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천만다행히 지리산에서 잡아 온 곰은 아니었다.
정말 다행히도 서울의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곰이었다.
‘이게 다행이 맞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애초에 곰은 기절한 상태였기에 다칠 만한 일은 없었다.
다만, 기절한 곰을 보고 같이 기절해 버린 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곰의 등장.
다행히 곰이 동물원에서 탈출한 것으로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이것도 다행이 맞는건가…?’
…에이, 알게 뭐람.
아무튼.
“너를 어떻게 해야 하냐….”
시우는 쭈그려 앉아 있는 펜리르를 가만히 바라봤다.
펜리르는 정말이지 쭈그리다 못해 찌그러져 있었다.
슬금슬금, 시우의 눈치를 보는 표정.
마치 ‘내가 어떤 잘못을 한 걸까…?’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세상 물정 모르는 새끼 강아지랑 똑같았다.
“어느 누가 네가 곰을 잡아 왔다고 생각할까.”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뭐.
“보이는 모습만 새끼 강아지지.”
실상은 세계를 삼켜 버린 늑대였다.
그러니까 곰 따위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늑대였다.
곰은 개뿔이 무슨.
드래곤도 아마 펜리르한테는 안될 터였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지금 펜리르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던전에서 보았을 때도 상당히 약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펜리르는 그보다 훨씬 더 약해져 있었다.
“글레이프니르도 여전히 묶여 있고.”
여러모로 세계를 삼키는 늑대는 아니었다.
그래도 뭐.
펜리르는 펜리르라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보라.
동물원의 곰을 잡아 오지 않았는가.
단순히 곰을 잡아 왔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동물원에서 여기 SH병원까지.
어느 누구에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
그건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덩치 큰 곰을 어떻게 물고 왔는지부터가 궁금했다.
“흐음….”
그렇기에 시우는 상당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를 어떻게 해야 하냐.”
펜리르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펜리르가 사람을 해치지는 않을 터였다.
동물도 죽이기 싫어서 기절만 시키는 펜리르인데 무슨.
“그렇다고 자유롭게 내버려둘 수도 없으니 원.”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신화 속 이야기처럼 언제고 광기에 사로잡힐 수도 있지 않은가.
“흐음….”
시우는 고민에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런 시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펜리르는 여전히 시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다만, 눈빛은 아까랑 달라져 있었다.
아까는 ‘내가 어떤 잘못을 한 걸까…?’ 였다면.
지금은 ‘내가 뭔가 잘못을 했나봐….’ 였다.
끼잉─.
진짜 뭐 마려운 강아지 표정이었다.
이어지는 고민.
가장 베스트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알아야 말이지.
그렇다고 이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지금이야 모르겠다만 행여나 광기에 삼켜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음….”
시우는 펜리르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지금 펜리르 정도면… 어찌 가능할 것 같았다.
펜리르가 광기에 삼켜진다고 한들 시우가 어찌 막아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 여러 가지 모든 정황들을 살펴보았을 때.
“어쩔 수 없나….”
시우는 끝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시우는 퇴원 절차를 끝 마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의 입원.
검은 트롤 때보다 약간 더 긴 입원 기간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회복력이었다.
“지, 진짜… 트롤이신 겁니까…?”
아니나 다를까 의사가 까무라치며 놀라 보였다.
시우를 인간이 아니라 트롤이라 확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했다.
숙련도 20%의 달하는 괴력[怪力](SS).
비약적으로 상승된 신체 능력은 회복력까지도 올려 주었으니까.
물론 진짜 트롤의 재생력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어디까지나 회복력에 불과한 힘.
잘린 신체를 재생시켜 주는 재생력까지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빨리 퇴원할 수 있었던 건 비단 괴력[怪力](SS)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의술로 자힐까지 했으니까.’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
20%를 넘어선 숙련도는 아직 현대 의학보다 앞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치료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게 시우는 무사히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띠리릭!
시우는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달칵.
가벼운 소음과 함께 11평 남짓한 투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아야, 나왔어.”
“오빠?”
그러자 안쪽에서 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서아가 총총,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시우의 몸을 이곳저곳 살피더니.
“몸은 괜찮은 거야?”
한껏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어 왔다.
당연히 서아는 시우가 입원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주일 간 집을 비웠는데 모를 리가 있나.
서아가 병문안 오겠다는 거 말리느라 여간 애를 먹기도 했었다.
괜히 병문안 왔다가 서아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시우라도 옆에 있다면 모를까.
아직 서아 혼자 밖에 돌아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괜찮아.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어서.”
시우는 그런 서아를 안심시켰다.
지금 몸 상태도 괜찮을 뿐더러 사실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낙룡각(落龍脚)을 사용하고 난 뒤의 반동이 문제였던 거니까.
한채린이 아니었다면 그곳에서 죽었을테지만…..
‘그게 심하게 다친 건가?’
어쨌든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부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별 거 아닌데 일주일이 넘게 입원을 해?”
사실 그러긴 했다.
어쨌든.
“지금은 괜찮아. 특실에서 치료를 받아서 말짱해.”
“정말?”
특실이라는 이야기에 서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서아도 특실에서 생활해 본 바.
그 혜택이 어떠한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서아, 너는 괜찮아? 약은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어? 나 없다고 또 빼먹은 건 아니고?”
“이제 안 그런다니까.”
서아가 입을 비죽이며 답을 해 보였다.
하지만 말은 저렇게 해도 확인은 해 봐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뭐.
서아의 안색을 보니 확실히 챙겨 먹은 것 같았다.
혈색 또한 상당히 좋아 보이는 것이…..
“탕약도 빠짐없이 먹었어?”
“응… 그거 먹는다고 지인짜 힘들었어.”
서아가 그 맛을 떠올리는지 몸을 살짝, 떨어 보였다.
커텐을 갈아마신 듯한 맛.
솔직히 매일 먹기엔 힘든 맛이었다.
당장 시우만 하더라도 때려죽여도 못 먹는다.
하물며 서아는 오죽할까.
그렇기에 꼭 먹어야 되나며 투정을 부릴 수도 있건만….
“으윽. 그거 생각하니 다시 속이…”
브에….
힘들 긴 힘든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를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껏 울상을 짓는 서아의 얼굴.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보다 서아야. 너한테 하나 물어볼 것이 있는데.”
“나한테? 뭔데?”
“혹시 강아지 좋아해?”
“강아지?”
서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이었다.
“강아지는 갑자기 왜?”
“그게 말이지….”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을 그때.
낑. 끼잉─.
문 밖에서 강아지 소리가 들려왔다.
“강아지 소리? 오빠, 설마 강아지 데려왔어?”
“아, 그게….”
에라이, 이왕 엎질러진 물.
시우는 현관문을 열었다.
살며시 열린 문 틈.
그 사이로 펜리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다 시우의 눈치를 살피더니 끼잉─.
금새 주눅이 들었다.
왜인지 시우를 대할 때마다 눈치를 보는 펜리르였다.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겠네.’
그런데 생각해보니….
던전에서 그러긴 했었다.
펜리르는 문앞에 서성이고 있었다.
시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들어가도 돼…?’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시우는 슬쩍, 서아의 눈치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서아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와아─!”
서아가 해맑게 소리쳤다.
“너무 귀여워!”
아무래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뭐.
지금 펜리르의 모습은 확실히 귀엽긴 했다.
하지만 그 실상은 글쎄.
이윽고 서아가 펜리르에게 성큼, 다가갔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그런 서아를 막아섰다.
“응? 왜?”
“어… 혹시 물 수도 있으니까?”
“에이, 얘가 물어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그건 서아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쟤가 물면 세계가 멸망한단다.
그런 시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아는 펜리르에게 다가갔다.
펜리르가 주춤, 거리며 물러났다.
하지만 서아가 그런 펜리르를 잡아 들어 올렸다.
서아의 품에 안긴 펜리르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펜리르의 모습 때문일까.
“엄청 예뻐!”
서아가 펜리르를 꼭, 껴안았다.
“이름이 뭐야?”
펜리르.
…라고 말하려던 것을 꾹, 눌러 삼켰다.
“아직 안 지었으면 내가 지어도 돼?”
“음….”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흑돌이!”
“흑돌이?”
“응!”
“어….”
시우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보아하니 검은색 강아지라서 그렇게 지은 것 같은데….
솔직히 별로였다.
네이밍 센스가 그야말로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별로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게 아니긴 무슨.
뭐, 강아지 이름으로는 나쁘지 않기─는 개뿔이 무슨.
아무리 서아라도 이건 아니었다.
할 말은 해야만 했다.
그런데 웬걸.
왈!
펜리르가 좋다며 짖어댔다?
“흑돌아. 너도 흑돌이가 좋지? 그치?”
왈!
“거봐, 오빠. 흑돌이도 흑돌이가 좋다잖아.”
왈!
서아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흑돌이… 아니, 펜리르가 소리쳤다.
뭐, 펜리르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거야 그럴 수는 있었다.
그런데 흑돌이라는 이름이 좋다고?
그러니까 세계를 삼키는 신화적인 신수라는 이름이 아깝지도 않다고?
그런데 이 역시나 웬걸.
서아의 품에 안긴 흑돌이… 아니, 펜리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 확실히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어….”
내가 이상한 건가?
어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 이름은 이제 흑돌이야!”
다행히 서아는 흑돌이… 아니, 펜리르를 좋아 했다.
마치 새로운 친구라도 생긴 것처럼 좋아라 했다.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던 서아.
서아는 정말로 친구가 생긴 것처럼 기뻐했다.
왈!
펜리르 또한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방금 전까지 눈치 보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흑돌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마음에 든 것일까.
글쎄.
시우는 작게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북유럽 신화 속, 펜리르.
펜리르는 언제나 혼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황폐한 땅에 버려졌다.
너는 흉악한 괴물이야.
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 안 돼.
펜리르는 평생토록 그런 말들을 들어왔다.
이성이 없는 괴물이 되기를 강요받아 왔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펜리르 옆에 있어 주지 않았다.
홀로 외로움을 묵묵히 견뎌야만 했다.
아마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하핫! 간지러, 흑돌아!”
펜리르는 더 이상 펜리르로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마랑(魔狼) 펜리르(Fenrir).
세계를 집어삼킨 종말의 늑대.
그 이름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누구 한 명 다가와 주지 않는 이름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어쩌면.
그래서 어쩌면.
“흑돌아! 막 돌아다니면 안 돼!”
흑돌이라는 이름에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꼬리를 마구 흔들며 집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모습에.
자신을 보고 겁을 먹는 것이 아닌, 환하게 웃어 주는 서아의 모습에.
아마 그런 이유이지 않았을까.
시우는 문득 생각이 들 뿐이었다.
* * *
달빛마저 구름에 가린 새벽녘.
헌터 업계의 뒷골목은 모두가 잠든 시간대에 활동을 시작한다.
도박, 향락, 사치.
각종 불법 거래와 비밀 회담이 이루어지는 이곳.
더하여 살인은 고사하고 고문, 강간, 납치.
창의적인 범죄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그러면서 일말의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이들.
이곳은 심히 개새끼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이들이 모여 있는 암흑가.
그런 암흑가의 가장 깊은 곳.
“의뢰가 들어 왔다. 이름은 맹시우. D-급의 헌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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