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80)
79화.
판데모니움의 본거지를 급습했던 시우.
그러나 사실 판데모니움의 위치를 찾은 건 시우가 한 일이 아니었다.
구동범에게서 그 위치를 들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구동범은 관련한 사정을 실토했다.
그러나 범죄자 놈들에게도 의리라는 것이 있는 걸까.
끝내 자신들의 본거지를 불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의리라기보다는 무서웠던 것 같았다.
판데모니움.
그를 배신한 후폭풍을 두려워했던 것 같았다.
어쨌거나 구동범은 본거지를 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우는 판데모니움의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었던 이유.
“여기가 김이준이 마지막으로 레이드한 던전이라고 했지.”
인적이 드문 골목길.
던전은 클리어 되었기에 게이트는 없었다.
말 그대로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정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여기가 확실했다.
김이준이 레이드한 터틀 드래곤 던전.
그러나 김이준이 마지막으로 보인 장소는 아니었다.
김이준이 마지막으로 보인 곳은 술집.
파티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그 이후로 행적이 묘연했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술집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시우는 그러지 않았다.
“흑돌아, 부탁해도 될까?”
왈!
시우의 말에 흑돌이가 대답했다.
그리고 킁킁.
골목길 구석구석,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런 흑돌이를 가만히 지켜봤다.
김이준이 던전을 레이드 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3일 전.
솔직한 말로 냄새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남아 있다 하더라도 너무도 희미할 터였다.
그러나.
킁킁.
흑돌이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 시우도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힘의 잔재?
아니면 마력의 파동?
시우도 느낄 수 없는 종류였기에 뭐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흑돌이는 냄새 이외의 다른 무언가를 감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능했다.
던전에서 나온 흑돌이가 시우가 있는 SH병원을 찾아올 수 있었던 것.
판데모니움의 인식 저해 장치를 무시하고 그 근거지를 찾을 수 있었던 것.
술집이 아닌 이곳으로 온 이유도 그러했다.
힘의 잔재는 술집보다 이곳, 던전에 더 짙게 남아 있을 테니까.
킁킁.
흑돌이는 구석구석 흔적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3일이나 지난 시점이라 그럴까.
아리송한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쉽게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킁.
흑돌이가 어느 한 곳에서 행동을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주위를 맹렬하게 탐문하더니.
왈!
흑돌이가 시우를 바라보며 짖었다.
그리고 다시 킁킁.
흑돌이가 흔적을 쫓아가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흔적을 찾았나 보다.
시우는 흑돌이의 뒤를 따라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 * *
위이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그 뒤로 콰자자작!
“끄아아아아악!”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김이준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터트렸다.
시뻘건 핏물이 푸확!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다.
흐릿한 시야로 잘려 나간 왼쪽 다리가 보인다.
잘린 상처에서는 꿀럭꿀럭.
심장 박동에 맞춰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바닥에는 진득한 피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꾸르륵.
잘려 나간 왼쪽 다리의 살이 엉겨 붙었다.
순식간에 다리의 형체를 갖추며, 잘린 다리를 재생했다.
“너… 너…!”
희열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미치광이 사내가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정말 최고잖아!”
사내는 순수하게 감탄해 보였다.
잘린 다리와 재생된 다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기쁨의 환희를 터트리고 있었다.
김이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말을 내뱉을 힘조차 없었다.
손가락, 팔, 간, 폐.
어깨, 발가락, 무릎.
신체의 모든 부위가 주변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뽑히고, 찢기고, 갈리고, 부러지고.
몇 번을 더 해야 이 고통이 끝나는 걸까.
아니, 고통이 끝나기는 하는 걸까.
이제는 더 이상 눈을 뜰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어어? 너 죽으면 안 돼! 죽지 마!”
솔직히 한계였다.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지금 눈을 감으면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지.
눈꺼풀이 천근만근 감겨 왔다.
그러나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너 죽으면 네 누나를 잡아다 실험해야 하는데?”
누나.
내 하나뿐인 누나.
“우리 누나… 손… 대지…마.”
“네가 죽어 버리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너랑 같은 핏줄이니 너랑 비슷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우리 누나는… 아무런 능력이 없어….”
“그거야 직접 해 보면 알겠지!”
키키키킥!
사내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런 사내의 광기에 김이준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하나.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저 미치광이 사내가 누나에게 손을 댈 수 없도록.
저 광기가 오직 나에게만 향하도록.
김이준은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았다.
푸화확!
뿜어지고 흘러내린 핏물이 시야를 가린다.
얼굴을 덮어 오는 핏물에 온 세상이 붉게 보인다.
콰지직. 퍼석!
카가각!
몸에서는 끊임없이 괴기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의 신체에서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
들릴 수도 없는 소리였다.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까.
콰직!
모르겠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그것도 모르겠다.
위이잉─!
콰지지직!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었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계속.
육체는 계속해서 재생을 했다.
그러나 육체와 달리 정신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의식이 망가지고, 무너진다.
안 되는데.
여기서 죽으면 안 되는데.
우리 누나. 지켜야 하는데.
내가 꼭 지켜야 하는데.
그런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꽈꽈꽝!
들려오는 커다란 폭음.
몸에 대체 어떤 짓을 하면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는 것일까.
김이준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그냥 이대로 끝내고 싶다.
정신이 점점, 아래로 쳐졌다.
의식이 흐릿해지며 모든 것들이 점점 멀어져갔다.
그 순간.
“김이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미치광이 사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누구지?
모르겠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이대로 잠이나 잤으면.
김이준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누나가 많이 걱정한다.”
누나.
붕괴되던 정신이, 마지막 끈을 붙잡았다.
* * *
시우는 김이준의 상태를 확인했다.
전신에 핏물을 뒤집어 쓴 모습.
앳된 얼굴에는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들이 새겨져 있었다.
일부는 딱지가 눌어붙어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초재생(超再生)의 능력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처였다.
정확히는 있어서는 안 되는 상처였다.
그럼에도 이 상처가 있는 이유.
‘한계는 진즉에 넘었어.’
초재생이 갖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초재생은 거진 트롤과 맞먹는 재생력이라 할 수 있었다.
A+등급은 트롤보다 상위의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한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재생도 엄연히 한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
시우는 차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바닥에 바닥까지 긁어내었다?
골수까지 쥐어짜 냈다?
그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까지 당했다면 육체는 차후의 문제였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신이 남아나질 않는다.
어쩌면 이미 붕괴되어 백치가 되어 버렸을지도.
하지만.
“누나…. 누나….”
김이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소리였다.
그러나 아직이었다.
아직 김이준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았다.
완전히 붕괴된 정신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정신이라면 어찌 가능했다.
시우는 품 속에서 침통을 꺼내었다.
그리고 푹, 푹.
김이준의 전신에 침을 꽂아 넣었다.
물론 고작 침술로는 김이준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무너지기 직전의 정신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초재생의 힘을 빌린다면, 조금씩이나마 치료할 수 있었다.
푹.
마지막 침을 꽂아 넣자.
흐리멍텅하던 김이준의 눈동자에 서서히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얼굴에 새겨진 딱지가 조금씩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김이준이 피로 얼룩진 두 눈을 힘겹게 떠 보였다.
“누나… 우리 누나는….”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메마른 땅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은 절박함이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우리 누나는… 우리 누나….”
어눌하고 발음이 새어 나갔다.
그러나 눈동자의 초점은 뚜렷하다.
다행히, 정신을 조금 차린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꼴을 하고서도 소은부터 걱정하는 건가.
시우는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흘려 보였다.
바로 그때.
“너… 뭐야….”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서지고 무너진 잔해 속.
한 사내가 잔해를 헤치고 몸을 일으켰다.
산발의 머리에 퀭한 눈동자.
광기로 번들거리는 두 눈은 그야말로 미치광이가 따로 없었다.
“너 뭐야. 어떻게… 어떻게 여길 찾아온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아우우─!
바깥 쪽에서 흑돌이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콰앙! 꽈꽝!
뒤이어 커다란 폭음과 함께 끄아아아악!
온갖 비명 소리가 메아리처럼 터져 나왔다.
다른 놈들이 이곳으로 못 오게 흑돌이가 막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긴 나만의 공간이란 말이야… 나만의. 내가. 오직 나만이!!”
사내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어 보였다.
그러다가 온몸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며칠을 씻지 않은 걸까.
새하얀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시우는 그런 사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봄에 피로 얼룩진 광경을 눈에 담았다.
사방으로 널브러져 있는 신체의 잔해들.
유형도, 크기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대부분은 김이준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김이준의 것 말고도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일까.
시우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사내는 계속해서 몸을 긁고 있었다.
피부가 벗겨지고, 손톱 사이로 찢겨진 살점들이 묻어나왔다.
그럼에도 사내는 몸을 긁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너 뭐냐니까!!!”
광기로 얼룩진 분노가 터져 나왔다.
시우를 노려보는 두 눈에는 이성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시우는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애시당초 무의미한 짓이라 할 수 있겠다.
대화는 사람과 하는 의사소통.
사람 새끼가 아닌 자와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았다.
시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너.”
그 순간 사내가 말해 왔다.
온몸을 긁던 행위를 멈추고 시우를 바라봤다.
“평범한 놈이 아니야. 그치? 그러치?”
흐히히!
사내가 웃었다.
어느 부분에서 웃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내는 웃고 있었다.
“평범하지 않아. 평범하지 않아. 평범하지 않아! 히히히히힛!”
미치광이(狂人).
저 사내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표현이었다.
바로 그 순간.
꾸르륵!
사내에게서 괴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사내의 몸이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신체에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저럴 것 같았다.
괴기스러움을 넘어 흉측한 모습.
“도망…쳐요. 어서….”
뒤쪽에서 김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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