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82)
81화.
시우는 알고 있었다.
나약한 이들의 심정.
나약하다 못해 비루한 자의 삶.
그렇기에 역시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힘을 타고나는 이들에 대한 부러움을.
재능이라는 것을 타고난 이들에 대한 질투를.
그리하여 그들에 대한 분노를.
시우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우 또한 그랬던 적이 있었기에.
하지만.
“눈앞에 놓인 결과만 바라보지 마.”
언젠가, 시우는 헤라클레스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12과업을 할 때 무슨 생각이셨어요?’
헤라클레스가 수행했던 12가지의 시련.
네메아의 사자.
구룡, 히드라.
황금사과와 하늘을 떠받치는 일까지.
올림푸스의 신들조차 고개를 젓던 12가지의 불가능한 일.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보란 듯이 그 12가지의 과업을 수행했다.
그리하여 인류 역사상 군림하는 신화와 전설에서 가장 유명한 대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때 헤라클레스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불가능을 보란 듯이 때려 부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설레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힘을, 재능을 온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다.
헤라클레스니까.
헤라클레스였으니까.
시우는 그 무용담을 한번 듣고 싶었다.
사실… PT가 너무 힘들어 시간 때우려는 속셈도 있었다.
시우는 물었고.
헤라클레스는 답했다.
[그때, 난 자살을 하려고 했어.]시우는 순간 뭔가 싶었다.
장난치는 건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왜일까.
바라본 헤라클레스의 표정은 평소와는 달랐다.
헤라클레스는 평소답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난 그때 광기에 삼켜져 가족들을 죽였었어.] [그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지.]그래서 자살을 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자신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말이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그런 날 말렸어.]자살로 속죄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그런 식의 속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렇게 테세우스의 설득으로 12과업의 시련을 받았다고 한다.
영웅의 거창한 포부와 기개 따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속죄를 위해서.
[힘들었지.] [죽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래도 난 안 될 것 같아.
이쯤에서 포기할까.
[왜. 안 믿겨?]솔직히 그랬다.
헤라클레스가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언제나 강한 존재였으니까.
시련과 고난 따위는 손쉽게 때려 부수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
헤라클레스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물어 왔다.
[곰이 3대 500을 친다고 생각해봐.] [어떤 생각이 들어?]‘갑자기요?’
[그냥 느낌만 말해 봐.] [어떨 것 같아?]‘음… 역시 곰이네 정도요?’
[그게 전부야?]‘그렇죠?’
[곰이 3대 500을 치는 건데?] [대단하지 않아?]‘곰은 원래부터 힘이 쎈 동물이잖아요. 별로 대단할 건 없죠.’
[그럼 병아리가 3대 500을 친다면?]‘어… 그건 좀 많이 경이로운데요?’
경이롭다 못해 까무러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왜? 결과는 똑같은데.] [곰이나 병아리나. 똑같이 3대 500을 치는 거잖아.]‘병아리는 곰처럼 힘이 쎈 동물이 아니잖아요.’
[역시 그렇지?]헤라클레스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묻기를.
[그럼 나는 어떤 거 같아?]‘네?’
[내가 12과업을 수행한 것 말이야.] [그건 곰이 3대 500을 치는 것처럼 보여?] [아니면 병아리가 3대 500을 치는 것처럼 보여?]이때.
시우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처음엔 곰이 3대 500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앞서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시우는 차마 그렇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말했다.
[결과는 중요해.] [하지만 결과가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난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어떻게 그 결과에 닿았느냐.] [난 그걸 가장 중요시 여기거든.]사람들은 말한다.
[헤라클레스, 너니까 12과업을 해낼 수 있었다.] [너처럼 위대한 사람이었기에,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거.] [다 개소리야.] [이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어.] [오직 위대한 도전만이 있을 뿐이지.]병아리가 3대 500을 치는 것처럼 말이야.
십인십색(十人十色).
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의 색이 있듯.
세상에는 살아가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복잡한 사정이 있다.
[말마따나 할 수 없는 사정이라는 건 있어.]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도 분명 있어.]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극복해?] [그건 나도 못 하겠다 야.]헤라클레스는 진절머리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있잖아.] [위대함과 성공은 그런 복잡한 사정들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야.]헤라클레스는 그것을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야.]한 가지라고.
[나만의 한 가지 이유.] [내가 왜 되어야만 하는지.]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어.] [유치하고 허황된 것이라도 괜찮아.] [나는 속죄였다니까?]헤라클레스는 특유의 장난 어린 표정으로 키득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언제나 명심해.] [네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네가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될 수 없는 수천 가지 이유가 아니라.
할 수 없는 수만 가지 이유가 아니라.
[한 가지야.]한 가지라고.
되어야만 하는 자신만의 한 가지 이유.
[그 한 가지가 너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놓아 줄 거야.]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처럼.] [그게.] [위대함의 전부야.]곰이 3대 500을 치는 것을 우리는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자가, 그것을 해내는 것.
그 과정을 우리는 대단하다 말한다.
그런 자를 강하다, 라고 말한다.
강함과 나약함.
그 둘을 가르는 건, 단순히 타고난 힘의 논리가 아니다.
그리하여 지금.
“넌 그냥 네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싶은 것뿐이야.”
크워어어어어─!!
시우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흉포한 괴성이 들려왔다.
소름 끼치는 광기의 힘.
온 사방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맑은 물에 검붉은 물감이 확산되는 것처럼, 삽시간에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방을 잠식한 광기의 세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성이 광기에 들끓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시우는 차분히 눈을 감았다.
흐으읍.
호흡을 들이마시자, 광기의 마력이 폐부를 찔러 왔다.
그것이 정제의 과정 없이 온전히 시우의 정신을 잠식해 갔다.
하지만.
스러사라진다.
광기의 마력은 시우의 정신을 뚫지 못하고 그 힘을 잃어 갔다.
마음이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그로써 전신으로 치솟는 활력.
시우는 그 활력을 순환시켰다.
그러자 각기 다른 힘이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
장삼봉의 태극[太極](SS).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심(心), 기(氣), 체(體)의 조화.
꽈꽈꽈꽈꽝!!!
공간이 찢겼다.
주변으로 펼쳐진 광기의 세계.
그 세계가 갈가리 찢어진다.
크워어어어─!
광기가 재차 피어올라 대항했다.
그러나 힘의 격류에 휘말려 사라진다.
크, 크워…!
당황하는 축생의 괴성 소리.
주춤주춤, 축생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감히 대항할 수 없는 힘을 마주함에, 축생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우가 차분히 눈을 떠 보였다.
주먹을 말아쥐며 가볍게 툭.
콰아아아아아아아─!!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힘이 앞선 풍경을 휩쓸어 간다.
존재가 무(無)로 환원되어 소멸한다.
그리하여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어 간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 * *
김이준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계에 한계까지 사용한 재생력 때문일까.
물론 그러한 영향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백색의 세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무(無)의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이 광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공간이 소멸했다.
세상이 사라졌다.
글쎄.
저 표현조차 보고 있는 광경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었다.
멍한 정신.
김이준은 정신이 멍하다 못해 나가 버린 심정이었다.
“어, 어억….”
그 때문인지 말조차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어쩌면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어억….”
김이준은 이상한 소리만을 내뱉으며 새하얗게 물든 백색의 세상을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서서히 새하얀 빛이 사그라들었다.
풍경이 원래의 색을 찾아가며 돌아왔다.
그리고 없었다.
괴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마치 무(無)의 세계로 환원된 것처럼 괴물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오직.
“아윽…!”
비틀거리는 한 사내만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 * *
시우는 온몸을 찢는 듯한 격통을 느끼고 있었다.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었다.
신체가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받는 느낌.
한계를 넘어선 힘에 신체가 붕괴되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 헤라클레스 신투술을 안 쓰려고 한 건데.’
정확히는 장삼봉의 태극[太極](SS).
그 묘리를 담은 신투술을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껄이는 소리에 갑자기 개빡쳐서 그만….
감정에 못 이겨 그 힘을 사용해 버렸다.
원래라면 그대로 까무려쳐 기절했어야만 했다.
아니, 기절이면 양반이었다.
지금쯤이면 사경을 헤매다 죽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웬걸?
“…되네.”
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기절도 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물론.
“아으윽…!”
기절 직전의 상황인 건 변함없었다.
그래도 그 힘을 시우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변함없었다.
그렇게 괜시리 뿌듯함을 느끼던 찰나.
“어, 어억….”
한쪽에서 김이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이준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당히 충격에 빠진 것 같았지만 정신이 나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어…억….”
아니, 정신이 나가 보이긴 했지만 붕괴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어억….”
아닌가?
시우는 혹시나 싶은 심정으로 김이준에게 말했다.
“움직일 수 있어?”
“… 네? 네?”
그러자 김이준이 화들짝 놀라며 답해 왔다.
역시.
정신이 붕괴되진 않은 모양이었다.
“아, 네. 몸은 얼추 회복이 되었습니다만.”
철컹─.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김이준의 몸이 덜컥, 거렸다.
살펴보니 쇠사슬이 김이준의 손과 몸을 단단하게 묶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시우는 천천히 김이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쇠사슬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김이준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건 힘으로 풀 수가 없습니다. S급 헌터도 쉽게 풀지 못─.”
꽈드득!
“─한다고 했었는데?”
김이준의 표정이 붕, 하니 떠올랐다.
이해라는 것을 포기해 버린 것 같았다.
버그가 걸렸나?
정말 그런 표정이었다.
“이제 움직일 수 있지?”
“네? 네네? 아, 네.”
“그럼 침 좀 쓰자.”
“침…이요?”
그러자 김이준이 흠칫, 몸을 떨어 보였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뭘 고민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잠시.
김이준이 갑자기 입가를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시우는 의문을 삼키며 김이준의 몸에 박혀 있는 침을 빼내었다.
그러자 김이준이 다시 한 번 흠칫, 몸을 떨어 보였다.
보아하니 자신의 몸에 침이 박혀 있던 것을 몰랐던 것 같았다.
이윽고 김이준이 멋쩍게 말해 왔다.
“아, 이 침을…말씀하신 거였군요.”
그럼 무슨 침을 생각한건데?
시우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김이준이 크흠.
“제 침을 달라고 하시는 줄….”
“네 침을 왜 달라고 해?”
“상처에 발라서 재생하시려고요?”
생체 연고도 아니고 그게 뭔….
아무리 초재생의 각성자라지만 침에 재생력이 담겨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발라드릴까요?”
시우는 정말이지 뭐 하는 애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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