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69)
369화.
악(惡)이 배제된 선(善)만이 존재하는 세상.
선(善)한 이들이 공경받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세계.
정말 아담의 목적이 이러하다면 아담은 선(善)이었다.
선(善)과 악(惡), 그 모호한 개념에 기준점을 긋는다면 아담은 분명 선(善)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였다.
[나는 판데모니움과 갈등이 생겼어.]판데모니움 역시 설립자를 살해하려 했었다.
그로써 이 세상의 법칙을 마음대로 바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려 했다.
[하지만 판데모니움은 악(惡)만이 가득한 세상을 창조하려 했었지.]선(善)과 악(惡).
아담과 판데모니움의 목적은 같았으나 그 방향성이 달랐다.
[결국 나는 판데모니움을 배신하기로 한 거야.]뜻이 합치되지 않은 아담은 끝내 판데모니움을 돌아섰다.
그리고 또 그래서였다.
[나와 함께 하자.]시우는 이 제안에 확고한 답을 할 수가 없는 이유가.
그러니까 ‘거절’이라는 확고한 스탠스를 취할 수가 없었다.
[나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자. 오직, 선(善)만이 존재하는 낙원을.]아담의 목적은 분명한 선(善)이었으니까.
아담의 행동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으니까.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
시우는 아담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또한 동시에 승낙할 수도 없었다.
[설마, 아직도 이 세상에 희망이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거야?]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비록 이 세상이 악(惡)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온갖 부정적인 경험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고 시우는 믿고 있었으니까.
[두 눈 똑똑히 봐.]아담이 손을 가벼이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으로 어느 한 풍경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정장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
마치 의회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공간.
[네가 믿고 있는 이 세상의 현실을.]* * *
워싱턴 D.C의 중심부 캐피톨 힐.
미 국회 의사당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또한 몰려든 사람들 중 몇몇은 팻말을 들어 보이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미 의회는 윌리엄에 대한 진위 여부를 소상하라!> [UN의 결의안을 반대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라!>끝도 없이 밀려드는 인파.
현재 미 국회 의사당의 거리는 곳곳마다 시위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미 국회 의사당 안.
상원의장, 메이슨은 블라인드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시위의 행렬을 지켜보았다.
-엉덩이만 무겁다고 죄다 상원, 하원인 줄 아느냐!
-당신들은 해고야! 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위대의 연설.
그것은 의장실의 방음을 뚫고 메이슨에게까지 들려왔다.
“…짜증 나는군.”
메이슨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 순간 똑똑.
의장실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메이슨의 수행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슨은 밖에 두었던 시선을 돌려 수행 비서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지?”
“미연방 대법원장님께서는 전혀 문제없을 거라 하셨습니다.”
수행 비서의 말에 메이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치밀었던 짜증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다만,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조용히 있으시라 권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수행 비서는 말을 흐리며 메이슨의 눈치를 살폈다.
메이슨은 자그마한 실소를 흘렸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메이슨은 책상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들었다.
정치 자금의 명목으로 쌓아 둔 스위스 계좌.
약 300만 달러가 들어 있는 계좌의 돈을 찾는 방법.
그 방법을 간략하게 적은 뒤, 수행 비서에게 전달했다.
“대법원장께 잘 부탁한다고 말씀드려.”
수행 비서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의장실 밖을 나갔다.
메이슨은 차분히 시선을 돌려 창문 밖.
블라인드 너머의 시위 행렬을 바라봤다.
고래고래, 소리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우매한 민중들.
“멍청한 놈들 같으니.”
메이슨은 코웃음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저래 봤자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 세상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다.
악(惡)한 행동을 해도 그에 따른 죄를 처벌받지 않는 것이 이 세상이다.
당장 100달러, 200달러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은 사기꾼이라 매도한다.
여기서 10,000달러. 100,000달러로 올라가면 ‘화이트칼라 범죄’라며 높여 부른다.
그렇다면 장난치는 금액이 1백만, 1천만.
나아가 1억 달러까지 올라간다면 어떠할까.
“잠시 감옥에서 쉬다 나오는 거지.”
약자는 법을 지키고.
강자는 법이 지킨다.
“결국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법이거늘….”
메이슨은 블라인드 너머의 풍경에서 다시금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 * *
허공에 떠오른 풍경의 장면.
[이게 이 세상의 현실이야.]시우는 스쳐 가는 장면들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물론 잠깐 변할 수는 있을 거야.]일례로 대한민국은 현재 바뀌고 있었다.
한태산의 희생으로 이른바 ‘썩은 살점’들이 도려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앞으로도 바뀔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시우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잠깐은 달라질 수도 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누군가가 저 자리에 올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지.]…부정할 수가 없었다.
시우가 지금까지 보아 온 현실.
미국에서 겪은 일들.
[지금과 같은 현실은 사라지지 않아. 언젠가 너 또한 쓰다 남은 핵폐기물처럼 사람들에게 버려지겠지.]그 모든 것들이 아담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악(惡)이란 굉장히 사악한 것이라 여긴다.
하여, 그러한 악행을 저지르는 악인들.
그런 악인들은 모두가 흉악하고 악마 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
악(惡)은 거창하지 않다.
지극히 당연하고, 지극히 평범한 이들의 곁에 존재한다.
수억 원을 횡령하여 한 회사를 부도나게 한 이.
그는 아픈 홀어머니를 살리고자 했던 아들이었다.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한 이.
그는 한 아이를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였다.
우리 모두 내면에 악(惡)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누구든지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본성, 성선(性善).
그러나 이것이 인간은 태생적으로 선(善)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인간은 선한 존재가 될 가능성을 품은 존재일 뿐이다.
선하니까 계속 선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어느 때든 악(惡)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우리들 모두가, 악(惡)이 될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디 그러한 존재였으니까.
악(惡)하지 않으나 언제든 기회가 되면 악(惡)할 수가 있는 존재.
그렇기에 지금까지 바뀌는 것이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도 바뀔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잠깐은 바뀔 수 있으나 결국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또 반복될 뿐이라.
[그러니 나와 같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자.]악(惡)이 철저하게 배제된, 오직 선(善)만이 존재하는 세계.
아담이 손을 내밀었다.
시우는 아담이 내민 손을 맞잡지 않았다.
그러나 또한 매몰차게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혹은 가만히.
시우는 아담이 내민 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할 뿐이었다.
“그 새로운 세상에는 누가 살아가는 겁니까.”
[당연히 선(善)한 이들이지.]아담이 고민도 않고 답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답이다.
그러나 시우는 마냥 당연하게만 여겨지지 않았다.
“그 말씀은….”
시우는 시선을 들어 아담의 눈을 마주했다.
“지금 세상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입니까.”
아담은, 답이 없었다.
선(善)만이 존재하는 낙원의 세계.
이는 분명 선(善)과 가까운 목적이었다.
가깝다 못해 선(善)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할까.
정말로 아담은 선(善)한 존재인 것일까.
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시우가 본 아담은 선(善)도 악(惡)도 추구하지 않았다.
정의(正義).
그러나 정의라고 하여 그것이 선(善)을 가리키지 않았다.
가치를 추구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위험했다.
악(惡)은 그 행동이 잘못되었음이 명백히 가려지나 정의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선(善)과 악(惡) 어느 것도 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제어할 수단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이기에 타인을 철저히 깨부수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그것이 스스로의 정의에 빗대어 옳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행동한다.
“당신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창조되는 겁니까.”
빗나간 정의(正義).
이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악(惡)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의미로 지금.
[누구나 천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그 누구도 죽으려 하지 않지.]아담은 가장 끔찍한 악(惡)이라 말할 수 있었다.
[새 살이 돋아나려면, 기존의 썩은 살점을 도려내야 하잖아?]아담은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그런 아담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툭.
“그것도 아담의 생각인 겁니까?”
그러자 뚝.
아담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의 표정 또한 딱딱하게 굳어져 엉겼다.
“당신은 아담이 맞습니까?”
시우는 다시금 물었다.
그리고 아담은 말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
【꽤나 아담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담…. 아니, 저건 아담이 아니었다.
아담이 아닌 다른 누군가.
아담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존재.
그러나 시우는 이 정체불명의 존재가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눈치를 챈 거지?】
붉은 그림자.
눈앞에 있는 존재는 아담의 모습을 한 붉은 그림자였다.
“처음부터 의심한 건 아니었어.”
그도 그럴 것이 그 모든 것들이 금발의 남자와 똑같았으니까.
행동, 말투, 표정, 습관.
시우가 기억하는 금발의 남자와 모든 것이 똑같았다.
하지만 딱 하나.
“아담이 판데모니움을 배신한 이유가 이상하더라고.”
선(善)의 세계를 창조하려 했던 아담.
악(惡)의 세계를 창조하려 했던 판데모니움.
목적은 같았으나 그 방향성이 달랐던 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아담은 판데모니움을 배신한 이유가 없다고 했었거든.”
그러나 붉은 그림자는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말을 믿고 있었던 건가.】
“솔직히 말하면 믿고 있던 건 아니야.”
시우 역시 아담의 배신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너무 구구절절 하더라고.”
그와 동시에 너무 앞뒤가 딱딱 들어맞았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한치의 의구심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쏙, 빼놓고 설명하지 않았거든.”
시우는 검지손가락을 천천히 들어 보였다.
그리고 방향을 꺾어 시우, 스스로의 가슴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담은 왜 나라는 존재를 만들었는가.”
아담의 목적이 모두 사실이라면 치자.
그럼 아담은 시우라는 존재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시우의 존재는 적대자의 잉태에 방해가 될 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아담은 시우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시우에게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넘겨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
그럴 이유가 하등 없음에도 말이다.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어?”
붉은 그림자는 말이 없었다.
다시금 정적이 이어졌다.
공간 전체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듯한 긴장이 새겨졌다.
그리고를 잠시.
【…거기까지는 생각이 읽히지 않는군.】
“역시 대답할 수 없─.”
【그러나 한 가지.】
붉은 그림자가 시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담은 너를 적대자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
“…나를 적대자로 만든다?”
붉은 그림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게 아담의 진짜 목적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네 말처럼 아담은 배신에 이유가 없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방금은─.”
【그러나 아담이 궁극적으로 목표했던 바는 확실하다.】
붉은 그림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담은 설립자를 살해하고자 했고, 그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해서 나를 적대자로 만들어 그 목적을 이루려 했다?”
붉은 그림자는 그에 따른 답을 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는 붉은 그림자 역시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담, 스스로가 적대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말이 안 되는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아담은 교만의 악마임과 동시에 교만의 죄악이었다.
충분히 적대자가 될 수 있는 인간.
하물며 최초의 인간이었다.
아담은 시우라는 존재를 만들어 낼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나도 의문이군.】
아담의 모습을 한 붉은 그림자의 두 눈.
번들거리는 붉은 광채가 오롯이 시우에게로 향했다.
【아담은 어째서 너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일까.】
적대자의 잉태를 바란다면 시우라는 존재는 그저 방해가 될 뿐이었다.
아담은 정말로 적대자를 잉태시켜 신을 살해하고자 했다면 스스로가 적대자가 되면 되었다.
시우에게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넘겨줄 이유가 하등 없었다.
하여, 붉은 그림자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담의 배신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시우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 것에는 이유가 없었다.
이는 시우가 본 금발의 남자.
즉, 아담의 목적과 너무도 상반되었다.
그 말은 즉.
“네 이야기가 전부 거짓이라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붉은 그림자는 거짓을 이야기했다.
시우를 회유하고 흔들기 위해 거짓된 이야기를 전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다.
진실이 섞여 있는지.
아니면 모두 거짓이었는지.
그것 역시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나는 아담이 아니나 또한 아담과도 같다.】
그럼에도 붉은 그림자는 말하고 있었다.
【내 손을 잡아라.】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과 분위기.
그러나 또한 방금 전과 같은 모습과 분위기.
【그리하여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는 거다.】
붉은 그림자가 시우에게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