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적대자는 악마가 아닌 인간을 의미한다.
시우는 앞선 솔로몬의 이야기를 되뇌었다.
교만의 악마는 교만이라는 죄악에서 잉태한 악마다.
그리고 그 교만이라는 죄악은 인간에게서 잉태한 죄악이다.
교만의 악마라는 건 즉.
인간에게서 잉태한 악마라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칠죄종이라는 죄악 모두가 그러하긴 하지.’
하여, 인간보다 악독한 악마는 없다고 했던가.
교만의 끝을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적대자란, 어떤 특정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적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나’ 적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교만의 끝’에 닿아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해서 판데모니움은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였던 건가.’
오래전, 서울의 재앙 당시 있었던 일이었다.
다름 아닌 붉은 그림자가 쓰러진 시우를 처리하고자 했던 때의 일.
당시 한채린은 그런 붉은 그림자의 앞을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었다.
-제가…. 제가 당신을 따라갈게요. 하라는 모든 것을 다 할게요. 저항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시우 씨는…. 시우 씨는 살려 주세요.
한채린은 제물이었다.
릴리트라는 악마를 부활시키기 위한 제물.
한채린은 스스로가 제물임을 알고 있었다.
해서 그녀는 붉은 그림자와 거래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붉은 그림자는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거절한다.
지금까지 시우는 제물의 뜻을 단순히 ‘악마 부활에 필요한 희생자’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제물의 진짜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번거롭지만 제물은 다시 구하면 되는 일.
제물이란, 적대자가 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을까.
물론 제물은, 적대자는 아무나 될 수 없는 것 같았다.
천무지체의 재능을 지닌 한채린.
그리고 번거롭다는 당시 붉은 그림자의 말.
제물은 어떤 재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그 재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만.
‘다우 신 사야마 님은 그에 충족했던 것 같고.’
어쨌거나 적대자는 인간임은 확실하다.
또한 적대자가 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인간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금발의 남자는 누구인 거지?’
금발의 남자는 대체 누구인가.
금발의 남자는 확실히 교만의 악마다.
그렇다면 금발의 남자는 솔로몬의 말처럼 루시퍼인 것일까?
“그럼 솔로몬 님. 혹시 말입니다.”
시우는 현실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유투브 플랫폼에 접속.
접속하자마자 메인 화면서부터 시우와 마르바스와의 결전 영상이 떠올랐다.
시우는 그중 아무 영상을 찾아 클릭했다.
그리고 금발의 남자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는 솔로몬에게 보였다.
“이 자의 정체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시우의 말에 솔로몬이 고개를 앞으로 숙여 보였다.
유심히 영상 속,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기를 잠시.
[…잘 모르겠네.]솔로몬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즉.
“루시퍼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내가 알고 있는 루시퍼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네.]솔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금발의 남자는 루시퍼가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악마는 아닌 것 같네.]나아가 악마도 아닌 것 같았다.
악마라면 솔로몬이 알고 있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너무나 이상했다.
“이 자는 분명 교만의 악마라 했습니다만.”
금발의 남자는 교만의 악마가 확실했으니까.
[으음….]솔로몬이 다시금 영상 속, 금발의 남자를 유심히 살폈다.
방금 전보다 더욱 심도 있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확실하네. 아무리 봐도 내가 알고 있는 루시퍼가 아니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악마들 중 비슷한 특색을 지닌 이를 찾을 수가 없네.]솔로몬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해 왔다.
[그런데 꽤나 익숙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군.]한편으로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악마는 아닌데 익숙한 느낌이 든다는 말.
“그 말씀은 솔로몬 님과 같은 문화권의 인물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참으로 애매한 답변이었다.
아니, 차라리 듣지 않음이 더 좋았을 법한 답변이었다.
[나라고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네. 또한 같은 문화권이라도 나보다 선대의 인물은 잘 알지 못하네.]뭐, 맞는 말이긴 했다.
같은 문화권이라 해도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의 인물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솔로몬보다 앞선 시대의 인물이 몇 명이나 된다고.’
결국 이것도 나가리였다.
이렇게 되면 금발의 남자는 성경의 인물일 가능성은 낮았다.
[아마 다른 문화권에서 말하는 교만의 악마가 아닐까 싶네.]“다른 문화권이요?”
[그렇네. 각 문화권마다 교만의 악마는 존재한다네. 루시퍼는 우리 성경에서 말하는 교만의 악마일 뿐이지.]“음….”
꽤나 일리 있는 말이었다.
교만의 악마는 말마따나 교만이라는 죄악에서 잉태한 악마.
그리고 각 문화권마다 이러한 악마들은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교만, 휴브리스(Hubris)가 있지 않은가.
하여, 이 모든 말이 가리키는 바는 하나.
‘결국 금발의 남자가 누군지는 아직 모른다는 건데.’
동시에 그가 추구하는 목적이자 정의.
그것 또한 무엇인지 또한 알 수가 없었다.
해서 굉장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다.
‘적대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해졌으니까.’
하여, 적대자를 잉태시키고자 하는 붉은 그림자의 목적도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졌다.
아주 확실하진 않았다.
그러나 붉은 그림자의 정체, 유다 이스카리옷.
인류 역사상 최악의 죄인이자, 인간.
그리고 죄악의 힘을 흡수하려 했던 모습을 미루어 보면.
‘본인 스스로가 교만의 끝에 다가서려는 건가.’
붉은 그림자는 스스로가 적대자가 되려 하는 것 같았다.
* * *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붉은 그림자의 목적.
시우는 이 사실을 알게 해 준 솔로몬에게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솔로몬 님.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은 무슨. 나는 그저 주저리주저리 말만 늘어놓았을 뿐이지 않았는가.]솔로몬이 당치도 않다는 듯 마구 손사래를 쳐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자네에게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그러니 행여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게. 재판 도중이라도 뛰쳐나올 테니 말이네.]정말로 그럴 것 같은 표정의 솔로몬이었다.
그만큼이나 이번 일이 감격스러웠던 듯 싶었다.
[내게 더 물어볼 것은 없는가?]“더 여쭤볼 만한 게….”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다면, 이만 가 봐도 되겠는가?]솔로몬이 시우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번 재판으로 여러모로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 말이네.]아무래도 굉장히 바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지금 갓튜브는 그야말로 대격변을 맞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 본인들만의 신을 믿는 영혼들과 신을 믿지 않는 영혼들의 처리가 남아 있네.]한마디로 사이비와 더불어 종교가 없는 무교 영혼들의 처리가 남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뭐, 사이비들은 그렇다손 치자.
‘무교의 영혼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FA 나온 영혼들인 건가?
조금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괜히 더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그런 거라면 미리 말씀하시지….”
[아니, 아니네. 내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말했다시피 나에게 있어 최우선 순위는 자네의 부탁이라네.]솔로몬이 양손으로 마구 손사래를 쳐 보였다.
정말이지 시우를 은인 중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솔로몬이었다.
‘EX등급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긴 한데….’
저렇게까지 바쁘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제갈공명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솔로몬만 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닌바.
“저는 괜찮으니, 어서 가 보세요.”
[그, 그럼 이만 가 보겠네.]그 말을 끝으로 솔로몬이 쑤욱!
순식간에 땅으로 꺼지며 자취를 감추었다.
“진짜 바빴던 모양이었네.”
시우는 작게 실소를 흘려 보였다.
어쨌든.
“음….”
시우는 잠시 자리에 홀로 남아 생각을 정리했다.
적대자의 정체.
그리고 윤곽이 드러난 붉은 그림자의 목적.
“으음….”
그러나 말 그대로 윤곽이 드러났을 뿐이었다.
확실하게 이거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13인의 영웅으로 활동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이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니까.
붉은 그림자는 스스로 적대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굳이? 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 뒤를 이어 판데모니움의 지배자가 된 이유는….”
스스로가 적대자가 되려 했으니까.
이건 이제 답할 수 있었다.
“13인의 영웅으로 활동한 이유는?”
이건 답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왜 판데모니움과 뜻을 합치지 않았지?”
목적은 윤곽이 드러났으나 그 목적의 동기는 여전히 의문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막아야만 해.”
붉은 그림자를 막아야 한다.
솔로몬의 이야기에 따르면 적대자의 존재는 가히 초월적이었다.
설립자와 견줄 정도의 상상 불허한 격을 보유한 존재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한가로이 쉬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보다 정확히는 붉은 그림자를 찾아야만 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원.”
그렇다고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붉은 그림자를 찾는다 치더라도 시우가 붉은 그림자를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대비를 해야만 했다.
“일단 장비를 만들긴 해야 하는데….”
오리할콘 광석도 넉넉하겠다.
관련 숙련도도 100%까지 올려 두었겠다.
당장이라도 장비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랑 아라크네가 연락을 받지 않으니 원.”
아무래도 둘 역시 갓튜브의 대대적인 개편 때문인 것 같았다.
“혼자 만들고 싶어도 글레이프니르는 내가 어쩔 수가 없으니.”
흑돌이를 옥죄고 있던 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만든 끈.
그 때문인지 숙련도 100%의 시초[始初]의 방직술(SS)로도 다룰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아라크네만의 비법을 배워야만 할 것 같았다.
헤파이스토스의 초월[超越]의 야금술(SSS)과 같이 말이다.
“혼자 수련이나 하고 있어야 하나.”
지금 당장은 이것밖에 할 게 없었다.
“헤라클레스도 상당히 바쁜 모양이고.”
역시나 위와 같은 이유였다.
앞서 영상만 띡, 보내온 헤라클레스이지 않은가.
“자기는 바쁘니까 알아서 편집해 달라는 거겠지.”
하여간,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였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실들을 종합해 본바.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네.”
딱히 미얀마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장비도 한국에 돌아가서 만들면 되니까.”
아니, 한국에서 만드는 편이 더 편했다.
손에 익은 서씨 공방의 도구들을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잘 지내고 계시려나.”
더하여 소은, 덕구는 물론.
집에 가면 꼬리를 흔들 흑돌이와 삼순이.
특히나 연락 한 번 안 했다며 볼을 빵빵하게 부풀릴 서아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그러고 보니 서아, 검정고시 시험 치르지 않았나?”
시우가 한국을 떠날 시점에 검정고시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미얀마에서 거진 두 달가량이 흐른 지금.
“빨리 돌아가야겠다.”
시우는 서둘러 한국으로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 * *
미국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 청사.
UN의 사무총장, 매버릭은 책상의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뻐근한 두 눈.
“후우….”
매버릭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창밖의 풍경을 확인했다.
어두운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밤하늘.
그 아래로 걸려 있는 달빛.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매버릭은 자그마한 실소를 흘렸다.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업무에 집중했다.
그런데 얼마 만인가 싶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업무에 집중하던 때가 말이다.
UN에 처음 입사할 때도 이렇진 않았던 것 같았다.
세계 평화에 이 한 몸 불사르겠다며 포부를 불태우던 멋 모르던 신입.
그때의 매버릭도 지금과 같은 열정은 없었다.
신입 시절의 매버릭은 알지 못하는 인물이 지금의 매버릭에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인물이 매버릭의 열정을 불태웠기 때문이었다.
“맹시우 헌터….”
매버릭은 가만히 그 이름을 되뇌었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뭐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겉보기로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내였다.
맹하고 얼핏 어벙해 보일 뿐인 청년일 뿐이었다.
유투브의 개인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들은 또 어떠한가.
어리숙하기는 그보다 어리숙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미친놈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왜일까.
그게 싫지가 않았다.
알게 모르게 사람을 이끌리게 한다.
저 기세에, 어떤 기대감에 저도 모르게 이끌린다.
피식.
시우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슬슬, 퇴근해야겠군.”
매버릭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확실히 늦은 시각은 늦은 시각인 걸까.
모두들 퇴근했는지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당직을 서는 경비들만이 간간이 보일….
“음?”
매버릭은 순간 걸음을 멈춰섰다.
24시간 교대로 있어야 할 경비들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이라도 간 걸까.
묘한 위화감이 매버릭의 전신을 지배했다.
그 순간.
뚜벅.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고요하고도 어두컴컴한 복도를 메아리치며 들려왔다.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갔다.
그럴 수록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점점 짙어져만 갔다.
그리고 곧.
매버릭은 그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복도의 어둠을 걷어 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한 존재.
머리까지 뒤덮은 후드.
듬성듬성 이빨이 나 있는 새하얀 악마의 가면.
“붉은 그림자….”
그의 양손에는 붉디붉은 선혈이 맺혀 있었다.
이윽고 또옥.
방울방울 맺힌 피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복도의 어둠을 붉게 물들였다.
바로 그 순간.
키이이잉─!
새하얀 악마의 가면 너머로 붉은 광채가 빛을 발했다.
[이곳에 있는 걸 알고 있다. 교만.]의지와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버릭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뭐라 답할 말도 없었다.
그저 뱀 앞에 선 쥐처럼 몸과 정신이 딱딱하게 굳어질 뿐이었다.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건가.]어둠 저 편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분노 어린 목소리.
그 안으로 터무니없는 악의가 느껴진다.
가느다랗고 뾰족한 바늘이 피부 속, 눈알을 스치는 것만 같은 기묘하고도 소름 끼치는 감각.
푸확!
붉은 그림자의 손이, 매버릭의 복부를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