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마르바스의 역병 군단.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지만 시우는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마르바스라는 존재를 쉽사리 떠올릴 수가 없었다.
[확실하네. 이 정도 수준의 역병은 마르바스. 그 녀석의 권능이야.]그러나 솔로몬은 확신에 차 있었다.
애매하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말은 즉.
솔로몬의 72 악마 중 하나란 뜻이리라.
시우는 그때서야 마르바스라는 존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솔로몬 님께서 봉인한 지옥의 대의장, 마르바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솔로몬의 72 악마 중 5위(位).
36개의 악마 군단을 지휘하는 지옥의 대의장, 마르바스.
[그렇네.]솔로몬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그 표정에는 더없이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 악마는 마르바스의 역병 군단이 맞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건 즉.
‘미얀마에 마르바스가 있다고?’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마르바스가 어떠한 격(格)을 지닌 악마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마르바스 정도 되는 악마가 미얀마에 있다니…?
[이 악마에게서는 느껴지는 끔찍한 역병은 틀림없는 마르바스의 권능이야.]그러나 솔로몬은 확신해 보였다.
솔로몬이 저렇게까지 확신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 모든 게 마르바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미얀마에 퍼진 역병.
그건 마르바스의 질병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즉.
‘마르바스가 미얀마에 부활했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었다.
마르바스가 부활해 미얀마에 역병을 퍼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애초에 솔로몬의 72 악마는 모두가 마신급에 달하는 악마다.
그 중 마르바스는 5위(位) 격에 있는 악마.
그런 악마의 존재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다.
서울의 재앙 당시 릴리트를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마르바스는 릴리트보다 상위 격의 악마다.
하물며 릴리트는 약화된 상태였다.
신격의 부재와 더불어 던전 안에 구속된 바.
가진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서울은 재앙과도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정말로 이 역병이 마르바스의 권능이라면.
마르바스가 미얀마에 부활한 상태라면….
‘아직, 아직은 아닐 거야.’
시우는 고개를 흔들어 털어 냈다.
아직 완전히 부활한 것은 아닐 터였다.
완전히 부활한 상황이었다면 미얀마가 멀쩡할 리 없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르바스가 완전히 부활했다면 이 정도로 끝날 리가 없었다.
미얀마는 초전박살이 나 있어야만 했다.
미얀마뿐이랴?
미얀마와 인접한 국가 인도, 파키스탄까지 아수라장이 되어 있어야 했다.
나아가 동남아시아 전체가 반타작이 나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즉.
아직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직은 마르바스가 완전히 부활하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찾아야 해.’
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마르바스를 찾아야 한다.
완전한 부활이 이루어지기 전에 찾아 막아야만 한다.
이 넓은 미얀마 어딘가에 숨어있는 마르바스.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솔로몬이라면 알고 있으리라.
마르바스를 직접 사역하고 부린 솔로몬.
솔로몬이라면 마르바스의 습성과 성향을 알고 있을 터였다.
솔로몬의 지혜를 빌린다면 숨은 마르바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으리라.
“솔로몬 님. 혹시 마르바스가 어디에 있는지─.”
시우가 솔로몬에게 물으려던
바로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악!!
거리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와 거의 동시에 꽈앙!
천지가 뒤집히는 거대한 폭발이 시우의 고막을 때려 왔다.
건물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자욱히 피어난 먼지 안개가 시야를 가려왔다.
“도, 도망쳐!!”
“꺄아아아아악!!”
가려진 시야로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뛰쳐나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현장.
“켁! 케켁…!”
그 사이로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곧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이윽고 먼지 안개가 사라졌다.
시야가 밝아지며, 달빛을 품은 듯한 은발의 머리가 어지러이 흩날렸다.
셀리나.
셀리나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본인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셀리나의 두 발은 땅에서 떨어져 떠 있었다.
누군가 셀리나의 목덜미를 틀어쥐고 있었다.
그리고 셀리나의 목을 틀어쥔 누군가.
“하아아암….”
원숭이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존재.
“귀찮아….”
무료한 목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졌다.
* * *
셀리나는 상당히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런 오묘한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
그리고 이번엔 시우가 아니었다.
저 멀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존재가 걸어왔다.
원숭이 가면과 소 가면을 쓴 두 존재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정말이지 이상했다.
보이는 모습은 분명 인간이었다.
단지 인간이 원숭이와 소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일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졌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셀리나의 전신을 지배했다.
덜덜….
일순간 셀리나의 손이 떨려 왔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저 알 수 없는 두 존재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손이 떨려 왔다.
애써 진정시키려 떨리는 손은 마주 잡았다.
그럼에도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되려 떨림이 번져 나가며, 이제는 몸 전체가 떨려 왔다.
파르르….
셀리나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셀리나의 본능이자 힘인 신성[神聖](S).
그것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망치라고.
그러나 차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공포에 빳빳하게 굳어 버린 몸이 용을 써도 움직이지를 않았다.
두 가면의 존재들은 거리낌 없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이제 막 활기를 되찾은 양곤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었다.
평범하다면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상하다.
저 두 존재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위화감과 공포를 자아내는 존재.
두 존재의 걸음이 멈춰 섰다.
활기를 되찾은 양곤의 도시를 바라봄에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가면으로 가려진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셀리나는 그 너머에 잔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악의(惡意).
그것은 존재의 죽음을 갈망하는, 흉악한 살의(殺意)였다.
사아아아─!
가면을 쓴 두 존재에게서 검은 마력이 피어오른다.
“모두 피해요!!!”
셀리나는 다급히 소리쳤다.
이를 으득, 깨물며 굳어있는 몸을 일깨웠다.
화아아악!
셀리나는 고민도 않고 신성의 빛을 쏘아 보냈다.
쩌엉─!
커다란 굉음이 귓가를 때려 왔다.
간발의 차이로 검은 마력이 신성의 방벽에 막혀 뻗질 못하고 있었다.
쩡─! 쩌엉─!
검은 마력이 계속해서 신성의 방벽을 두들겼다.
셀리나는 양손을 뻗어 신성의 방벽을 유지했다.
그러나 쩌적─!
신성의 방벽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건… 못 버틴다.
“모두… 도망쳐요!!”
파장창─!
신성의 방벽이 깨어진다.
검은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기나긴 먹선을 그리며, 주변의 사람들을 유린했다.
푸확─! 푸화학!
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쓰러지는 양곤의 사람들.
피를 머금은 검은 마력이, 세상을 붉게 물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비명이 찢어졌다.
갑작스럽고 비현실적인 광경에 사람들이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잠시.
“도, 도망쳐!!”
“꺄아아아아악!”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활기를 띠던 양곤의 거리는 온데간데없었다.
“사, 살려줘!!”
“으아아아악!”
아수라장이 되어 비명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콰직! 퍼서석!
피어난 검은 마력은 도망치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검은 마력에 꿰뚫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만둬! 이 개자식아!”
화아아아악!
셀리나는 양손 가득히 신성력을 펼쳐 내었다.
태양 빛을 머금은 찬란한 신성력.
그것이 피어난 검은 마력을 뒤덮어 갔다.
하지만.
사악─!
소용…없다.
검은 먹선에 신성의 빛이 삼켜지며 소멸할 뿐이었다.
“어, 어떻게···!”
셀리나의 두 눈이 경악으로 뜨여졌다.
그와 동시에 가면을 쓴 두 존재의 시선이 셀리나에게 향했다.
원숭이 가면과 소 가면.
“너였냐. 우리를 방해하는 녀석이.”
그중 원숭이 가면을 쓴 존재가 말해 왔다.
그리고는 터벅.
셀리나를 향해 한 발짝 걸어왔다.
셀리나는 저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질을 쳐 보였다.
터벅. 터벅.
원숭이 가면을 쓴 존재는 계속해서 셀리나에게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흉측한 악의(惡意)가 퍼져 나갔다.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서 쥐어 짜낸 듯한 악의.
그것이 주변의 풍경을 새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화아아악!
셀리나는 그것에 저항하고자 신성력을 쥐어 짜냈다.
그러나.
따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어둠이 피어난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은 셀리나의 신성을 집어삼킨다.
“귀찮게 하네.”
들려오는 무료한 목소리.
원숭의 가면 너머엔 귀찮음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의미가… 없었다.
셀리나의 신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대적조차 불가능한 악(惡).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텁.
우악스러운 손길이 셀리나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셀리나의 발이 하늘로 떠오르며 숨이 막혀 온다.
“까윽···!”
셀리나는 숨을 내쉬고자 발버둥을 쳤다.
가녀린 주먹으로 탕탕, 목을 붙잡은 팔을 내리쳤다.
그러나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시야 가까이 원숭이 가면이 보였다.
그 가면 너머의 존재가 다가온다.
“아… 아아으….”
태고의 악(惡).
본능 깊숙이 각인된 공포가, 셀리나의 정신을 잠식했다.
시야가 아른거린다.
셀리나의 정신이 흐려져 갔다.
셀리나는 아무런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절대적인 악(惡) 앞에서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으리라.
“하아아암….”
무료한 하품 소리가 들려왔다.
귀찮음.
이 존재에게 있어 셀리나가 갖는 가치이리라.
하품만 나올 정도의 수준인 것이리라.
“아아….”
눈시울이 시뻘게지며 시야가 흐려졌다.
서서히 힘이 빠지며 셀리나의 몸이 축, 늘어졌다.
흐려진 정신으로 의식이 옅어졌다.
죽음(死).
그 생각만이 가득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시야 한쪽에서 터져 나오는 번갯불.
이윽고 한줄기 뇌전이, 셀리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 * *
뻐어어억─!
강렬한 충격음과 함께 원숭이 가면을 쓴 존재가 허공을 날았다.
털썩.
붙잡혀 있던 셀리나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시우는 잠시 셀리나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케엑···! 쿨럭쿨럭! 케켁···!”
셀리나는 대답 대신 기침만을 토해냈다.
눈물과 침을 잔뜩 흘리며 생명을 들이켰다.
백옥을 다듬은 듯한 새하얀 목덜미.
그곳엔 선명한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케헥…! 켁!”
꽤나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다행히 그뿐이었다.
목숨이 위태롭거나 하는 부상은 없어 보였다.
애초에 있다 하더라도 알아서 치료될 터.
셀리나에게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시우는 그때서야 셀리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라본 정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검은 소 가면을 쓴 존재였다.
가면을 쓰고 있는 탓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면 너머.
“불가. 않음. 보이지. 불가.”
그는 확실한 놀람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윽고 부스스….
뒤쪽으로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들썩거렸다.
원숭이 가면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역시나 가면을 쓰고 있는 탓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르지 않았다.
“너 뭐야….”
원숭이 가면 역시 놀람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우는 두 존재를 번갈아 바라봤다.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두 존재.
처음 보는 존재였다.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우는 두 존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전신으로 느껴지는 악(惡)의 기운.
그리고 요상한 동물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
지난 날, 시우를 습격했던 미친 여우와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었다.
“상처급 간부…?”
판데모니움의 상처급 간부.
저 둘은 미친 여우와 같은 상처급 간부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를 알아?”
아니나 다를까 원숭이 가면이 놀라 소리쳤다.
역시나 저 둘은 판데모니움의 상처급 간부가 맞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맹시우.”
소 가면을 쓴 존재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에 원숭이 가면을 쓴 존재가 놀라며 소리쳤다.
“뭐? 쟤가 맹시우라고?”
“영상. 맹시우. 모습. 동일.”
두 존재가 동시에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와 마찬가지로 저 둘 역시 시우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불가. 미얀마. 통제. 입국.”
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시우가 어떻게 미얀마에 있는지.
그 사실을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시우는 혼란스러워하는 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현재 미얀마에 부활 중인 역병의 악마.
그리고 판데모니움의 두 상처급 간부.
시우는 또 한 명의 상처급 간부와 대적했던 적이 있었다.
통칭 미친 여우.
그리고 그 미친 여우의 정체는 바로 레비아탄이었다.
바다를 집어삼킨 대악마, 레비아탄.
레비아탄의 격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무시하기는 개뿔이 무슨.
야훼께서 직접 나서야 할 정도의 악마였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원숭이 가면과 검은 소 가면의 존재.
저 둘은 그런 미친 여우와 같은 상처급 간부였다.
그 말은 즉.
레비아탄과 비슷한 격(格)의 악마라는 뜻과도 같았다.
어떤 악마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레비아탄과 버금가는 악마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럼 역병의 기운을 치료하던 게 맹시우였다고?”
“추측. 높음. 가능성.”
저 둘 중 한 명이 마르바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