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65)
65화.
꿈틀거렸던 눈썹이 일그러졌다.
인상이 와락, 찌푸려지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지금 장난을 치는 건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D-급의 헌터?”
D-급의 헌터라니.
그 말은 즉.
명지광이 고작 D-급의 헌터에게 당했다?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가장 높은 확률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
오주원의 전신으로 형용할 수 없는 기세가 터져 나왔다.
방 안 전체를 내리누르는 듯한 압박감.
무언의 힘이 공간 자체를 움켜쥐고 흔드는 것만 같았다.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보고하는 건가?”
“그, 그것이… 커헉!”
오주원의 뒤쪽으로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껄떡거리는 숨소리는 곧 넘어갈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러나 오주원은 기세를 거두지 않았다.
점점 기세를 발산하며 살기를 거두지 않았다.
기세만으로 존재를 짓눌러 죽이는 힘.
필사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 시찰국이…! 커헉!”
“시찰국?”
오주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문에 짓누르던 기세가 조금은 풀어졌다.
“허헉…! 허헉…!”
생명을 갈망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오주원은 소파에 앉아 그 숨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몇 번의 콜록거리는 기침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 시찰국의 가더들이… 현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쿨럭!”
오주원은 검지 손가락으로 소파의 팔걸이를 툭툭, 두들겼다.
시찰국의 가더들이 현장을 장악했다는 것.
그 말은 즉.
현장에는 목격자가 없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범죄자들을 상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았으니까.
하물며 그것이 판데모니움이라면 더더욱.
사실상 말만 가더(Guarder)일 뿐.
그들은 인간 도살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족속들이었다.
“사,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죄다 정신이 나가 있었습니다. 관련해서는 횡설수설만 반복하는 탓에….”
오주원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말했다.
“헌데, 무슨 근거로 맹시우라는 자의 소행이라 말한 거지?”
“그것이… 명지광이 마지막에 받은 의뢰의 목표가 맹시우였다고 합니다.”
“의뢰?”
오주원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산하던 기세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번 일이 있기 전, 명지광에게 하나의 의뢰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라.”
관련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이 나고.
“그런데 맹시우라는 놈은 붙잡히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확실히.
오주원은 왜 맹시우라는 자가 가장 확률이 높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왜 ‘확률’이라고 말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D-급의 헌터라….”
말이 안 되었으니까.
명지광은 절단급의 간부다.
결코 D-급의 헌터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사실상 맹시우가 이번 일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마지막 의뢰의 목표였다고는 하나, 우연찮게 아다리가 맞았던 수 있었으니까.
차라리 시찰국이 한 짓이라 말하는 편이 훨씬 더 가능성이 높았다.
인간 백정, 이민정.
그녀라면 이러한 일이 충분히 가능하니까.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정신이 나가 있었습니다만, 맹시우라는 이름에는 뚜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응을 보였다?”
“기겁을 하며 몸을 벌벌, 떨었습니다.”
음.
오주원은 나지막한 침음을 흘렸다.
정신이 빠져있는 상황에서조차 반응을 내보인다.
“각인된 것인가.”
그것도 이성이 아닌 본능에 말이다.
말 못하는 짐승들도 태어나 생전 처음 보는 천적을 알아본다.
분명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천적.
그러나 천적 앞에서 내보이는 반응은 호기심이 아닌 공포였다.
유전자라는 본능 깊숙이 각인된 정보인 것이다.
툭, 툭.
오주원은 검지 손가락을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정황상 이번 일은 맹시우라는 자가 저지른 소행이다.
그렇다면 D-급의 헌터라 볼 수 없었다.
정확히는 모종의 이유로 D-급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정체를 밝히면 안 된다거나.
일부러 힘을 숨긴다든지 등.
그런 맹시우는 혼자 서울 지역의 판데모니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니, 판데모니움만이 아니었다.
서울 지역의 암흑가를 통째로 뿌리 뽑아 버렸다.
그리고 판데모니움의 의뢰 목표였던 맹시우.
“경고.. 인가.”
오주원은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마라.
이번엔 본보기로 이 정도로 끝내겠다.
허나, 이 이상으로 나를 더 건드린다면….
“건방진.”
오주원은 나지막히 말을 읊조렸다.
정제된 분노가 오주원의 눈빛에 스쳤다.
“추적할까요.”
뒤이어 들려온 말.
그러나 오주원은 섣불리 답할 수가 없었다.
원래라면 당장이라도 잡아 죽여야 했다.
판데모니움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놈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었다.
특히나 절단급의 간부가 당한 상황.
당연히 그에 따른 복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시찰국이 어디까지 움직였지?”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았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시찰국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한민국은 유독 그 경향이 심했다.
물론 잔챙이들 정도야 무시할 수 있었다.
인간 백정이라 불리는 이민정.
그녀까지도 오주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시찰국장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찰국장은 아니었다.
시찰국장, 백선제.
아무리 오주원이라도 백선제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괜히 나섰다가 꼬리가 밟힐 수도 있는 일.
이제 막 한국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던 상황에서 좋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니.
“…이번 일은 덮는다.”
오주원은 끝내 이러한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판데모니움 전원에게 전해라. 맹시우라는 놈을 주시하라고.”
그것이 언제까지고 덮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 * *
“너 미쳤어?!”
촤라락!
크나큰 고함과 함께 종이 뭉치들이 흩뿌려졌다.
이민정은 그 종이 뭉치를 맞으며 묵묵히 서 있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지는 종이 뭉치 사이.
한 중년의 사내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너. 실력 좋다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지? 내가 아주 우습지? 그럴 거면 네가 서장 하지 그래? 어?”
“죄송합니다.”
이민정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4팀의 팀장이라고는 하나 서울 지부의 서장, 김지필은 엄연한 자신의 상관이었으니까.
“내 말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 뭐? 사람을 수십 명이나 죽여?”
“모두 신원 확인 절차를 마쳤고, 흉악한 범죄자들이었습니다.”
“이 새끼가 그래도 따박따박, 말대꾸를!”
콰앙!
“범죄자라도 이미 전투 불능인 놈들이었어!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넌 지금 정당방위가 아니라 살인을 한 거야!”
이민정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김지필은 씩씩거리는 호흡을 잠시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넌 이번에 선을 넘었어.”
“죄송합니다.”
“옷 벗어.”
“서장님!”
그러자 이민정 뒤에 있던 팀원들이 놀라 소리쳤다.
4팀의 일원들이자 이민정의 직속 부하들.
김지필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소리쳤다.
“니들도 전부 옷 벗고 싶어?”
“팀장님은 가더로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할 일을 했는데 옷을 벗으라니! 이건 너무 불공정한─!”
“조용히 안 해?”
김지필이 말을 일축하며 소리쳤다.
“원래라면 니들 전부 모가지 날려야 해. 그런데 이 팀장 체면이 있어서 퉁치는 거야. 그러니 잔말 말고 옷 벗어.”
“……알겠습니다.”
“팀장님!”
팀원들이 반발하며 재차 소리쳤다.
이민정은 더 이상 나서지 말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이민정의 명령.
하지만 이번만큼은 팀원들은 따르지 않았다.
“이건 불공평합니다!”
“서장님이 뒷돈 받고 범죄자들 뒤봐준 것이 걸릴까 봐 이러시는 겁니까?”
“뭐라고?”
일순간 김지필이 눈을 치켜떠 보였다.
“너 이 새끼. 방금 뭐라고 했어.”
“서장님이 범죄자들 뒤봐준 게 찔리신 것 아니냐고 그랬습니다.”
“이 새끼가 감히!
김지필이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탁, 누군가 김지필의 손목을 붙잡았다.
바라본 그곳.
이민정이 싸늘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제가 옷 벗겠습니다. 팀원들은 그냥 두시죠.”
“……”
김지필은 순간적으로 이민정의 기세에 압도되었다.
이민정은 4팀장이라는 다소 낮은 직책에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민정의 성격 때문이었다.
승진이라는 것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민정의 성격은 꼿꼿하여 굽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부러질지언정 절대 굽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정은 실력으로는 이곳, 서울 지부의 원탑이라 할 수 있었다.
“크흠. 그, 그래.”
김지필은 끝내 치켜든 손을 내려 보였다.
바로 그때.
“내 생각에 이 팀장도 그냥 두어야 할 것 같은데.”
서장실의 문이 열리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한 미중년의 사내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단단한 인상.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
전체적으로 선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미남.
“국장님…?”
시찰국장, 백선제.
대한민국에서 범죄자가 활개치지 못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국장님이 왜 여기에…?”
갑작스러운 백선제의 등장에 서장실의 모두가 당황해 보였다.
이민정 또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고 있었다.
백선제는 터벅, 걸음을 옮겨 김지필의 앞에 서 보였다.
“판데모니움이 움직였다는데 당연히 내가 와야하지 않겠나? 아니면 설마….”
일순간, 백선제의 기세가 일변했다.
선한 인상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날을 벼린 듯한 기세가 서장실 전체를 짓눌러왔다.
“서장이라는 자가 판데모니움이 갖는 위험성을 모른다는 건가?”
“그, 그것이….”
“방금 듣자 하니 서장이 범죄자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하던데.”
“오, 오해입니다! 그건…!”
“오해인지 아닌지는.”
서장실을 장악하는 백선제의 기세.
숨이 막히는 기세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조사해 보면 알겠지.”
이윽고 백선제의 기세가 일시에 사그라들었다.
인상 또한 선선하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 전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모습.
백선제가 살짝, 고개를 돌려 이민정을 바라봤다.
“이 팀장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민정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백선제는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김지필을 흘깃, 바라보더니.
“서장은 감시과에서 할 이야기가 있어 보이던데.”
그 말과 동시에 일련의 사람들이 서장실로 들어왔다.
시찰 감시과의 가더들.
그들이 김지필을 향해 이런저런 영장들을 들이밀었다.
김지필은 그 영장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조, 조졌다.’
그런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을 뿐이었다.
* * *
김지필이 끌려 나가고 난 뒤.
서장실에는 백선제와 이민정만이 남아 있었다.
백선제는 서장실 탁자에 비치된 난초를 어루만졌다.
이민정은 꼿꼿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백선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력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 하더군. 젊은 나이에 벌써 팀장직인 이유가 있었어.”
“과찬이십니다.”
이민정은 딱딱한 어투 답을 해 보였다.
평소 이민정답지 않은 긴장된 모습.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대가 무려 백선제였다.
시찰국의 국장.
여기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하물며 평범한 시찰국의 국장도 아니었다.
시찰국의 국장이 어찌 평범하겠냐마는, 백선제에게 뒤따르는 이름은 그것을 평범하게 만들어버렸다.
인류를 구원한 13인의 영웅 중 한 명, 백선평.
그 백선평의 아들이 바로 눈앞의 백선제였으니까.
그리고 과연 백선평의 아들이라는 걸까.
수많은 범죄 단체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려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백선제에게 가로막혀 척출되었다.
백선제의 존재는 범죄자들에게 있어 하나의 억제력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범죄자들이 활개치지 못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
이민정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찌 긴장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민정은 꼿꼿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이윽고 들려온 백선제의 목소리.
“자네가 한 일인가?”
백선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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