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붉게 발하는 광채.
뱀처럼 사악한 눈동자는 시우가 알고 있는 금발의 남자와는 사뭇 달랐다.
분명 모습은 금발의 남자였다.
시우에게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넘겨줄 때의 모습.
미얀마에서 시우를 도와주었던 모습.
그때의 모습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분위기? 기세? 눈빛?
모르겠다.
명확히 짚을 수는 없었지만 금발의 남자는 시우가 기억하는 금발의 남자가 아니었다.
시우는 가만히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붉은 그림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금발의 남자는 바로 답을 해 오지 않았다.
시우의 눈을 마주 바라보며 한동안 뜸을 들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유다는 이곳에 없어.]금발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쉬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말.
금발의 남자가 재차 말을 열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유다 녀석은 신이 되고자 했어. 종국에는 악의로서 악신이 되고자 했지만….]금발의 남자가 닿는 시선이 다시금 시우를 향했다.
[너로 인해 그 시도조차 물거품이 되었지.]시우는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유다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남아 있었어. 실로 위험하지만 확실한 방법 하나가 말이지.]“적대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금발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대자(敵對者).
사실 적대자는 신(神)이라 정의할 건 아니었다.
신(神)을 죽일 수 있는 신살(神殺)의 존재.
그러나 어떤 의미로 본다면 신(神)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진정한 의미로의 신(神)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대자는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악의로 닿을 수 있는 격도 아니고.]교만(Superbia).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교만의 끝에 닿아야만 했다.
[해서 유다는 나를 필요로 했던 거야. 왜 나를 필요로 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시우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으니까.
유다, 그러니까 붉은 그림자가 금발의 남자를 왜 필요로 했는지 알고 있었다.
이는 금발의 남자가 갖는 정체와 관련이 있었다.
교만의 악마.
붉은 그림자는 금발의 남자가 지닌 교만의 격을 흡수해 교만의 끝에 닿으려던 속셈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격으로는 적대자가 될 수는 없을 텐데요.”
그도 그럴 것이 솔로몬이 이르기를.
“적대자가 될 수 있는 건 교만의 ‘악마’가 아닌 ‘교만의 죄악’이니까요.”
그러자 금발의 남자가 상당히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교만의 악마는 교만이라는 죄악에서 발아한 악마일 뿐이지 않습니까.”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왔구나.]금발의 남자가 감탄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시우의 말을 인정했다.
[맞아. 교만의 악마는 결코 적대자가 될 수 없어. 루시퍼가 결국 신께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지.]루시퍼(Lucifer).
한낱 피조물로서 신(神)의 권위에 도전했으나 끝내 패퇴한 교만의 악마.
[하지만 나는 달라.]금발의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는 교만의 악마이면서 동시에 교만의 죄악이기도 하니까.]“그게 무슨…?”
[나는 악마가 아닌 인간이거든.]이 말을 듣고 나서야.
시우는 금발의 남자가 갖는 정체를 어렴풋하게 눈치챌 수 있었다.
교만의 죄악 속에서 발아한 악마임과 동시에 인간이기도 한 존재.
그러한 존재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신의 권위에 도전했던 최초의 인간.
[내 이름은 아담. 오래전에 버린 이름이지.]금발의 남자가 가진 진명(眞名)은 바로 아담(Adam)이었다.
* * *
신께서 창조하신 최초의 인간, 아담(Adam).
신은 당신을 닮은 존재이자 지성을 지닌 아담을 굉장히 어여삐 했다.
그리하여 행복만이 가득한 낙원, 에덴의 동산(Garden of Eden),
신께서는 아담을 에덴의 동산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신께서는 아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 주셨다.
에덴의 동산에 있는 온갖 과일들을 허락하셨다.
외로워하는 아담을 위해 그의 갈비뼈를 뽑아 이브(Eve)를 창조하셨다.
그러나 딱 하나.
에덴의 동산에 있는 ‘선악과(善惡果)’만은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선악과를 먹으면 불멸하며 하나님과 같아질 수 있다는 뱀의 꼬임.
-이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되리라.
결국 아담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게 된다.
그리하여 선(善)과 악(惡)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신이 아닌 아담 스스로가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께서는 심히 진노하셨다.
어여삐 여기던 피조물이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
그 배신에 대한 분노.
그리하여 감히 자신과 동등해지려 했던 아담의 죄악.
교만(Superbia)의 탄생에 극도로 분노하셨다.
선악과를 먹도록 꼬드긴 뱀에게 네 다리를 없애셨다.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는 에덴의 동산에서 추방시키셨다.
그렇게 추방된 아담과 이브.
에덴의 동산 바깥의 세상은 참으로 혹독했다.
땅은 저주를 받아 생명을 쉬이 품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는 곡식을 먹어야 하나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그를 방해했다.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땀을 흘려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먼지로 흩어져 사라질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시기와 질투.
갈등, 절망, 단절, 파괴와 같은 죄악들이 인간들을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그 모든 것은 단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최초의 그리고 궁극의 죄악.
신과 같아지려 했던 인간의 교만.
[에덴의 동산에서 추방되고 나는 굉장히 후회했었지.]첫 번째 인간인 아담이 만들어 낸 오늘날의 현실이었다.
[하루하루 고통뿐인 삶을 살며 신께 용서를 구했어. 그럼에도 용서해 주지 않는 신을 증오하기까지 했지.]그리하여 인간의 원죄, 분노(Ira).
그 죄악이 발아한 순간이었다.
금발의 남자, 즉 아담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더라고.]이 모든 일의 시작점.
아담이 선악과를 먹은 그때의 일.
[신께서는 왜 에덴의 동산에 선악과를 놔두셨던 걸까.]생각해 보면 그러했다.
먹으면 안 된다면 처음부터 치워 두면 되는 일이 아니었는가.
그런데 왜 굳이 선악과를 에덴의 동산에 두었던 걸까.
[그리고 왜 신께서는 내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 하셨을까.]한 번 피어난 의구심은 계속해서 뻗어 나갔다.
하여, 아담은 그 의구심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선악과(善惡果).
선(善)과 악(惡)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열매.
아담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아담의 행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옳고 그름.
다른 존재에 대한 선(善)과 악(惡) 역시도 아담은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신께서 아담으로 하여금 선악과를 먹지 말라 신신당부한 이유.
[신은 당신 스스로가 선(善)하지 않았기 때문이야.]이 세상의 신(神)은 선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아담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신은 아담이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게 하여 본인의 악(惡)함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였어. 그래서.]에덴의 동산 바깥의 세상.
[이 세상이 비관적인 일들로만 가득 차 있던 이유가 말이야.]절망, 비관, 낙관, 실의.
체념, 낙담, 상실, 좌절.
에덴의 동산 바깥의 세상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끓는 세계였다.
기대를 하면 더 큰 실망으로 다가오는 세계.
살아 있음에 고통을 받는 세계요.
살아 있음에 절망을 느끼는 세계라.
삶이란, 곧 형벌임을 체감하게 하는 세계.
그야말로 악(惡)의 현실이었다.
[왜 신께서는 이러한 세계를 그대로 놔두는 것일까.]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는데도 말이다.
악(惡)의 존재.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악(惡)이 존재할 이유는 없었다.
정확히는 신(神)의 존재가 실재한다면 세상에 악(惡)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전지(全知)하고 또 전능(全能)한 신(神).
신의 의지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신의 힘이라면 세상 모든 악한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이 세상은 어떠하던가.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일들이 넘쳐흐르지.]이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생각될 수 있었다.
첫째,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신은 전지(全知)하지 않기에 악(惡)의 존재 알지 못한다.
신은 전능(全能)하지 않기에 악(惡)을 벌할 능력이 없다.
만일 정말 이러하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신은 그저 무지하고 무능한 것에 불과한 거니까.]신의 무지와 무능에서 악(惡)이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신은 분명 전지(全知)하고, 전능(全能)하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악(惡)이란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신은 악(惡)하기 때문이야.]악신(惡神).
신이 악(惡)하기에 악(惡)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이라.
전지전능한 존재가 악(惡)하기에 악(惡)을 보고만 있는 것이라.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의 생각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시우는 그 말에 휘둘리지 않았다.
말마따나 이건 금발의 남자.
즉, 아담의 경우에 국한된 이야기였으니까.
또한 어디까지나 아담의 생각이었다.
아담의 상황과 생각만을 가지고 이 세상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억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시우가 본 설립자.
무(無)의 세계에서 보았던 그 존재가 정말 설립자라면, 이 세상의 진짜 신(神)은 적어도 자비를 베푸는 존재였다.
아담의 말처럼 신(神)이 악(惡)하다면 자비를 베풀 리가 없지 않은가.
[설립자라고 과연 다르다고 생각해?]그러나 아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세상이 악(惡)의 잉태를 위해 창조된 세상이라면? 자비를 베푼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실은 설립자의 다른 의도 때문이었다면 어떡할 건데?]“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뜻 그대로야. 이 세상은 악의 잉태를 위해 창조된 세상이라는 뜻이지.]“무슨 말도 안 되는….”
[하늘이 선한 사람을 위한다면 어째서 착한 이들은 일찍 죽는 걸까.]어째서 악한 이들만 떵떵거리며 살아간단 말인가.
오로지 악행만을 저지르고도 부귀가 자손 대대로 끊이질 않는다.
정당한 발언과 정당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오히려 화를 당하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해서 나는 참으로 의심스러웠어.]천도(天道)라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나는 과연 무엇 하러 마음을 맑게 가졌으며 깨끗한 행동을 해 왔던가.]악인이어도 몸은 항상 편하다.
악인의 재산은 항상 늘어만 간다.
이것이 오늘날의 현실.
동시에 설립자가 관찰하여 만들어 낸 현실.
[설립자는 분명 악의 존재를 알고 있어.]즉, 신은 전지(全知)하다.
[설립자는 악을 없앨 능력 또한 있어.]즉, 신은 전능(全能)하다.
[그러나 설립자는 악을 없앨 의지가 없어.]그럼에도 신은 그저 방관할 뿐이다.
아니, 악이 존재하기를 원할 뿐이다.
[악의 지속과 번성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이것이 바로.
[이 세상의 존립 목적이자,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가치야.]우리의 신은 선(善)하지 않다.
하여, 아담은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왜 그런 신을 섬겨야만 하지?]설령 신(神)이 악(惡)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악(惡)의 존재를 알고도 방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神)으로서의 자격은 없는 셈이라.
우리의 섬김을 받을 만한 가치는 없는 것이라.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신이라.
[나는 그런 신을 인정할 수 없어.]해서 아담은 그러한 신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적대자라는 신살의 존재를 잉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아담은 이 세계의 신을 살해하여 세계의 법칙을 바꾸고자 했다.
악(惡)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악(惡)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배제된 세계.
[오직 선(善)만이 존재하는 세계.]진정한 에덴의 동산.
이것이 바로 선(善)도, 악(惡)도 아닌 가치.
아담이 추구하는 정의(正意)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