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전신을 지배하는 고양감.
온몸에 흘러넘치는 압도적인 힘에 다니엘은 전율했다.
【이게…. 이게….】
스승, 윌리엄 노아가 준 힘이다.
수많은 윌리엄의 제자들이 도전했지만 버티지 못한 힘이었다.
오로지 다니엘만이 품을 수 있었던 힘이었다.
그리하여 다니엘이 윌리엄의 후예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크하하하하하하!!】
다니엘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힘만 있으면…. 이 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하여, 검게 물든 다니엘의 두 눈.
다니엘의 시선이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작은 여인에게 향했다.
시우의 여동생, 서아.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관없다.
물론 시체랑 하는 건 취미가 아니었다만….
【맹시우 녀석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불끈, 거렸다.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즐거웠다.
과연 맹시우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어떠한 반응을 내보일까?
아마 미쳐 버리지 않을까?
미쳐서 두 눈이 헤까닥 뒤집히지 않을까?
【크하하하하하하하!】
아.
생각만 해도 즐거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거사를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크리스티안, 너부터 죽여 주지.】
자신에게 치욕을 준 영웅의 후예.
다니엘은 성큼,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아, 아….”
그러자 크리스티안이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전신에서 들끓는 이 엄청난 힘.
이 힘을 눈앞에서 마주한다면 누구나 저럴 테니까.
공포와 두려움에 떨어 정신이 미쳐버릴 테니까.
“아, 아으….”
크리스티안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다니엘은 그런 크리스티안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
털썩.
크리스티안이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몸조차 일으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크리스티안은 앉은 자세에서 뒷걸음질을 멈추지 않았다.
“아, 아니야. 나, 나는….”
크리스티안은 최대한 다니엘로부터 멀어지고 도망치고 있었다.
“사, 살려 줘….”
급기야 살려 달라며 빌기 시작하는 크리스티안이었다.
아까 전 보였던 패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공포에 삼켜진 버러지.
“나, 나는…. 나는 그저….”
지금의 크리스티안은 버러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때문일까.
【…마음이 바뀌었다.】
흥미가 식었다.
방금 전에 자신을 몰아세운 것은 상당히 불쾌했다.
나아가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건 굉장히 짜증 났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니….
“살려 줘…. 살려 줘, 제발….”
그 불쾌함과 짜증이 상당수 수그러들었다.
살려 달라 싹싹, 비는 꼬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일말의 쾌감도 일었다.
나아가 일말의 동정심이 일었다.
그 때문인지 다른 방식의 즐거움도 문득, 떠올랐다.
【특별히 너한테도 보여 주지.】
다니엘이 주저앉은 크리스티안을 지나쳐 걸어갔다.
그리하여 쓰러진 서아 앞에 멈춰 섰다.
【맹시우의 여동생을─.】
그리고 서아를 향해 손을 뻗던 그 순간이었다.
“그 입 닥쳐! 이 버러지 새끼야!”
크리스티안이 일갈하듯 소리쳤다.
【…뭐라고?】
다니엘은 순간 귀가 잘못된 건가 싶었다.
천천히 돌아본 시선.
그곳엔 크리스티안이 다니엘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그래, 이 개새끼야!”
크리스티안이 재차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뚝.
“아, 아, 아으….”
재차 공포에 몸서리쳐 떨기 시작했다.
설마, 공포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쳐 버린 건가?
다니엘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유를 말해.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누구지? 하는 의문이 채 떠오르기도 전.
꽈앙!
다니엘의 기억이, 잠시나마 끊어졌다.
* * *
“부총장님!”
저 멀리, 다급히 뛰어오는 UN의 직원.
UN의 DSG, 에드워드는 숨을 고를 시간을 주지도 않고 물었다.
“어떻게 되었지?”
“그, 그것이….”
상당치 거친 숨에 직원이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은 숨을 몇 번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FBI에서 다니엘 소재 파악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이런 제기랄!”
에드워드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런 에드워드의 모습이 이상했던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일본의 한 통역사가 에드워드에게 물어 왔다.
그런 통역사 뒤쪽으로 한 여인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청초한 꽃잎과도 같은 분위기의 미녀.
대음양사, 노노이치 가문의 후계자 루리코.
“그것이 말입니다….”
에드워드는 아랫입술을 씹으며 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통역사는 에드워드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는 루리코에게 가 들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상황을 들은 루리코.
루리코가 통역사와 함께 에드워드를 앞으로 걸어왔다.
“他の人たちは?”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
다만, 아름다운 목소리와는 별개로 그 의미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다른 후예들은 왜 모이지 않은 겁니까?”
다행히 통역사가 그 의미를 전달해 왔다.
다니엘이 시우의 여동생을 납치했다는 말에 에드워드는 다급히 후예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런 UN의 요청에도 모이지 않은 후예는 3명이었다.
다니엘, 한채린, 크리스티안.
다니엘은 사건의 주범이기에 당연했다.
한채린은 펜실베니아 주에서 부랴부랴, 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크리스티안은….
“먼저 다니엘을 막고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크리스티안의 수행원이 전해 온 바로는 그러했다.
아무래도 다니엘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모양.
“다만, 어디에 있는지는 저희도 잘….”
문제는 크리스티안만 알고 있는 방법이었다.
루리코는 가만히 통역사의 말을 들었다.
“오죠사마께서 찾아보겠다 하십니다.”
오죠사마?
에드워드의 고개가 잠깐 기울어졌다.
통역사의 습관이 나온 걸까.
그래도 에드워드는 저것이 루리코를 지칭하는 말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게 가능하신 겁니까?”
에드워드가 묻자 통역 없이 루리코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루리코가 차분히 두 손을 가슴께로 모았다.
화아아악!
알 수 없는 기운이 루리코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인간의 인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이러한 초자연적인 현상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
고대의 인간들은 벼락의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어떡해서든 그 현상을 이해하고자 했다.
주술과 마법.
그렇게 세상을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이 탄생했다.
먼저 주술(呪術, Incantation)은 불가사의한 현상을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이라 해석했다.
제우스라는 신(神).
토르라는 신(神).
나아가 뇌령(雷靈)이라는 정령.
그들이 노하고 분개하여 벼락이 발생한다 여겼다.
그리하여 주술은 그런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고 숭배했다.
그들의 힘을 빌려 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재현한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神)의 산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는 인간의 인지 영역으로 끌어내리고자 했다.
마법(魔法, Magic).
마법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해석한다.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초자연적인 현상을 재현한다.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두고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주술과 마법은 차이점을 지닌다.
위와 같은 관점으로 본다면 루리코는 주술사와 같았다.
음양사(陰陽師, Onmyoji).
민간의 점술, 주술, 제사를 하는 비관인.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는 음양사라는 것이 그렇지 않았다.
음(陰)과 양(陽).
세계를 구성하는 두 근원.
음양사는 음양(陰陽)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이였다.
그리하여 현상의 원인을 해석하고, 현상을 설명하려 하는 이.
루리코는 주술사가 아닌, 마법사라 할 수 있었다.
“센트럴 파크 쪽에서 굉장히 강력한 음기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 정도 수준의 음기라면….”
루리코가 다시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그 차분한 모습은 마치 겨우내 소복히 쌓인 눈과도 같았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멍하니 시선이 빼앗기던 찰나.
“아무래도 크리스티안 님이 남긴 흔적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루리코의 말을 통역사가 알려 왔다.
사령술(死靈術)을 사용하는 크리스티안.
죽은 사령(死靈)을 다루는 크리스티안은 확실히 주술사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같은 음(陰)차원의 영역을 이해하고 있는바.
마법과 주술.
루리코와 크리스티안.
둘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보아하니 크리스티안은 다니엘의 위치를 음차원의 방식으로 알려 온 모양이었다.
“가시죠, 오죠사마께서 안내해 주신다고 합니다.”
통역사의 말과 동시에 루리코가 앞서 걸어갔다.
그런 루리코를 따라 에드워드와 다른 후예들이 따랐다.
그 순간 뚝.
앞서 걷던 루리코가 걸음을 멈춰 섰다.
무슨 일인 건가 싶은 생각도 잠시.
“해당 위치에 또 다른 존재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또 다른 존재요?”
“굉장히 강력하고도 강대한 존재라고 하십니다만….”
에드워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리코가 다시금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곧 루리코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또한 왜일까.
덜덜….
가녀린 그녀의 몸이 공포에 질린 듯 심히 떨리고 있었다.
* * *
크리스티안은 눈앞으로 보이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눈앞에 있는 존재를 믿을 수가 없었다.
시우.
두 눈으로 보이는 모습은 분명 인간이다.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
그런데…. 그런데.
“사, 살려….”
정녕 인간이 맞는 건지 무구한 의구심이 들었다.
시우의 전신으로 피어나는 죽음의 기운.
그것은 사신(死神)이 다루는 죽음과는 비교조차 불허했다.
사령(死靈) 중에서도 최상위에 기거하는 령(靈).
죽음을 거두는 자, 사신(死神).
그러나 비교조차 불허한다.
지금 시우의 죽음에 비하면 사신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크리스티안은, 사신은 그저 죽음을 다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확하고 거둔 죽음의 힘을 빌려 오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시우는 그렇지 않았다.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죽음은 그러한 개념이 아니다.
죽음의 힘을 빌려 오는 것 따위가 아니다.
사아아아아─!
죽음을 거느리고 있었다.
지배하고 있었다.
죽음(Death), 그 자체.
단지 눈앞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크리스티안은 생명이 박탈당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다니엘.
【맹시우….】
저 다니엘이 제발 입 좀 닥쳤으면.
제발, 제발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으면.
그렇다고 시우가 용서해 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든.
할복을 하든, 목을 자르든.
아니면 오체분시를 하든 뭐든!
제발 뭐든 좋으니까.
사아아아아아─.
지금 시우의 분노를 잠재워 줬으면 하는 절실한 바람이었다.
【제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온 건가?】
하지만 다니엘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악마의 힘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닐 뿐이었다.
주제도 모르는 힘에 집어삼켜 정신이 미쳐 있었다.
아니, 딱히 악마의 힘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마침 좋은 볼 거리가 있었는데, 잘 되었네.】
다니엘, 저 새끼는 그냥 병신이었다.
“이유를 말해.”
시우가 말했다.
“뭐든 좋으니까 이유를 하나만 말해.”
그리하여 죽음이 고하고 있었다.
“저, 저는 그저 도, 도움을….”
크리스티안은 그 부름대로 이유를 말했다.
그러자 시우가 고개를 돌려 크리스티안을 내려봤다.
뒤지기 싫으면 너는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눈빛.
크리스티안은 입을 꾹, 다물었다.
덮쳐오는 스산한 죽음에 합죽이가 되었다.
그리고 행여 신경에 거슬릴까 눈도 내리깔았다.
시우는 그때서야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이유? 무슨 이유?】
다니엘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답했다.
나아가 비아냥거리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네 여동생을 납치한 이유?】
“아니.”
시우가 나지막히 답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번쩍!
시우의 모습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바로 앞에서 지켜보던 크리스티안은 시우를 놓쳐 버렸다.
다니엘 역시 놓친 것인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두 후예의 감각으로도 좇을 수 없는 속도.
이윽고 시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다니엘의 뒤쪽이었다.
“내가 너를 살려 두어야 할 이유.”
꽈아아아앙!
거대한 충격이, 던전의 공간을 통째로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