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93)
92화.
홀린 듯이 납골당 밖으로 나온 한민아.
납골당 밖은 너무도 고요했다.
또한 놀라우리만치 달라져 있지 않았다.
던전 폭발에 아작이나거나.
폭발의 여파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던전 폭발이 일어난 현장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될 수가 없었다.
한민아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시우를 볼 수 있었다.
시우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마치 쓰러지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왜… 왜 그런 거야!”
먼저 뛰쳐나간 여고생이 그런 시우를 다그치고 있었다.
그러다 죽었으면 어쩔 뻔했냐며.
지금도 죽을 것 같다면서.
제발 죽지 말라면서.
정신 좀 차려 보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한민아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솔직히 맞는 말이었다.
지금 보이는 시우의 상태.
저건… 살아 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살아 있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한민아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가.
그냥 무시해도 되는 일이 아니었는가.
어차피 늦은 일이었다.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목숨을 걸 필요가 전혀 없던 일이다.
그런데 대체 왜….
시우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입.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아야… 아까… 물었었지?”
그건 작디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한민아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를 껴안으면서 뭐라고… 그랬는지, 기억…하냐고.”
“말하지 마. 지금 안 들어도 되니까아…! 말 하지 마아…!”
서아라 불린 이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신이 피로 낭자한 시우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시우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때… 엄마가 뭐라고 그랬냐면….”
시우가 입을 열었다.
* * *
서아의 생일날을 기념하여 온 가족이 놀러 간 그 날.
그리고 비극이 시작된 그 날.
갑작스런 던전 폭발에 어머니는 시우와 서아를 끌어안았다.
온몸으로 마력의 폭발을 견디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걱정 마, 서아야. 엄마 괜찮아. 오늘은 서아의 생일날이잖아. 서아의 생일날에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할 거야. 절대로 엄마 죽은 날로 기억되지 않을 거야. 엄마가, 엄마가 꼭 그렇게 만들 거야.’
엄만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우리 예쁜 딸. 생일이잖아.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셨어.”
주문처럼 같은 말만을 계속, 계속.
되뇌고 되뇌고.
또 되뇌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들끓는 마력의 폭발 속.
어머니의 두 눈은 까뒤집어져 의식조차 없었다.
살갗이 녹아내리는 역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 왔다.
그러나 어머니는 끌어안은 시우와 서아만은 절대 놓지 않으셨다.
그 때문에 시우와 서아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폭발이라는 물리력을 어머니가 모두 받아내 준 덕분에.
시우는 마력에만 공명할 수 있었다.
서아는 마력에만 피폭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못했다.
폭발과 마력.
그 둘 모두를 온몸으로 받아 내야만 했다.
어머니는 정말로 약속을 지키셨다.
서아의 생일날이 아닌, 그 다음 날.
병원에서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의사는 기적이라 말했다.
던전의 마력 폭발에 휩쓸린 일반인.
원래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해야 했으니까.
하루라는 시간을 결코 버틸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어머니는 서아의 생일 다음 날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것이 되려.
서아의 생일날을 어머니의 기일로 만들어버렸다.
본래 제사의 기일은 망자가 돌아가신 그 날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제사는 망자가 세상을 떠난 그 날로 규정한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기일은 서아의 생일 다음 날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기일을 돌아가시기 하루 전이라 말한다.
망자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날.
밥은 먹이고 보내야만 하는 민족이었기에.
기일을 하루 전으로 한다.
유교에서 그 무엇보다 엄격히 하는 제사의 예(禮).
그러나 한국에서만은 그 예(禮)를 지키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았다.
그저 서아의 생일날을 당신의 사망 날로 만들면 안 된다.
그 생각만 하셨던 것 같았다.
그래서였다.
의사는 기적이라 말했지만.
시우는 차마 기적이라 말할 수 없었던 것이.
그리고 지금.
“저기, 아저씨가… 말하더라고.”
시우의 뒤쪽.
기절한 중년의 남성.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폭발을 시우가 모두 받아 냈고.
새어 나가는 마력은 흑돌이가 막아 주었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단지 기절해 있을 뿐이었다.
삶을 갈구하며 필사적으로 뛰어오던 남성.
사이렌 소리에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음에도 뭐라 뭐라 소리치던 남성.
살려달라. 도와달라.
죽고 싶지 않다.
얼핏 그렇게 보이는 말이었다.
얼핏 그렇게 들리던 말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다.
그러나 시우에게만은, 똑똑히 들려왔다.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
오늘 우리 딸 생일인데.
오늘, 오늘 죽으면 안 되는데.
아빠가… 아빠가 정말.
미안해.
“그래서…였어.”
그냥.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차마 외면할 수가 없더라고.
털썩.
시우는 끝내 정신을 잃어 버렸다.
* * *
한민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박혀 있었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이지 아무런,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신이 고장 난 것만 같았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하디 멍한 정신.
“…우리 채린이가 반할 만하네.”
오직 이 생각만이, 한민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일한 생각이었다.
* * *
번쩍!
감겼던 두 눈이 떠졌다.
그리고 역시나.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뭐지? 싶은 물음….
솔직히 그런 물음은 이제 들지 않았다.
기억이 주입되기도 전.
자동적으로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헤라클레스가 멸치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네.”
언제쯤이면 병원 신세를 안 질는지.
시우는 헛웃음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음?”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대로라면 이곳은 SH병원의 특실이었다.
이제는 특실인지 시우의 전용실인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제는 집처럼 느껴지는 특실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보이는 풍경.
“특실이 아닌데?”
설마 인테리어를 바꿨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병실의 구조부터 시작해 크기까지.
병실 자체가 달라져 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기존의 특실보다 훨씬 더 고급졌다.
기존의 특실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마감질까지 돈으로 발라서 한 것 같았다.
특특실? VVIP실?
기존의 특실보다 족히 한 단계는 업그레이드된 병실이었다.
“뭐지?”
의문이 자동으로 새어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때.
“깨어나셨어요?”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한채린…이 아니신데?”
한채린이 아니었다.
일단 나이부터가 남달랐다.
외모로 보이는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분위기를 비롯해 몸짓 하나하나에서 새어 나오는 우아함.
30대 중후반 정도의 성숙함이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왜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묘하게 한채린과 비슷했다.
“누구…?”
그러나 역시 처음 보는 여인이었다.
“전 채린이 고모, 한민아에요.”
“채린 씨의 고모…?”
그러니까 한채린 아버지의 누이?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채린의 고모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한민아가 답을 해 왔다.
그리고 왜일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상황이었다.
“혹시 복잡한 사정 같은 게 있는 겁니까?”
“아뇨? 사정은 있지만, 복잡하진 않아요.”
한민아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어째, 한채린과 한민아는 다른 모양이었다.
아무튼.
“하실 말씀이라는 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묻지 않으세요?”
한민아가 살짝 벙찐 표정으로 물어 왔다.
보통의 경우라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혹은, 왜 그쪽이 여기에 있는 거냐.
아니면,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거냐.
기타 등등, 관련한 사항을 물어야 정상이었으니까.
그런데 뭐.
시우는 딱히 궁금해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아, 하나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서아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아…? 아, 혹시 여동생 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민아가 잠시 주춤거렸다.
정확히는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민아는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쪽이 쓰러지고, 같이 쓰러졌어요.”
“서아가 말입니까?”
“충격이 꽤 컸나 봐요. 여러모로요.”
시우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서아 어디에 있습니까? 서아는 괜찮은 겁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안정을 찾고 다른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어진 한민아의 말에 진정할 수 있었다.
시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듣자 하니 서아 또한 특특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시우는 한민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한민아의 존재에 의문이 들었다.
“그럼 납골당에 계셨던 겁니까?”
“네. 그쪽을 만나려고 찾아갔었죠.”
“저를… 말씀이십니까?”
한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하길.
“전 찬성이에요.”
갑자기?
시우의 어처구니가 잠깐 심부름을 나가 버렸다.
아니, 다짜고짜 뭘 찬성한단 말인가.
한채린도 그렇고, 한민아도 그렇고.
사족 떼고 앞뒤 자르는 대화방식은 한씨 일가의 종특인 모양이었다.
“뭘 찬성하신다는 겁니까?”
시우가 묻자 한민아가 작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채린이 말이에요. 채린이랑 만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 네. 뭐. 그렇죠?”
검술을 가르치고자 일주일에 2번 만나고 있긴 했다.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묻는 걸까.
“전 찬성이에요.”
그러니까 뭘 찬성한다는… 아.
시우는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한채린의 고모, 한민아.
SH그룹 오너 일가의 핏줄인 그녀는 SH그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한채린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시우가 누워있는 특특실? VVIP실?
아무튼 이것만 봐도 한민아의 지위가 결코 낮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민아는 SH그룹을 이끌어가는 오너 일가.
그리고 시우와 한채린과의 만남.
그건 한 달에 예산이 100억씩 들어가는 일이었다.
1년이면 무려 1,200억의 예산이 지출된다.
한민아는 당연히 이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런 예산을 투자할 정도의 가치가 있냐.
그렇게 말하며 반대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한채린이라고 한들 고모의 말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찬성한다는 말.
던전 폭발을 온몸으로 견디는 것을 직접 봐서 그런 것일까.
시우가 한채린을 가르칠 자격이 충분하다는 믿음이 생긴 듯 싶었다.
“감사합니다.”
시우는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한민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찬성하지만, 제 오빠들은 아닐지 몰라요.”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민아의 오빠라 하면 한채린의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역시나 이견을 제기할 위치의 인물들이었다.
“특히나 회장님의 허락을 구하기는 힘들 거예요.”
한채린의 할아버지는 말할 건덕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이미 해결된 사안이었다.
“회장님께는 채린 씨가 허락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에?”
그러자 한민아가 두 눈을 크게 떠 보였다.
그 모습에 되려 시우가 당황스러웠다.
예산 100억이 결재되었길래 당연히 허락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설마 한채린의 독자적인 예산이었나?
그럴 리가?
분명 한채린이 할아버지한테 허락을 받았다고 했었는데?
“채린 씨가 허락을 구했다고 하던데요?
“어머. 어머.”
한민아가 어쩜 좋냐며 한 손으로 입을 살포시 막았다.
“얘 좀 봐. 언제 회장님의 허락을 구한 거래. 이러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잖아.”
한민아는 정말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정도까지 인가? 싶은 생각도 잠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와줄게요.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아, 듣자 하니 집을 새로 짓는다고 들었는데.”
“그걸 어떻게…?”
“SH건설은 내가 담당하는 계열사에요.”
“아.”
시우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민아가 얼마나 대단한 위치의 사람인지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채린이가 부탁하는데 정말 놀란 거 있죠? 채린이가 그런 부탁을 할 애가 아닌데.”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거 였나요?”
“아뇨. 무리한 부탁은 아니었어요. 그냥 놀랐다는 거죠. 그리고 또 듣자 하니 직접 집을 지으신다고.”
“아, 네. 그 때문에 던전 레이드를 바삐 하고 있긴 합니다.”
“……?”
일순간 한민아의 고개가 좌로 기울어졌다.
“집을 짓는데 던전 레이드는 왜…?”
“몬스터 부산물로 집을 지으려고요.”
“……?”
좌로 기울어진 한민아의 고개가 다시 우로 기울어졌다.
시우를 바라보는 두 눈에는 의문이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아마도요?
사실 시우도 확신하지는 못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뭐.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헤파이스토스의 야금술이었으니까.
하지만 한민아 입장에서는 아닌 모양이었다.
“요즘은 몬스터 부산물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몬스터 부산물을 통짜로 해서 만들 수는 없을 텐데…?”
SH건설을 총괄하는 한민아.
그런 한민아가 의문을 표하면 불가능한 일이라 봐야 했다.
정확히는 인간의 기술로는 말이다.
“해 보고 안 되면 다시 생각해 봐야죠.”
시우는 대충 얼버무렸다.
한민아는 그런 시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어 왔다.
“필요한 건설 자재는 다 모았어요?”
“아뇨. 이게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구하기도 여간 힘들고.”
해서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파밍을 해야 했다.
그런데 또 기절해서 누워 나자빠져 있으니 원.
“언제쯤 지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시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가 구해드릴게요.”
한민아가 툭, 하니 말을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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