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들려온 솔로몬의 답변.
예상대로 솔로몬은 적대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교만의 죄악.
“……예?”
하지만 시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적대자가 교만의 죄악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솔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엔 한 치의 거짓도 엿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솔로몬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농담이나 말장난 같은 것도 아니었다.
“…….”
시우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막혀 버린 말문과 더불어 불신의 감정이 떠올랐다.
교만의 죄악.
시우는 그 죄악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시우에게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건네준 당사자.
마르바스와 붉은 그림자에 맞서 시우를 도와준 사내.
금발의 남자.
금발의 남자가 바로 교만의 죄악이었다.
하여, 적대자가 교만의 죄악이라는 솔로몬의 말.
그 말은 즉.
‘금발의 남자가 적대자…?’
이러한 의미와 같았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시우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떠오른 불신의 감정은 계속해서 시우의 생각을 부정했다.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까 솔로몬이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게 아니면 금발의 남자가 교만의 악마가 아닌 것은 아닐까.
처음 금발의 남자와 대적했던 사내.
백발에 가까웠던 은발의 남자.
분노의 악마라 생각했던 그가 실은 교만의 악마가 아니었을까.
하여. 금발의 남자는 교만이 아닌 분노의 악마였던 것이 아닐까.
시우가 지금까지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야.’
시우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금발의 남자는 교만의 악마가 확실했다.
마르바스는 금발의 남자를 두어 교만이라 말했었으니까.
또한 마르바스의 기억을 지닌 다우 신 사야마 또한 그를 교만이라 확언했다.
마지막으로 붉은 그림자.
붉은 그림자 역시 금발의 남자를 교만이라 칭했다.
누군가 그랬던가.
불가능을 제외하고서 남은 것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그것은 분명한 진실이다.
이 말은 즉.
‘금발의 남자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떠올랐다.
그것은 ‘배신’과도 같았으며 또한 ‘위괴’와도 같았다.
시우는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혔다.
심호흡을 내뱉으며, 다시금 솔로몬에게 물었다.
“혹시… 교만의 악마가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교만의 악마는 적대자다.
하지만 이것이 금발의 남자가 갖는 모든 것의 정체는 아니었다.
진명(眞名).
금발의 남자가 갖는 진짜 이름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했다.
해서 시우는 물었고.
[알고 있네.]솔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루시퍼라네.]루시퍼(Lucifer).
빛나는 별이라는 의미를 지닌 샛별.
중세 전승에 따르면 ‘천사의 자유의지로 스스로 타락한 악마’였다.
하나님, 야훼에게 반역한 천사.
한낱 피조물로서 신(神)의 권위에 도전한 존재.
그리하여 신을 적대했던 자.
“…….”
시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모든 정황이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 이상의 물음은 무의미했다.
그 순간.
솔로몬이 의미심장한 말을 해 왔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해 왔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교만의 악마가 루시퍼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네.]“그런데 루시퍼가 적대자가 아니라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뜻 그대로이네. 루시퍼는 적대자를 의미하지 않는다네.]“……?”
저도 모르게 고개가 기울어졌다.
솔로몬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시퍼는 교만의 악마일 뿐이라는 뜻이지.]그게 그 말 아닌가?
“그게 그 말씀 아닙니까?”
[아니네.]솔로몬이 단호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자네가 말한 적대자는 내가 이해하기로 신살의 존재라 이해했는데, 맞는가?]“그렇습니다.”
[그리고 신이라 함은 갓튜브의 설립자를 말하는 것일 테고.]“그것도 맞습니다.”
시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솔로몬은 설립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갓튜브의 인물이, 그것도 솔로몬 정도의 존재가 설립자를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확실히 말할 수 있네. 루시퍼는 적대자가 아니라네.]하여, 솔로몬은 ‘적대자(敵對者)’라는 의미 역시 명확히 알고 있었다.
[물론 루시퍼는 신(神)의 뜻에 반역한 존재라네. 그런 의미로 루시퍼는 적대자가 맞네.]“그런데 방금 말씀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성경의 문화권에서나 통용되는 사실이라네.]“그게 무슨…. 아.”
시우는 그때서야 솔로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솔로몬의 말마따나 루시퍼는 신의 뜻에 반역한 적대자다.
[루시퍼는 하나님, 야훼의 뜻에 반역한 것이네. 설립자가 아니라.]그러나 그건 성경에서 말하는 적대자일 뿐이었다.
시우가 말하는 적대자는 갓튜브의 설립자라는 신(神)과 대적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갓튜브에는 성경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문화권의 민담, 설화, 전설, 신화가 모여 있는 곳.
[루시퍼는 자네가 말하는 적대자의 의미와는 다른 존재이네.]고작 하나의 문화권에서만 통용되는 존재가 적대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아까 말씀은 무엇입니까? 아까는 분명 교만의 악마가 적대자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난 교만의 악마가 적대자라 말한 적이 없네.]순간 뭐 하자는 건가 싶었다.
갑자기 말을 바꾸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이 무슨 말장난과도 같은 소리─.
[교만의 악마가 아니라, 교만의 ‘죄악’이라고 했었지.]그게 그 소리가 아닌가?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솔로몬이 말해 왔다.
[혹시 사탄이라는 악마를 알고 있는가?]“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악마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사탄이었으니 말이다.
예수와 대적한 강대한 악마.
동시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크로노스와 같은 신격의 존재.
사탄은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모두 등장하는 악마였다.
혹시 사탄이 적대자라는 건가?
[꽤 오래전의 일이네. 그리고 갓튜브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솔로몬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사탄이 하나의 영상 컨텐츠를 기획한 적이 있었네.]“어라? 사탄도 갓튜브 채널을 운영합니까?”
[못할 건 뭔가?]그건 그렇긴 했다.
[컨텐츠의 내용은 간단했다네. 지옥을 개편한다는 내용이었지.]“지옥을 개편한다고요?”
[지옥은 악마들이 기거하는 공간이자, 신격을 확보하는 수단이니 말이네.]“아아.”
시우는 솔로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한창 개편 중인 명계와 같은 상황이었다.
명계의 주민이 많을수록 신격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지옥 역시 주민들이 많아야 악마들의 신격도 높아진다.
그런데 고통만 받는 지옥에 사람들이 몰려올 리가 있을까.
[하여, 사탄은 쾌락의 지옥을 만들고자 했었다네. 보다 많은 지옥의 주민들을 끌어들이고자 말이네.]하지만 지옥은 살아생전 죄를 저지른 이들이 가는 곳.
해서 형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옥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해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탄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
[인간의 칠죄종을 기반으로 한 쾌락의 지옥을 만들어 냈지.]지옥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쾌락의 지옥을 고안해 냈다.
세상 모든 미녀와 미남들을 매일매일 겁간할 수 있는 색욕(色慾)의 지옥.
아무리 먹어도 음식이 줄어들지 않는 탐식(貪食)의 지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만이 가득한 나태(懶怠)의 지옥.
원하는 물건이 모두 있으며 전부 가질 수 있는 탐욕(貪慾)의 지옥.
학교에서 괴롭혔던 일진과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부모.
짜증 나게 굴었던 직장의 상사를 마음껏 고문할 수 있는 분노(憤怒)의 지옥.
빼앗긴 친구의 아내를 마음껏 탐하거나.
홀로 승승장구했던 친구를 발 아래로 둘 수 있는 질투(嫉妬)의 지옥.
교만, 탐식, 탐욕, 분노, 질투, 색욕, 나태.
지옥을 가장한 7가지의 천국.
사탄은 인간의 원죄를 이용해 원초적인 쾌락을 충족시켜 주었다.
“괜찮은데요?”
막상 듣고 보니 꽤나 괜찮은 발상이었다.
물론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죄악이긴 했다.
그렇기에 그보다 만족스러운 쾌락이 없긴 했다.
정말로 저런 지옥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천국보다 지옥에 더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지옥의 주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굉장히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지옥의 주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네.]솔로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컨텐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가 되었다네.]“예? 폐기가 되었다고요?”
[정확히는 폐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네.]“주민의 수가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인가요?”
[아니네.]솔로몬이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없는 사고가 하나 터졌기 때문이지.]감당할 수 없는 사고?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솔로몬이 금방 말을 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한 인간이 교만의 지옥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네.]인간의 7가지 죄악 중 교만.
사탄이 만든 교만의 지옥은 다른 죄악의 지옥과 마찬가지로 교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말이 그렇다 뿐.
정말이지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교만이 줄 수 있는 쾌락이 무어란 말인가.
골똘히 생각해 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역시 사탄도 마찬가지였다.
[사탄은 교만의 지옥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네.]그냥 방치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교만의 지옥에 들어가는 인간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도 한다.
아니, 뭐 하러 교만의 지옥에 들어간단 말인가.
까 놓고 말해 색욕의 지옥이 백 배, 천 배는 더 좋지 않은가.
꼭 색욕이 아니더라도 다른 죄악의 지옥이 훨씬 더 높은 쾌락을 선사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생각이.
[사탄은 간과했던 것이네.]사탄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였다.
[인간이 어디까지 교만해질 수 있는지를 말이네.]교만의 지옥에 들어간 한 명의 인간.
그는 그곳에서 끝없는 교만의 욕구를 충족했다.
그리하여 그는 볼 수 있었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교만(Superbia)의 끝.
[그는 신(神)이 되고자 했네.]신(神).
[그는 진정한 의미로의 신(神)이 되고자 했지.]정말 교만하게도 말이다.
[사건이 터지고 사탄이 나섰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지.]교만의 끝에 발을 내딛은 인간.
사탄조차 그를 차마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성경의 모든 존재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네.]사탄은 악마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같은 성경 문화권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솔로몬 또한 성경의 존재인 바.
솔로몬 역시 사탄이 싸 놓은 똥을 치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그런데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나?]“…….”
시우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솔로몬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솔로몬은 분명 성경의 모든 존재라 말했다.
그 말은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이 모든 문화권을 통칭한다는 뜻이었다.
세 종교에 수록된 모든 신격 존재를 아우른다는 뜻이었다.
그곳엔 솔로몬을 비롯한 예수와 무함마드.
가지각색의 악마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하나님, 야훼께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존재라니?
[그 정도의 신격은… 지금까지도 만나 본 적이 없네.]솔로몬은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듯 몸을 한 번 떨어 보였다.
[그는 갓튜브의 시스템을 본인 멋대로 조작하기까지 이르렀지.]그야말로 신(神)과 다를 바 없는 존재.
[결국 설립자가 나선 뒤에야 사건은 수습이 되었네.]비록 그는 진짜 신(神)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솔로몬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만일 조금만 설립자가 나서는 것이 늦었더라면….]그리하여 그가 완연한 교만의 끝을 볼 수 있었더라면.
[설립자마저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네.]“…….”
시우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뭐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우리는 이 사건을 덮기로 했다네.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네.]악의를 가진 누군가 이 사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는 일이나….]은혜를 입은 시우에게만큼은 아니었다.
시우에게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던 솔로몬이었다.
또한 지금.
그 우려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판데모니움.
[이때부터 ‘적대자’라는 개념의 의미가 달라졌다네.]판데모니움은 이러한 적대자를 또다시 잉태시켜 설립자를 살해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이 세계를 본인들의 뜻대로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이때서야.
시우는 앞선 솔로몬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말한 적대자는 교만의 ‘악마’가 아니네.]교만이라는 ‘죄악’을 의미했다.
보다 정확히는 ‘교만의 끝에 닿을 수 있는 존재’를 의미했다.
그 존재는 성경에만 기거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문화권의 민담, 설화, 전설, 신화에 등장하고 간섭할 수 있는 존재라.
그리하여 판데모니움이 굳이 어렵게, 어렵게 지구와 갓튜브의 차원을 연결시킨 궁극적인 이유.
[적대자는 ‘인간’을 의미한다네.]인간.
적대자(敵對者)는 바로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