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맞닿은 주먹 너머.
분명 멸살(滅殺)의 힘이 담긴 일격이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힘은 여유로웠다.
시우의 힘을 상쇄시킨 것도 모자라 억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되려 미소를 머금고 있는 헤라클레스였다.
“죄송한데, 혹시 괴물이십니까?”
일단 사람이라 정의할 건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이 아닌 신(神)이긴 했다만.
[하하핫!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헤라클레스의 하체가 꿈틀 거렸다.
키이이잉─!!
시우의 두 눈이 푸른빛으로 타올랐다.
타오르는 푸른 광채 너머.
보인다.
헤라클레스의 의도와 생각과 행동들이 오딘의 진리안[眞理眼](SSS)에 읽혔다.
그리하여 읽힌 정보들이 시우의 미래시[未來視](SR)에 담겼다.
후우웅!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발이 복부에 닿기 직전,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반응이 훨씬 좋아졌는데?]헤라클레스가 놀란 눈을 떠 보였다.
하지만 시우는 그보다 더한 놀람을 느끼고 있었다.
다름아닌 오딘의 진리안[眞理眼](SSS)으로 보이는 헤라클레스의 모습.
그로써 투영된 헤라클레스라는 존재의 본질.
‘저게 뭔….’
저건 괴물이라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이 불가했다.
[하하하하핫!]헤라클레스의 포효하듯이 웃어 제꼈다.
헤라클레스의 근육이 폭발하며 전방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꽝! 꽝! 꽈꽝!
내지르는 주먹마다 공간이 깨어지며 부서졌다.
부서진 공간의 파편과 힘의 광풍이 휘몰아치며 시우를 덮쳐 왔다.
“이런 미친!”
시우는 황급히 팔을 교차하여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의지를 일으켜 권갑의 형태를 바꾸었다.
초월 장비의 기능, 형상변환(形象變換).
촤라락!
권갑의 형태가 순식간에 바뀌며 몸 전체를 가리는 방패로 변환되었다.
꽈꽝!
“끄윽!”
방패 너머로 찍어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푼다면 이대로 압살되어 짓눌려 버릴 것만 같았다.
불멸(不滅)의 기능이 없었다면, 방패 역시나 진즉에 깨어져 부서졌을 방패였다.
이제는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건만.
저 말도 안 되는 근육 괴생명체는 대적한다는 것이 불가한 생명체였다.
“크으윽···!”
진짜…. 이게 맞나 싶었다.
[이제야 좀 싸워볼 만 하잖아!!]시우는 이를 까득, 깨물었다.
힘과 힘의 대결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시우는 방패를 옆으로 틀어 힘을 흘려 보냈다.
쉬익!
흘린 힘이 시우를 스치며 뒤쪽 풍경에 작렬했다.
콰아아앙!!
대지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폭삭, 주저앉았다.
아니, 주저앉는 것만 같은 ‘착각’을 선사했다.
“지랄….”
이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 힘이었다.
그렇기에 저기에 직격 당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시우는 온 힘을 쥐어 짜냈다.
그러자 시우를 둘러싼 공간이 일글러지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정지한다.
시공간 간섭[時空間 干涉](EX).
시우는 정지된 시공간 너머로 한 발 내딛었다.
그때.
[속도전도 괜찮지!]헤라클레스가 따라붙었다.
시공간을 격하며 헤라클레스가 달려들었다.
“진짜 정도껏 하세요!”
지랄이다.
진짜 저건 지랄이다.
아무리 그래도 시공간 간섭[時空間 干涉](EX)까지 따라오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물론 헤라클레스라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끄응…! 여긴 몸이 찌뿌둥한데.]움직임이 현격히 둔해져 있는 헤라클레스였다.
정지된 시공간에서 마냥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속도 면에선 시우가 확실히 앞서 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꽈앙─!! 꽝!
헤라클레스가 정지된 시공간을 두들겼다.
사방으로 새하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파장창─!
“…….”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산산이 깨어져 사라진 공허의 세계.
[후우,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네.]저 압도적인 힘 앞에서 그 아무런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파박!
헤라클레스의 몸이 시우에게 쏘아져 왔다.
막기만 해서는 그저 당할 뿐이다.
시우는 다시 의지를 일으켜 방패를 권갑의 형태로 변환했다.
꽈앙─!! 꽝!
주먹과 주먹이 얽혀 들어가며 굉음이 터졌다.
당장이라도 팔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가해 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꽈아아앙!
끔찍한 충돌음이 터져 나오며 시우의 몸이 휘청거렸다.
“커허헉!”
시우의 입가를 비집고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솔직히… 압도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눈앞의 상대는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근육 괴생명체.
이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지랄 맞은 싸움꾼이었다.
그렇기에 압도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를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 조금 더 힘을 써 봐!]하지만 이렇게 압도당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으아아아아!!”
꽈드드득!!!
시우의 몸이 크게 부풀었다.
신체의 모든 기맥과 혈맥이 확장하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키이이잉─!!
타오른 기맥과 혈맥이 전신을 빠르게 순환한다.
환골탈태[換骨脫胎](EX)
시우의 신체 전부가 단전(丹田)이 되어 가진 모든 힘과 마력을 빠르게 불태웠다.
[라돈…?]헤라클레스가 긴장의 눈을 떠 보였다.
처음 보는 유의미한 감정.
[라돈의 힘을 얻었구나!!!]헤라클레스가 포효하듯 소리쳤다.
그 안으로 끝없는 투지(鬪志)가 느껴진다.
콰아아아아아─!!!
실로 괴악한 힘이 헤라클레스에게서 느껴진다.
그 힘 앞에서 전신의 감각 세포들이 전율하며 두려워 했다.
당장 도망치라며, 끊임없는 경고를 보내온다.
“끄아아…!!”
하지만 시우는 도망치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던전의 공간이 일그러져 부서진다.
끊어져 들려오는 소리는 그 힘에 대한 정의를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아니다.
이건 모든 건 분명한 착각이다.
헤라클레스는 현실의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렇기에 저건 현실이 아니다.
저건 시우가 느끼고 있는 ‘착각’이다.
그러나 동시에 착각처럼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다.
파지지직!
공간이 찢어진다.
그 추정조차 불가능한 힘이 시우를 짓눌러 왔다.
단위를 아득하게 넘어선 초월적 힘의 근원은 위시하는 모든 것을 붕괴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시우는 피하지 않았다.
꽈드드드득!!!
솔직히… 억울했다.
이 정도까지 성장했는데도 털끝 하나 닿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는 걸까.
여기서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걸까.
대체 여기서 얼마나 더 노력하고 강해져야하는 걸까.
보이지가 않는다.
시우와 헤라클레스의 격차.
그 간극이 눈꼽만큼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 냉혹한 현실이 시우로 하여금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헤라클레스를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헤라클레스처럼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으아아아아아아아!!!”
힘의 마력이 폭사한다.
주변의 모든 현상들이 뚜렷하게 인지된다.
그리하여 현상 세계 이면에 기거하는 또 다른 존재들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자연지기[自然之氣](EX).
시우를 비호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정령들.
대자연의 정령들이 감각으로 뚜렷하게 보인다.
그들은 시우와 같이 싸우고자 했다.
그로써 공기가 들끓는다.
바람은 칼날이 되어 돌풍처럼 휘몰아친다.
꽈르르릉─!!!
대지가 크게 갈라진다.
찢겨진 지표면이 하늘로 솟구친다.
[으하하하하하핫!]헤라클레스가 난폭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즐거움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신을 뛰어넘은 대영웅.
종말이라는 대재앙을 홀로 찢어 버린 영웅.
부러웠다.
저 압도적인 강함이.
닿고 싶었다.
저 초월적인 경지에.
그리하여 되고 싶었다.
헤라클레스라는 사람처럼.
지금 와 고백하지만 시우의 목표였다.
시우는 언제나 헤라클레스를 목표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시우의 목표이자 동경이었으며 또한 우상이었다.
그러나 닿을 수가 없었다.
한없이 약할 뿐이다.
나는 결국 될 수 없는 것일까.
역시 인간은 결국 신(神)에게 닿을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의 몸으로 신(神)을 뛰어넘은 헤라클레스.
그러나 헤라클레스 역시 순혈 인간은 아니었다.
반인반신(半人半神).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로서 그의 피에는 신(神)의 피가 섞여 있었다.
결국 인간이 신(神)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전부일까.
모든 영웅들의 정점에 선 헤라클레스.
그리하여 신(神)조차 뛰어넘은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의 강함이 태생적인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피에는 신(神)의 피가 섞여 있었으니까.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인간의 피 역시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가 신(神)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던 걸까.
신(神)의 혈통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의 혈통이었을까.
시우는 종종 생각 했었다.
처음부터 강한 자가 강하다.
태생부터 뛰어난 자가 뛰어나지는 것이다.
날 때부터 대단한 사람이, 결국은 대단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게으른 원숭이, 아스타로스.
그는 이 세상 모든 재능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 재능이 되려, 그를 게을러지게 만들었다.
신(神)과 같았던 그는 부족함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채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헤라클레스 역시 태어날 적부터 압도적인 힘을 타고났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완벽하지 않았다.
반쪽짜리 신(神).
헤라클레스는 완벽하지 않았기에 부족했다.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으며 좌절했고, 괴로워했으며 또한 실패했다.
신(神)이 아닌 인간으로서 헤라클레스는 항상 부족함을 채워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의 끝에, 지금의 헤라클레스가 서 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가 신(神)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궁극적인 이유는.
반쪽짜리 신(神)의 혈통이었을까.
반쪽짜리 인간의 혈통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헤라클레스의 하루는 하루 만에 오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그러니 나도.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키이이이잉─!!
이러한 동경을 넘어서.
[하하하하하하하!!!]헤라클레스가 광포하게 웃는다.
그것은 마치 신(神)의 비웃음과도 같았다.
감히 자신에게 닿으려 하는 미물에게 고하는 절대자의 웃음.
화르르륵!
전신의 모든 기맥과 혈맥이 타오른다.
꽈드드득!
온몸의 근육들이 찢어지고 파열된다.
콰아아아아─!
대자연의 정령들이 들끓는다.
그리고 문득.
온몸의 감각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귀에는 짙은 이명만이 들려온다.
왜인지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느껴진다. 보인다.
시우는 달뜬 호흡을 한 번, 들이 삼켰다.
팟! 번쩍!
서로 간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든다.
찰나의 순간.
맞닿은 힘(力)과 힘(力).
무한(無限)의 무투술(武鬪術).
제 2식(第 二式).
무아혼원각(無我混元脚).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초(超)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새하얀 빛이, 온 사방을 가득 메웠다.
* * *
어둑어둑한 하늘의 풍경.
시우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탈력감이 지배했다.
아니, 솔직히 움직이라면야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런데 별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누워있고 싶었다.
시우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하아….”
새어 나오는 짙은 한숨.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졌네.”
져 버렸다.
속된 말로 하면 발렸다.
더 속된 말로 하자면 개쳐발렸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별로 상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일까.
“…….”
막상 결과를 마주하니 그게 또 그렇지 않았다.
“얼마나 강한 거야 대체.”
진짜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농담하나 안 섞고 말할 수 있었다.
과거, 인류를 종말의 벼랑으로 몰아넣었던 마왕, 바알.
바알도 헤라클레스가 있었으면 깨깽이었다.
마왕은 개뿔이 무슨.
웃기지 말라지.
“헤라클레스가 마왕이겠지.”
그리고 그때 지구는 진즉에 멸망했을 터였다.
“하아….”
자꾸만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말마따나 크게 낙심하지는 않았다.
“조금은… 닿을 수 있었나.”
글쎄.
하지만 마지막엔 헤라클레스를 ‘긴장’시킬 수는 있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공자께서도 언제나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의 시야로 소처럼 우직하게 걸으라.
우직함.
버틴다는 것은 곧, 나아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후우….”
심호흡을 내뱉으며 생각과 감정을 정리했다.
얼추 생각과 감정이 가라앉은 뒤, 시우는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더 드러누워 있고 싶긴 했다.
“조금 있으면 던전이 붕괴되겠네.”
곧 던전이 무너질 터라 그럴 수도 없었다.
“그나마 내 힘만 작용해서 이 정도지.”
더하여 헤라클레스가 시우의 힘을 상쇄시켰기에 이 정도였다.
만일 헤라클레스가 이쪽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어후.”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시우는 몸을 툭툭, 털고는 던전 밖으로 나갔다.
우우웅.
작은 진동이 일며 반전하는 시야.
이윽고 정겨운 지구의 풍경이 비쳐 보이는 것도 잠시.
“이제 나오는시군요.”
한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포니테일 머리를 한 차가운 인상의 미녀.
“민정 씨?”
시찰국의 가더, 이민정이 서 있었다.
상당히 오랜 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운 심정도 잠시.
“민정 씨가 여긴 무슨 일로…?”
시우가 묻자 이민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왜일까.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민정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