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86)
85화.
정확히는 하나의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슬쩍 돌아본 시선.
김이준은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에 굉장히 실망해 하고 있었다.
“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이준은 B급의 헌터.
개성의 등급은 무려 A+등급이었다.
심지어 그냥 A+등급이 아니었다.
초재생(超再生).
“딱히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데리고 다니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까 김이준의 안전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싸워도 되었다.
설령 일이 잘못되어 팔다리가 잘렸다 치자.
김이준은 알아서 재생을 하지 않는가.
물론 재생력이 만능은 아니기에 마냥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정 뭐하면 신의술도 있고.’
그러나 시우의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조금 더 깊어지는 생각.
하지만 이번엔 그리 길지 않았다.
시우는 김이준에게 다가갔다.
“카메라 잡을 줄 알아?”
“네? 카메라…요?”
갑작스러운 시우의 물음.
김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거든. 그런데 영상을 찍어 줄 사람이 없어.”
“어….”
김이준은 잠시 말을 흐렸다.
시우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더러 형님의 영상을 찍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그거야….”
다른 의미로 한 말이긴 했다.
몸빵이라든가.
짐꾼이라든가.
아니면 서로 등을 맞대며 싸우는 파티원이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여긴 제게 맡기고 어서 가세요. 형님!’
‘뭐라고? 너를 두고 떠날 수 없어!’
‘이 녀석은 적당히 봐주면서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닙니다!’
‘하지만…!’
‘형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가세요!’
‘크흑! 죽지 마라 김이준! 너 죽으면 내가 죽여 버릴 거야!’
‘형님을 만날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라든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사나이의 심장을 뜨겁게 불태우는 막 그런 거 말이다.
그런데 웬걸.
“하기 싫으면 말든가.”
“하, 하겠습니다! 배워서라도 하겠습니다!”
김이준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몰랐지만 일단 소리쳤다.
“제가 꼭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김이준은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이준의 모습 때문일까.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거 같잖아.’
시우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B급 헌터를 카메라 맨으로 쓰다니.
그것도 개성이 A+등급인 인재를 말이다.
아니, 인재를 넘어 천재의 반열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었다.
S-급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재능이니 말이다.
그런데 뭐.
“기본급은 1천만 원. 대신 넌 조회수에 따른 인센티브는 없어.”
“…예?”
김이준의 표정이 멍해졌다.
역시나 시우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물론 김이준은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짜로 부려 먹을 생각은 없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유항산(有恒産) 유항심(有恒心).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해야 비로소 진실된 마음이 생기는 법이었으니까.
“그래도 위험수당이랑 추가 수당은 챙겨 줄 테니까 걱정말고.”
“아… 그….”
김이준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형님!”
김이준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 * *
세공남 채널 편집자, 덕구.
덕구는 지금 이 기분을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처구니가 빠진 듯 하면서도.
정신이 출타해 버린 듯 하면서도.
그러니까….
“…에?”
생각이 고장 나 버린 것 같았다.
이유는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시우가 보내온 영상.
물론 시우의 영상이 언제부터 제정신이었냐마는 이번엔 그 궤를 조금 달리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엔 시우 때문이 아니었다.
[형님! 여긴 제게 맡기십시오!]영상 속, 들려오는 낯선 사내의 목소리.
그 말은 즉.
“사장님이 카메라 맨을 따로 고용하신건가…?”
시우가 카메라 맨을 따로 고용한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영상도 다채로워졌다.
전투의 긴박함과 속도감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렇기에 더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덕구에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영상 속, 시우 또한 전혀 문제 될 건 없었다.
문제는 지금.
[형님! 여긴 제가 막고 있겠습니다! 어서!]이 카메라 맨에 있었다.
영상에는 시우의 모습만이 보였다.
카메라를 잡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약간 앳되어 보이는 목소리는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다.
어쨌든.
영상 속에 보이는 시우의 얼굴.
시우는 뭐랄까.
얼이 빠진 듯 하면서도.
어이가 승천한 듯 하면서도.
정신이 나가버린 듯하면서도.
그러니까….
[너 뭐하냐?]생각이 고장 나 버린 것 같았다.
조금 더 정확히는 미친놈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미친놈인가?
이 문장을 표정으로 바꿀 수 있다면 딱 영상 속 시우의 표정이었다.
정말이지 미친놈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콰직! 퍼서석─!
촤하학!
화면 앞으로 피가 튀어 올랐다.
[끄아악!]카메라 맨의 섬뜩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에게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리로만 보건대, 상당히 긴박한 상황인 것 같았다.
정말 목숨이 위험한 것 같았다.
“구해줘야 하는 거 아, 아닌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웬걸.
[너 뭐하냐?]시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지 미친놈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덕구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덕구는 마우스를 움직여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그리고.
“…에?”
덕구는 시우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영상에는 한 사내가 카메라를 들고 시우를 찍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뒤.
수 마리의 몬스터가 광채를 번뜩이고 있었다.
늑대인간이라 불리는 라이칸슬로프.
수 마리의 라이칸슬로프가 사내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콰직! 퍼서석─!
촤하학!
사내의 등이 파이고, 찢기며 붉은 선혈이 튀어 올랐다.
아까 전, 카메라 앞으로 튀어 오른 피의 정체가 저것인 모양이었다.
“세, 세상에…!”
덕구는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위험했으니까.
아니,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상처였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이 정도로 나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으냐!]사내는 멀쩡했다.
당장이라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거늘.
아니, 지금도 피를 왕창 쏟아내고 있거늘.
사내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에?”
덕구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런 덕구의 심정과는 별개로 영상 속 사내가 비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카메라는 형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명!]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겠다!!]콰직! 퍼석!
촤하학!
[크흐흑! 형님! 여긴 제가 막고 있겠습니다!]사내는 온몸으로 라이칸슬로프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피가 튀고, 살점이 찢기는 끔찍한 광경.
그러나 사내는 카메라 앵글만은 시우에게서 놓지 않았다.
“…에에?”
[여긴 걱정 말고 어서 가십시오!]어서 가라니?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덕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별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 * *
공방으로 가는 길.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시우는 생각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름 아닌 김이준의 행동 말이다.
지랄도 정말이지 그런 지랄이 없었다.
시우가 그동안 본 지랄 중에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었다.
“하지 말라고 몇 번 말을 해도 들어먹질 않으니 원.”
사명이니 염병이니 하는 말을 들먹이며 말이다.
언제부터 카메라가 목숨을 건 사명이 되었던 걸까.
아니, 내가 언제 사명을 부여했단 말인가.
“…에휴, 됐다.”
시우는 그냥 생각을 포기했다.
어차피 초재생이라 좀처럼 죽지도 않는다.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비둬야지.
덕분에 영상도 다채로워지지 않았는가.
다채로워진 정도가 아니었다.
전투의 긴박함과 속도감.
더불어 긴장감까지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아졌다.
“바로 옆에서 몸을 날려가며 찍는데 안 그렇고 배기나.”
실제로 몸을 찢어가며 찍기도 했고.
그 덕분에 영상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좋았다.
그런데 김이준의 지랄을 생각하면 글쎄.
이걸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힘들면 알아서 그만두겠지.”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공방.
딸랑─!
공방의 문이 열리며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공방 안쪽으로 보이는 서팔광과 김소은.
“어? 소은 씨도 공방에 계셨네요.”
“아, 시우 씨. 오셨어요?”
시우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자 소은도 같이 화답을 해 주었다.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서팔광과 소은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장비.
날이 한쪽면에만 있는 것을 보아 도(刀)인 것 같았다.
“아저씨가 만드신 건가요?”
“그렇다네. 이번 세미나에 출품할 작품이지.”
세미나?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에 한번 얼핏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에이, 알게 뭐람.
시우는 생각을 떨쳐내고는 서팔광이 만든 장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역시 아저씨인데요?”
그런 말이 절로 나왔다.
원래 서팔광의 솜씨는 알아 주었다.
그러나 시우가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을 알려준 이후
실력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자네한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네.”
서팔광은 손사래를 쳐 보였지만 표정엔 내심 뿌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시우는 작게 미소 짓고는 장비를 내려놓았다.
“그럼 전 저쪽에서 따로 작업할게요.”
그리고 방해되지 않게 구석에서 작업을 하려던 찰나.
“저… 시우 씨.”
소은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바라본 그곳.
소은이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이윽고 소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준이한테 이야기는 들었어요. 시우 씨가 이준이를 많이 가르쳐 주신다고.”
“가르쳐 주긴요. 제가 되려 도움을 받고 있죠.”
솔직히 도움이 많이 되긴 했다.
그 생지랄이야 그렇다 쳐도.
더 이상 카메라가 파괴될 걱정은 하지도 않아도 되었고.
던전을 예약하는 것도 김이준이 알아서 해 주었다.
여기에 사체를 파밍하고, 또 옮기는 것까지.
말 그대로 잡일은 알아서 처리해주니 시우도 상당히 편해졌다.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소은은 연신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사실 소은은 아까부터 시우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하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왼쪽 팔꿈치를 쓰다듬으며, 시종일관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김이준이 납치되고 구해진 과정.
이민정이 말해준 것일까.
아니면 김이준에게 들은 것일까.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만, 소은은 아무래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시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소은 씨 가족이지 않습니까.”
“…네, 네?”
그러자 소은이 화들짝, 놀라 보였다.
덩달아 얼굴이 아주 새빨개지더니, 갑자기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저래.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가, 가족….”
소은은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우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남동생 아니었습니까?”
“…네?”
“김이준 말입니다. 소은 씨 남동생이라고 하셨잖습니까.”
“아….”
그때서야 소은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라고 생각하셨길래?”
“아, 아뇨. 이준이가 시우 씨 보고 자꾸 매형이니 뭐니 이상한 말을 하는─. 핫!”
“네?”
“벼, 별 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면서 소은이 두 손으로 마구 손사래를 쳐 보였다.
여전히 새빨간 얼굴.
“아, 아저씨! 이, 이 장비…! 그러니까…! 그게…!”
어째, 평소답지 않은 소은이었다.
* * *
이런저런 소란이 있었지만 시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일들이 그야말로 술술, 잘 풀려갔다.
“A급 헌터도 조만간 달 것 같고.”
김이준이 잡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기 때문일까.
던전을 레이드 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역시나.
유투브 채널의 성장도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조만간 구독자 10만 명도 찍을 것 같고.”
집 건설 허가 또한 거의 다 처리가 되었다.
더하여 소은의 노력 덕분일까.
필요했던 건설 자재도 얼추 다 모여가고 있었다.
“새 집을 지을 준비가 끝나가네.”
정말 일이 술술, 잘 풀리다 못해 아주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딱 하나.
풀리지 않은 일이 남아 있었다.
띠링!
들려오는 스마트폰의 알림음.
[헤라클레스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올 게 왔구나.”
시우는 크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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