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39)
39화.
경매(競賣).
상품의 가격을 판매지가 미리 정하지 않고 구매 희망자들이 경쟁을 하여 입찰하는 방식.
그렇기에 상품의 본질적 가치 외에도 상품 외적인 요소가 반영된다.
상품의 희소성, 입찰자의 구매욕 등.
이에 따라 상품이 갖는 가치 이상의 가격이 매겨질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입찰자가 없거나 적으면 턱없이 낮은 값에 낙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여 경매 참가자끼리 담합을 하여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사실 경매는 한국에서는 보편화된 거래 방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5차 산업 이후.
특히나 헌터 업계에서 경매는 가장 보편화된 거래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여 지금.
“이번에 나온 상품은··· 아! 드디어 이 상품이 나오는군요. 바로 서팔광 장인께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던 장비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장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서팔광 장인이라면….”
“마스터 오렐리안이 인정한 대장장이 아닌가.”
서팔광이라는 이름.
헌터 장비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으니까.
그리고 힘깨나 쓴다는 헌터 치고 장비에 관심이 없는 이는 없었다.
하물며 여기 모인 헌터들이라면야.
눈길을 두는 곳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헌터들이 즐비해있었다.
한국의 거대 길드들도 참석해있으니 말 다한 시점.
원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무리 경매에 상등품의 물건이 나온다고 한들 이 정도까지 실력있는 헌터들이 몰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모여든 이유는 이유는 하나.
사회자가 한쪽으로 눈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일련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보자기에 싸인 무언가를 가져왔다.
사회자는 덮인 보자기를 걷어내며 소리쳤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물품은 최상등품의 건틀렛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장의 사람들이 눈을 반짝거렸다.
묘한 분위기가 흐르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건틀렛은 오우거의 힘줄로 만들어 상당한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고장 날 걱정은 없다는 뜻이죠. 그리고 오우거의 힘줄로 만들었기 때문일까요. 놀라지들 마십시오.”
좌중의 집중되는 시선.
사회자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소리쳤다.
“감정 결과! 착용자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성능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러자 장내의 분위기가 크게 들썩거렸다.
저마다 눈을 크게 떠 보이며 놀람의 감정을 드러내었다.
“착용자의 힘을 증폭시켜준다고?!”
“인챈트 된 장비란 말인가!”
인챈트(Enchant) 장비.
직역하자면 마법이 부여된 장비로서 특수 능력이 있는 장비를 통칭했다.
그리고 이러한 장비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능력이 부여된 제작은 오로지 마스터 오렐리안만이 만들 수 있었고.
이외의 것들은 오로지 던전에서 극악의 확률로만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 건틀렛이 인챈트 된 장비다?
경매장은 술렁이다 못해 들썩거렸다.
“아쉽게도 인챈트 장비는 아니라고 합니다. 증폭되는 힘의 성능은 극소량.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이어진 사회자의 말에 들썩거리던 분위기가 급격하게 식어갔다.
인챈트 장비는 거진 또 하나의 개성을 부여하는 수준.
5%는 인챈트 장비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특수 효과가 부여된 장비라니.”
“그것도 건틀렛이라면 보조 장비로도 효율이 좋잖아.”
그럼에도 결코 평범한 장비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장비를 착용함으로써 5%의 힘을 추로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식었던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다.
“자, 분위기를 보아하니 시간을 더 끌었다간 맞아 죽을 것 같네요.”
사회자가 넌지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1천만 원. 호가는 5백만 원 단위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경매.
“1천 나왔습니다. 1천 5백. 2천. 2천 5백. 3천.”
순식간에 가격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가격을 부르는 사회자의 말은 이름 난 래퍼처럼 빠르게 내뱉어졌다.
“3천 5백. 4천. 4천 5백. 5천. 호가를 1천만 원으로 조정하겠습니다. 6천. 7천. 8천.”
호가를 조정했음에도 사회자의 말은 느려지지 않았다.
되려 발음하는 글자가 줄어든 만큼 말이 더 빨라졌다.
“9천. 1억. 호가를 5천만 원으로 조정하겠습니다. 1억 5천. 2억. 2억 5천.”
계속해서 치솟는 가격.
그 치열한 경쟁 입찰에 사회자는 건틀렛의 대략적인 가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경매의 사회자로서 거진 10년을 일해온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대략 10억 언저리에서 결판이 날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실….
이 건틀렛은 15억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장비였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20억.
30억까지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최상등품이었다.
그러나 이 건틀렛은 15억에 팔릴 것이다.
경매라는 방식은 상품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으니까.
경매 참가자끼리 담합을 하여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3억 나왔습니다. 3억. 더 이상 없으십니까?”
경매인들이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눈치를 보며 페이스를 낮추었다.
물론 3억에 결판나지는 않을 것이다.
“3억 5천 나왔습니다.”
이렇게 지지부진 시간을 끌며 올리기는 할 거다.
그러다 15억 언저리 쯤에서 얼추 끝낼 것이다.
거진 절반 값도 못 받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씁쓸하면서도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경매라는 입찰의 방식이었으니까.
사회자는 내색을 하지 않으며 계속 경매를 진행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20억.”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회자의 말이 아니었다.
경매에 참석한 경매인 중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우뚝.
경매장에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3억 5천을 넘어가는 가격.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끌어나가고 있거늘.
단번에 20억을 부르는 건 너무도 과했으니까.
경매에 참가한 이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여기 모인 이들은 다들 헌터 업계에서 힘과 이름 좀 날린다는 이들이었다.
그러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뻗댈 자리를 잘못 찾아도 한참이나 잘못 찾았다.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
“······!”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이들이 모두 굳어버렸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느껴지는 차가움.
그러나 감출 수 없는 청순의 미(美).
“한채린…?”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SH그룹의 한채린.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얼어붙었던 좌중이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20억···, 20억···?”
사회자 또한 당황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과연 10년의 경력이라는 걸까.
사회자가 금방 정신을 차리며 경매를 진행했다.
“20억. 더 이상 없으십니까?”
어느 누구도 그 이상의 가격을 부르는 이가 없었다.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21억.”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제히 집중된 시선.
그곳엔 포니테일 머리의 차가운 인상을 지닌 미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채린과는 일견 비슷하나 다른 느낌의 차가운 인상이었다.
냉혹함이라 부를 법한 인상의 미녀.
경매장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지? 싶은 표정으로 여인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
“잠깐. 설마 이민정…?”
그때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
“이민정이라면… 인간 백정 이민정?”
그러자 이민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인간 백정이라 말한 이를 찾아 기세를 피워올렸다.
터져나오는 기세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 어떤 누구도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곳 경매장에 모인 이들은 헌터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었다.
어딜 가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민정 앞에서는 아니었다.
A+급의 가더.
헌터들을 사냥하는 인간 백정.
그런 이민정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여기에 아무도 없었다.
있다면 오직 한 명.
“30억.”
얼어붙은 분위기로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라본 그곳엔 한채린이 무심하게 앉아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금 이민정에게 향했다.
“31…억.”
이민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방금 전까지 피워올렸던 날카로운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다.
초조한 표정과 눈빛으로, 마른 입술을 한 번 축일 뿐이었다.
인간 백정이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아니, 그보다 시찰국의 가더가 저 정도의 돈이 있던가?
시찰국의 가더는 국가 공무원이다.
당연하게도 월급은 박봉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A+급의 가더라면 이야기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애초에 A+급의 인재가 박봉이라니.
그럼 가더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가더들은 대부분 어떤 신념을 추구하는 이들이었다.
결국은 공무원인지라 헌터보다는 많이 벌지 못했다.
그래도 이민정급이면 어느 정도 수준은 맞춰주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40억.”
경악이 내려앉았다.
좌중의 그 어떤 누구도 목소리를 내뱉지 못했다.
실로 압도적인 자본력.
가더든 헌터든 나발이든.
SH그룹의 자본력을 상대할 자는 없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의 자본력을 다 더한다 하더라도 상대가 될까?
글쎄.
한채린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다음 호가는 41억.
이민정은 역시나 입을 열지 못했다.
입만 벙긋거리며 차마 목소리를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41억이 뉘집 개이름이란 말인가.
41억이면 S급 헌터도 쉬이 언급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하물며 가더라면야 더더욱.
아마 지금도 대출을 잔뜩 끼고 왔으리라.
아니면 그동안 모은 적금을 모조리 깨고 왔던가.
“40억. 더 이상 없으십니까?”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져나갔다.
이민정은 끝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40억. 40억… 40억! 이 건틀렛은 40억에 낙찰되었습니다!”
땅땅땅!
망치질 소리와 함께 한채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심하게 등을 돌려 떠나가는 뒷모습.
흩날리는 머리결 사이로 비치는 한채린의 얼굴.
그 아름다운 얼굴엔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 *
“아아…!!!”
터져나오는 희열.
시우는 전신을 관통하는 짜릿함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만일 라이트닝 마법에 감전된다면 이러할까.
아니 천만에!
“아아아아….!!!”
시우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신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려왔다.
[계좌 잔고] – 3,630,356,000 ₩36억하고도 3천만원이 더 찍혀있는 잔고.
뒤에 35만 6천원 따위는 갖다 버려도 전혀 문제 없을 금액.
아.
미쳤다.
이건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저도 이렇게까지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소은 또한 굉장히 놀란 눈을 떠보였다.
어느 정도 의도한 바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아아아….!!!”
시우가 저렇게까지 좋아할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저게 좋아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접신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니, 저 모습을 좀 보라.
전신의 모든 근육들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모습.
도무지 흉내내고 싶어도 흉내낼 수가 없는 움직임이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떨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저건 신(神)의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질 않았다.
“아아···!!!! 아아아···!!!!!!”
시우는 계속해서 접신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
“왜 저러는 걸까요?”
“그, 글쎄다….”
소은과 서팔광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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