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73)
73화.
멍하디 멍한 정신.
시우가 잘못 말한 것이 아닐까?
“A급 헌터…요?”
덕구는 스스로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A급 헌터가 뉘집 개이름이란 말인가.
물론 덕구가 헌터 업계에 대해 세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헌터 채널의 편집자로서 나름 공부한 지식이 있었다.
빠삭하다 할 수는 없었다만, 어느 정도의 지식은 있다 자부할 수 있었다.
해서 덕구가 아는 바.
실력 좀 있네.
이런 소리를 듣는 수준이 C등급이다.
능히 한 사람분의 몫을 해내는 수준.
해서 C등급만 해도 웬만한 길드에 프리패스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베테랑이라 불리는 헌터.
웬만한 길드의 간부급이자 대형 길드의 팀장 정도 자리할 수 있는 수준.
그 수준의 등급이 B등급이다.
해서 B등급의 헌터라 하면 다들 한 번쯤은 놀라 보인다.
A등급부터는 ‘천재’라는 반열에 한 발 걸치기 시작한다.
수재와 영재 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만이 올라설 수 있는 수준이었다.
S등급은 논외의 영역이다.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들.
거기서부터는 단계마다 두꺼운 벽이 존재한다.
S-등급과 S등급.
이 둘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어쨌거나 A등급은 쉬이 볼 수 있는 등급이 아니었다.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그랬다면 개나소나 다 A급의 헌터가 되었게?
그런데 지금.
“A급 헌터 되기 프로젝트요…?”
시우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 한 달…?”
심지어 한 달이란다.
1년도 아니고 한 달이란다.
아니, 1년도 말이 안 되는 기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장님 현재 등급이….”
“D-급.”
D-급 헌터가 1달만에 A등급이 된다니.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냥 개소리─.
아, 아니.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보통 D등급에서 C등급으로 가는데 1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마 큰 오차는 없을 터였다.
그것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노력이라는 이름의 재능.
개성이라는 이름의 재능.
어느 쪽이든 하나의 재능은 타고나야만 했다.
그런 재능을 타고 난다는 조건 하에 1년.
그것도 D등급에서 C등급으로 가는 데만 걸리는 시간이었다.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라가는 데는 대략 5년.
해서 대부분 B등급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좌절한다.
정확히는 죽는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듯이 말이다.
하물며 B등급에서 A등급?
그야말로 하나의 벽이다.
재능 없는 이들은 결코 뚫을 수 없는 높디 높은 벽.
그런데 지금 무슨…?
아, 설마.
“혹시 재심사를 하실 생각이신 거예요?”
이러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재심사를 통한 등급 격상.
극히 드문 일이나, 없는 사례는 아니었다.
그리고 덕구는 알고 있었다.
시우가 평범한 D-급 헌터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영상으로 직접 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러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아니란다.
그 말은 즉.
“실적으로 등급을 올리시겠다는 말씀…?”
“그래야 할 거 같아.”
시우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이야….”
이어 시우가 입을 열었다.
관련한 컨텐츠를 덕구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름하야 ‘A급 헌터 되기 공략법.’
말 그대로 A급 헌터가 될 수 있는 공략법을 알려준다는 내용의 컨텐츠였다.
그런데 이게 참….
“아? 아아?”
덕구는 정말이지 고장이라도 난 기분이었다.
* * *
행정 안전부 산하, 헌터 관리국 서울 지부.
일명 헌터 협회라 불리는 이곳.
‘하아, 또 시작이네.’
각성 검사관, 김현우는 속으로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다름 아닌 김현우의 눈앞.
“왜 재검사를 다시 할 수 없다는 건데!”
땡깡을 부리는 헌터 때문이었다.
아니, 아직 헌터라고 할 수 없는 각성자 때문이었다.
땡깡을 부리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 사내의 첫 각성 판정 등급은 E-등급.
재심사를 요구했고, 결과는 역시 E-등급.
바로 그 때문이었다.
“검사기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자신이 이렇게 낮을 리가 없다.
각성은 희귀한 현상이다.
각성자가 되었다는 건 선택받았다는 것과 비슷했다.
그렇기에 다들 큰 꿈에 부풀어 관리국에 찾아온다.
A급이라도, 아니 최소한 B급이라도.
혹시 S급이…?
하지만 천재는 천재이기에 천재인 법.
대부분 현실에 좌절한다
아니, 좌절하지도 않는다.
100이면 100.
거의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인다.
“내가 E-등급일 리가 없잖아!”
현실 부정.
인지 부조화.
재심사를 요청하지만 그래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간혹 달라지는 경우가 있지만 정말로 간혹이다.
그게 자신이라는 말이 아니란 뜻이었다.
차라리 복권 당첨이 되기를 기도하는 게 더 확률이 높았다.
“두 번째 재심사는 바로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지금 신청하시면 한달 뒤에 가능합니다. 신청해 드릴까요?”
“당연하지! 지금 바로 신청해!”
김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산 시스템을 매만졌다.
왜 반말인가 싶지만 그냥 참았다.
여기서 일하다 보면 흔하디 흔한 일이었으니까.
저런 거에 일일이 대응하면 이 일 못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의 애환이었다.
“신청되었습니다. 한 달 뒤에 문자로 개별 통보가 갈 겁니다.”
“흥!”
그때서야 콧방귀를 뀌며 떠나는 각성자.
김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음 순번을 불렀다.
“다음 분.”
그러자 한 사내가 다가와 창구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이 사람….’
김현우의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다름 아닌 어제 재심사를 받았던 각성자였다.
하루에 수많은 각성자들이 오가는 헌터 관리국.
그 많은 각성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사내는 김현우의 기억에 있었다.
무(無)개성의 각성자.
‘이름이 맹시우… 라고 했던가?’
워낙에 특이한 경우였기에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관리국에 소란이 있었지 않았는가.
설마, 이 사내도 재심사 신청을 하러 온 것일까.
이 사내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無)개성이라니.
수많은 각성자들의 개성을 봐왔지만 무(無)는 정말로 처음 보는 경우였다.
“어떤 용무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그게. 등급 심사 기준을 명확히 알고 싶어서요.”
“등급 심사 기준이요?”
김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실적 심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정확한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잠깐의 침묵.
김현우는 의문을 삼키며 시우에게 말했다.
“혹시 헌터증을 가지고 계십니까?”
“여기요.”
“현재 헌터님의 등급이….”
타닥. 삐빅.
“D-급… 이시네요?”
김현우는 상당히 놀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의 검사 결과는 F등급 미만.
그것도 무(無)개성의 각성자였다.
그런데 D-급이라니.
이건 상당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상당한 노력이라 부를 정도가 아니었다.
뼈를 깎는다, 라는 수준의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겠지.’
그것도 여기가 한계일 터였다.
노력도 하나의 재능이라고는 하지만 개성의 재능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높게 올라가려는 모양인데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되려 무리하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차라리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터.
하지만 그건 김현우가 판단할 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등급 격상은 해당 등급의 던전을 수월하게 레이드 할 수 있냐를 판단하고자 만들어진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더 높이 올라가도 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냐.
그걸 판단하는 것이었다.
“맹시우 헌터님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D등급에서 C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200개의 D등급 던전을 무사히 레이드 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빡빡하게 일정을 잡으면 일주일에 3개 정도를 레이드한다.
1년이 52주임을 감안하면 1년에 150~160개.
200개를 채우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린다.
중간에 다치거나 부상을 입으면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렇게 200개의 던전 클리어 기록이 있으신 상태에서 등급 심사를 요청하시면, 등급 심사 던전을 발급해 드릴 겁니다.”
D등급 던전을 많이 레이드 했다 하더라도 바로 C-등급이 되는 게 아니었다.
상위 등급을 레이드 할 수 있냐 없냐.
그 실력을 검증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등급이 격상될 수 있었다.
“혹시, 이해가 안 되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아뇨. 전부 이해했습니다. 아, 혹시 제가 레이드 한 던전 개수를 알 수 있을까요?”
“D-급으로 격상하신 후….”
타닥. 삐빅.
“지금까지 16개의 D등급 던전을 레이드 하셨네요. 200개 조건까지 184개의 D등급 던전을 더 레이드 하시면 됩니다.”
“184개. 많기도 하네.”
시우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오늘 레이드 하실 생각이시면, 여기서 하나 할당해 드릴까요?”
“어?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못 할 건 없죠.”
원래 김현우의 업무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시우의 모습.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왜일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떤 던전을 선호하시죠?”
“선호하는 건 딱히 없고… 여기서 가장 가까운 던전으로 해 주세요.”
“가장 가까운 던전이라면….”
타닥. 삐빅.
“때 마침 5분 거리에 D+급 던전이 있긴 합니다만….”
김현우는 약간 망설였다.
시우는 D-급 헌터.
등급은 같은 D등급이나 D+급은 시우와 두 단계나 차이 나는 던전이었다.
“그걸로 해 주세요.”
하지만 시우는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김현우는 다시 망설였으나 금방 던전을 할당해 주었다.
“요 앞 사거리를 지나 두 골목을 건너면 있습니다. 바로 가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다.
“다음 분.”
김현우는 다시 다음 대기자를 불렀다.
그리고 뭐.
다들 똑같았다.
현실 부정.
인지 부조화.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들인지.
현실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없다봐도 무방했다.
앞선 맹시우 헌터처럼 노력이라도 하는 헌터?
환상의 동물이라 할 수 있었다.
“재심사 신청되었습니다. 한 달 뒤에 문자로 개별 통보가 갈 겁니다.”
“무슨 한 달씩이나 걸려. 참나!”
정말이지 서비스 직의 애환이었다.
김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음 대기자를 불렀다.
“다음 분.”
그러자 한 사내가 번호표를 들고 창구 앞으로 다가왔다.
김현우는 무료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무슨 용무로… 어?”
그러다 저도 모르게 멈칫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맹시우 헌터님?”
시우가 창구 앞에 앉아있었으니까.
“여긴 왜 또 다시… 아.”
김현우는 말을 내뱉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D+급 던전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객기를 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안 된다 판단하여 빠르게 던전을 나온 모양.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았으니─.
“그 죄송한데. 혹시 한꺼번에 묶여서 주실 수는 없을까요?”
“…..?”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로워서요.”
김현우는 순간 뭔가 싶었다.
그러니까, 저게 뭔 개소린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말은 즉.
“지금 던전을 클리어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이렇게밖에 해석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김현우는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7분.
시우가 떠나고 약 7분 정도가 지나고 있었다.
물론 던전의 위치가 가깝긴 했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던전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온 수준이지 않은가.
지금 장난치는 건가?
김현우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리고 뭐라 한소리 하려던 찰나.
툭.
무언가 김현우의 시야 앞에 놓여졌다.
던전의 마력핵.
“…어?”
김현우의 어이가 승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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