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충격이… 내려앉았다.
대부분의 판데모니움의 일원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 정신을 잃지 않은 이들.
그들 모두가 눈을 부릅, 떠 보이고 있었다.
펼쳐진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 지광 형님이….”
“어떻게….”
벽에 날아가 쳐 박힌 명지광.
명지광이 대저 누구란 말인가.
무려 판데모니움의 절단급 간부였다.
붉은 그림자와의 일합에서 ‘절단’의 부상을 입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자였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고작 일합에서 살아남았다고 무슨 호들갑이냐.
그것도 절단이라는 중대한 부상을 입고 말이다.
허나, 그건 붉은 그림자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전 세계 암흑가의 패권을 장악한 그를 막을 자는 없었다.
13인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조차 붉은 그림자를 막지 못했다.
되려 그에게 살해당할 뿐이었다.
세계 최강을 논함에 있어 가장 최우선으로 손꼽히는 붉은 그림자.
그와의 일합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불가능에 가깝다, 라고 부름 직했다.
헌데 지금 나가떨어져 있었다.
부서진 잔해 속에 뒤덮여 생사조차 불분명했다.
붉은 그림자와의 일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가, 일격에 나가떨어졌다는 뜻이다.
“이건… 이건….”
“마, 마, 말도… 안 돼.”
실로 말이 안 되는 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판데모니움의 일원들이 모두 경악으로 소리쳤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이 광경을 만든 장본인,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덤덤한 눈빛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시우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명지광이 날아가 쳐 박힌 곳.
시우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쿨럭…!”
격통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부서진 잔해 속이었다.
이윽고 잔해들이 들썩거리며 명지광이 몸을 일으켰다.
“혀, 형님!”
“역시 살아계셨군요!”
판데모니움의 일원들이 소리쳤다.
역시나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명지광은 부서진 잔해 속에서 걸어 나왔다.
“퉤!”
뱉은 핏물 사이로 내장인지 모를 살점들이 섞여 있었다.
명지광은 시선을 들어 자신을 이렇게 만든 놈을 바라봤다.
‘저 녀석….’
겉으로 보기에는 별 볼 일 없었다.
보이는 모습.
느껴지는 분위기.
그 모두가 맹한 것이 시덥잖은 잔챙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느껴지는 기세만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살갗이 떨리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방금 전의 일격.
적잖은 충격에 지금도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순간적으로 충격을 흘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을 뻔했다.
“너. 뭐 하는 놈이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놈은 그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네가 서아를 납치해 오라고 시켰나?”
“서아?”
생소한 이름에 명지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납치라는 말에 문득.
“설마, 네가 맹시우냐?”
“네가 서아를 납치해 오라 시켰냐고 물었다.”
“맞나보군.”
명지광은 놈이 시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보니….
확실히 의뢰지에서 봤던 그 얼굴이었다.
그런데 D-급의 헌터라고 하더니.
하여간, 윗대가리 놈들이 하는 말은 곧이 곧대로 믿을 것이 못 되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네가 서아를 납치해 오라고 시켰나?”
“그렇다면?”
명지광은 실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의뢰의 내용처럼 수준 낮은 놈팽이가 아니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방금처럼 기습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꽈앙!
갑자기 들려오는 폭음과 동시에 시우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 깜빡이는 찰나의 시간.
시우가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뻐어어어어억─!!!
끔찍한 굉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명지광은 아까처럼 날아가지 않았다.
되려 시우의 주먹을 움켜잡고 있을 뿐이었다.
“속도는 나름 나쁘지 않아.”
사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시우의 움직임을 놓쳐버렸으니까.
아까 전엔 방심이었다고는 하나 이번은 아니었다.
모든 감각을 시우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움직임을 놓쳤다.
하지만 역시나 단지 그뿐.
“그런데 힘이 부족하잖아.”
꽈드드드드득!!
명지광의 몸이 크게 부풀었다.
2m에 달하는 커다란 덩치가 계속 커져만 갔다.
명지광이 시우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넌 보아하니 힘과 관련한 개성이 있는 것 같은데.”
반면에 명지광의 개성은 육체강화(A+).
힘을 비롯한 동체 시력, 순발력, 반사신경 등.
말 그대로 육체의 모든 능력을 강화한다.
물론 힘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신체 능력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힘만 강화하는 것과는 다르다.
바닷물과 같은 많은 양이 있더라도, 그것을 담을 그릇이 작다면 의미가 없다.
되려 그릇은 깨어지고 붕괴될 뿐이니까.
힘 또한 마찬가지다.
태산을 들어 올릴 힘이라도 그 힘을 담을 신체의 그릇이 작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깨어지고 붕괴될 뿐이다.
이 말은 즉.
“너의 개성은 나의 열화판이라는 뜻이다.”
콰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시우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기세를 잡은 상황.
계속해서 압박을 주어야만 했건만, 명지광은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크윽…!”
복부를 강타하는 커다란 충격.
그 짧은 순간에 시우가 반격을 했다.
대체 어떤 놈이 시우를 D-급 헌터라 한 것인지.
반드시 찾아가 사지를 찢어 놓겠노라고 다짐했다.
뒤로 날아간 시우가 재빨리 균형을 잡았다.
시우도 적잖은 타격을 입긴 했는지 입가로 주륵,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소매로 흐르는 피를 닦아 내렸다.
명지광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 판데모니움에 들어와라.”
“혀, 형님…?”
갑작스러운 명지광의 말에 판데모니움의 일원들이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명지광은 개의치 않았다.
“네가 지금까지 한 일들을 모두 눈 감아 주겠다.”
“형님!”
“입 닥쳐.”
명지광의 싸늘한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때서야 조용해진 상황에 명지광이 다시 시우를 바라봤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범하게 살 이유가 있나? 우리는 특별하다. 신인류. 버러지 같은 다른 인간들보다 상위의 존재이지.”
명지광 어깨를 한 번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왜 우리가 하찮은 벌레들이 만든 규칙에 얽매여야 하는지. 버러지들이 저들 좋자고 만든 법에 구속되어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 같이 뛰어난 이들이 대체 왜.
“나약한 놈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지. 되려 나약한 놈들이 우리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린 월등한 존재니까.
명지광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누른다. 힘 있는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판데모니움에 들어와라. 여긴 오로지 힘만이 정의이자 권력인 곳. 그 어떤 규칙도, 법도 없다. 갖고 싶으면 빼앗으면 되고. 취하고 싶으면 강탈하면 된다.”
명지광은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양 손바닥을 펼치며 시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헛소리는 그걸로 끝인가?”
시우는 한마디로 일축시켜 버렸다.
뭐라뭐라 지껄이길래 일단 두었다만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저런 종류의 궤변은 들어봤자 머리만 아플 뿐.
애초에 저런 놈들과 대화해 봤자 얻는 건 없었다.
언젠가, 이러한 것에 대해 도왕이 공자께 물었던 적이 있었다.
[상대가 무례하게 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이에 공자께서 답하시길.
[상대가 무례하게 굴면 먼저 자기 자신의 예를 반성하라.] [그러나 아무리 예를 다해도 상대가 무례함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는 필히 짐승과 같은 자이다.] [짐승과 실랑이를 해서 무엇하겠느냐.]그러니 명지광과 말싸움을 해 무엇할까.
시우는 명지광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렸다.
“네 여동생 때문인가? 한낱 정에 휘둘리다니, 멍청하긴.”
“정에 휘둘리는 게 왜 멍청하다는 거지?”
“사사로운 정에 휘둘리는 마음. 그걸 ‘나약하다.’ 라고 말하는 거다.”
“아니.”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게 사람이라는 거야.”
너 같은 짐승 새끼는 모르겠지만.
“어리석긴.”
명지광의 인상이 일시에 와락, 찌푸려졌다.
가진 바 재능이 아까워 기회를 줬거늘.
“후회하지 마라.”
스스로 목숨을 버리겠다면야 그 소원을 들어 주는 수밖에.
꽈드드드드득!
명지광의 몸이 다시 한 번 크게 부풀어 올랐다.
가뜩이나 거대한 덩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덩치로만 따지면 헤라클레스보다 더욱 거대했다.
“넌 날 이길 수 없다.”
명지광이 비웃음을 흘렸다.
시우의 개성은 분명한 자신의 열화판 재능.
결코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
흠칫!
일순간 느껴지는 살기(殺氣).
아니, 이건 살기라 부를 수 없었다.
오로지 존재의 죽음만을 갈망하는 의지.
살의(殺意).
악독한 살의(殺意)가, 죽음을 윽박지른다.
뻐어어억─!!
둔탁한 굉음에 명지광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뒤흔들리는 시야 속.
명지광은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맞았다. 그런데 무엇으로?
아니, 대체 어느 순간에?
“커헉…!”
뒤늦은 통증이 밀려온다.
그 순간 옆쪽으로 섬뜩한 기세가 느껴졌다.
명지광은 눈으로 확인할 틈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앙─!!
힘과 힘이 충돌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명지광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밀렸다고?’
밀린 것은 이쪽이다.
명지광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우의 개성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힘과 관련한 개성임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열화판이다.
따라서 넘어설 수 없는 한계의 벽은 분명 존재한다.
그 짧은 시간에 넘어설 수 없다.
넘어설 수 있는 종류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
뻐어어어어억─!!
재차 터져 나오는 충격.
이번에도 역시나 인지하지 못 했다.
이해… 할 수가 없다.
다르다. 차원이 다르다.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크하학…!”
통증이 뒤늦게 터져 나온다.
목구멍까지 치미는 핏물.
명지광은 필사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판데모니움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그러자 뚝.
시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명지광은 재빠르게 말을 다시 이었다.
“이 짓거리를 하고도 판데모니움이 널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나?”
홀로 판데모니움을 박살 낸 시우.
비록 서울이라는 일부 구역 지나지 않았으나 실로 놀라운 무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마따나 서울 구역에 지나지 않았다.
판데모니움은 세계적인 범죄 단체.
대한민국에 뿌리내린 판데모니움 구역은 많았다.
또한 전 세계로 확장하면 새 발의 피였다.
전 세계에 드리운 암흑가를 장악한 패권자.
그에 비하면 여기는 잔챙이 중의 잔챙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잔챙이라도 결국은 판데모니움이다.
이번 일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터.
그런데 대체 왜일까.
“해 봐.”
시우는 개의치 않았다.
정말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듯.
판데모니움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는 듯.
시우는 터벅, 명지광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땐 판데모니움 자체를 부숴버릴테니까.”
“그 무슨…!”
명지광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시우의 저 말은 즉.
“판데모니움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판데모니움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없다.
13인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조차 살아남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
놀라는 명지광을 뒤로한 채.
시우는 차분히 주변을 훑었다.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판데모니움 일원들.
경악하는 그들을 향해 시우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두 눈 똑똑히 봐라.”
그리고 터벅, 명지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음에.
꽈꽈꽈꽝!!
시우를 구성하는 공간이, 괴악하게 일그러진다.
“……!!”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명지광 또한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경악으로 물든 표정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었다.
콰아아아아아─!!
들끓는 포악한 힘.
그것이 끔찍한 해방을 맞이하며 사방으로 날뛰었다.
열화판이… 아니다.
명지광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결코 자신의 열화판이라 할 수 없다.
인간을 초월한 힘.
인간 따위는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너머의 힘.
그렇기에 자신이 감히, 어찌할 수 없는 힘(力).
“이, 이게… 이게….”
반항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항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 경이로운 힘에, 저 아득한 너머에.
감히 대적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시우가 오른발을 크게 들어 올렸다.
콰아아아아아─!!!
그러자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이 형상화되며 시우의 오른발에 휘감겼다.
이어 시우가 들어 올린 오른발을 찍어 내림에.
휘감긴 용이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명지광과 그 뒤의 풍경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낙룡각(落龍脚).
* * *
헌터 시찰국(視察鞠) 서울 지부.
사건 과장에게 욕지거리를 쏟아붓고 나온 이민정.
사건 과장이 노발대발했지만 이민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시찰국을 나서려던 찰나.
“팀장님! 이민정 팀장님!”
정수아가 허겁지겁 이민정의 뒤로 따라붙었다.
“판데모니움의 위치는? 특정했어?”
“네. 특정하긴… 했는데요.”
왜인지 정수아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감이 없다기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정확히는 자신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
이민정은 곧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판데모니움이 초토화가 되었다고….”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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