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뚝, 멈춰서는 걸음.
이민정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들려온 정수아의 말.
“판데모니움이 초토화가 되었다니?”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이민정은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정수아를 바라봤다.
그런데 웬걸.
“저도 무슨 말인지 잘….”
정수아도 모른다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자기가 내뱉은 말을 모르고 있었다.
이민정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판데모니움뿐만이 아니에요.”
그리고 들려온 정수아의 말.
“암흑가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 있대요.”
“……”
이민정은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부터가 의심스러웠다.
“다른 가더팀이 움직인 거야?”
“아뇨. 그건 아닌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 투성이였다.
여기서 이러고 있어 봤자 정신만 혼란스러워질 뿐.
“팀원들은?”
“4팀은 전부 소집했어요. 그런데 다른 팀은….”
“다른 팀들은 됐어. 4팀 전원. 해당 위치로 집결하라 해.”
“네!”
힘차게 대답하며 떠나는 정수아.
이민정은 또한 금방 자리를 떠나갔다.
* * *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으슥한 뒷골목.
검은 제복 복장을 한 한쌍의 남녀가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 여기에 죄다 숨어 있었구만.”
“그리고 이거 봐.”
“인식 저해 장치…?”
“일련번호가 조회되지 않아. 아무래도 불법적으로 만든 것 같은데… 꽤 수준 높은 마도학자가 만든 모양이야.”
“어쩐지, 그렇게 찾았는데도 못 찾겠더라니.”
어깨 견장에 새겨진 해태 모습의 문양.
시찰국의 가더이자 4팀의 팀원, 김은호와 유아린.
“그런데 왜 인식 저해 장치가 이렇게 널브러져 있는 거지? 작동도 하지 않고.”
“누군가 뜯어낸 모양이야. 아까 결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걸 보면 맞는 거 같아.”
“인식 저해 장치를 뜯어내면서 결계 장치도 망가졌다? 그게 가능해?”
“불가능하진 않지만….”
유아린이 살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바로 그때.
“여기예요.”
한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냉혹한 분위기의 미녀.
“팀장님.”
“오셨습니까.”
이민정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민정의 뒤쪽으로 같은 팀원인 정수아가 따라붙었다.
이민정은 김은호와 유아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유주랑 현우는?”
“안쪽에 있어요.”
“구역을 나눠서 조사했는데, 갑자기 결계 마법이 작동하는 바람에….”
그러면서 김은호가 골목 한쪽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투웅─!
반투명한 무언가가 김은호의 주먹을 가로막았다.
그 뒤를 이어 유아린이 말했다.
“침입자를 막는 결계 마법이에요. 잠깐 고장이 났다가 다시 작동한 것 같아요. 그 때문에 들어가지를 못 하─.”
딱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서걱─!
일순간 들려온 섬뜩한 절삭음.
그와 동시에 파지직─!
앞선 결계에 심한 균열이 일며 깨져 부서졌다.
이민정이 언제 뽑았는지 모를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들어가지.”
그리고 터벅.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정수아가 그런 이민정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
“……”
김은호와 유아린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들어간 뒷골목.
“어? 팀장님?”
“결계 때문에 못 들어오는 거 아니었습니까?”
안쪽에 같은 검은 제복 복장의 남녀가 있었다.
시찰국의 가더이자 이민정의 팀원인 정유주, 도현우.
이민정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둘에게 물었다.
“상황은?”
“그게 말이죠….”
“이게 참….”
정유주와 도현우는 답을 하기를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설명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빠를 듯 합니다.”
도현우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민정을 이끌었다.
그렇게 도현우를 따라 이동한 곳.
“아작이… 나 있어?”
뒤 따르던 정수아가 소리쳤다.
그리고 이민정 또한 그 표현에 있어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암흑가의 거리.
그 거리 전체가 완전히 아작이 나 있었으니까.
“저희가 왔을 때는 이미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다시피 사람들도 저렇게 되어있었고요.”
아작이 난 거리 주변에 쓰러져있는 사람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에게서 생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얼핏 잔혹해 보이는 풍경이나 이민정은 개의치 않았다.
여기는 다름 아닌 암흑가의 거리.
한마디로 저들은 암흑가의 범죄자들이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들의 죽음에 애도할 마음은 없었다.
“모두 죽었나?”
“전부는 아니고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이 있기는 해요.”
“움직일 정도로 살아남은 놈들은 아무래도 죄다 도망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민정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말했다.
“죽은 놈들은 시신만 수습해. 살아 있는 놈들은 모두 신원을 확인한 뒤. 살인, 강간, 신체적인 장애 혹은 2급 이상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유발한 폭행. 이것들 중 한 가지 이상의 범죄 전과가 있는지 조회해. 그리고 만일 있다면.”
이민정은 차디찬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죽여.”
실로 잔인한 처사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명령을 받는 입장에서도 꺼려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넵.”
“알겠습니다.”
팀원들은 전혀 그러한 기색이 없었다.
인간 도살자.
흉악함에 따라 다르지만 가더들은 범죄자를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취급하는 사냥꾼이자 파수꾼이었다.
무엇보다 저런 놈들을 살려 두면 또 다른 범죄만 발생할 뿐이다.
“그래도 철저히 신원을 확인해. 그 사정까지 전부. 범죄자라도 다 같은 범죄자는 아니니까.”
범죄는 용서할 수 없는 죄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딸 아이를 강간한 자를 복수한 아비.
사회의 법이 판단하기로는 분명한 범죄다.
그러나 이민정은 그것을 범죄라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짐승이 아닌 사람이다.
그런데 아마 여기에 없을 것이다.
말마따나 그들은 사람인지라, 짐승 새끼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얼씬조차 하지 않으니까.
“수아, 너도 여기서 팀원들을 도와.”
“네!”
이민정은 홀로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암흑가의 가장 깊숙한 곳.
“……”
이민정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
아까 전, 암흑가의 거리는 양반이었다.
완전히 박살이 나다 못해 아스라진 풍경.
세상이 무너졌다.
그렇게 표현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무너진 세상 속.
유독 눈에 띄는 한 존재가 있었다.
정확히는 바닥에 널브러져 움직이지 않는 존재.
“명지광….”
판데모니움의 절단급 간부, 명지광.
이민정이 그토록 쫓아다녔던 흉악한 범죄자.
그 명지광이 전신이 갈가리 찢겨진 채 쓰러져 있었다.
숨소리는 커녕 미약한 생명의 신호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상태로 살아 있다는 게 말이나 될까.
그렇기에 이민정은 의문이 들었다.
“대체 누가….”
누가 명지광을 이렇게 만들었나.
명지광은 정말 만만히 볼 범죄자가 아니었다.
4팀의 팀원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이민정 본인이 직접 나서야 척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물며 이렇게까지는 안 된다.
지금 보이는 명지광의 상태.
명지광을 이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민정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널브러져 있는 판데모니움의 일원들.
판데모니움이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이 말은 즉.
서울 지역에서 판데모니움이 완전히 뿌리가 뽑혔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누가….”
이민정은 같은 물음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 * *
“아윽…!”
진신을 칼로 찌르는 듯한 근육통이 느껴졌다.
시우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데 그 자리가 하필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려 난감했을 상황이었다.
코 끝을 찌르는 쓰레기 냄새.
그런데 나름 푹신한 것이 꽤나 편안했다.
시우는 품 속에서 자그마한 침통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몸에 거침없이 침을 꽂았다.
푹, 푹.
“후우….”
그러자 들끓던 통증이 순식간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파열된 근육들도 조금씩 회복하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
월 1억이 아깝지 않은….
아니, 조금만 아까운 개성이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그런데 이놈의 반동은 언제쯤 괜찮아질런지.”
시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지막에 시전한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솔직히 과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시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본능에 각인시켜야 했으니까.
시우와 관련한 그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된다.
그 공포를 새겨 넣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펜리르의 던전에서 사용했던 것과는 다른 힘이었다.
그땐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아낸 힘이었으니까.
여기서도 그 지랄했다간 이렇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움직이기는 개뿔이 무슨.
“까무러쳐 죽었을지도.”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확실히 꾸준한 수련을 이어왔기 때문일까.
“신투술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네.”
점점 시우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비록 그 위력은 아직 헤라클레스에 비할 바는 못 되긴 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11.03%[+1.6%]>하지만 꾸준히 숙련도는 늘어나고 있었다.
하여 이번 판데모니움과 명지광과의 싸움.
“확실히… 강했어.”
판데모니움의 절단급 간부.
명지광은 강했다.
지난 번, 강도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절단, 골절, 파열, 흉터, 상처.
명지광은 가장 하위인 절단급이었지만 그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시우는 어떤 의미로 판데모니움에게 선전 포고를 한 셈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제고 판데모니움과 맞붙을 수 있는 일이었다.
“후우….”
솔직히 위험한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범죄 단체와의 전쟁.
사실 명지광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현재 시우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그러지 않았다.
범죄 단체와 손을 잡다니.
“공자 선생님한테 무슨 잔소리를 들으려고.”
자고로 군자(君子)란, 이득(利)이 아닌 인의(仁義)를 따르는 자.
범죄자와 손을 잡는 건 천명(天命)에 어긋나도 한참이나 어긋나는 일이었다.
“…어째, 나도 선비가 되어가는 것 같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범죄 단체와 손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 두기엔 역시나 우습게 보이면 안 되었다.
짓밟을 때, 확실하게 짓밟아야만 했다.
무엇보다.
[통찰력(S+) 숙련도 41.9%[+5.4%]> [괴력[怪力](SS) 숙련도 21.48%[+2.1%]>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23.77%[+3.3%]>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4.11%[+0.5%]>이번 싸움에서 얻은 것도 많았다.
폭발적으로 상승한 숙련도.
신(神)의 야금술(SS)을 제외한 모든 숙련도가 올라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렇기에 판데모니움과의 전쟁이 두려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서아를 노렸단 말이지.”
서아를 노렸던 판데모니움의 범죄자들.
구동범을 족쳐 듣자 하니 누군가 의뢰를 했다고 한다.
의뢰인은 불명.
그리고 처음엔 시우에 대한 의뢰였다고 한다.
하지만 명지광이 눈을 돌려 서아를 노렸던 것.
“흑돌이가 없었더라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지금도 경계한다고 고생하고 있을 흑돌이.
시우는 꽂아 넣은 침들을 빼내어 정리했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문득.
[동네 정육점.>시야 한 켠으로 정육점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해는 벌써 넘어가 있었다.
이미 늦어버린 저녁 시간.
하지만 뭐 어떠한가.
시우는 천천히 정육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옵쇼!”
정육점의 주인이 반갑게 시우를 맞이했다.
범죄자들을 상대하고 와서 그런가.
왜인지 정감이 가는 인사였다.
“뭐 드릴까요?”
“음….”
흑돌이가 무슨 고기를 좋아했었더라.
시우는 짧은 고민 끝에 정육점 주인에게 말했다.
“여기에 있는 고기 전부 다 주세요.”
“…네?”
그러나 정육점의 주인이 벙쪄 버렸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여기 진열대에 있는 고기 전부요?”
“아뇨.”
시우는 살며시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자 정육점 주인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에 걸려있는 고기들까지 모두요.”
“…네에?”
정육점 주인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 * *
서울의 한 호텔.
겉보기로는 썩 좋지 않은 외견이나, 인테리어는 나름 깔끔한 분위기의 호텔이었다.
그 호텔의 최상층.
한 사내가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판데모니움의 일원으로서 한국에 새로이 부임한 지부장이자 흉터급 간부, 오주원.
“명지광이 당했다라….”
오주원은 차분히 시선을 내려 보였다.
잠시간 이어진 침묵.
“누구지?”
“맹시우. D-급의 헌터입니다.”
들려온 답에 오주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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