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
3화.
지옥의 이명처럼 길게 울리는 괴음.
그것은 던전의 메아리를 타고 고막을 때려왔다.
“뭐, 뭐야?”
“지금 이건….”
청각을 마비시키는 듯한 괴성에 앞서 걸어가던 도철과 헌터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두가 시선을 들어 앞선 어둠을 바라봤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수 십쌍의 붉은 광채가 번뜩였다.
붉게 타오르는 안광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광기에 휩싸일 것만 같았다.
근육은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날카롭게 선 정신이 몸을 옭아맨다.
이내 모습을 드러낸 건 한 마리의 아라크네.
그러나 일반적인 아라크네와는 그 크기부터가 남달랐다.
“엘리트 몬스터다!”
엘리트(Elite) 몬스터.
조금 더 정확한 개념으로 말하자면 변형 몬스터의 종류였다.
그런 변형종들 중 하나가 바로 엘리트종.
한마디로 저건 기존의 아라크네가 변형을 일으킨 엘리트종이라 할 수 있었다.
엘리트종은 경우마다 또 몬스터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대체로 엘리트종은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분류된다.
즉, C+등급인 아라크네의 엘리트라면 최소 B-등급.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엑!!”
새까만 증오가 기지개를 피듯.
의식이 저만치 날아갈 것만 같은 싸늘한 오한이 느껴진다.
죽는다, 라는 생각이 시우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헤집었다.
그러나 시우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저게 아니야.’
눈앞에 보이는 엘리트 아라크네는 실로 끔찍했다.
그럼에도 아니었다.
몬스터를 공포에 질리게 한 존재는 아니었다.
애초에 엘리트종이라고 한들 결국은 같은 동족이다.
아라크네가 같은 아라크네를 보고 공포에 질려 도망친다?
사마귀과인 맨티스종이라면 또 모를까.
거미과인 아라크네종은 절대 그럴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하나.
저 엘리트 아라크네 또한.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뜻이다.
쿵쿵쿵!
엘리트 아라크네가 8개의 다리를 사방팔방으로 찍어대며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당장 꺼지라는 제스처였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대열 갖춰! 뒤로 물러난다!”
도철이 크게 소리쳤다.
그 내용은 싸움이 아닌 회피.
엘리트 아라크네는 B-등급의 몬스터.
그리고 B-등급의 몬스터면 B급의 헌터 정도는 되어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도철 이라면 엘리트 아라크네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이라는 건 단순히 등급 놀이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쿠르르르르릉…!!
일순간 지진과도 같은 진동이 터져나왔다.
“앗!”
“어엇…!”
도철을 비롯한 헌터들이 균형을 잃으며 휘청거렸다.
헌터의 발달된 감각으로 균형을 잡았지만, 던전 전체를 잡아쥐고 흔드는 듯한 진동에 자꾸만 자세가 무너졌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반면에 엘리트 아라크네는 건재했다.
커다란 크기와 8개의 다리를 쿵쿵쿵!
사방으로 찍어대며 무리 없이 균형을 잡았다.
싸움은 여러모로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도철은 베테랑이라 불리는 B급의 헌터라는 것일까.
“등을 보이지마! 정면으로 응시하며 물러나!”
실력적인 자만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다.
‘차라리 다행이야.’
시우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변형종인 엘리트 아라크네의 등장에 위험한 상황인 건 맞았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망칠 수는 있었다.
엘리트 아라크네가 위협적이긴 했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만일 여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더라면.
그리하여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했더라면.
엘리트 아라크네마저 도망쳐야만 했던 미지의 존재를 마주했더라면.
그땐 정말 모든 것이 끝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쿵쿵쿵!
터져나오는 괴성과 진동.
시우는 황급히 상념을 털어내었다.
사실 지금도 썩 괜찮은 상황은 아니다.
도망칠 가능성이 있다뿐.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임은 똑같았다.
시우는 대열을 갖추며 물러나는 도철에게 합류했다.
그렇게 합류하려던 바로 그때.
쿠르르르릉…!
크나큰 지진이 일며 대형이 크게 흐트러졌다.
“이런 젠장!”
다시 한 번 도철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외침은 아까보다 더욱 거칠어져있었다.
이렇게 완전히 균형이 무너지면 거진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누군가 미끼가 되어 시선이라도 끌어준다면….
바로 그때. 도철의 시선에 들어온 한 사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커헉!
시우의 입에서 고통 어린 신음이 터져나왔다.
흔들리는 시우의 눈빛을 바라보며 도철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네가 제대로 조사 안 해서 여기에 온 거잖아. 그러니 네가 책임져야지.”
이런 개─.
시우의 목구멍 끝까지 욕지거리가 치밀어올랐다.
그러나 통증에 차마 내뱉어지지가 않았다.
콰당탕!
시우의 몸이 바닥으로 거칠게 쳐박혔다.
쿵쿵쿵! 뒤쪽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진동.
당장이라도 일어나야한다.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커허헉!”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조금씩 흐려지는 정신.
시우는 볼 안쪽을 씹었다.
입가로 퍼지는 비릿한 혈향.
흐려지던 정신이 번쩍인다.
“키에에에에에엑!!”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엘리트 아라크네를 마주할 수 있었다.
도망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도망친다한들 의미가 있을까.
시우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
각성자로서 일반인보다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다 정도?
도망친다한들 얼마 못 가 엘리트 아라크네에게 잡아 찢겨질테지.
시우의 사고가 맹렬히 회전한다.
지금 코앞까지 다가온 엘리트 아라크네.
사실 이 아라크네는 사냥의 목적이 아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그 길목에 시우가 있어서 치우려는 것뿐.
그러니 안쪽으로 들어간다면?
저 아라크네가 도망쳐야만 했던 존재를 향해 뛰어간다면?
그런데… 그게 정말 맞는 걸까?
일순간 작은 망설임이 인다.
어쩌면 내가 착각을 한 것이 아닐까?
엘리트종인 아라크네가 공포에 질리는 존재라니.
그런 존재가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필사적으로 도망쳐야하는 것이 아닐─.
“키에에에에에에엑!!”
정말이지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어차피 엘리트 아라크네를 뿌리칠 수도 없는 몸.
‘안쪽으로!’
생각과 동시에 시우가 역방향으로 몸을 내던졌다.
콰앙! 하는 굉음.
슬쩍, 뒤돌아본 시선.
방금 전까지 시우가 있던 자리에 엘리트 아라크네의 커다란 다리에 찍혀들어가 있었다.
거미 특유의 수 백쌍의 눈들이 비쳐보인다.
새빨간 광채를 발하며 번뜩이는 살기.
그 모든 것들이 오롯이 시우를 향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시우는 필사적으로 던전 안쪽으로 내달렸다.
* * *
결과적으로 시우의 선택은 옳았다.
시우가 던전 안쪽으로 뛰어간 순간.
엘리트 아라크네는 더 이상 시우를 따라오지 않았다.
시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행히 시우의 가설이 맞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다행이… 맞는 건가?”
그런데 이게 다행인가?
아니, 이 말은 즉.
지금 이 앞에는 엘리트 아라크네마저 공포에 질린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늑대를 쫓아내려고 호랑이 굴로 기어들어 온 셈인데 이거?
그리고 이렇게 된 건 모두 한 명 때문.
“강도철. 이 개새끼가!”
진짜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절로 이가 뿌드득, 갈렸지만 차분히 냉정을 유지했다.
지금은 살아야 할 때였으니까.
일단 살아야 복수를 하든 말든 할테니까.
“하아….”
자연스레 새어나오는 한숨.
시우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다 잡았다.
그 왜. 옛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호랑이가 아직 조선 땅에 살고 있을 시절.
정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 정신 차리고 살아나온 사람이 있으니까 나온 말이 아니겠는가.
“진짜겠지…?”
옛 조상들의 지혜를 믿어보자.
아니, 정신을 바짝 차려보자.
시우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무턱대고 움직이지 말자.”
어쨌든 엘리트 아라크네는 도망쳤다.
그리고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우의 가설이 맞다면 말이다.
또한 역시나 시우의 가설이 맞다면 여긴 호랑이 굴이다.
이 앞에는 무시무시한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 굴 입구에만 서성이면 괜찮지 않을까?
호랑이의 심기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
콰콰콰쾅!
─기는 개뿔이 무슨.
“커허헉!”
바로 옆에서 터져나온 폭발에 시우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내뱉어진 신음과 함께 또 다시 콰당탕!
시우의 몸이 던전 끝까지 날아가 벽에 쳐박혔다.
“카흑…!”
어마어마한 충격에 신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뼈마디 몇 군데가 부러진 것 같았다.
아니면 관절이 비틀렸거나.
일반인이었다면 그대로 기절하거나 어쩌면 죽었을지도.
그래도 꼴에 각성자라고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일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시우는 이 말이 얼마나 개소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호랑이한테 물리면 죽는데 뭔놈의 정신을 차린단 말인가!
“아윽…! 컥!”
정신을 차리면 고통만 더 생생히 느낄 뿐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차라리 기절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면 이 끔찍한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시우는 끝내 정신을 놓지 않았다.
여기서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거니와.
‘사람…?’
시우 옆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우와 같이 쓰러져있는 누군가.
‘강도철… 은 아니겠지.’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여기에 있을리가.
애초에 인상부터가 강도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 보이는 나이대.
금발에 어딘가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사내라는 점만 같을 뿐.
여러모로 강도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무엇보다 들려온 목소리.
목소리…? 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했다.
귀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직접 목소리를 전달받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목소리라기보다는… 어떤 의지라 할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 아니, 저한테 하는 말입니까?
시우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통증으로 일그러진 입가는 끝내 벌어지지 않았다.
[정말 염치없지만, 이걸 부탁할게.]이번엔 또 무슨 소리입니까?
시우는 묻고 싶었지만 역시나 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금발의 사내는 시우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시종일관 정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애써 시우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시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에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어디에 숨겼지?]또 다시 들려온 의지와 같은 목소리.
그리고 그건 시우 옆에 있던 사내의 것이 아니었다.
사내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
그곳에서 백발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발의 사내와 정면의 백발의 사내가 두 눈을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타닥!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며….
아니, 거리가 좁혀졌다는 인식조차 할 수가 없다.
시우가 두 눈을 깜박였을 때.
둘은 이미 서로를 향해 공격을 내지르고 있었다.
꽈아아앙! 꽈아앙!
공격 간의 충돌이 공간을 뒤흔든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진동이 터져나온다.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쿠르르릉…!
던전 전체로 거대한 지진이 일었다.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지진의 원인이 바로 저 둘이었던 듯 싶었다.
‘이, 이게 무슨….’
시우는 저도 모르게 정신이 번쩍, 뜨여졌다.
지금 싸우고 있는 저 둘의 모습.
꽈아아앙!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그렇기에 장담할 수 있었다.
아라크네는 물론 엘리트종마저 공포에 질리게 한 압도적인 존재.
‘저 둘이다.’
그 존재가 바로 저 둘임을.
꽈아아앙! 꽈아앙!
공간이 터질듯한 충격이 연이어 터진다.
그것은 시우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소리가 터져나옴에 공격이 행해졌구나.
둘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구나.
그렇게 인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쩌어어어어엉!
세상을 뒤흔드는 듯한 충격.
그로써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착각.
그리고 화르르르르륵!
어마어마한 열기가 터져나왔다.
[태초의 불꽃!]단말마와도 같은 외침이 백발의 사내에게서 들려왔다.
화르르르르륵!
열기는 끝을 모르듯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공기 중의 물 분자들이 일시에 증발하며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대지의 수분이 모조리 빨려나가며 쩌저적, 갈라진다.
억겁의 화마.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모조리 불살라버렸다.
[이러면 네 놈도 무사하지 못함을 모르나!!] [상관없어.]금발의 사내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다름 아닌 시우가 쓰러져 있는 곳.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니까.] [가능성?]일순간 백발의 사내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금발의 사내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서야.
백발의 사내는 시우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었다.
백발의 사내가 고개를 홱, 돌려 금발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네놈 설마…!]터져나오는 경악의 물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키이이이이이잉─!
화마가 공간을 집어삼키며, 짙은 이명이 들려온다.
아득한 정신 너머.
화르르르르륵!
억겁의 화마는 끝내 모든 것을 불살라버렸고.
두 사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남은 것은 오직 텅 빈 공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였다.
“이게 뭔… 커헉!”
치미는 격통에 시우의 몸이 크게 꺾였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현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 순간 시우의 시선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들어왔다.
바닥에 놓여 있는 무언가.
손바닥에 잡힐 정도의 작고 네모난 물건.
“스마트… 폰?”
영락없는 스마트폰이었다.
순간 ‘내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시우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는 기종이 달랐으니까.
이건 꽤 최신식의 스마트폰.
시우가 사용하는 건 구닥다리의 스마트폰이었다.
시우는 홀린 듯이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바로 그 순간.
띠링!
[새로운 관리자를 확인합니다.> [접속 경로 확인 중… 완료.> [관리자 후임 승계.>화면 위로 떠오르는 무수한 알림창들.
일순간 멍해지는 정신.
[갓튜브(GodTube)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리자님.>“갓튜브…?”
이게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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