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일반적으로 할렘가는 센트럴 파크 북쪽 끝에 위치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워낙에 거대한 땅덩어리인지라 북쪽의 모든 지역이 할렘가라 불리는 건 아니었다.
센트럴 파크 북쪽의 지역을 다시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 웨스트할렘과 이스트할렘으로 구분.
이 중 서쪽에 위치한 웨스트할렘은 치안이 괜찮았다.
좋은 경치로 인해 노년 인구는 물론.
인접한 인프라로 인해 젊은 사업가들 또한 많이 이주하고 있었다.
하여, 흔히 할렘(Harlem)이라는 지역은 이스트할렘.
즉 동쪽에 위치한 지역을 일컬어 할렘(Harlem)이라 불렀다.
그리고 지금.
이스트할렘에 위치한 골목길.
“꼭 숙소를 이런 음습한 데에 잡으셔야 합니까?”
크리스티안의 수행원이 투덜거리며 중얼거렸다.
“UN에서 좋은 호텔을 준비했다는데, 그냥 거기서 묵으면 안 됩니까?”
“거긴 주변에 사람들이 붐비잖아.”
크리스티안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답했다.
사령술사, 우르슐라의 제자 크리스티안.
“생령이 많으면 께름칙해서 싫다고.”
사람이 붐비는 곳은 여러모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구우욷이. 고급진 호텔을 마다하고 이런 할렘가에 숙소를 정하신 겁니까?”
“할렘가가 뭐 어때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수행원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당장 보이는 풍경만 봐도 그러했다.
널브러진 쓰레기.
약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피인지 모를 것들이 굳어 있는 흔적까지.
생기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자들의 마을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사기가 충만한 게 좋잖아.”
크리스티안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크리스티안 님은 그러시겠지만, 저는 아니라고요. 이러다 갱단이라도 만나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할렘가의 갱스터는 정말로 위험했다.
원체도 위험했지만 마계 대침공 이후로 각성자들이 대두되며 더욱 위험해졌다.
오죽하면 뉴욕 경찰(NYPD) 당국에서도 손을 놓았을까.
그런데 뭐.
“내가 있는데 갱단 따위가 무슨 걱정이야?”
그건 그렇긴 했다.
할렘가의 갱스터가 날고 기어 봤자 크리스티안에게는 안 되었으니까.
“그리고 판데모니움도 사라진 마당에 갱단은 무슨 갱단이야.”
생각해 보니 이것도 그러긴 했다.
할렘가의 갱스터들 대부분이 판데모니움 소속이었던 바.
판데모니움이 몰락해 버린 지금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할렘가는 할렘가라고요.”
하지만 할렘가라는 본질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꼭 할렘가에서 묵으셔야 해요?”
“어.”
“왜요? 꼭 할렘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데는 많잖아요. 뉴욕 땅이 얼마나 넓은데….”
“알아. 하지만 그런 데는 들킨단 말이야.”
“예? 들켜요? 뭘요? 아니, 누구한테요?”
“맹시우.”
“맹시우요?”
갑작스러운 말에 수행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맹시우 헌터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
수행원은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생각해 보니 공항에서도 이상했던 크리스티안이었다.
수행원은 눈을 흘기며 크리스티안에게 물었다.
“맹시우 헌터한테 들키긴 뭘 들킨다는 거예요?”
“그런 게 있어.”
“설마, 크리스티안 님. 맹시우 헌터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하셨어요?”
“그런 거 아니야.”
“아니면 안보리에서 시비라도 거신 거예요?”
“미쳤어?!”
크리스티안이 발작을 하며 소리쳤다.
“내가 맹시우한테 시비를 왜 걸어?”
“그 왜, 호승심 같은 거 있잖아요. 같은 영웅의 후예끼리 누가 더 셀까 하는 그런 거요.”
“아서라, 그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지. 그건 호승심이 아니라 자살이라고 자살.”
“그래도 다른 후예들은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설마 그런 미친놈이….”
크리스티안이 잠시 말을 멈칫 거렸다.
“생각 해보니 그런 정신 나간 놈이 한 명 있긴 했었네.”
이윽고 크리스티안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병신이 아니라고. 무엇보다 맹시우는 영웅의 후예가 아니잖아.”
“어….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수행원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들키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자 갑자기 크리스티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슬그머니 피하는 시선.
“…무, 무섭단 말이야.”
“예에?”
진짜 뭔 소리를 하나 싶었다.
“맹시우 헌터가 무섭다고요?”
할렘가의 갱스터를 따위라 칭하는 양반이?
물론 무신이라는 영웅과 할렘가의 갱스터를 비교할 바는 못 되었다만.
“스, 스승님보다… 더 무섭단 말이야.”
그게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인가?
“아씨, 그런 게 있어!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좀 마. 귀찮게 시리.”
크리스티안은 괜히 버럭, 소리치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크리스티안이 걸음을 멈춰 섰다.
“크리스티안 님?”
수행원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은 답을 하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손.
“지, 지금…. 지금 이게… 안 느껴져?”
크리스티안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느껴지다니요? 뭐가 말입니까?”
수행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보아하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그렇지 않았다.
“이, 이게….”
전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감.
이 세상을 향해 선고하는 죽음.
이것은 마치 전조도, 예고도 없는 종말과도 같았다.
끼이, 끼이이….
사령(死靈)들이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죽음을 경험한 령(靈)들임에도 그들은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크리스티안은 이 거대한 죽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맹시우….”
시우.
이 정도의 죽음을 다룰 수 있는 건 오로지 시우밖에 없었다.
* * *
미국 연방수사국, FBI.
50개 주 전체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수사하는 연방 경찰기관.
FBI의 본부는 수도, 워싱턴 D.C에 소재해 있었다.
그러나 판데모니움이 활개 치는 할렘가가 뉴욕에 위치한 바.
정확히는 위치했던 바.
각성자 전담 범죄 본부는 뉴욕에 소재하고 있었다.
하여, 지금.
“잭슨 본부장님?”
FBI 각성자 전담 본부의 본부장, 잭슨은 사무관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그게… UN에서 수사 협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UN에서?”
사무관이 대답 대신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건네었다.
잭슨은 서류를 받아 그 내용을 확인했다.
“다니엘의 위치 추적을 허가해 달라?”
잭슨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는 찌익.
“무시해.”
서류를 반으로 찢어 버렸다.
“오냐오냐, 해 주니까 아주 끝을 모르고 기어오르지.”
세계 평화니 뭐니.
그래봤자 미국의 콩고물이나 받아먹는 UN이지 않은가.
스스로의 주제를 파악하고 알아서 기어도 모자라거늘.
“우리가 왜 UN의 요청을 따라야 하는데?”
잭슨은 생각할 것도 없이 찢어 버린 서류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한 모양입니다.”
“심각해 봤자 얼마나 심각하다고. 그냥 UN에서 알아서 하라고 해.”
잭슨은 사무관에게 나가 보라 손짓했다.
하지만 사무관은 나가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자세한 정황은 더 파악해야 하겠지만, 다니엘이 맹시우 헌터의 여동생을 납치한 것 같습니다.”
“뭐?”
잭슨은 저도 모르게 놀란 눈을 떠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냥 둬.”
“예? 하, 하지만….”
“상부의 지시야.”
잭슨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사무관은 그렇지 않았다.
“그, 그 말씀은….”
꿀꺽.
“이, 이, 이번 일에 미국 연방 정부가….”
“그만.”
잭슨이 사무관의 말을 끊었다.
“많은 것을 알려 하지마.”
“…….”
“자네는 자리로 돌아가 평소처럼 하던 일을 하면 돼.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끄덕.
사무관은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부장실을 나갔다.
그렇게 사무관이 자리를 떠나간 뒤.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본부장실의 창문을 내려다봤다.
창문 아래로 한눈에 보이는 뉴욕시의 전경.
“There’s a thin line between hero and villain.”
잭슨은 뉴욕시의 전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 * *
멈칫.
서아의 흔적을 쫓던 흑돌이가 자리에 멈춰 섰다.
이윽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코를 벌렁거렸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하는 흑돌이의 표정.
크르르….
흑돌이가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 판데모니움의 암흑가를 찾아냈던 흑돌이었다.
인식 저해 장치의 눈속임마저 완벽히 파훼했던 흑돌이.
하여, 김이준이 납치당했을 때도 그 위치를 금방 찾아냈던 흑돌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크르르…!
흑돌이가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작정을 한 것이다.
나아가 흑돌이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다니엘만 있는 게 아니야.’
고작 다니엘 혼자서 계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배후가 다니엘 뒤에 존재한다.
그게 누군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임은 확실하다.
하여, 지금.
끼이잉….
흑돌이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크게 당황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는 시간.
만일. 정말로 만일.
서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시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라면.
꽈드드득!!
시우의 두 눈이, 점점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 * *
크리스티안은 온몸을 옥죄는 죽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죽음 너머로 느껴지는 무언의 감정.
‘분노…?’
끝없는 분노가 느껴지고 있었다.
‘맹시우가 분노하고 있어…?’
그런데 시우가 이렇게 분노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크리스티안이 본 바로 시우는 이렇게까지 분노할 사람이 아니었다.
겸손할 줄 알았고, 스스로를 낮출 줄 알았다.
불의에는 분노하나, 약자에겐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 바로 시우였다.
다니엘의 깝죽거림에도 유하게 넘어갔던 시우이지 않았는가.
영웅.
정말로 그 이름에 걸맞은 존재가 바로 시우였다.
끼이이이….
그런데 분노하고 있었다.
시우가 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죽음이, 분노하고 있었다.
꿀꺽.
크리스티안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볼 아래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엇이…. 대체 무엇이.
시우를 분노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누가’ 시우를 분노하게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다니엘, 이 개새끼가 기어코!!!’
크리스티안을 이를 까뜩, 씹었다.
그 병신 같은 후예 한 마리가 기어코 일을 벌였다.
그리하여 크리스티안은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미국을 떠야 하나?
일주일 뒤에 열리는 안보리고 뭐고 다 집어치워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은 고개를 저었다.
미국을 떠나도 의미가 없다.
고작 미국을 뜬다 해도 시우의 분노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금 당장 UN에 연락해!”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크리스티안은 수행원에게 소리쳤다.
“예? 갑자기 UN에 말입니까?”
수행원이 뭔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물어 왔다.
보아하니 수행원이 이 끝없는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세상 전체를 향해 선고하는 죽음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당장 영웅들의 후예를 전부 소집하라고 전해!!
그러나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럴 여력조차 없다.
“그리고 다니엘, 이 병신 새끼를 찾는 즉시 팔다리를 잘라!”
한시라도 빨리 다니엘을 막아야 한다.
다니엘, 그 새끼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기 전에 막아야 한다.
팔다리를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팔다리를 잘라야 한다.
그로써 돌이킬 수 없는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예에? 다니엘이요? 갑자기 다니엘은 왜 나옵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이유 따위 묻지 말고 움직여!!”
크리스티안은 이를 까득, 씹으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우의 분노가 커져 가고 있다.
세상을 향한 종말의 죽음이 거대해지고 있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이 죽음은 다니엘, 한 명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일, 정말로 만일.
이 죽음이 세상 전체를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우가 헤까닥 눈이 뒤집혀 세상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될까.
‘못 막아.’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물론 크리스티안이 본 시우는 그럴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영웅’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위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이 끝없는 분노의 종착점이 반드시 ‘영웅(Hero)’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크리스티안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스승님….’
크리스티안의 스승이자 13인의 영웅 중 한 명.
우르슐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봐왔으니까.
왜 우르슐라가 스위스 변방에 떨어져 쓸쓸히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크리스티안은 알고 있었으니까.
13인의 영웅들이 겪어야만 했던 그 인간 말로의 참상.
그 참상을 크리스티안은 바로 옆에서 지켜본 바가 있었다.
시우라고 과연 다를까.
무신(武神)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의 영웅.
시우라고 그 참상의 끝에 영웅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 세상이 존립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줄까.
There’s a thin line between hero and villain.
영웅과 악당은 한 끗 차이다.
만일 시우가 인간 혐오증이라도 걸려 버린다면.
나아가 인간이라는 종족은 살아 있으면 안 되는 개체라 판단한다면.
‘…끝이다.’
인류에게 남은 건 오로지 종말뿐이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그러니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다니엘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미국 연방 정부에도 전해! 모든 헌터…. 아니, 사지 멀쩡한 모든 각성자들을 싸그리 긁어모으라고!!!”
그러나 늦기 전에 막아야 한다.
“오늘 미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내 말대로 하라고 해!!!”
“하, 하지만 갑자기….”
“내가 최악만은 막고 있을 테니 어서 움직여!”
크리스티안은 그 말을 끝으로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