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갑작스레 등장한 법복을 입은 노인.
시우는 저도 모르게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어.’
보다 정확히는 한 박자 늦게 노인의 기척을 감지했다.
환골탈태[換骨脫胎](EX)로 진화한 감각.
크리스티안의 그림자 유영술조차 시우의 감각을 벗어날 수 없었거늘.
‘평범한 이는 아니야.’
시우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시우는 긴장을 한껏 끌어 올리며 노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노인이 깜빡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예미레야라고 합니다. 부족하나마 신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대제사장이지요.”
법복을 입은 노인, 예미레야가 주름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이곳이 예루살렘임을 미루어 본바.
예미레야는 유대교의 높은 직책의 누군가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쪽은 맹시우 헌터라고 생각되옵니다만.”
예미레야는 적의는 없어 보였다.
적어도 지금 당장 싸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시우는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시우의 말에 예미레야가 다시금 주름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양팔을 좌우로 펼쳐 다시 한번 적의가 없음을 내보였다.
“신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매 아래로 늘어진 법복.
시우는 예미레야를 말없이 바라봤다.
보아하니 시우가 예루살렘에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시우를 기다리고 있다는 존재.
“당신이 말하는 신은 누구입니까.”
예미레야가 유대교의 대제사장이라면 그 신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하나님, 야훼.
그렇다면 야훼께서 시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까.
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으니까.
야훼께서 이 지구라는 차원에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글쎄요….”
예미레야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미욱한 제가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아도 되는지 조심스럽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제사장이라는 이가 모시는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는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제가 신께 하명받은 말씀은 당신을 데려오라는 것뿐인지라….”
예미레야가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빙빙 에둘러 말했지만 결국 저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내가 해 줄 이야기는 없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분께 직접 여쭤보시지요.”
예미레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양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저 혼자 발걸음을 옮겼다.
시우는 잠시 고민했다.
따라가도 되는 걸까. 함정이 아닐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끝내 터벅.
시우는 예미레야를 따라 예루살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거룩한 무덤 성당(Church of The Resurrection).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하여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성당.
이 성당은은 가톨릭, 정교회, 사도 교회, 곱트 교회, 테와히도 정교회, 기독교 등.
이른바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따르는 모든 종교의 공동 성지였다.
“들어가시지요. 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미레야는 그 말과 함께 미련 없이 걸음을 되돌렸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가 끝이라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시우는 떠나는 예미레야의 뒷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그리고는 커다란 성당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끼이익.
녹슨 경첩의 소리가 성당 내부의 메아리를 타고 울려 퍼졌다.
그리하여 보인 거룩한 무덤 성당의 내부.
성당 내부는 무거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휩싸여 있었다.
간간이 비치는 횃불은 어두운 조명임과 동시에 영혼을 불태우는 빛처럼 보였다.
그 때문인지 입구 부근은 두터운 어둠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강렬한 붉은 빛이 그 어둠 속에 이끌리듯 바닥에 새겨져 있었다.
그로써 성당은 강렬한 붉은빛과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벽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형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제단이 위치하고 있었다.
제단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예물들이 놓여져 있었다.
어둠과 빛.
신비함과 고요함.
서로 상반되는 성질이 교차되어 죽음과 생명의 묘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시우는 천천히 성당 내부로 발걸음을 디뎠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불길한 기운이 점점 시우를 죄어왔다.
그리하여 성당의 가장 맨 앞.
제단의 단상 뒤쪽으로 한 존재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등을 돌린 탓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우는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태양 빛을 닮은 금발의 남자.
[오래전, 예호슈아가 이곳에 묻혔었지.]의지의 목소리가 시우의 뇌리로 들려왔다.
예호슈아(יְהוֹשֻׁעַ).
주님의 구원이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 이름.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었으나 시우는 그 이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동서고금 으뜸가는 3명의 성인 중 한 명.
예수.
예호슈아는 다름 아닌 예수의 본명이었다.
[골고타 언덕에서 롱기누스에게 창에 찔려 사망한 직후에 말이야.]예수는 십자가형을 당하고 바로 이곳, 거룩한 무덤 성당에 매장된다.
그리고 사흗날에 이르러 부활하여 하늘로 승천한다.
[예호슈아는 이곳에서 신이 될 수 있었지.]동시에 그리스도교가 세상에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성부, 성자, 성령은 서로 구별되나 본질은 같을지니.
성부도 하나님이요.
성자도 하나님이며.
성령 또한 하나님이니.
예수 또한 하나님과 같은 존재라.
가톨릭과 기독교는 예수를 진정한 신으로서 섬긴다.
같은 뿌리인 이슬람 역시 예수를 인정하고 공경한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관계는 좋지 않으나 예수만큼은 공경한다.
다만, 신성을 지니지 않은 인간.
위대한 예언자로서 예수를 공경하고 또 존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대교에서만큼은 예수를 조금 다르게 인식한다.
거짓된 예언자.
유대교를 부정하고 새로운 종파를 탄생시킨 사이비.
메시아를 기대하는 유대인들 사이에서 예수는 이단 중의 이단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유다 녀석은 예호슈아를 썩 좋아하지 않았어.]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었으나 예수를 은화 30냥에 팔아넘긴 인류 최악의 배신자.
유다 이스카리옷(Judas Iscariiot).
이러한 유다의 배신은 유다의 ‘물욕’ 때문이라 알려져 있었다.
말 그대로 은화 30냥에 눈이 멀어 예수를 팔았다.
그러나 당시 은화 30냥의 값어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소 한 마리.
당시 은화 30냥은 소 한 마리의 값어치와 동일했다.
물욕에 눈이 멀어 예수를 배신했다고 하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
고작 소 한 마리라고는 하나 그것 역시 무시할 만한 값어치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궁극적인 이유라고 하기엔 부족했다.
[유다는 예호슈아를 시기하고 또 질투했지.]인간의 7가지 원죄 중 질투(Invidia).
[유다는 신이 되고 싶어 했거든.]금발의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유다가 예호슈아의 제자로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었어. 예호슈아를 따른다면 자신도 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그러나 뜻처럼 쉽지 않았다.
인간이 신이 된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한계에 부딪혔고, 벽에 가로막혔다.
그럴수록 유다는 절망했다.
그리고 자신과는 달리 신이 되어 가는 예수를 바라보며 시기하고 또 질투했다.
유다의 마음은 그렇게 점점 갉아 먹혔다.
그리하여 끝내.
유다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품고 말았다.
내가 될 수 없다면 예수, 너도 될 수 없다.
[시기와 질투에 못 이겨 예호슈아를 배신한 거야.]그렇게 유다는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 버린다.
하지만 정작 예수는 그런 유다를 용서했다.
유다가 자신을 배신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예수의 사랑, 아가페(Agape).
예수는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며 유다를 용서했다.
그렇게 예수는 십자가형을 당하여 처형되었다.
그리하여 이곳.
거룩한 무덤 성당에서 진정한 신(神)으로 부활하여 승천한다.
[그리고 유다는 진정한 신이 된 예호슈아를 보며 다시 한번 질투했지.]동시에 한 가지 희망을 품는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는 것이구나.
예수가 십자가형으로 죽은 뒤 신이 된 것처럼 나도 될 수 있겠구나.
[유다는 자신의 이름을 버림으로써 존재의 죽음을 맞이했어.]사두즈(Sadus).
이것이 유다의 최후로 알려진 자살의 진실이었다.
또한 그 이유에는 예수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아닌 신이 되고자 했던 욕망이 투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다는 신이 될 수 없었어.]뭐가 부족했던 걸까.
뭐가 부족했길래 나는 예수처럼 신이 될 수 없는 걸까.
[유다는 생각했고, 고민했어.]그리고 끝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예호슈아처럼 세상을 구원하면 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유다는 예수와 같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쉽지 않았다.
영웅은 난세에 탄생하는 법.
평화의 시대에서 영웅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유다는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종말의 벼랑 끝으로 내몰면 되잖아?]마계 대침공.
유다는 갓튜브와 지구의 차원을 강제로 이어붙였다.
그리고 마왕, 바엘로 하여금 지구를 침공하도록 수를 쓴다.
이것이 바로 이면의 진실.
그리하여 유다는 13인의 영웅이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도 유다는 신이 될 수 없었어.]유다는 절망했다.
대체 왜?
나는 종말의 벼랑까지 내몰렸던 인류를 구원했는데?
인류를 구원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예수 못지않을 텐데 대체 왜?
유다는 절망했고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애초에 인간은 결단코 신이 될 수 없었던 거라는걸.]인간은 결국 신의 피조물에 불과하다.
피조물 따위는 결코 창조주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유다는 포기하지 않았지.]정말로 신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인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을 넘어설 수 없는 걸까.
[유다는 계속해서 방법을 갈구했어.]그리하여 끝내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이 신보다 뛰어난 딱 한 가지. 그 한 가지로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딱 여기까지 들었을 때.
시우는 꽤 오래전의 기억이 하나 불현듯 떠올랐다.
다름 아닌 서울의 재앙 이후의 일이었다.
루도레아의 성물과 백선평의 희생으로 시우가 병원에서 깨어났을 무렵의 일.
백선평이 깨어난 시우에게 들려주었던 하나의 이야기였다.
마왕이 사라지고 13인의 영웅들을 핵폐기물 취급했던 사람들.
그리하여 사두즈가 붉은 그림자가 되었던 당시의 일.
‘검선, 혹시 그거 아세요?’
사두즈는 찾아온 백선평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신(神)은 언제나 우리들 너머에 계시죠. 닿으려 손을 뻗어도, 목소리를 듣고자 귀를 기울여도. 신(神)께서는 그 어떠한 응답도 해 주지 않으시죠.’
백선평은 당시 사두즈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고 말했었다.
‘인간은 결코 신(神)이 될 수 없어요. 모든 면에 있어 신(神)은 우리 인간보다 뛰어나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검선?’
그렇게 사두즈…. 아니, 붉은 그림자는 갑자기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의 육편을 씹었다.
자신이 구해 주었으나, 끝내 자신을 배신한 이들의 육편을 씹었다.
우적우적.
육편이 씹히는 소리가 이어질수록 붉은 그림자의 존재는 더욱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꿀꺽.
시체의 육편이 붉은 그림자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인간이 신(神)보다 뛰어난 것이 딱 하나 있다는 것을요. 전지전능하신 신(神)조차 인간에게는 이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어요. 혹시… 그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검선?’
히죽.
지어지는 붉은 그림자의 광기 어린 미소.
[악의(惡意).]금발의 남자가 내뱉는 의지가 당시의 기억과 겹쳐 들려왔다.
[구원으로 신이 될 수 없다면, 악의로서 악신이 되겠노라고.]사두즈는 그렇게 판데모니움을 찾아갔다.
그리하여 지금 눈앞에 있는 금발의 남자를 포함한 판데모니움의 7간부.
교만, 인색, 질투, 분노, 탐식, 색욕, 나태.
칠죄종의 악마와 거래하여 판데모니움의 지배자가 되었다.
사두즈는 그렇게 붉은 그림자가 되었다.
구원이 아닌 종말로써 신이 되고자.
[하지만 그러한 유다의 시도조차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등을 돌린 금발의 남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로써 번뜩이는 붉은 광채.
[바로 너로 인해서 말이야.]그의 눈은 시우가 알고 있던 금발의 남자와는 너무나도 달라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