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92)
91화.
던전 브레이크(Dungeon Break).
던전의 마력이 비틀리는 현상.
이러한 던전 브레이크는 크게 두 가지의 결과를 초래한다.
던전의 마력이 터지는 던전 폭발.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던전 쇼크.
던전 쇼크는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튀어나오는 몬스터만 처리하면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던전 브레이크는 요즘 시대에 익숙한 일이었다.
S등급의 던전 쇼크가 일어나지 않는 던전 쇼크는 해프닝 수준으로 그치는 일이었다.
하지만 던전 폭발은 아니었다.
던전의 마력이 터져 나오는 던전 폭발은 자연재해라 부를 정도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폭발에 따른 피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여파 또한 심각한 문제였다.
일반인들은 마력의 여파에 휘말리면 높은 확률로 목숨을 잃는다.
어찌 목숨을 구했다 하더라도 병에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간혹가다 터져 나온 마력과 공명하여 각성하는 자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희귀한 케이스.
거의 대부분은 죽거나 운이 좋아도 병을 앓게 된다.
그 때문일까.
“뭐, 뭐?!”
“던전 폭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소란에 큰 혼란이 일었다.
이윽고 커다란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실제 상황입니다! B-등급 던전 폭발이 감지 되었습니다! 이 방송이 들리는 시민들은 지금 즉시 건물 안으로 신속히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실제 상황….
방송의 소리는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였다.
머리까지 울리는 소음은 두통까지 유발시켰다.
농담이 아니라 고막 손상까지 당할 정도로 큰 데시벨이었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행여나 경고 방송을 듣지 못한 이가 있으면 안 되었으니까.
또한 이는 하나의 의미를 더 내포하고 있었다.
이 안내 방송이 들리는 모든 곳.
그 모든 곳이 던전 폭발의 범위 내라는 뜻이었다.
애애애애애애앵─!!
사이렌 소리가 온 사방을 휩쓸었다.
철컹! 철컹! 퉁!
납골당 건물 주변으로 크나큰 방벽이 세워지며 던전 폭발에 대비해 보였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납골당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사람들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방송 소리에 파묻힐 뿐이었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순간.
누군가 한민아의 손을 잡아챘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엔 운전기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한민아를 잡아끌었다.
“───!!’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바로 옆의 외침임에도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벙긋거리는 입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한민아는 그 내용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내용의 무엇이겠지.
던전 폭발은 가히 자연재해라 불린다.
그리고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대처가 불가할 정도의 빠른 폭발.
던전 브레이크 감지와 동시에, 1분 내로 그 폭발이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대처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벌써 20초 남짓이 지난 시점.
꾸물거릴 시간 따위는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요즘 건물들은 던전 폭발에도 대비를 하여 짓는다는 점.
그리고 한민아가 시우를 기다린다고 차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는 점.
그 덕분에 시간 내로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아…! 하아…!”
무사히 납골당 안으로 들어온 한민아는 달뜬 호흡을 내뱉었다.
납골당 안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두려움과 공포.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대부분 안도의 기색을 품고 있었다.
납골당 안에 들어온 이상 목숨에 지장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러한 안도를 품은 건 아니었다.
납골당 밖.
한 중년의 남성이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다.
어디 담배라도 피우러 멀리 나갔던 걸까.
거리가 너무 아슬아슬했다.
중년 남성은 필사적으로 뛰어오고 있으나 제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
남성은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렌과 경고 방송 소리에 묻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고 하는지는 뻔했다.
살려달라.
죽고 싶지 않다.
그러한 종류의 것이겠지.
하지만 신께서는 그러한 남성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다.
키이이잉─!!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져 왔다.
일렁거리는 던전의 공간이 다시 한 번 크게 부풀어 올랐다.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
늦었…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공통된 생각이었다.
필사적으로 달려오던 남성이 철푸덕, 넘어졌다.
허둥지둥 일어나 다시 달렸다.
그러다 다시 철푸덕.
남성은 또 다시 일어났다.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의미 없는 일이었다.
때는 늦었고, 남성은 죽음을 돌이킬 수 없다.
정말 운이 좋다면 살아남을 수는 있을 터였다.
하지만 평생을 병을 앓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할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인지 남성은 계속해서 뭐라뭐 라 중얼거렸다.
그 내용은 역시나 들려오지 않았다.
입만 벙긋거리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뭐라고 하는지는, 역시나 뻔하디 뻔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차마 볼 수 없는 현실에 두 눈을 감았다.
한민아 또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에 시선을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돌린 시선 끝으로 누군가 뛰쳐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납골당 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도와줄 수 없는 현실에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내만은 달랐다.
그는 사람들을 헤치며 맹렬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맹시우.
채린이의 마음을 훔쳐 갔다던, 바로 그 놈팽이였다.
“돌아와! 이미 늦었어!!”
한민아가 소리쳤다.
이미 늦었다.
던전은 곧 폭발한다.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러니 지금 저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귀청이 찢어질듯한 소음 때문에 듣지 못한 것일까.
시우는 아랑곳 하지 않고 뛰쳐나갔다.
죽는다.
그야말로 개죽음이다.
한민아는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 *
애애애애애애앵─!!!
정신까지 울려오는 커다란 사이렌 소리.
시우는 바닥을 박차며 납골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주저앉은 남성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남성이 화들짝 놀라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그런 남성에게 말했다.
남성이 주저앉아 중얼거리던 그 목소리.
시우에게만은 그 내용이 똑똑히 들려왔다.
“오늘은 죽으면 안 돼요.”
시우는 남성을 들쳐 업고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키이이이이잉─!!
늦었다.
남성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다.
발걸음을 떼는 그 순간.
던전이 터져 폭발에 휘말릴 것이 분명했다.
애시당초 구할 수 없었던─.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뒤집히는 폭발이 터져 나왔다.
응축되고 응축된 마력이 시야 가득히 덮쳐 온다.
시우는 중년 남성을 뒤로 내던졌다.
내던짐과 동시에 한 발.
덮쳐 오는 폭발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앙─!
괴력[怪力](SS)의 힘이 앞선 폭발과 충돌했다.
폭발이 일부 상쇄되며 사라졌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폭발은 금세 힘을 더하며 쏟아져 나왔다.
시우는 어찌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뒤의 남성은 아니었다.
생각 같은 걸 할 시간 따위는 없다.
흐으읍!
시우는 호흡을 크게 들이켰다.
폭발의 마력이 폐부를 잠식하며 바늘로 찌르듯이 아파 왔다.
하지만 마음은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10%가 넘어선 군자심[君子心](SSS)의 숙련도.
시우는 다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뚝.
사방으로 터져 나가던 폭발이 멈추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폭발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시우의 뻗은 손이 허공을 훑는다.
장삼봉의 태극[太極](SS).
태극(太極)은 모든 생성과 변화의 과정 그 자체다.
자연(自然)의 이치에 순응하며, 스스로 그러한 것의 실체이자 순환의 이치.
우주 만물의 모든 것은 변화무쌍하나, 결국은 두 가지 근원에 기인한다.
무(無)와 유(有).
이 둘의 긴장과 공존이 세계를 구성하나니.
던전의 마력 또한 우주 만물의 구성원.
대자연의 조화에 순응하는 개념체라 할 수 있다.
정지된 폭발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우의 손짓에 따라 폭발의 힘이 한데 모여 흘러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흘러간 폭발이 시우의 손을 중심으로 한데 모여 압축되었다.
쿠구구구궁…!!
압축된 폭발의 힘이 주변의 공간을 크게 진동시켰다.
“저, 저게 무슨…!”
“폭발을… 다스리고 있어…?”
납골당 안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려왔다.
모두가 입을 쩌억, 벌린 채 시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크윽…!”
시우는 팔이 끊어질 듯한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장삼봉의 태극[太極](SS).
그 태극의 묘리를 이용하여 폭발을 한 점으로 모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모은 힘을 흩어 버릴 수가 없었다.
어찌 퍼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힘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가 없었다.
무(無)로 되돌릴 수가 없었다.
아직 태극의 묘리를 완전히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
숙련도를 조금 더 올렸다면 가능했을까.
그러나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었다.
콰콰콰콰콰─!!
압축된 힘의 파동이 크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끝내 태극의 이치를 벗어난 힘이 주변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흑돌아!”
커엉─!
시우가 소리치자 납골당 안쪽에서 흑돌이가 튀어나왔다.
시우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마력의 힘을 물어뜯었다.
형체가 없는 마력의 힘.
그러나 흑돌이는 그 힘을 정확히 찾아 없애 버렸다.
덕분에 마력의 파동이 새어 나갈 걱정은 없었다.
뒤의 남성에게 닿지 않을 터였다.
문제는, 이쪽이다.
“끄으윽…!”
폭발을 가둬 둔 팔이 파르르, 떨려 왔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통증에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하지만 놓을 수는 없었다.
놓아서도 안 되었다.
태극의 묘리를 조금 더 깨우칠 수 있었다면.
하다 못 해 조금만 빨리 뛰쳐나왔다면.
아쉬움이 자꾸만 밀려온다.
그러나 지금 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생각이다.
콰콰콰콰콰!!!
더 이상은 안 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받아 내야 한다.
이 압축된 폭발의 마력을 몸으로 받아 내야만 한다.
할 수… 있을까.
B-등급의 던전 마력이 응축되어 터져 나온 폭발.
그 폭발의 위력은 상상할 수가 없다.
헤라클레스라면 모를까.
아직 시우에게는 너무도 버겁다.
하물며 폭발의 힘을 한 번 더 압축시켰다.
이 안에 담긴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솔직히.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시우는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냥 이대로 몸을 피하는 편이….
하지만 문득.
뒤쪽의 남성을 바라봤을 때.
그가 끊임없이 되풀이하던 목소리를 떠올렸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시우는 꽈득!
뻗은 손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꽈꽈꽈꽈꽈꽈꽈꽝!!!
시우의 손 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압축된 힘이 일시에 터져나간다.
그러나 끝내 시우의 손 밖으로 새어 나가지는 않았다.
“끄아아아아…!!”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끔찍한 고통에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실핏줄이 모조리 터지며, 눈물 대신 피가 흘러내린다.
꽈꽈꽈꽈꽈꽝!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폭발.
찢어진 손아귀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뻗은 팔의 뼈가 부러지며, 피부 밖으로 비집고 튀어나왔다.
팔을 지탱하던 어깨뼈는 아스라져 부서진다.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버틴다.
버텨야… 한다.
“끄으으으윽…!!!”
얼마나 버틴 것일까.
모르겠다.
얼마나 더 버텨야 끝나는 걸까.
그것도 모르겠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의식이 깜빡깜빡, 점멸한다.
기억이 드문드문 끊겨왔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
시간이 흘렀다는 자각조차 할 수가 없다.
그저 정신을 차렸을 때.
“하아…! 하아…!”
더 이상 폭발의 힘이 느껴지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 * *
“세, 세상에….”
“저게… 저게 가능한… 일이야?”
납골당 안에 경악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과 충격에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한민아 또한 눈앞의 현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오빠!”
한 여고생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민아는 그런 여고생을 따라 저도 모르게 터벅, 걸음을 옮겼다.
“이, 이사님!”
뒤쪽으로 운전기사가 말려 왔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한민아는 걸음을 옮겨 납골당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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