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74)
74화.
행정 안전부 산하, 헌터 관리국 서울 지부.
일명 헌터 협회라 불리는 이곳.
던전 관리팀의 과장, 박도현은 출근부터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과장님!! 과장니이임!!!”
저 멀리, 자신을 찾으며 뛰어오는 사내.
딱 꼴을 보아하니….
“출근하자마자 바로 사건이구나.”
박도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반차를 내고 오후에 출근한 오늘.
오후 근무를 설렁설렁할 기대도 품고 있었건만.
이 놈의 관리국은 역시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디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일까?
“과자니이이이임!!”
고성방가를 내지르며 뛰어오는 모습이 참….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왜 그리 호들갑이야? S등급 던전이 브레이크라도 일으켰어?”
“그게…! 그게…!”
껄떡거리는 숨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더, 던전 청소기…! 던전 청소기가 왔습니다!”
“뭐라고?!?!”
박도현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 멈춰섰다.
던전 청소기.
최근 들어 던전을 싹 쓸어 담는 헌터.
아니, 최근도 아니지.
고작 이틀 전부터 던전을 쓸어 담고 있는 헌터였다.
“청소기가 던전을 모조리 쓸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몇 개째인데? 10개? 20개?”
“132개… 이제 막 150개를 돌파하고 있습니다!”
“……”
박도현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지금 막 출근했는데 뭐?
132개?
132개를 레이드 했다고?
“그 뭔 말도 안 되는!”
아니, 그건 그렇고 잠깐만.
132 다음이 왜 150이야?
혹시 숫자 세는 법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10진법이 아니라 2진법?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150개를 레이드 하고 있다고? 아니, 해 버렸다고?”
“그, 그렇습니다아…!”
박도현은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 청소기라 불리는 자.
그러니까 던전을 청소해 버리는 헌터, 맹시우.
“무개성의 각성자라 하지 않았어?”
맹시우 헌터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무(無)개성의 각성자.
검사기 판정, F등급 미만.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재심사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무(無)개성.
판정 등급 또한 F등급 미만.
힘을 숨기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그… 이 정도면 시찰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도무지 수상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던전 청소기가… 아니.
맹시우라는 헌터가 문제 될 만한 일을 벌인 건 아니었다.
그냥 던전만 주구장창 레이드 할 뿐이었다.
아니, 주구장창은 염병할 무슨.
던전을 그야말로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불법 각성자… 일지도 모르지 않을까요?”
이러한 가능성을 버릴 수는 없었다.
불법 각성자.
말 그대로 불법으로 각성한 자를 일컬었다.
각성만 하면 그만이지 뭘 그런 것까지 간섭하냐.
그리 물을 수 있겠다만 그 불법이 사람을 제물로 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소문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괜히 그런 소문이 도는 건 아닐 터였다.
바로 그때.
“과장니이이이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외침.
“더, 던전 청소기가…! 던전 청소기가 C등급 승격 심사를 요청했습니다아…!!”
박도현은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C등급 심사 조건은 던전 200개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150개를 돌파했다고 하지 않았나?
아!
하루 아침에 규정이 바뀌었구나─는 개뿔이 무슨.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시찰국에… 신고 접수만 해 놓자.”
“여, 연락해 보겠습니다!”
허겁지겁 뛰어가는 관리국의 직원.
박도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자리에 박혀 있었다.
* * *
“뭐…지?”
덕구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름 아닌 시우에게 온 한 통의 메일.
[저번에 말했던 컨텐츠 영상이야.>짤막하고도 간결한 메일이었다.
그러나 그 안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첨부된 영상 파일 – 184개>영상 파일 184개.
“……”
덕구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저 영상 파일 184개가 의미하는 바를 아주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다.
그리하여 내린 하나의 결론.
“뭐…지?”
뭘까.
진짜 뭘까.
덕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멍하디 멍한 정신.
덕구는 홀린 듯이 마우스를 움직여 영상 파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 달라…?”
전부 다 달랐다.
그러니까 영상의 내용이 전부 달랐다.
가끔 겹치는 것들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결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영상이 아니었다.
이 말은 즉.
“184개의 던전을 레이드 하셨다는 뜻…?”
시우와 카페에서 만난 것이 3일 전이다.
한마디로 3일만에 184개의 던전을 레이드 했다?
하루 평균 61.3개의 던전을?
그게… 가능한 일이던가?
생각이라는 것이 잠깐, 멈춰 버렸다.
그리고 웬걸.
[다음 영상은 B등급까지 올리고 줄게.>시우는 현재 C-급으로 승격이 되어 있었다.
D-급에서 C-급까지.
남들은 1년이 넘게 걸리는 일을 시우는 단 3일만에 해 버렸다!
그리고 이제 B등급을 노리고 있단다.
생각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멈춰 버렸다.
정말이지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에에에에에?!?!?”
덕구는 진짜 고장이라도 난 기분이었다.
* * *
헌터 시찰국 서울 지부.
이민정은 하나의 사건을 맡고 있었다.
다름 아닌 얼마 전에 있었던 일.
서울 지부의 서장, 김지필.
그가 각종 범죄자들과 연루되어 있는 정황을 조사 중에 있었다.
정확히는 시찰국의 감시과와 같이 조사에 착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다.
이게 시찰국의 가더인지 범죄자인지.
이민정은 그렇게 김지필의 죄목을 조사하여 정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류 뭉치에 파묻혀 바쁜 일 처리를 하고 있는 그때.
“팀장님.”
누군가 이민정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보인 한 여인.
4팀의 팀원, 정수아가 서 있었다.
눈빛으로 무슨 일이냐 묻자, 정수아가 입을 열었다.
“관리국에서 협조 요청이 왔는데요.”
“관리국?”
시찰국과 관리국.
맡은 바 업무는 다르나, 같은 행정 안전부 산하의 기관이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협조 요청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었다.
반대로 시찰국에서도 각성자들의 신원 조회를 위해 협조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던전, 몬스터, 각성자.
어찌보면 관련된 분야는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협조 요청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굳이 자신에게까지 보고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정수아는 자신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김지필을 터느라 바쁜 상황.
그걸 정수아가 모르지 않을 텐데?
이민정은 다시 눈빛으로 그 사정을 물었다.
그러자 정수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3일만에 D-급에서 벌써 C-급까지 승급한 헌터가 있다고 조사를 좀 해 달라 하는데요.”
“뭐라고?”
이민정은 들고 있던 서류를 잠시 내려놓았다.
확실히 이건 쉬이 넘길 수 없는 문제였으니까.
헌터들이 실적을 쌓아 등급을 올리는 것이야 당연했다.
그런데 저 정도면 확실히 수상했다.
수상한 정도가 아니라 확고한 의심이 들었다.
저 정도면 재각성의 수준이라 봐도 무방한 경우.
그렇다면 재심사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그런데 실적으로 등급을 올렸다는 것.
재심사를 할 수 없는 경우라 볼 수 있었다.
그러한 경우는 하나.
즉,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강해진 자인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제물로 바쳐 사이한 힘을 얻은 이들.
흑마법과 혈마법이라 불리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국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엄연히 금지된 방법이다.
그러나 어디에나 법을 어기는 범죄자들이 있기 마련.
그런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곳이 바로 여기, 시찰국.
어쨌거나 사이한 방법으로 힘을 얻은 이들은 재심사를 받지 않는다.
받을 수 없다고 말함이 정확하겠다.
검사기는 그런 사이한 힘의 정황 또한 판별해 내니 말이다.
하여 지금.
이건 확실히 조사가 필요한 일이었다.
“누구지?”
“그게….”
정수아가 약간 뜸을 들이며 답을 해 보였다.
“맹시우…라는 사람이에요.”
이민정은 저도 모르게 멈칫거렸다.
살짝 눈을 치켜뜨며 다시 정수아에게 물었다.
“누구?”
“맹시우 헌터요. 저번에 판데모니움을 쑥대밭으로 놓은 사람 말이에요.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요.
정수아는 뒷말을 약간 흐리듯 말했다.
이민정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생각에 잠겼다.
맹시우.
당연히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민정이 시우를 처음 봤던 때는 강도철이라는 자와 얽힌 사건이었다.
당시 강도철은 B-급의 헌터.
지금은 재판에 회부되어 옥살이를 하고 있지만 만만하게 볼 헌터가 아니었다.
반면에 시우는 무(無)개성의 각성자.
결코 B-급인 강도철을 때려눕힐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의심을 했던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엔 그냥 넘어갔다.
시우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으니까.
어디까지나 피해자였으니까.
그 이후, 맹시우라는 이름이 다시 들려온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서울 지역의 암흑가를 장악한 판데모니움.
그 판데모니움을 박살 내었던 사건.
그로써 서울의 암흑가를 뿌리 뽑았던 사건.
공식적으로는 신원 미상의 존재가 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이민정은 시우가 했음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맹시우가 단 3일 만에 C-급 헌터가 되었다는 것.
혹시 맹시우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강해진 것일까.
“아린아.”
“…네? 아, 넵. 팀장님.”
이민정의 부름에 한 여인이 고개를 들어 보였다.
푸석푸석한 머릿결.
퀭한 다크서클.
척 보기에 연구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여인이었다.
B+급의 마법사이자 가더 4팀의 일원, 유아린.
“흑마법에 대해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죠?”
“흑마법을 통해 힘을 얻은 각성자에 대해서도?”
“그거 저번에 제가 분명 설명해 드렸는데… 그땐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시더니.”
유아린이 입을 비죽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날 선 이민정의 눈빛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꾸었다.
“흑마법은 일반적인 마법과는 달리, 사용하는 마력의 개념이 달라요. 일반적인 마법은 마나라는 힘을 사용하는데요. 이 마나라는 것은 마법사의 정신 세계와 차원의 규칙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죠. 그리고 차원의 규칙이라는 건 3차원, 4차원과 같은….”
유아린은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이어 나갔다.
마법사라는 이들은 왜 이렇게 설명을 좋아하는 건지.
흔히 마법사들을 일컬어 이 세상의 진리를 탐하는 자라 말한다.
오직 신(神)만이 알고 있는 진리.
그 진리를 인간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 내리려는 자들.
그 때문일까.
“이러한 차원의 규칙들을 재배열하면 마법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것이죠. 허공에 갑자기 나타나는 불덩이, 이유 없이 내려치는 벼락. 이러한 마법은 사실 그에 따른 규칙들을 재배열하여….”
설명충도 저런 설명충이 없었다.
“해서 마법이라 함은, 차원의 규칙을 재배열하는 방법이라 말씀드릴 수….”
“요점만 간단히.”
듣다 못한 이민정은 유아린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유아린이 입을 비죽이며 궁시렁거렸다.
하지만 역시나 날 선 이민정의 눈빛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꾸었다.
“어쨌든. 흑마법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흑마법은 부정(不情)의 감정을 근간으로 해요. 희노애락애오욕. 흔히 칠정(七情)이라고 하죠. 흑마법은 이 칠정의 욕망을 태워 성장해요.”
그리하여 마음이 격하게 끓어오를수록 흑마법의 경지는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 또한 빠르게 타올라 사라지죠. 해서 흑마법으로 힘을 탐한 자의 끝은 정해져 있어요.”
미치광이(狂人).
“나중엔 인간의 형체도 잃어버리고, 살생만을 반복하는 몬스터가 되어버리죠.”
“그런 놈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그냥 딱 보면 느낌이 와요. 꼭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저 새끼, 뭔가 불길한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드실걸요?”
이민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유아린의 설명.
이 얼마나 깔끔하단 말인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확실히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민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억 속, 시우와 마주했던 그때.
당시 시우에게는 불길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되려 사람다운 냄새만 느껴질 뿐이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찰국장, 백선제.
얼마 전, 백선제가 직접 시우를 만나 봤다고 한다.
그리고 그냥 두었다고.
되려 가더가 될 생각이 없냐며 시우에게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
백선제가 직접 가더를 제안했다?
이민정은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수아에게 말했다.
“문제 없는 자이니, 관리국엔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정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이민정은 내려놓은 서류를 다시 들었다.
그러다 문득.
“맹시우….”
한 번 되뇌이게 되는 이름.
왜인지 자주 듣게 되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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