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84)
83화.
“시우… 씨?”
시우의 말에 소은 또한 놀란 눈으로 말해 왔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부딪힌 부위를 쓰다듬었다.
아파도 정말 아픈 모양이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은은 거진 몸통 박치기를 시전한 수준으로 시우와 부딪혔다.
시우 또한 느낀 충격도 꽤나 되었다.
다만, 괴력[怪力](SS)으로 단련된 신체이다 보니 별 영향이 없었던 것.
그런데 소은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역으로 괴력[怪力](SS)의 신체에 몸통 박치기를 한 격이지 않은가.
“아야야….”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다.
딴생각하느라 피하지 못한 것이 다시 한번 미안해져 왔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시우 씨는 괜찮으세요?”
“저야, 뭐.”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넘어진 소은을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일으켜주며 살펴본 바, 다행히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누나?”
그리고 들려온 김이준의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김이준이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소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소은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모르는─.
“누나가 어떻게 여기에?”
역시 맞는 것 같았다.
“이준아!”
김이준을 발견한 소은이 후다닥, 달려갔다.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연락이 안 되다가 갑자기 병원에…!”
소은은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것 같았다.
김이준이 납치가 되었고, 온갖 실험을 받았다는 자세한 사정을 소은은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 병원에 온 것도 단순히 SH병원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것 같았다.
“아, 그게….”
김이준이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시우는 그런 둘을 지켜보다 슬쩍, 자리를 피해 주었다.
남매 둘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으니까.
절대로. 결단코.
‘얼마를 달라고 하려나….’
병원 특실비가 아깝기 때문이 아니었다.
* * *
걱정과는 달리 특실비는 청구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입원비를 전혀 받지 않았다.
모든 치료비가 공짜.
그 이유는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한채린, 얘는 언제 그런 말을 해둔 거야.”
한채린이 따로 말해 두었단다.
자신이 없더라도 시우가 오면 특실을 제공함과 더불어 무상으로 치료해 주라고.
어쩐지.
병원장이 버선발로 나왔다는 것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아무튼.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입원할 걸 그랬나.”
내심 아쉬운 생각도 들긴 했다.
특실이 비싼 만큼 혜택은 정말이지 최고였으니까.
그런데 그 비용이 모두 공짜다?
뽑을 수 있을 만큼 뽑아 먹어야 했다.
하지만.
“한가로이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 원.”
그럴 여유가 없었기에 시우는 곧장 퇴원 절차를 밟았다.
무엇보다 서아가 걱정하고 있을 터였다.
흑돌이랑 산책간다 해놓고 집에 안 들어온 격이지 않은가.
“내가 병원에 입원했는지는 알고 있으려나.”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모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를 일.
그렇게 시우는 온갖 변명의 말을 생각하며 집의 현관문을 열었다.
띠리릭!
왈!
도어락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흑돌이가 가장 먼저 반겨왔다.
문을 열자 흑돌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고.
“오빠 왔어?”
흑돌이의 뒤편으로 서아가 걸어 나왔다.
“어, 응.”
시우는 잔뜩 긴장하며 답을 해 보였다.
슬쩍, 서아의 눈치를 살피고는 생각해 둔 변명의 말을 꺼내 들었다.
“서아야, 그게 있잖아─.”
“지금까지 마시다가 온 거야?”
그런데 문득 들려온 서아의 말.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마셔?”
“흑돌이랑 산책하다가 친구 만나러 갔다며. 지금까지 술 마시고 온 거 아니었어?”
“어….”
저게 무슨 소리지?
시우는 순간 표정이 벙쪄 버렸다.
설마 이민정이 그렇게 둘러대준 건가?
뭔지 모르겠지만 잘된 일이었다.
“아, 그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여서 말이지.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하하.”
“그래도 적당히 마시지. 날을 새가면서 마시면 어떡해. 속은 괜찮아? 콩나물 국이라도 끓여줄게.”
“응? 아, 아니야. 괜찮아.”
시우는 손사래를 쳐 보이며 서아를 말렸다.
그러자 서아도 딱히 더 권해오지 않았다.
“그보다 오빠, 우리 흑돌이 천재인가 봐! 집도 혼자서 잘 찾아온 거 있지!”
왈!
서아는 그러면서 흑돌이랑 다시 놀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이었다.
서아는 더 이상 시우에게 물어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넘어간 상황.
오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고뇌한 노력이 허무할 지경이었다.
* * *
“여동생분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만.”
이민정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해왔다.
시우는 놀란 눈을 뜨며 이민정에게 물었다.
“서아가 다 알고 있다고요?”
“세세한 사정까지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맹시우 헌터님이 헌터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유투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더군요.”
“아.”
“그리고 사실….”
이민정은 잘못을 고백하듯 말을 이었다.
“사건과 관련해서 제가 넌지시 말씀드리긴 했습니다.”
“예? 사건과 관련해서 서아에게 말해 주었다고요?”
“이 또한 자세한 사정을 말씀드리진 않았습니디만, 제가 시찰국의 가더이지 않습니까.”
갑작스레 시우를 찾아왔던 이민정.
사실만 놓고 본다면 경찰이 찾아온 셈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집까지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시우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해서 제가 맹시우 헌터님을 찾아온 게 나쁜 일 때문이 아니라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어쩐지.
서아가 별다른 의문 없이 넘어간다 싶었다.
사실 그동안 시우의 행적을 보면 모를 수가 없긴 했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서아는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서아가 모르는 척했던 이유.
“아마, 여동생분께서는 맹시우 헌터님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말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서아가 걱정할까 봐.
가뜩이나 몸도 안 좋은데 걱정까지 하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서아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니.
“여동생분도 맹시우 헌터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예전부터 서아는 그러했었다.
항상 옆에서 알게 모르게 시우를 응원해주었다.
시우는 언제나 한 발자국 앞에 서 있었다.
그 앞에 서서 세상의 풍파를 막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런 시우를 받치고 있던 건.
시우가 세상의 풍파에 떠내려가지 않게 붙들고 있던 건.
시우의 근성도, 노력도, 정신력도 아니었다.
서아.
시우 혼자서 지킨 것이 아니라, 서아도 시우를 지켜주고 있었다.
“좋은 여동생분이십니다. 현명하기도 하시고요.”
“우리 서아가 그렇긴 하죠.”
서아의 칭찬에 시우는 괜시리 뿌듯했다.
“맹시우 헌터님도 좋은 오빠십니다. 저희 오빠와는 다르게.”
“이민정 팀장님도 오빠가 있으십니까?”
이민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14살 된 오빠가 한 명 있습니다.”
“……?”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14살이라니?
물론 이민정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외모로 보이는 나이는 20대 중반.
아무리 많아도 20대 후반까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이민정이 오빠라 부를 정도면 최소 20대 후반은 되어야 했다.
결코 14살일 수가 없었다.
설마 이민정이 13살이라는…?
“나이를 먹지 않네요. 제 기억 속에서.”
아.
시우는 그때서야 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오빠.
그것이 가능한 건 하나의 경우밖에 없었으니까.
죽음.
이민정의 오빠는 14살 때 모종의 이유로 세상을 떠난 것 같았다.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민정 또한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민정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얼굴.
그러나 내려앉은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
어떤 아련함일까.
아니면 슬픔일까.
어쩌면 그리움일까.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궁금했으나, 시우는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는 기억이라는 건 있는 법이었으니까.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도엽철. 접목(椄木) 능력의 각성자였습니다.”
이민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라본 두 눈에는 다시 평소와 같은 차가움만이 내비쳐 보였다.
“다른 각성자들의 개성은 물론, 몬스터들의 인자를 가져와 이어 붙일 수 있던 것 같더군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도 그럴 것이 헤라클레스가 말하길 개성은 존재의 고유성이라 했다.
그렇기에 다른 이의 개성을 덮어쓸 수 없다.
그건 해당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가능성의 여부만 말씀드리면 가능은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자아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이민정의 말에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으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결국 헤라클레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는가.
인간도, 몬스터도 아닌 흉측한 괴물을 말이다.
“판데모니움은 그 능력을 바탕으로 불법 각성자를 양산할 계획이었습니다.”
시우는 눈을 치켜떠 보였다.
다름 아닌 판데모니움이라는 말.
설마 이번 일에 판데모니움이 얽혀 있었단 말인가?
그런 시우의 의문을 알기라도 하듯.
이민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의 배후엔 판데모니움이 있었습니다.”
시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 계획을 막지 못했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지. 그 끝에 계획이 완성되었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지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이민정은 차분히 시선을 돌려 시우를 바라봤다.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얼굴.
그러나 시우를 바라보는 두 눈빛은, 뚜렷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제가 감히 시찰국을 대표하여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숙여지는 이민정의 고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민정의 고개는 정말이지 오랫동안 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 * *
사건은 그렇게 잘 마무리 되었다.
정확히는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었다.
불법 각성자를 양산하기 위한 실험.
판데모니움과 얽힌 그 사건은 쉬이 마무리될 수 없는 종류였다.
시찰국은 대대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엠바고가 걸린 것인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으니까.
잔혹한 사건 혹은 알려지면 큰 파장을 일으킬 법한 사건들.
그런 사건들은 일부러 공표를 하지 않는다.
괜히 사회적인 공포감만 조성되니 말이다.
이번 사건도 그러한 것인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에만 보도되지 않았다 뿐.
사건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시우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었다.
소은의 동생인 김이준도 무사히 돌아왔겠다.
시우에겐 모든 사건이 잘 마무리 된 것이었다.
해서 지금.
“후우…!”
시우는 기나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시우 앞.
수십 마리의 터틀 드래곤이 널브러져 있었다.
드래곤과 비슷한 모습을 한 거북이 몬스터.
그러나 단순히 모습만 비슷한 것이 아닌 것일까.
등껍질의 단단함은 거의 드래곤 스킨(Dragon Skin)과 맞먹었다.
물론 진짜 드래곤 스킨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러나 ‘비교’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처럼 단단하지는 않네.”
뭐,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앞에서 당연한 말이었다.
진짜 드래곤조차 괴력의 힘을 버틸 수는 없을 테니까.
“오늘은 여기가 마지막이지.”
오늘 하루만 레이드한 던전이 8개.
기존에 거의 30~40개씩 하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느린 속도였다.
그땐 D~C등급의 던전인 것도 없잖아 있었다.
지금은 B등급의 던전.
무엇보다 건설 자재 파밍이 가능한 몬스터다 보니 역시나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뭐.
“조만간 A급 헌터는 달 수 있을 것 같네.”
막 조바심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시우는 느긋하게 파밍을 마칠 수 있었다.
“재료는 공방 창고에 두고, 흑돌이 먹을 고기 사고 집에 가야겠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우는 던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형님. 이제 나오십니까.”
던전을 나오자마자 누군가 시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시우라는 이름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우는 저것이 자신을 부르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앳된 얼굴의 사내가 서 있었다.
지나가다가 한 번쯤 뒤돌아볼 정도로 잘생긴 얼굴.
그러니까….
“김이준?”
소은의 남동생, 김이준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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