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역병으로 물든 하늘.
스트리밍 방송으로 지켜보던 전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가 숨을 죽였다.
악마와 인간의 처절한 사투.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가슴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하여 시우가 마르바스를 향해 쏘아져 나갔을 때.
나아가 시우가 마르바스의 어깨를 움켜쥐었을 때.
“됐어! 됐다고!”
“가라 맹시우 헌터! 해치워 버려!”
사람들은 환희의 기쁨을 터트렸다.
시우가 저 악마를 해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곧 다시 절망으로 변질되어 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말로 짧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렀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아주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시우의 몸이 하늘 아래로 추락했다.
마르바스를 억압하고 있던 시우의 손은 힘을 잃어버렸다.
영상 너머.
추락하는 시우의 몸은 신화 속 이야기의 인물과 겹쳐 보였다.
인간의 몸으로 신(神)에 다가서려 했으나 끝내 다가서지 못한 인간.
그리하여 파멸과 파국을 맞이하는 가엾은 인간.
“아, 안 돼….”
“결국…. 결국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었다.
시우조차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악(惡).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아닙니다…. 맹시우 헌터가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아나운서가 소리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애써 긍정 어린 소리를 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또한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희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시우는 쓰러졌고.
악(惡)은 건재하다.
결국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저 끔찍한 악마를 이길 수는 없었다.
떨구어진 사람들의 고개는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눈을 감아 비참한 현실을 외면할 뿐이었다.
그 순간.
[끄으, 끄아아아아아아!!!]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시우의 것은 아니었다.
시우는 하늘 아래로 추락해 정신을 잃었으니까.
비명을 지를 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누가…?
-맹시우 헌터는 지지 않았습니다!!
아나운서의 외침이 다시 한번 들려온다.
그리고 이번엔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떠 보였다.
영상 너머.
[이, 있을 수 없는…! 끄아아아아아아아악!!]악마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검은색과 녹색이 뒤엉킨 마력이 다우 신 사야마의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무, 무슨…?”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늘이…! 하늘이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아나운서의 외침이 들려왔다.
“뭐…라고?”
“지, 지금 뭐라고…?”
사람들의 시선이 영상의 배경으로 향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진녹색으로 물들었던 역병의 하늘이 사라지는 모습을.
오염되었던 하늘이 정화되어 푸른색을 되찾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하여 하늘 너머.
내리쬐는 찬란한 태양의 광휘를 볼 수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엑─!!
역병의 마물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심연 속에서 튀어나온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마물들과 악마들.
그리고 악마군단장들.
부정한 존재들이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군주와 똑같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 빛.
사아아아….
역병의 군단들이 잿더미로 화하며 소멸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열렸던 마경이 닫힌다.
번졌던 심연이 사라진다.
뒤집어졌던 만경(萬景)이 다시금 질서를 찾아간다.
푸르른 하늘. 노란빛의 태양.
황토빛의 대지.
현상 세계의 법칙이 자리를 찾으며 오감의 현실이 되돌아온다.
실로 아름다운 풍경이자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세계였다.
그리고 없었다.
세상 전체를 악(惡)으로 물들 것만 같았던 악마.
가히 신(神)과 같았던 절대적인 악(惡).
…없었다.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악마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말의 의미하는 바는 하나.
-맹시우 헌터가…. 맹시우 헌터가…!!
아나운서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떨리는 목소리는 흥분과 더불어 눈물을 머금어 울먹거리고 있었다.
목이 메어 말이 쉬이 내뱉어지지 않는다.
잠깐의 정적.
-맹시우 헌터가 승리했습니다!!!!!
격한 흥분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져 나갔다.
그리하여 온 세상이 정지했다.
귓가로 들려온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해 모두가 가만히 서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구 전체가 격렬한 환호성으로 들썩거렸다.
* * *
중동과 서아시아에 위치한 국가, 이스라엘.
오래전, 위대한 통치자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고 통합한 국가.
그리하여 그의 아들, 솔로몬이 번영을 이룬 국가.
오늘날, 이스라엘하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예루살렘(Yerushalaim).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총본산이자 성지.
예루살렘은 과거, 다윗이 중건하여 솔로몬이 발전시킨 유대인들의 성지였다.
그러나 솔로몬이 말년에 축첩질을 일삼으며 맛탱이가 가 버린다.
결국 이스라엘은 솔로몬 사후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
바빌로니아 제국에 의해 복속되며 잠시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이후 헬레니즘 시대를 겪으며 로마 제국이 대두.
그리고 로마의 치세가 이어지던 와중에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안타깝게도 십자가에 못 박혀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부활.
이때부터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성지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후, 로마 제국은 페르시아에게 멸망한다.
나아가 페르시아는 로마가 다스리고 있던 예루살렘을 복속.
예루살렘에서 살고 있던 유대인들을 모조리 추방한다.
이때, 페르시아는 예루살렘을 본인들의 성지로 선포.
예루살렘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하여 신을 영접한 곳으로 여겨지며 이슬람교도의 성지가 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같은 뿌리를 지닌 세 종교가 역사적으로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
그리하여 예루살렘 안에는 각 종교에서 성지(聖地)라 말하는 곳이 3가지로써서 각기 따로 존재했다.
유대교의 통곡의 벽(Wailing Wall).
기독교의 거룩한 무덤 성당(Church of the Resurrection).
이슬람의 알-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
예루살렘 안에는 각기 다른 성지가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이곳.
다윗이 중건하고 솔로몬이 확립한 성지.
유대인들의 피로 얼룩진 항쟁의 역사가 기록된 성지.
통곡의 벽(Wailing Wall).
“대제사장님.”
유대교의 대제사장, 예미레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예미레야는 정갈한 법복을 가다듬었다.
여타 다른 사제들과 함께 곧 있을 성전의 의식을 준비했다.
그 순간.
“미얀마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멈칫.
예미레야의 몸이 굳어졌다.
이윽고 예미레야가 주변으로 눈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의식을 준비하던 사제들이 뒷걸음질 치며 자리를 물러났다.
사제들이 모두 물러간 뒤.
“마르바스는 분명 부활했을 텐데.”
대제사장, 예미레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맹시우 헌터가 마르바스를 쓰러뜨렸습니다.”
“…뭐라?”
예미레야의 두 눈이 순간 놀람으로 떠졌다.
신을 믿는 사제로서.
나아가 대제사장으로서.
절대로 품지 말아야 할 감정이 가슴 깊이 떠올랐다.
불신(不信).
“…….”
예미레야는 살며시 두 눈을 감았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잠깐의 정적.
“그분께서는 어찌 되었지?”
예미레야는 다시 눈을 뜨며 물었다.
“마르바스가 쓰러지고 가까스로 자리를 피하셨다고 합니다.”
예미레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보고를 마친 사제가 천천히 물러갔다.
예미레야는 떠나는 사제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몸을 돌렸다.
제구의 접시에 담겨진 깨끗한 물을 바라봄에 그 안으로 예미레야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잔잔한 물에 떠오르는 예미레야의 얼굴.
“죄를 속죄받지 못한다면….”
유대교의 대제사장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용서를 구하는 수밖에.”
예미레야는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 * *
미얀마를 악(惡)으로 물들였던 악마.
마르바스가 끝내 쓰러지고 미얀마는 다시금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미얀마에 집중되었다.
사태가 끝난 직후의 상황.
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언론 기자들이 미얀마로 모여들었다.
-저는 현재 미얀마 양곤 도시에 나와 있는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뒤덮었던 역병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속보입니다. 셀리나 공녀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다만, 기력이 많이 쇠해져….
-다우 신 사야마 님의 목숨은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
-전 세계 각국에서 미얀마로 구호 물품들을 보내….
세계 각국의 모든 방송들이 미얀마의 실황 중계로 편성되었다.
정규 방송들은 물론 유투브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전 세계의 모든 매체들이 미얀마의 상황을 다루었다.
당연하게도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시야를 빼곡히 채운 방청객.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를 다루고 분석하는 이슈채널I. 저는 이슈채널I의 진행자입니다.”
깔끔한 인상의 사내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한국 방송 업계의 정점에 서 있는 국민 MC.
“오늘은 세간을 화끈하게 달구었던 사건이었죠. 미얀마의 발생한 암흑 역병 사태에 대해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암흑 역병(Shadow Plague)사태.
미얀마에서 벌어진 실로 참혹한 재앙.
“진행에 앞서 이번 진행을 도와주실 게스트 분을 소개해 드려야겠죠.”
진행자의 말과 함께 방청객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진행자는 약간의 텀을 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시죠.”
여기저기서 추측성의 말들이 새어 나왔다.
알쏭달쏭한 표정과 더불어 궁금증이 극에 달했다.
“검선 님의 아드님으로도 유명하시죠.”
아!
그때서야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진행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한국의 시찰국장을 역임하고 계신, 백선제 국장님을 모셔 봤습니다!”
짝짝짝짝짝짝!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방청객들 사이에서 커다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선한 인상의 미중년.
백선제가 무대 뒤편에서 걸어 나왔다.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시찰국장을 역임하고 있는 백선제라고 합니다.”
짝짝짝짝짝짝!
백선제의 소개에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행자는 박수 소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역시, 국장님의 인기는 언제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신뢰가 안 갑니다만.”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백선제와 진행자는 유쾌하게 한 번 웃어 보였다.
“그보다 다시 업무에 복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부상은 다 회복하신 겁니까?”
“네. SH병원의 훌륭한 의료진들 덕분에 지금은 멀쩡합니다.”
백선제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 모습에 진행자가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SH병원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국장님.”
“예. 말씀하시죠.”
“국장님과 SH그룹의 회장님과의 열애설. 이거 정말 사실입니까?”
백선제의 얼굴이 순간 당황으로 물들었다.
두 눈이 갈피를 잃으며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올랐다.
“그, 그건….”
백선제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 말했다.
“사실이… 아닙니다.”
“그 말씀은, SH그룹의 회장님과 별다른 교류가 없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백선제는 답을 회피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행자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이 이상으로 캐묻는 건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사실 대놓고 물은 것부터가 예의가 아니었다.
진행자로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두 커플을 지지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진행자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뭐.
“미, 민아 씨와는 절대 그렇고 그런 관계가….”
그 답을 알 것만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분위기도 풀어진 것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죠.”
진행자는 분위기를 전환하며 큐카드의 내용을 넘겼다.
“오늘 다룰 세간의 화제는 미얀마에 발생한 암흑 역병 사태입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맹시우 헌터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지켜봤으니, 아마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행자는 당황하는 백선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해서 본 채널에서는 영상만으로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시찰국장님께 여쭤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하얀 악마 가면의 존재입니다.”
“맹시우 헌터를 막아섰던 존재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에 대해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만, 이 중 가장 대두되는 건 역시 붉은 그림자입니다. 해서 국장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혹시 그자는 붉은 그림자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백선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방청객 사이로 작은 동요가 일었다.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서울의 재앙 당시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으나 그 존재는 아직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또한 이 당시 붉은 그림자를 막아섰던 남자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맹시우 헌터와 더불어 붉은 그림자를 막아선 금발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백선제는 솔직하게 답을 했다.
숨길 이유도 없었고 애초에 전 세계의 모두가 지켜본 영상이다.
숨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그는 대체 누구인 겁니까? 그리고 왜 맹시우 헌터를 도와준 것입니까?”
이어진 진행자의 물음.
“그의 정체는….”
백선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