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59)
59화.
한채린은 어째서인지 아무런 답이 없었다.
살짝,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고.
멍하디 멍한 두 눈은 의식이 엿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고장 났나?’
한채린이 고장 나 버렸다.
사람에게 고장 났다는 말이 이상하긴 하다만 진짜 그런 것 같았다.
가뜩이나 로봇처럼 보이던 한채린인지라 더욱 그러했다.
“채린 씨?”
흠칫.
그때서야 고장 난 한채린이 고쳐졌다.
그러니까 한채린이 반응을 내보였다.
“어떤 검술이 가장 마음에 드셨습니까?”
그리고 한채린은 답이 없었다.
또 고장 난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속눈썹을 살짝 아래로 내린 모습이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뭘 선택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는 것 같았다.
한채린의 고민이 길어졌다.
이대로 두었다간 평생 선택 못 할 것 같았다.
시우는 고민하는 한채린에게 말했다.
“정 뭐하면 직접 한 번씩 해 보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백견이 불여일행이라.
백번 묻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고.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해 보는 것이 더 낫다.
‘…라고 제갈공명이 그랬었으니까.’
어쨌거나 직접 검을 휘둘러 보면 결정에 도움이 될 터.
“그래도 될까요?”
아니나 다를까 한채린이 물어왔다.
시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멤버십 가입도 안 했으니 큰 문제도 없었다.
문제가 되더라도 역시나 문제가 없었다.
‘수강료 청구하면 되니까.’
아무튼.
“먼저 파천신검부터 해 보시죠.”
시우는 다시 한 번 파천신검의 검술을 보였다.
한채린은 눈을 빛내며 시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어, 어떻게….”
물론 중간 쯤에 한채린이 다시 한 번 고장 난 것 같았지만 아무튼.
꽈아아앙─!
“한 번 해 보시죠.”
시우는 검을 갈무리하며 한채린에게 말했다.
한채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꺼내 들었다.
마스터 오렐리안이 제작한 명검.
새하얀 검신이 조명에 번쩍이며 쌔액─!
허공을 수놓듯 휘둘러졌다.
후웅─!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한채린의 눈빛 또한 매섭게 벼려 있었다.
그리고.
‘음….’
뭔가… 허전했다.
한채린의 움직임과 검의 궤적은 시우가 보인 것과 다르지 않았다.
고작 두 번 보여준 것임에도 한채린은 놀랍도록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뭔가 부족한데?’
그런데 말 그대로 따라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움직임과 검의 궤적만 따라 할 뿐이었다.
기세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담긴 묘리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웅─!
그냥 검만 따라 휘두르는 것 같았다.
“…뭐가 부족한 거죠?”
아니나 다를까 한채린이 물어 왔다.
본인 스스로도 시우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음….”
시우는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도 몰랐으니까.
그냥 뭔가 다르구나, 그렇게만 느껴질 뿐.
애초에 시우는 검을 다뤄 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배우고 있는 것도 격투(擊鬪)쪽이라 뭐라 조언할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보여 드릴게요.”
그저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흠….”
그래도 안 되었다.
혹시 항우의 파천신검(破天神劍)이 한채린과 맞지 않는 것일까.
“다음 검술을 해 보죠.”
시우는 지크프리트의 용살검법(龍殺劍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으음….”
이것도 안 되었다.
아무래도 용살검법도 나가리인 모양.
“태극검으로 해 봅시다.”
시우는 장삼봉의 태극검(太極劍)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웬걸.
‘왜 이렇게 못 해?’
이것도 못 하고 있었다.
한채린은 힘든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격한 움직임도 없었건만 한채린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어렵…네요.”
한채린이 난해하다는 표정으로 말해 왔다.
마치 어떤 벽을 마주한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서일까.
‘천재 맞아?’
시우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 버렸다.
* * *
[당연히 못 따라 하지.]스마트폰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코를 후비적, 파며 말했다.
[인간이 우리들의 힘을 따라 할 수 있을 리가 있겠냐?] [황새가 뱁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것도 정도가 있지.] [택도 없는 소리야.]헤라클레스는 코를 판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꼭 저 손가락으로 흔들어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저런 속담은 어디서 주워 들은 거야?
공자 채널의 영상을 보다가 주워들은 건가?
하물며 그 반대였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 가 옳은 표현이었다.
하지만 뭐.
역시나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덜컹, 거리는 버스 안.
시우는 주위 사람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저는 되잖아요. 헤라클레스 님의 신투술도 배우고 있고요.”
[그야 너는 우리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무슨 차이에요?”
[음… 그러니까. 아, 그래.] [혹시 기억나? 네가 처음 신투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내가 안 된다고 했었잖아.]“네. 기억나요.”
[그때 내가 왜 안 된다고 했었는지도 기억나?]“네. 귀찮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그거 말고요? 음….”
그때 뭐라고 그랬더라?
아, 맞다.
“괴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만 신투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하셨죠.”
[또.]“제 정신 상태가 썩어 빠졌다고도 하셨고요.”
[맞아. 응? 아니,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고….]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당황하며 마구 손사래를 쳐 보였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려 보였다.
[아무튼. 내 신투술을 배우려면 그 정도의 기본은 있어야 해.] [그리고 나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신들의 무공 또한 그와 비슷하지.] [그런데 네가 가르치려던 그 인간은 어떻다고 했지?]“어….”
한채린이 각성한 개성은 검재(劍材)와 육감(六感).
모두 S등급으로서 희대의 개성이라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기본을 넘어선 재능.
하지만.
[고작 그런 인간 따위가 우리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갓튜브 앞에서는 고작해야 S등급이었다.
S등급 앞에 ‘고작’ 이라는 말이 붙는 게 이상하긴 했다만 실제로 그러했다.
갓튜브의 인물들과 비교하면 ‘고작’이 아니라 ‘따위’였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
[난 되려 그 정도로 따라 했다는 게 엄청난데?]말마따나 한채린이 따라 했다는 게 놀라운 일이었다.
“그럼 저는 멤버십 가입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내 괴력과 공 선생님의 뇌 근육이 덕분인 거지.]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공자의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意禮知](SSS).
갓튜브 내에서도 최강 혹은 최고라 불리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시우는 이미 기본을 탑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나마 흉내라도 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너. 개성이 없다고 했었지?]“네.”
[그런데 각성이라는 것은 했고.]“그렇죠? 갑자기 그건 왜 물으세요?”
“네?”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無)개성이라는 것 자체가 내 개성이라고?
[내가 저번에 말했었지.] [채널을 구독하는 것만으로 신들의 힘을 얻을 수는 없다고.]“네.”
만일 그게 가능했다면 우주창조최강신이 탄생할 거라고도 말했었다.
아니, 절대창조우주신이었나?
뭐 아무튼.
[사실 그걸 정확히 말하면, 이미 각인된 존재에 새로운 존재를 덮어씌울 수 없다는 말이야.] [너희들 말로는 개성이라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를 다시 표현하면….]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뭐라뭐라 설명을 이어 나갔다.
존재의 근원이니 개념체니 뭐니.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말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그나마 통찰력(S+)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하나도 못 알아 들을 뻔했다.
아무튼 통찰력(S+)이 정리한 개념은 이러했다.
개성이라는 것은 존재의 고유성이다.
그렇기에 그 고유성을 다른 무언가로 덮어쓰는 것은 불가하다.
그건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예외란 말이지.]그러나 시우는 아니었다.
시우가 각성한 개성은 무(無).
즉, 새하얀 도화지나 다름없었다.
이미 그려진 도화지 위에 다른 무언가를 다시 그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새하얀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리든.
또 어느 정도를 그리든 그건 전혀 상관이 없었다.
“제 상태가 그러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기에 시우는 신들의 개성을 배울 수가 있었다.
동시에 존재의 고유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시우가 갖는 존재의 고유성은 무(無)였으니까.
[이건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돼.] [그리고 네가 갓튜브에 접속할 수 있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인 거 같아.]“확실히….”
꽤나 설득력 있는 가설이었다.
통찰력(S+)도 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세상 단순한 근육 고래인줄 알았는데.
이럴 때 보면 확실히 투신(鬪神)다운 모습이 엿보였다.
그거랑 이거랑 상관 없나?
아무튼.
“그럼 저 말고 다른 이들은 갓튜브의 것들을 배울 수 없다는 건가요?”
[아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헤라클레스는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시우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러면 한채린을 가르칠 수가 없지 않은가.
즉, 한채린 연금은 날아간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매달 수백 억씩 따박따박 박히는 연금이 말이다.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바로 그때.
[그런데 네가 만들어서 가르치는 건 상관없을걸?]헤라클레스가 의미심장한 말을 해왔다.
* * *
“여기가 맹시우라는 놈의 집인가.”
구동범은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판데모니움의 일원, 구동범.
구동범은 눈앞의 집을 가만히 바라봤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인 건가.”
물론 살라면야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구동범보고 살라고 하면… 글쎄.
수백 번은 고민하다가 때려 칠 것 같았다.
낡다 못해 툭, 건들면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
보기만 해도 먼지가 풀풀 날릴 것만 같았다.
“몇 년도에 지은 거야?”
서울에 이런 집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니, 서울이니까 이런 집이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구동범은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꽈득─!
종잇장마냥 손잡이가 뜯어졌다다.
꽤나 큰 소음이 일어 구동범은 안쪽을 살폈다.
하지만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놈은 한채린이랑 놀고 있을 테니까.”
대체 뭘 하면서 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구동범은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11평 남짓한 투룸.
내부는 그래도 깔끔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살 법한 집이었다.
구동범은 기척을 죽이며 들어갔다.
그리고 유일한 방문을 달칵.
“자고 있었군.”
침대에 자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쩐지.
문이 뜯어지는 소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일반인은 자신의 기척을 인지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여자가 맹시우라는 놈의 여동생인 것 같았다.
구동범은 살며시 자고 있는 여자를 확인했다.
옅은 갈색 머리의 단발머리.
새하얀 피부와 상당히 귀여운 외모.
“예쁘잖아?”
예뻤다.
그것도 굉장히.
얼굴만 보는데도 추악한 욕망이 솟구쳤다.
그 때문일까.
“아깝네 진짜.”
구동범은 입맛을 쩝, 다셨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정말로 죽을 수가 있었다.
판데모니움의 절단급 간부, 명지광.
명지광이 자기가 귀여워해주기 전에 절대 손대지 말라고 당부했으니까.
“그래도 그 다음으로 내가 귀여워해줄 수 있으니까.”
생각만 해도 아랫도리에 피가 쏠렸다.
구동범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
흠칫!
뒤쪽으로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포.
마치 삶이 걸려있는 죽음의 사선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있었다.
그리고 느끼지 못했다.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볼 위로 주륵,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구동범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돌아본 그곳.
“강아지?”
크르르르─!
웬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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