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붉은 그림자의 진짜 목적.
시우는 곧 이어질 다우 신 사야마의 말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우 신 사야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판데모니움과는 다른 목적을 품고 있었느니라.”
“…예?”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 그림자는 판데모니움의 지배자다.
그런 붉은 그림자가 판데모니움과 다른 목적을 띠고 있었다니?
“그는 강대한 악(惡)의 힘을 바라고 있었느니라.”
강대한 악(惡)의 힘?
“마르바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황상 마르바스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붉은 그림자가 다우 신 사야마를 제물로 삼아 마르바스를 부활시키기도 했고 말이다.
붉은 그림자가 다우 신 사야마를 타락시킨 것도 아마 이 때문이지 않았을까.
시우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아니니라.”
다우 신 사야마가 고개를 내저었다.
“마르바스보다 더욱 강대한 악(惡). 마르바스라는 악마조차 한낱 제물로 삼을 정도의 실로 강대한 악(惡)….”
다우 신 사야마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왜일까.
다우 신 사야마의 얼굴로 자그마한 공포가 떠올랐다.
“과거의 마왕조차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정도의 악(惡)이니라.”
“……예?”
시우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르바스를 제물로 삼는 악(惡)이요?”
나아가 과거 마왕조차 범접할 수 없는 정도의 악(惡)이라니?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느니라.”
다우 신 사야마가 살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답을 하는 다우 신 사야마조차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보아하니 다우 신 사야마의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마르바스.
다우 신 사야마와 합일되었던 마르바스의 기억과 정신.
그것이 주는 정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음….’
시우는 가벼이 넘겨 흘릴 수가 없었다.
어째, 정신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마르바스와 바엘마저 뛰어넘는 강대한 악(惡).
‘…뭐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바엘보다 상위 격의 악마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우는 살짝,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어깨에 기대어 있는 셀리나를 바라봤다.
루도레아의 증손녀, 셀리나.
혹시 루도레아에게 들은 말이 없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13인의 영웅 중 오직 루도레아만이 마왕이 최강도, 마지막도 아니라는 말은 남겼었다.
아마 루도레아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셀리나라면 넌지시 루도레아에게 들은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할머니가 해 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말이다.
시우는 약간의 기대를 품으며 셀리나를 바라봤다.
“응? 갑자기 왜 그렇게 쳐다봐?”
셀리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왔다.
딱 보아하니….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네.’
보다 정확히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그렇게나 예뻐?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아이 참,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영웅분들이 있는데…. 히힛!”
…에휴, 됐다.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어쨌거나 붉은 그림자가 판데모니움과 많은 관련이 없다는 건데….’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그러했고 시우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우 신 사야마의 말에 따르면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판데모니움과 붉은 그림자.
이 둘은 별개의 목적성을 띠고 있다.
보다 정확히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
‘그럼 판데모니움의 목적은 무엇이었던 거지?’
판데모니움의 상처급 간부이자 7대 죄악.
그들은 어떤 목적으로 판데모니움을 세운 걸까.
그리하여 금발의 남자는 왜 그런 판데모니움을 배신한 걸까.
붉은 그림자는 또 그들과 어떤 연관이 있었던 걸까.
판데모니움과 붉은 그림자 그리고 금발의 남자.
서로 다른 목적과 존재들.
‘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가려졌던 정체와 정보가 밝혀졌으나 그것은 더 큰 의문과 혼란을 낳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로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였다.
그럼 남은 건 하나.
‘갓튜브의 인물들한테 물어봐야 하나.’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노타우로스의 뿔도 단김에 뽑아 찢어 버리랬다고.
‘지금 바로 물어봐야겠다.’
질질 시간 끌어서 좋을 건 하등 없었다.
‘일단 솔로몬한테 물어보자.’
악마 박사라 불리는 솔로몬.
솔로몬이라면 바엘보다 상위 격이 악마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터였다.
마르바스의 정체도 단번에 알아내지 않았는가.
다만, 여기서 연락하기엔….
‘나가서 하자.’
물론 솔로몬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혼자 중얼거리는 시우를 이상하게 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헤헷! 내가 그렇게나 예쁜 거야?”
이 천덕꾸러기 때문에라도 안 되었다.
반짝거리는 붉은 눈동자.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발의 머리.
솔로몬이 셀리나를 보고 또 어떤 욕정을 품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실례지만, 전 잠시 밖에 좀 나가보겠습니다.”
시우는 두 영웅에게 양해를 구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엣?!”
그런데 정작 셀리나가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갑자기 어, 어딜 가는데.”
또한 굉장히 아쉬운 얼굴로 시우를 불러 세웠다.
“산책.”
“산책? 방금 깨어난 애가 갑자기 무슨 산책이야?”
셀리나가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해 왔다.
그런데 얘.
‘방금 전까지 나 따위 어떻게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하여간, 알다가도 모를 셀리나였다.
그리고 뭐.
셀리나의 말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막 깨어난 시우는 산책을 할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저 둘러댈 말이 없어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시우는 몸을 일으켜 옷을 단정히 다듬었다.
“나도 같이 가.”
그러자 셀리나가 같이 몸을 일으켰다.
“안 돼.”
시우는 단호히 말했다.
지금 누구 때문에 밖에 나가는데 따라온단 말인가.
“왜!”
“왜긴 왜야. 안 되면 안 되는 줄 알아.”
“그런 게 어딨어! 아까는 나보고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그랬잖아.”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마따나 그게 당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셀리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도 갈 거야!”
그냥 막무가내였다.
어떻게든 시우와 같이 산책하려는 기색이었다.
“안 된다고 했어. 혼자 산책할 거니까 따라오지 마.”
시우는 더욱 단호히 말을 해 보였다.
그런 시우의 세상 단호한 모습 때문일까.
“…이 씨!”
셀리나가 삐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동시에 꽤나 화가 난 듯 싶었는데….
아니, 화가 났다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왜 안 되는데!”
굉장히 서운해하는 것 같았다.
나아가 지랄발광을 일발 장전해 보이는 셀리나였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해명할 수도 없었고, 솔로몬이 또 무슨 모습을 보일지 몰랐으니까.
시우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정말로 혼자 갈 것처럼 보였던 걸까.
“나쁜 놈! 나 예쁘다고 할 땐 언제고!”
셀리나가 잔뜩 토라진 얼굴로 소리쳤다.
시우를 흘겨보는 새침한 눈동자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올랐다.
“왜… 왜 이렇게 나를 싫어하는 건데. 진짜… 진짜 나쁜 놈….”
갑자기 또 왜 저러는 걸까.
시우는 작게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또 왜일까.
“…….”
“…….”
시우를 바라보는 다우 신 사야마와 백선평의 표정이 묘했다.
시우와 셀리나를 번갈아 바라보는 두 노인의 얼굴은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했다.
특히나 시우를 바라보는 백선평의 시선이 영 심상치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역시, 데려오지 않길 잘한 것 같군.”
인간쓰레기.
“한국에 돌아가거든, 다시는 내 제자를 찾아오지 말거라.”
시우를 바라보는 백선평의 얼굴은 꼭 인간쓰레기를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 * *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그런 양곤에 위치한 병원이자 미얀마 최고의 병원, 양곤 병원.
최대 최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양곤 병원은 그 규모와 시설이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병원이었다.
역병으로 일그러져 참혹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오늘 점심은 뭐 먹지.”
“간단하게 응가바웅토케 어때?”
그때의 참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양곤 병원의 의사들.
그들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었으나 고요한 일상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푸르른 초목.
맑은 공기.
청명한 하늘과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
그 사이로 몸을 회복 중인 환자들이 보였다.
이상할 것 없는 풍경이자 얼핏 따분해 보이는 풍경.
그러나 마음이 평안해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시우와 연결되어 동화된 정령들.
그들 역시 평안한 풍경에 기분이 좋은 것일까.
대자연의 정령들이 풍경들 사이로 스며들며 꺄르륵, 뛰어놀기 시작했다.
시우는 잠시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상덕치인(常德治人)의 풍경.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그렇기에 이 세계는 참으로 아름다운 세계였다.
시우는 뛰노는 정령들을 뒤로하고 손을 들었다.
허공을 터치하여 지난 번에 받은 솔로몬의 연락처를 찾아 연락을 넣었다.
그렇게 솔로몬에게 연락을 하려던 바로 그때.
시우는 뜻밖의 인물에게서 온 부재중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도니스 님의 부재중 연락이 있습니다.> [부재중 연락 43건.>“…아도니스?”
시우의 두 눈이 번쩍, 뜨여졌다.
* * *
정신이 멍했다.
멍하다 못해 얼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멍함이 머릿속을 가득 지배하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꼭 무(無)의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아니, 단 한 존재 때문이었다.
[이건… 갓튜브 프리미엄이지 않습니까.]아도니스(Adonis).
그것도 4D 서라운드 입체 화질로 실체화된 아도니스.
[그보다 괜찮으신 겁니까?]아도니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우에게 다가왔다.
가까이 본 아도니스의 얼굴.
실체화된 아도니스의 미(美).
뭐라 표현 자체가 불가능했다.
사실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초월적인 미(美)의 여인, 셀리나.
셀리나 정도라면 아도니스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헤라클레스 님께 얼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셀리나가 쨉도 안 되었다.
아도니스의 미모 앞에 만물은 그저 평등할 뿐이라.
비단 시우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시우 근처를 맴돌던 세계의 정령들.
세계의 정령들이 아도니스를 보며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 종족까지 불문하는 미(美).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초월의 미(美)’가 아닐까 싶었다.
… 뭐, 어쨌든.
[악마를 상대하고 계셨다고요.]보아하니 아도니스는 시우의 상황을 얼추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부재중 전화가 43건이나 찍혀 있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인 모양.
[연락을 받지 않으셔서 걱정했습니다만…..]아도니스가 한껏 걱정스럽게 시우의 상태를 살폈다.
그 아찔한 미모에 세계의 정령들이 얼굴을 붉히며 좋아라 했다.
그리고 시우와 동화되고 연결되어 있는 정령들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다행히 무사하신 모양이군요.]시우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시우는 거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쉬이 떨쳐 내지지 않는 감정에 두 눈을 감았다.
아도니스는 남자다.
또한 이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 정령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차츰 감정이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때서야 시우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아도니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시우의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들은 모양이었다.
이러면 구태여 상황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
“그, 그건 그렇고….”
시우는 정신을 다잡았다.
“사교계에서 알아내신 것이 있으신 겁니까?”
그리고 사족 따위는 내다 버리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