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이곳에 얼마나 있었던 걸까.
이곳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시간이라는 흐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존재한다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존재한다는 것.
존재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존재란 무엇인가.
나란 또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의 정의는 무엇일까.
…묘한 기시감이 든다.
언젠가 떠올렸던 의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의 의문과 답이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뭐라고 답을 했을까.
나는 가만히 나의 세계를 응시했다.
나의 세계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이 기억들은 나라는 존재를 정의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기억들을 토대로 나의 존재를 정의할 수 있었다.
나는 헤라클레스였다.
동시에 제갈공명이었고 또한 화타였다.
나는 공자이기도 했으며, 장삼봉이기도 했고, 동시에 헤르메스이면서, 이시스였고, 히드라이면서도, 클레오파트라였으며, 라임과 동시에, 아라크네와 같았고, 토르라 부를 수도 있었으며, 청룡이자, 오딘, 나아가 라돈이자, 헬이기도 했다.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이건 누구의 기억인 것이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의식이 뿌옇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라는 존재는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라는 개념은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었을까.
나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뿌옇게 흐려진 의식의 세계를 하염없이 거닐었다.
* * *
콰아아아아─!!
신격(神格)의 정수가 일순간 크게 흔들렸다.
휘몰아치는 백색의 마력이 붉은 그림자를 잠시 뒤덮었다.
그 속에서 붉은 그림자는 잠시나마 의식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의 신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가.】
꼴이 참으로 우습긴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신격의 흡수는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나쁘지는 않았다.
붉은 그림자는 휘몰아치는 신격을 끊임없이 받아들였다.
그럴수록 시우의 정신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다.
그럴수록 시우의 존재가 소멸해 가고 있었다.
【신에게 닿으려는 인간의 말로라.】
붉은 그림자는 자그마한 실소를 흘렸다.
바로 그때.
쩌적─!
의식의 결계 한쪽으로 균열이 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결계가 깨지며 누군가 결계 안으로 침입했다.
붉은 그림자의 인상이 절로 찌푸렸다.
신격을 흡수하는 의식에 있어 방해꾼은 썩 달갑지 않았으니까.
달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치명적이었다.
신격의 흡수는 생각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았고, 자칫 일이 잘못되었다간 붉은 그림자 역시 격류에 휘말린다.
아무리 붉은 그림자라도 무사하지 못한다.
지금 붉은 그림자의 눈앞에서 소멸하고 있는 시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아(自我)의 붕괴.
붉은 그림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하여, 지금 붉은 그림자를 향해 쇄도해 오는 검격.
신격을 흡수하면서 이것에 반응하기엔 상당히 무리가 있었다.
붉은 그림자는 하는 수 없이 의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뒤로 물러나며, 방해꾼의 정체를 확인했다.
고운 흑단을 펼쳐 놓은 것만 같은 흑발의 미녀.
【그때 그 인간인가.】
서울의 재앙 당시, 릴리트의 제물이었던 여인.
붉은 그림자는 채린의 정체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떻게 의식의 결계를 깨고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파지지직─!!
붉은 그림자의 손으로 검붉은 뇌전이 휘감겼다.
【이미 늦었다.】
콰르릉!
사출된 뇌전이 땅거죽을 모조리 헤집으며 채린에게로 쏘아졌다.
채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설령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의미는 없었다.
시우의 신격(神格)을 흡수한 붉은 그림자.
아직 완전하지 않았으나 붉은 그림자는 가히 신(神)과 같았다.
그리고 채린은 인간이었다.
영웅의 후예니 뭐니 해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인간 따위가 신(神)에 대적할 수는 없는 법.
분명… 그러해야만 했었다.
콰아아아─!!
채린의 주변으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터져 나왔다.
터져 나온 힘의 격류가 사방으로 소용돌이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리하여 검붉은 뇌전 역시 힘의 격류에 휘말려 소멸했다.
【……!】
붉은 그림자의 두 눈이 일시에 크게 떠졌다.
인간이 신(神)의 힘을 소멸시켰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붉은 그림자의 정신이 흔들렸다.
【설마…!】
크게 떠진 붉은 그림자의 두 눈으로 경악의 감정이 새겨졌다.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힘의 격류.
그 중심에선 신격(神格)의 정수가 채린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 * *
이곳에 얼마나 있었던 걸까.
이곳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시간이라는 흐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존재한다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존재한다는 것.
존재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존재란 무엇인가.
나란 또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의 정의는 무엇일까.
………묘한 기시감이 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떠올렸던 의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였을까.
그 시기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의 의문과 답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언제 이러한 의문을 품었던 걸까.
나는 그때 뭐라고 답을 했던 걸까.
나는 가만히 나의 세계를 응시했다.
나의 세계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나는 왜 이러한 의문을 떠올리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걸까.
어떤 의미가 있길래?
무슨 의미가 있길래?
모르겠다.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나는 답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닐까.
답…?
무슨 답을 말하는 거지?
내가 무슨 답을 찾고 있었던 건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의문?
내가 의문을 품었었던가?
…………
내가 찾고자 했던 답은 뭐였지?
나는 가만히 나의 세계를 응시했다.
나의 세계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경험과 기억.
저 모든 기억들은 모두 나의 기억이었다.
그런데 나의 기억이 아니었다.
나의 기억…?
나의 기억이라는 건 대체 뭐지?
나라는 존재라는 건 또 뭐지?
………모르겠다.
이곳에 얼마나 있었던 걸까.
이곳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시간이라는 흐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존재한다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존재한다는 것.
존재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존재란 무엇인가.
나란 또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의 정의는 무엇일까.
………묘한 기시감이 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떠올렸던 의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였을까.
그 시기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의 의문과 답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언제 이러한 의문을 품었던 걸까.
나는 그때 뭐라고 답을 했던 걸까.
나는 가만히 나의 세계를 응시했다.
나의 세계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뭐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기억들 중 하나가 떠올랐다.
이것은 정말로 짧은 기억이었다.
섞여있는 수많은 기억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아주 짧디짧은 기억이었다.
기억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무엇이었다.
그런데 묘했다. 이상했다.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다.
분명 찰나와도 같은 짧은 기억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의 체온과 향이 잊혀지지 않았다.
나는 이 기억을 조금 더 들여다보았다.
이 찰나와도 같은 기억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떤 기억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오직 한 명의 여인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또한 여인의 얼굴은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감각은 추억처럼 남아 한없이 가슴을 괴롭히고 있었다.
누구인 걸까.
대체 누구인데 나를─.
기억 속의 여인이 다가왔다.
애틋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온 여인이 내 앞에 서 보였다.
잊혀진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여인이 쿨럭, 피를 쏟아 내었다.
쏟아지는 피가 내 몸을 적시며 여인의 몸이 내 가슴에 기대어 쓰러졌다.
여인은 생명을 잃어 가고 있었다.
생명을 잃어 가는 와중에도 여인은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려오지를 않는다.
벙긋거리는 입에서는 그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쓰러지는 여인의 고개가 아래로 쳐졌다.
나를 향하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들려오지를 않는다.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를 뿐이었다.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억이 새겨질 뿐이었다.
그리하여 의미를 알 수 없는 아픔이, 떠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기억들이 혼재된 나의 세계 속.
그 기억과, 추억과, 아픔이 뚜렷하게 인지되고 느껴졌다.
그것들은 이 혼돈의 세계에서 하나의 기준점을 세웠다.
기준점이 생기자 혼재된 기억들이 질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띠링!
[신격[神格] 획득률 100%>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 *
푸화확!
분수처럼 뿜어지는 피와 함께 채린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위험했군.】
붉은 그림자는 놀라움과 안도가 섞인 의지를 내뱉었다.
제물의 격을 지닌 인간.
적대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채린은 신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잠시나마 신격을 뒤흔들었다.
그로써 붉은 그림자의 존재가 잠시나마 위태로워졌고, 의식이 흐트러졌다.
만일 붉은 그림자의 행동이 약간만 늦었더라면….
【위험했군.】
붉은 그림자는 다시 한번 놀라움과 안도가 섞인 의지를 내뱉었다.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았다.
의식은 망가지지 않았고, 신격 역시 흐트러지지 않았다.
신격 역시 흐트러지지….
신격 역시…?
무언가 이상하다.
붉은 그림자는 시선을 돌렸다.
콰아아아아─!!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힘의 격류.
그 중심에는 시우가 서 있었다.
그런 시우에게서는 눈동자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흰자위만이 가득해 보이는 백색의 눈동자.
시우에게서는 의식이라고는 엿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방금 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윽고 백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두 눈동자가 붉은 그림자를 향한다.
흠칫!
붉은 그림자의 저도 모르게 떨려왔다.
본능의 경고에 붉은 그림자가 뒤로 크게 물러섰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너는… 누구지?】
의도치 않게 떨리는 의지.
[“무신(武神).”]고요한 울림이, 들려왔다.
* * *
기나긴 꿈을 꾼 것 같았다.
나는 휘몰아치는 힘의 격류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는 한 여인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잃은 것인지 여인은 움직임이 없었다.
쓰러진 그녀의 가슴 부근에서는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피로 엉겨 붙은 그녀의 가슴은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응당 있어야 할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여인은 단지 정신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죽어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담담한 걸까.
분노하고, 피가 끓고, 눈이 뒤집힐 듯한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차분했다.
마치 감정을 느끼는 기관이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긴 꿈을 꾼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 기억, 추억들.
[“…….”]그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한 허상처럼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돌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붉은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 순간.
번쩍!
일순간 터져 나오는 백광이 붉은 그림자를 향해 쏘아졌다.
붉은 그림자는 그것에 반응하지 못했다.
꽈앙! 하는 폭음과 함께 붉은 그림자의 몸이 날아갔다.
붉은 그림자가 잔해 속에서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너는 대체 누구…!】
붉은 그림자의 두 눈이 경악과 충격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아니.
[“무신(武神).”]무신의 신형이 사라졌다.
붉은 그림자는 빠르게 양손을 휘저어 방벽을 형성했다.
그러나 무신의 일격은 방벽을 통째로 깨뜨리며 붉은 그림자를 강타했다.
【크학…!】
방어가… 무의미했다.
단조롭다 못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격이었다.
그런데도 방어하지 못했다.
방어를 한다면 방어 자체를 깨뜨려 부숴 버렸다.
이는 신(神)들조차 감히 어찌하지 못하는 힘이라.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그것이 무신의 손에서 완벽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콰쾅!
이어진 무신의 일격이 앞선 공간을 휩쓸렸다.
붉은 그림자의 왼팔이 공간의 격류에 휩쓸려 소멸했다.
【끄아아아아악!】
통증이 뒤늦게 전신을 강타했다.
크게 떠진 두 눈으로 무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새하얀 빛이 무신의 몸을 휘감았다.
휘감은 빛이 일자로 쭈욱, 늘어지며 붉은 그림자에게로 쏘아져 왔다.
헤르메스의 신속(神速).
눈으로 인지할 수도, 감각으로 반응할 수도 없었다
꽝! 꽈꽝!
충격이 이어질 때마다 의식이 툭툭, 끊어졌다
방어는 커녕 반응조차 할 수가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붉은 그림자의 마력이 팽창했다.
팽창한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사라져라.”]그러나 무신의 한 마디에 팽창한 마력이 일시에 소멸했다.
붉은 그림자의 두 눈으로 불신의 감정이 떠올랐다.
【언령…?】
언어만으로 세계의 법칙을 조작하는 마법.
그러나 지금 무신이 사용한 언령은 그 궤를 달리했다.
청룡의 용마혼(龍魔魂)과 라돈의 용심(龍心).
용언(龍言).
그것에 이시스의 현실조작(現實操作)까지 더해진 무신만의 오롯한 권능이었다.
【어찌 이런…!】
붉은 그림자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당황할 틈조차 없이 무신의 일격이 이어진다.
장삼봉의 태극(太極), 토르의 뇌령(雷領), 라의 홍염(紅炎)….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신(神)의 힘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무신의 손에서 펼쳐졌다.
툭.
의식이 깜깜해지며 기억이 끊어졌다.
그 사이로 새까만 죽음이 몰려온다.
헬의 사령(死領).
이는 신(神)조차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이라.
【…크학!】
번쩍, 든 정신과 함께 가슴께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무신의 손이 붉은 그림자의 가슴을 찢고 들어와 있었다.
무신은 붉은 그림자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너, 너는 대체….】
떨리는 의지.
콰직!!
붉은 그림자의 심장이 터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