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전신으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
허공을 날아드는 그 순간에도 통증은 계속해서 더해져만 갔다.
정신이 끊어질 듯이 아파왔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왜지?’
시우는 다시 한 번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콰당탕!
날아든 몸이 땅에 거칠게 쳐박혔다.
커다란 충격에 정신이 일순간 끊어졌다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정신 속.
‘대체 왜…?’
시우는 여전히 이상한 생각을 떨쳐내 버릴 수가 없었다.
방금 전의 격돌.
시우는 끝내 글레이프니르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로써 시우는 펜리르를 억압할 수 있었다.
글레이프니르는 단순히 펜리르의 목에만 걸려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펜리르의 몸 전체를 속박하고 있었다.
이런 속박 속에서도 저런 강함을 보였던 걸까.
실로 경이로웠다.
어쨌거나 시우는 펜리르를 억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괴력[怪力](SS)의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무려 6%에 다다른 힘.
펜리르라도 쉬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리라.
그러나 실상은 아니었다.
펜리르는 시우의 일격을 버텨내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펜리르는 진짜 펜리르다.
그렇기에 공략 불가다.
지금의 수준으로 공략할 수가 없었다.
물론 펜리르는 힘이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글레이프니르에 속박되어 움직임도 상당히 제약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펜리르는 펜리르였다.
세계를 종말로 이끈 마랑[魔狼].
신을 집어삼킨 신살[神殺]의 늑대.
펜리르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이상했다.
그렇기에 시우는 이상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까 전부터 느꼈던 이상함.
크르르르─!!!
펜리르의 내리깔리는 포효가 들려왔다.
거대한 아가리가 숲의 풍경을 집어삼키며 사람들을 위협했다.
“모두 도망치세요!”
한채린이 그런 펜리르의 앞을 가로막았다.
희생.
검은 트롤 던전에서 보였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한채린은 자신의 몸을 던져 펜리르로부터 시간을 벌고 있었다.
아마 지난 번의 공략 때도 저렇게 팀원들을 살려냈겠지.
그렇기에 팀원들은 주저했다.
“어서 시우 씨를 데리고 도망치세요!!”
하지만 한채린의 외침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저들이라고 모르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발악해도 펜리르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대체 왜?’
시우는 역시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상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사고의 흐름이 가속화된다.
머리가 후끈, 달아오르며 마주한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다.
그리고 그때서야.
‘아.’
시우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야 알겠다.
지금에서야 알겠다.
멍청했다. 어리석었다.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었거늘.
“이봐! 움직일 수 있겠어?”
다가온 사람들이 시우의 몸을 부축했다.
시우는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펜리르를 향해 다가갔다.
들끓는 통증에 몸이 삐그덕거렸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이, 이봐! 뭐 하는 거야!”
“어서 도망쳐!”
시우의 모습에 사람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역시나 시우는 멈추지 않았다.
한채린은 펜리르와 맹렬히 싸우고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여 시간을 벌어주려는 듯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도망쳐야 했다.
검은 트롤 때와는 경우가 완전히 달랐다.
펜리르와 검은 트롤은 비교조차 불가하다.
하지만 시우는 걸음을 계속 내딛었다.
콰앙! 하는 굉음에 한채린이 쿨럭! 피를 한움큼 토해내었다.
그럼에도 재차 펜리르에게 달려들었다.
“시우… 씨?”
하지만 시우가 그런 한채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펜리르의 시선이 시우에게 향한다.
번뜩이는 붉은 광채.
그곳에선 피를 향한 끝없는 갈증이 느껴졌다.
주변으로 뿜어지는 칠흑의 아우라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졌다.
새까만 증오와 광기로 뒤덮인 축생.
맹목적인 살의로 빚은 짐승.
크르르르르─!!
펜리르는 흉악하고도 포악한 짐승이었다.
시우는 그런 펜리르에게 터벅.
한 발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 뭐 하시는!”
한채린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미, 미쳤어?!”
“빨리 돌아와!”
사람들 또한 소리쳤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그저 터벅, 펜리르의 앞으로 다가갔다.
코 앞으로 보이는 펜리르의 모습.
가까이서 본 펜리르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주변으로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아우라.
괜히 마랑(魔狼)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크르르르…!
펜리르가 낮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어?”
펜리르는 움직이지 않았다.
흉측한 이빨을 들이밀되, 공격하지 않았다.
거대한 발을 들어올렸지만, 휘두르지 않았다.
낮게 부르짖는 울음.
가만히. 그저 가만히.
타오르는 붉디 붉은 안광을 들어 시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우 또한 그런 펜리르를 마주바라봄에.
“처음부터 말이 안 되었어.”
시우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선 이상함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펜리르는 처음부터 공략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어째서 펜리르가 여기에.
그 물음은 잠시 제쳐 놓고서라도 펜리르는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S급 헌터로 이루어진 파티라면 또 모를까.
지금의 파티의 수준으로는 결코 공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현재 한채린의 수준으로는 불가하다.
시우가 가세한다 하더라도 힘들다.
공략은 커녕 대적하는 것조차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아까 전, 펜리르에게서 엿보였던 작은 망설임.
“나는 왜 죽지 않았을까.”
처음엔 글레이프니르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일련의 물음들이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한채린과 그녀의 팀원들.
“여러분들이 대체 어떻게 살아 돌아왔을까.”
그들이 어떻게 앞선 레이드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을까.
아무도 죽지 않고 어떻게 모두 무사히 살아 나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왜 우리는 아무도 죽지 않았을까.”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는 걸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정신을 차린 한채린이 물어왔다.
다른 사람들 또한 의문의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고개를 살며시 뒤로 돌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한채린.
시우는 말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펜리르가 마음만 먹었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거라는 뜻입니다.”
시우도, 한채린도, 그녀의 팀원들도.
펜리르가 정말 죽이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여기 모인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살아 돌아갈 수가 없었단 말입니다.”
한채린이 희생해서 시간을 벌었다?
웃기는 소리.
한채린의 실력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채린은 결코 펜리르를 상대할 정도가 아니었다.
시간을 끄는 그 행동조차 불가하다.
“그게 무슨…?”
한채린이 당황 어린 눈빛을 지어 보였다.
사람들 또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우리는 그럼 어떻게 살아 돌아왔다는 겁니까?”
팀원들 중 누군가 물었다.
그리고 그 답은 간단했다.
한채린과 팀원들이 살아 나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누구도 죽지 않은 이유.
“놓아 준 겁니다.”
놓아 준 거다.
펜리르가 우리들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도망가라고.”
* * *
내려앉는 정적.
“무슨 말도 안 되는….”
“몬스터가 우리를 살려줬다고?”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며 소리쳤다.
한채린도 이번엔 쉬이 믿지 않아 보였다.
몬스터는 사람을 그저 먹잇감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그런 몬스터가 사람들을 살려준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시우도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다 함이 정확하겠다.
무엇보다 펜리르는 흉악한 늑대였다.
오딘을 물어뜯어 죽인 신살[神殺]의 늑대.
세계를 집어삼킴으로써 종말을 선사한 끔찍한 존재.
마랑[魔狼]이라는 이명으로 그 흉악함은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런 펜리르가 사람들을 살려 주었다?
믿기지도,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 해보면.
펜리르가 먼저 공격했던 상황이 없었다.
그리고.
“단순한 몬스터였다면 그러했을 겁니다.”
정말 펜리르는 그러한 존재일까.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펜리르.
그 이야기를 살펴보면 펜리르에 대해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신화 속 이야기, 그 어디에서도 펜리르가 악행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없으니까.
펜리르는 굉장한 힘을 타고난 늑대였다.
그런 펜리르에게 운명의 여신이 한 가지 예언을 내린다.
‘펜리르가 언제고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킬 것이다.’
그렇게 펜리르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먹을 것도 없는 황폐한 땅.
펜리르는 태어날 적부터 굶주림과 외로움을 이겨 내야만 했다.
그렇게 매일같이 굶주림과 외로움에 허덕였다.
그리고 죽지 않았다.
굶주림과 외로움을 이겨 내며 꿋꿋이 살아남았다.
펜리르가 죽지 않고 살았다는 소문이 퍼진 것일까.
아스가르드 신들이 펜리르를 찾아왔다.
‘네 힘이 그렇게 세다며?’
‘그럼 어디 한 번 이 밧줄도 풀어보시지?’
신들의 뜬금없는 제안.
그러나 펜리르는 기쁘게 응했다.
같이 놀자고 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친구가 생긴 것만 같았으니까.
언제나 혼자였던 펜리르.
찾아온 아스가르드의 신들에 펜리르는 크게 기뻐했다.
펜리르는 신들이 자신의 몸을 묶음에도 반항하지 않았다.
되려 그 밧줄들을 모조리 끊어 버리는 힘을 보여 주었다.
‘세, 세상에…!’
‘이건 토르도 끊어내지 못한 건데?!’
신들이 놀랄 때마다 펜리르도 기뻤다.
아스가르드의 신들과 친구가 된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신들의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종말의 존재라 예언된 펜리르.
이 모든 것은 펜리르를 묶어두기 위한 계략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신들은 펜리르의 힘에 두려워했다.
역시나 펜리르가 언제고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해서 펜리르를 꼭 묶어둬야만 한다고 결정했다.
하여, 글레이프니르를 제작.
펜리르에게 찾아가 이것도 풀어 보라며 말했다.
펜리르는 의심했다.
가느다란 실과도 같은 글레이프니르.
반드시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거라 펜리르는 생각했다.
그러나 티르라는 신이 그 보증을 서보였다.
‘만일 네가 이 밧줄을 끊어 내지 못했을 때. 신들이 너를 풀어 주지 않는다면 내 왼팔을 물어뜯어 가도 좋다.’
티르는 모두가 펜리르를 외면했을 때 찾아온 유일한 신이었다.
먹을 것이 없는 황폐한 땅에서 먹을 것을 주었던 신이었다.
펜리르는 그런 티르를 믿었다.
친구였으니까.
글레이프니르에 묶였고, 끝내 풀어내지 못했다.
글레이프니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끈이었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신들은 펜리르를 풀어 주지 않았다.
티르 또한 이를 외면했다.
친구의 충격적인 배신.
티르는 약속대로 자신의 왼팔을 펜리르의 아가리에 넣었다.
그럼에도 펜리르는 티르의 팔을 물어뜯기를 주저했다.
혹시 다른 오해를 한 것이 아닐까.
티르가 그럴 리가 없는데.
‘펜리르. 내가 너를 속였다.’
티르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도 펜리르는 차마 물 수가 없었다.
물고 싶지 않았다.
신들이 낄낄, 거렸다.
멍청하다며. 어리석다며.
펜리르를 한없이 비아냥거렸다.
그것도 모자라 펜리르의 위턱과 아래턱을 꿰뚫는 각도로 칼을 박아 넣는다.
펜리르가 입을 다물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평원에 구경거리로 매달아 놓았다.
펜리르는 그 상태로 라그나로크가 일어날 때까지 매여 있어야만 했다.
여전히 홀로인 채.
하염없는 고통 속에서.
라그나로크가 일어난 이후.
라그나로크의 광기가 펜리르를 잠식했다.
세계를 집어삼켰고.
신들을 물어뜯었다.
그럼에도 티르만은 죽이지 못했다.
광기로 잠식된 정신에도 잊지 않고 있었다.
버려진 나를 찾아와 주었던 유일한 친구.
굶주림에 허덕이던 나에게 먹을 걸 주었던 친구.
펜리르는 여전히 티르를 친구라 생각하고 있었다.
순진하게도.
어쩌면 멍청하게도.
신화 속 이야기에서 알려주는 펜리르.
시우가 바라본 펜리르는 결코 마랑(魔狼)이라 불리는 늑대가 아니었다.
하여 지금.
“펜리르는 우리를 해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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