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소멸해 버린 원숭이 가면.
아니, 소멸한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흉악하게 일그러지는 공간.
그 안쪽의 너머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저 말도 안 되는 현상은 그 어떠한 인지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소멸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원숭이 가면에게서 느껴지던 악(惡).
본능의 공포를 자극했던 실로 크나큰 악(惡)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이 말은 즉.
“쓰러뜨렸…다고?”
원숭이 가면을 쓴 존재가 쓰러졌다.
시우가 원숭이 가면을 쓰러뜨렸다.
“어, 어떻게?”
이 사실이 셀리나를 가장 경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말이 안 되었다.
직접 그 힘을 겪어 봤던 셀리나였다.
원숭이 가면을 쓴 존재가 어떠한 존재인지 셀리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목덜미를 붙잡혀 숨이 끊어지려던 순간에 셀리나는 마주할 수 있었다.
태고의 악(惡).
빛이 닿지 않는 저 까마득한 아래 소용돌이치는 어둠 속, 심연의 무언가였다.
그렇기에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다.
감히 인간 따위가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어떻게….”
심연의 공포가 쓰러졌다.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이 무너졌다.
이 기적 같은 일을 이루어 낸 당사자.
“아윽!”
한쪽에서 격통 어린 신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으윽…!”
그곳엔 웬 맹한 분위기의 남자가 몸을 휘청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시우.
셀리나는 멍하니 시우의 모습을 바라봤다.
…알고는 있었다.
세계 최초 S+급 헌터.
검선도 인정한 실력자.
시우가 상당히 강한 헌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로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생각할 수 없었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시우를 바라보는 셀리나의 두 눈.
그저, 정신이 멍할 뿐이다.
“…크흑!”
격통 어린 신음과 함께 시우가 몸을 휘청거렸다.
휘청거리던 몸은 곧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원숭이 가면을 쓴 이에게 상처를 입은 것일까.
아니면 과도한 힘의 사용에 힘들어하는 것일까.
“아윽!”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우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너 괜찮아?”
셀리나는 황급히 시우에게 다가갔다.
시우가 걱정되는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렇게 가까이서 확인한 시우의 상태는….
“무슨 몸이….”
정말이지….
이게 사람 몸이라고?
이게 정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저기 찢기고 벌어진 상처는 기본이었다.
전신을 적신 새빨간 피는 양반이었다.
벗겨진 살갗으로 파열된 근육.
그 안으로 훤히 보이는 새하얀 뼈.
‘이런 상태로 싸웠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가진바 재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온 셀리나였다.
그런데 처음이었다.
이러한 상태의 부상은 정말 처음이었다.
애초에 이건 살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건 진즉에 쓰러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싸워야 할 이유가 대체….
‘나를 구해 주기 위해서…?’
셀리나의 정신이 멍해졌다.
시우를 바라보는 셀리나의 눈빛.
그 안으로 갖가지 감정이 스쳐 갔다.
그 순간.
“미안한데….”
시우가 힘겨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말을 하는 것조차 버거운 것일까.
시우의 얼굴은 고통에 와락, 일그러져 있었다.
셀리나는 시우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
“나한테서 좀 멀어져 주지 않을래?”
“……?”
셀리나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좌로 기울어졌다.
멀어져 달라니?
누가? 내가?
내가 멀어져 달라고?
그러니까 꺼져 달라는… 뜻?
“지금 가뜩이나 몸이 안 좋은데, 네가 가까이 있으니까 속이 뒤집─ 우욱!”
갑자기 시우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걸까.
“우웨엑!”
시우가 속의 것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노란 위액이 묻어나와 바닥으로 흘러 떨어졌다.
아까 전.
셀리나를 보고 모두 게워 냈기 때문이라.
“…….”
셀리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냥….
“우웩!”
촉촉한 젖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올랐다.
왜인지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
내가… 내가 뭐가 그렇게 못났는데.
얘는 대체 내가 뭐가 그리 못났다고 이러는 건데.
너무나 서운했다.
진짜, 진짜로 서운했다.
누군가 툭, 건들면 그대로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얘는 왜 저렇게까지 나를 싫어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거면 대체 왜 구해 준 건데.
이럴 거면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대체 뭐 하러 구해 준 건데?
그래, 그럼 되었겠네.
그냥 죽게 내버려 두었으면 되었겠네!
그럼 역겨운 얼굴도 보지 않게 되고 좋았겠네!!
이렇게 나를 보며 토할 필요도 없이 정말 좋았겠네!!!
그런데 왜 나를 구해 줬담?
몸 상태가 이 지경이 되어가며 왜 나를 구해 줬담?
그래서 왜 싫은 내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거람!
누구는 정말 걱정이 되는 마음이 한가득인데.
쟤는 이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응? 아, 아, 아니….
이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우웨엑!”
…이씨.
“네 마음대로 해!”
셀리나는 소리를 빼액, 지르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 * *
홱! 돌아서는 셀리나의 뒤로 은발의 머릿결이 휘날렸다.
흩날리는 달빛의 향기.
그것은 굉장히 신비스러우면서도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웬걸.
“이럴 거면 왜 구해 준 건데!! 이씨! 몰라! 너 알아서 해! 죽든지 말든지!”
어째서인지 화가 잔뜩 난 셀리나였다.
셀리나는 쿵쿵! 바닥을 내리찍으며 시우에게서 멀어졌다.
“…왜 저래?”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다.
물론 먼저 멀어져 달라고 부탁한 건 시우이긴 했다만.
“화낼 것까지는 없지 않나?”
그런데 저렇게 화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화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셀리나가 멀어진 덕분일까.
“이제 좀 살 것 같네.”
속이 금방 진정되었다.
그러니까 날뛰던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이 금방 진정되었다.
“아윽…!”
하지만 그만큼 다른 쪽의 통증이 극심해졌다.
시우의 몸이 다시금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머리를 쥐어 짜내는 듯한 현기증에 정신을 빼앗길 것 같았다.
“역시… 아직도 반동이 어마무시하구나.”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반동이었다.
아니,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반동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괴성혼령격까지 더 해졌으니….”
괴성혼령격(怪聲魂靈擊).
처음 시전한 초식의 반동은 상상을 초월해 있었다.
“위력도 상상을 초월해 있긴 했다만.”
어쨌든.
그 때문에 몸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당장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반동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애초에 시우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반동만으로도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루도레아의 성물과 백선평의 희생.
이 두 기적이 없었다면 시우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의 반동만 해도 이 정도였다.
여기에 괴성혼령격(怪聲魂靈擊)의 반동까지 더 해진 상황.
“몸이 안 찢어진 것만으로도 다행인 건가.”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아마 예전이었다면 분명 기절했을 반동이었다.
아니, 예전까지 갈 것도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대로 까무러쳐 기절했을 터였다.
“나름 버틸 만하긴 하네.”
지금은 버틸 만했다.
몸이 만신창이긴 했다.
하지만 사실 이건 게으른 원숭이에게 당한 상처였다.
반동으로 인한 상처는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몸이 확실히 달라지긴 했구나.”
환골탈태(換骨脫胎).
히드라의 맹독[猛毒](SS+)을 바탕으로 환골탈태를 이룩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불완전했으나 그 불완전도 어마어마한 성취였다.
“완전한 환골탈태는 어느 정도인 건데?”
정말이지 상상이 불가했다.
진짜로 헤라클레스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띠링!
[미래시[未來視](SR) 숙련도 90.1%[+8.2%]>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100%[+6.87%]> [무력[武力](SSR) 숙련도 96.8%[+6.2%]> [무아전위[無我全爲](SSR) 숙련도 92.5%[+8.4%]> [홍염[紅炎](SSS) 숙련도 20.7%[+4.4%]>“많이도 올랐네.”
많이 오른 정도가 아니라 폭발적으로 올라 있었다.
특히나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그 숙련도가 100%에 달해 있지 않은가.
“환골탈태가 진짜 개사기이긴 한 모양이네.”
시우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내 시우는 망막 위로 떠오른 알림창을 껐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다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시우가 멈춰 선 곳.
꾸물꾸물.
그곳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널브러져 있었다.
검은색 액체 덩어리의 무엇.
“…냄새가 심하네.”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가까이 가기가 상당히 꺼려질 정도로 지독한 악취였다.
서아의 세계관으로 표현하자면….
‘있지, 오빠! 한 번도 씻지 않은 사타구니 냄새가 나!’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었다.
실로 지독한 악취.
하지만 역병의 악취와는 사뭇 달랐다.
“게을러서 씻지도 않은 건가.”
또한 악취가 날 뿐 딱히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렇기에 이건 역병이 아니었다.
따라서 마르바스는 더더욱 아니었다.
더 이상 악마라 할 수조차 없었다.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흉물.
반대로 물건이라 하기엔 생명이 있었다.
하여, 생명은 있으나 자아는 없는 무엇.
“게으른 원숭이…라고 했었지.”
게으른 원숭이.
시우와 싸웠던 정체불명의 악마였다.
확실히 같은 판데모니움의 상처급 간부라는 걸까.
게으른 원숭이는 미친 여우와 비슷한 최후를 맞이해 있었다.
시우는 꾸물거리는 덩어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강대했던 악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런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 세상 모든 재능을 부여받은 악마.
게으른 원숭이는 정말로 강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사용했음에도 부상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전력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쓰러뜨릴 수 없는 악마였다.
아니, 원래라면 시우가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는 악마였다.
모든 재능을 부여받은 악마.
아무런 재능도 부여받지 못한 인간.
그 결과가 어떨지 뻔하지 않은가.
그러나 막상 까 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게으른 원숭이는 시우의 손에 쓰러졌다.
그 때문일까.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부여받아 버렸으니 말입니다.]제갈공명의 말이 환청처럼 스쳐 지나갔다.
여전히 난해한 말이었다.
여전히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제갈공명의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이 시우 선생님이 갖는 신격(神格)의 방향성입니다.]시우는 어렴풋하게나마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우는 말없이 꾸물거리는 게으른 원숭이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잡하게 흩어진 건물의 잔해.
경악 어린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카메라로 시우를 찍고 있는 김이준.
그런데 쟤는 이 상황에서도 영상을 찍고 있는 건가.
카메라맨이 숭고한 사명이니 뭐니.
허투루 한 말은 아닌 듯 싶었다.
어쨌든.
주변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게으른 원숭이와 같이 있던 또 다른 악마.
검은 소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가망이 없다 생각해 진즉에 몸을 내뺀 것일까.
“…도망쳤나 보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쫓아가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쫓아갈 상태도 아니긴 했다.
“어쩔 수 없나.”
시우는 아쉬운 마음을 털어 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휘유~! 아주 제대로 한바탕했구만.]한쪽에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영상 통화를 안 끊고 왔던 것 같았다.
셀리나의 워낙 위험해 보여 통화를 끊을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시우가 싸우는 장면을 모두 지켜본 것일까.
[빌빌거리던 멸치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괴력난신도 거뜬하고. 벌써 3초식도 사용하고. 많이 컸어. 하하핫!]헤라클레스는 대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4D 서라운드 입체 화질로 실체화된 터라 전투의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본 것 같았다.
그 때문일까.
[조금 더 운동 강도를 높여도 되겠는데?]실로 끔찍한 말이 들려왔다.
[나와 비슷하게 운동해도 될 것 같은데?]끔찍한 정도가 아니라 흉악했다.
헤라클레스랑 비슷한 수준의 운동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그건 운동이 아니라 고문이지 않은가.
아니, 고문도 아니었다.
일종의 살해 행위에 가까웠다.
미필적 PT에 의한 살인.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시우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왔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듣지 않았다.
시우의 새로운 운동 루틴을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숙련도 100%에 달한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기존의 운동 방법으로는 더 이상 올릴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헤라클레스와 비슷하게 운동할 때가 되긴 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나는 영상 통화를 끊지 않았던 걸까.
아무리 급해도 그 잠깐의 틈은 있지 않았는가.
왜…?
대체 왜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었다.
“…….”
시우는 멍하니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그 순간.
[자, 자네…!]또 다른 목소리가 시우의 정신을 일깨웠다.
헤라클레스와 같이 있었던 또 다른 갓튜브의 인물.
[어떻게… 어떻게…?]솔로몬은 상당히 놀란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로몬 역시 시우의 전투를 모두 지켜본 것 같았다.
[말도… 말도 안 되네! 어떻게… 대체 어떻게…!]솔로몬은 상당히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만큼 시우의 무력에 놀란 것 같았다.
뭐, 헤라클레스도 대견해할 정도였으니 이해 못 할 거 아니었다.
하지만 왜일까.
그걸 감안해도 솔로몬이 느끼는 충격은 조금 과했다.
솔직히 저렇게까지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아스타로스를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가!!]솔로몬의 경악 어린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