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흉신악살(凶神惡殺).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악마를 무참히 사냥하는 악귀(惡鬼).
“……”
“……”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 앉았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열 수가 없었다.
터벅.
그저 다가오는 공포를 마주할 뿐이었다.
윌리엄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방금 전에 보였던 크나큰 악(惡)의 힘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뜯겨져 나간 양팔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시우는 그런 윌리엄의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섰다.
모든 것에 체념한 윌리엄의 얼굴.
“이유가 무엇입니까.”
시우는 윌리엄에게 물었다.
“왜 악마와 손을 잡은 겁니까.”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 다니엘이 악마의 힘을 사용할 때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영웅의 후예라고는 생각될 수 없는 모습이나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후예는 후예일 뿐.
영웅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힘을 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기와 질투에 삼켜져 마음이 먹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윌리엄 노아는 아니었다.
사특한 이단과 이교도들을 처단하는 집행자.
악(惡)의 무리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리는 심판자.
그리하여 과거, 종말의 벼랑 끝에 내몰렸던 인류를 구원한 13인의 영웅.
심판자(審判者), 윌리엄 노아.
시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다우 신 사야마 또한 악마에 삼켜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마르바스로 인한 타락이었다.
마르바스가 다우 신 사야마가 지닌 마음의 병을 발아시킨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마르바스가 다우 신 사야마를 잠식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시우는 정화[淨化](EX)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아니었다.
윌리엄은 스스로가 지금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윌리엄에겐 마음의 병이 없었다.
마음의 병이 없으니, 타락 또한 하지 않았다.
타락하지 않았으니, 정화[淨化](EX)의 힘 또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시우의 눈에는 또 다른 영웅이 윌리엄과 겹쳐 보였다.
한때는 인류를 구원한 13인의 영웅이었으나, 지금은 인류를 위협하는 최악의 악(惡)이 되어 버린 영웅.
붉은 그림자.
윌리엄에게서는 붉은 그림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쳐 보였다.
그렇기에 알고 싶었다.
윌리엄과 붉은 그림자.
“대체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만든 겁니까.”
이 둘은 왜 인류를 배반해야만 했었나.
이렇게 인류를 배반할 목적이었다면 왜 인류를 구원했던 것일까.
시우는 물었고.
“……”
윌리엄은 답이 없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얼굴과 표정으로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를 잠시.
“나는….”
윌리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피로 물든 얼굴을 들어 시우에게 말했다.
“신(神)의 말씀을 실현했을 뿐이다.”
신(神).
윌리엄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윌리엄은 본디 바티칸 소속의 이단심문관이었으니까.
이단심문관은 신(神)께서 말씀하시는 정의(正意)를 실현한다.
그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고한 이들을 무자비하게 처벌한다.
하지만 시우는 알고 있었다.
이단심문관은 실은 그러한 냉혹한이 아니라는 것을.
중세시대에 악명 높았던 마녀사냥.
사람들은 이단심문관들이 마녀사냥을 주도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마녀사냥을 엄격히 금지한 곳이 바로 이단심문관들이었다.
마녀사냥은 신(神)의 올바른 교리가 아니었으니까.
사특한 이단을 가려내어 올바른 교리를 전파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
해서 이단심문관들은 얼토당토않은 마녀사냥을 막았다.
비록 훗날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이 격화되며 지금과 같은 냉혹한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본디 이단심문관들은 그런 이들이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진정한 신(神)의 말씀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
해서 시우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말하는 신(神)은 누구입니까.”
윌리엄이 말하는 신(神).
그 신(神)은 과연 누구를 말하는 걸까.
로마 정교회, 가톨릭, 기독교 등.
이단심문관은 그리스도교의 각 종파마다 존재했다.
그리고 시우는 윌리엄이 어느 종파 소속의 이단심문관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바.
저들에게 있어 신(神)이라 함은 오직 하나.
유일신인 하나님, 야훼(Yahweh)다.
따라서 윌리엄이 말하는 신(神) 역시 야훼가 된다.
야훼여야만, 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윌리엄은 답을 하지 않았다.
차분히 두 눈을 감은 모습은 숭고한 순교자와도 같아 보였다.
시우는 그런 윌리엄을 가만히 바라봤다.
결국 윌리엄은 스스로의 신(神)에 대해 함구했다.
그렇기에 진실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현재 미국 소속이 된 이유가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윌리엄이 바티칸 소속을 버렸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사특한 이단을 가려내는 이단심문관.
그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했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진실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진실은 하나 있었다.
윌리엄은 더 이상 윌리엄이 아니다.
적어도 시우가,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이 아니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버린 이단(異端).
시우는 한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자, 잠시만요…!!”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치켜든 시우의 손이 허공에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겨우내 소복히 쌓인 눈처럼 단아한 인상의 미녀.
“잠시만, 잠시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요!”
대음양사(大陰陽師) 노노이치 가문의 후계자, 루리코.
시우의 시선이 닿자 루리코가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겨우 입을 열었다.
“위, 윌리엄께서는 현재 미국 소속의 영웅이에요!”
시우는 말없이 루리코를 바라만 봤다.
그러자 루리코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만일 윌리엄 님을 해치신다면….”
그러나 뒷말을 모두 내뱉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윌리엄을 죽인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
아무리 시우라도 미국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돌려서도 안 되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후예들 모두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들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시선이 시우에게 집중되었다.
집중된 시선 속.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미동도 않고 쓰러져 있는 서아.
온몸이 피 칠갑이 된 채 정신을 잃은 김이준.
그런 둘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셀리나.
이윽고 시우의 시선이 다시 루리코에게 향했다.
움찔!
루리코가 몸을 떨며 겁에 질리는 것도 잠시.
“해 보시든가.”
허공에 멈췄던 시우의 손이, 다시금 아래로 향했다.
콰직!
* * *
다음 날.
[실리콘밸리에서 상온 상압의 초전도체 개발?!> [코스토폴 기업, SH그룹과의 계약 체결.>미국 각지에 있었던 수많은 소식들이 기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중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소식은 이것.
[2차 안보리 결의안 검토.> [미국과 UN의 첨예한 대립의 결과는?> [2차 안보리 결의안까지 남은 7일.>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2차 안보리였다.
각종 언론사들과 커뮤니티는 2차 안보리에 대해 집중했다.
나아가 미국과 UN의 대립 구도에 촉각을 세웠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들 속.
[심판자(審判者), 윌리엄 노아가 살해당하다!>유독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1면을 장식했다.
└[엥? 윌리엄 노아가 살해당해?>
└[이건 또 뭔 개소리임?>
사람들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윌리엄 노아가 대저 누구란 말인가.
13인의 영웅.
이 말 한마디만 하더라도 그 이상의 설명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윌리엄 노아가 살해를 당했다?
└[보나 마나 제목 어그로겠지.>
└[미국도 제목으로 어그로 끄는 건 마찬가지구나.>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대부분은 질 낮은 어그로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호기심에 기사를 클릭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을 확인.
└[어…? 지, 진짠데…?>
기사의 제목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질낮은 어그로성 제목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 미친…. 진짜였잖아?>
└[저게 진짜였다고…?>
해당 소식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윌리엄 노아의 사망.
그것도 단순 노화가 아닌 타살.
└[何と言う?>
└[What the Fuxk!?!>
└[юу?>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에 빠지는 것도 잠시.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범인이 누구임? 누가 윌리엄을 살해한 거임?>
누가 윌리엄 노아를 살해했는가.
└[몬스터한테 살해당한 거?>
└[야이 새끼야. 윌리엄이 던전 몬스터한테 죽을 짬바냐.>
└[늙어서 힘이 약해져 그런 걸 수도 있잖음.>
└[드래곤이 늙었다고 고블린한테 살해 당하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되도 않는 가설들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가장 대두되는 추측은 하나였다.
└[붉은 그림자 아님?>
붉은 그림자.
붉은 그림자가 윌리엄을 살해했다.
└[갓직히 이게 가장 킹능성 있음. 알베르토를 살해한 것도 붉은 그림자였잖슴.>
└[그치. 판데모니움은 몰락했지만 붉은 그림자는 살아 있으니까.>
그렇게 범인이 붉은 그림자로 좁혀지는 가운데.
하나의 충격적인 기사글이 떠올랐다.
└[저거 범인… 맹시우라는데?>
└[뭐? 맹시우?>
└[윌리엄 노아를 살해한 범인이 맹시우라고?>
전 세계가 삽시간에 충격에 빠졌다.
└[지랄 ㄴㄴ. 맹시우가 왜 그런 짓을 함??>
└[ㄹㅇ ㅋㅋ. 차라리 던전 몬스터한테 살해당했으면 몰라도.>
└[그런데 맹시우가 윌리엄을 살해할 정도가 되었나?>
└[그러게, 아무리 맹시우라도 상대가 윌리엄인데.>
└[맹시우는 신이다. 신시우는 맹이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속속들이 그 증거와 증언들이 이어졌다.
[영웅들의 후예 증언, 맹시우가 윌리엄 노아를 살해한 것이 맞다.>그러나 속속들이 그 증거와 증언들이 이어졌다.
나아가 미연방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떠올랐다.
[미연방 정부, 해당 사건에 대해 통탄을 무한한 유감을 표함.> [해당 사건에 대하여 강력 대응할 것.> [한국에도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상황이 이쯤 되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맹시우가 왜?>
└[아, 아니…. 아니 왜…?>
└[맹시우는 신인가…? 신시우는 맹…인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왜긴 왜겠어. 그냥 힘에 취한 거지.>
└[무신이니 뭐니 치켜세우더니 참.>
└[심지어 미국에서 한국에 책임을 묻는다네.>
└[맹시우 한 사람 때문에 애먹은 우리만 피해 보네 ㅅㅂ.>
이때다 싶은 비난의 목소리가 대두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시우에 대한 비난을 이어 가던 와중.
[UN 대변인 曰: 윌리엄은 악마와 거래한 상태였다.>UN에서 긴급 성명문을 발표했다.
└[엥? 윌리엄이 악마와 거래한 상태였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임?>
그와 관련한 후속 보도가 속속들이 이어졌다.
└[지금 영웅 후예들 증언의 전문 보니까, 확실히 맥락이 다르네.>
└[맥락이 달라? 그게 무슨 뜻임?>
└[맹시우가 윌리엄을 살해한 건 맞는데, 그때 윌리엄은 악마나 다름이 없었다네.>
└[ㄹㅇ? 참 트루임 그거?>
└[기사 링크 보내드림. 번역기라도 돌려서 확인해 보셈.>
└[미국 이 새끼들. 저거만 쏙, 빼놓고 기사 보도한 거?>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그러나 미국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윌리엄 노아가 악마와 거래한 정황은 어디에도 없어.> [모두 UN의 여론전일 뿐.> [맹시우가 윌리엄 노아의 살해한 건 변함없는 사실.>그렇게 UN과 미국의 첨예한 사실 공방이 이어졌다.
* * *
뉴욕 프레스티지 병원.
뉴욕시가 선정한 최고의 병원이자,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자부하는 이곳.
달칵.
자그마한 문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병실 밖을 나왔다.
차마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초월적인 미모의 여인, 셀리나.
“서아는…. 서아는 어떻게 되었어?”
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