로울 일은 결코 없었다.
“네 재생 능력은 나도 경이로운 수준이니까.”
신의술[神醫術](S+)로도 해석할 수 없는 기이한 힘.
“게다가 너. 최근 들어 재생 능력이 더 강해진 것 같던데?”
정확히는 시우가 태극(太極)을 가르쳐 준 이후부터 그러한 기색이 보이긴 했었다.
그리고 시우와 계속해서 영상 촬영과 함께 던전 레이드를 해온 바.
최근 들어 확실히 재생 능력이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예? 개성이 강해지기도 하나요?”
물론 개성은 강해지는 힘이 아니었다.
처음 정해진 등급 그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F나 E등급을 받은 각성자들이 등급이 그럴 리가 없다며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지 않은가.
개성의 힘은 각성과 동시에 정해지며 등급 역시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각성의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아마 진화를 한 게 아닐까 싶은데.”
시우는 알고 있었다.
개성의 힘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본인만의 힘을 깨우치는 방식.
김이준, 본인도 모르게 태극(太極)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진화요? 제 개성이 진화를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도? 그런데 확실하진 않아.”
개성의 진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개성이 진화도 하나요? 전 처음 듣습니다만.”
김이준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연하게도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
시우 역시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쨌든.
“넌 괜찮을 테니까. 네가 미리 먹어서 부작용 좀 확인해 봐라.”
실험 대상으로 김이준만한 사람이 없었다.
김이준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은 걸까.
“그, 그럼….”
김이준은 시우가 건네는 혈독제를 받아 들었다.
* * *
미얀마 중북부 만달레이 구에 위치한 고대 도시, 바간(Bagan).
고대 도시라 불리는 만큼 수많은 유적은 물론 밝혀지지 않은 역사가 잠들어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그 바간의 밝혀지지 않은 고대 유적 중 한 곳.
“역병의 기운이 치료되었다?”
너구리 가면을 쓴 인색한 너구리는 들려온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판데모니움의 상처급 간부 중 한 명인 인색한 너구리.
“천박한 토끼, 그게 정말 사실인가?”
“의식에 사용되던 역병의 기운 중 일부가 사라졌어. 누군가 역병을 치료한 것이 확실해.”
천박한 토끼의 확답에도 인색한 너구리는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건 치료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으니까.
굳이 따지자면야 치료는 가능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지식과 방법으로는 불가했다.
애초에 ‘치료’라는 개념이 통용되는 ‘질병’도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인색한 너구리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