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bscribed to the Channel of Transcendents RAW novel - Chapter (97)
96화.
과연 SH그룹이라는 걸까.
“엄청 빠르네.”
시우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병실에서 한민아와 만난 것이 이틀 전이었다.
그 말은 즉.
이틀만에 모든 자재를 구해왔다는 것이지 않은가.
시세의 3배를 써도 소은이 애를 먹었거늘.
그런데 이틀만에 모두 구할 정도면….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쉽사리 상상이 가질 않았다.
농담이 아니라 10배를 썼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해를 꼭 풀어야 할까…?”
시우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다름 아닌 시우와 한채린이 사귀고 있다는 오해.
하여 지금 시우가 지으려는 집.
이 집이 한채린과의 신혼집이라는 크나큰 착각.
만일 그 오해와 착각이 풀린다면….
“도로 뱉으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음.
시우는 정말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그럴까.
아무리 그래도 SH그룹의 오너라는 이름이 있지.
설마하니 줬던 걸 도로 뱉으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런데… 내가 연락처를 줬었던가?”
박재건이라는 사람이 한민아 이사님께 연락처를 받았다는 말.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그런 기억은 없었다.
시우가 한민아의 연락처만 받았을 뿐.
시우가 연락처를 준 기억은 없었다.
“한채린한테 물어봤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뭐, 아무튼.
“마침 서아도 특특실에 입원해 있으니.”
특특실인지.
아니면 VVIP실인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만 타이밍이 꽤나 괜찮았다.
새 집을 지으려면 당연히 기존의 집을 허물어야 했다.
그리고 집을 짓는 데 얼마가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해서 그 동안 서아가 지낼 공간이 약간 걱정이었거늘.
이러면 전혀 걱정이 없었다.
초특급 병실 혜택을 받으면서 돈 한 푼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흑돌이도 서아와 같이 있을 수 있겠다.
온 우주가 새 집을 지으라 도와주고 있는 격이지 않은가.
그러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바로 가볼까.”
시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SH건설의 사장, 박재건.
박재건은 지금 기분이 상당히 언짢았다.
“와. 진짜 다 모아 주셨네요?”
다름 아닌 눈앞의 사내.
이름이… 맹시우라고 했던가?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맹한 분위기의 사내였다.
이름 가지고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그러했다.
“한민아 이사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신 터라, 자재 창고에 있던 재고들을 꺼내 왔습니다.”
“자재 창고의 재고들이요?”
“회사 차원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경매에 관련한 건설 자재들이 올라오면 미리 구매해둡니다. 그래야 필요할 때 바로바로 착공할 수 있으니까요.”
“아. 어쩐지. 엄청 빨리 구해진다 싶었습니다.”
시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시우의 모습에 왜일까.
박재건은 괜시리 심술이 한 번 났다.
이 건설 자재를 얼마나 힘들게 모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힘겹게 모은 자재들을 지금 시우가 모조리 털어간 것이었으니까.
물론 다른 시공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왜. 있지 않은가.
보기만 해도 든든한 심정.
그 어떤 시공 의뢰가 들어와도 문제가 없다는 그 뿌듯한 마음.
자재 창고를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들었거늘.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예전에 구매한 것이지만 관리는 철저하게 했으니, 품질에 전혀 이상은 없습니다.”
박재건은 괜시리 목소리가 툴툴거려 왔다.
그럼에도 훌륭한 건축물이 될 수 있다면야.
박재건은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렇다면 박재건은 내어줄 수 있었다.
그렇게 쓰이고자 모아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듣자 하니 모두 몬스터의 부산물들로만 건축을 하신다고….”
“아, 네. 그럴 생각입니다.”
박재건은 속으로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박재건이 사장직에 오르기까지 수십 년.
그 세월 동안 박재건이 공구리 친 건물이 몇 채이고.
마감에 미장질을 한 건물이 몇 채란 말인가.
애초에 현장 일에 숙달되지 않으면 사장직을 달 수가 없었다.
건설 업계 쪽은 특히나 그러한 경향이 심했다.
어딜 현장도 모르는 놈이.
서류나 만지던 것이 대체 뭘 안다고 쯧.
이러한 말이 나오며 배척한다.
그런 의미로 한민아 이사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여인의 몸으로 SH건설을 담당한다는 것.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꿋꿋이 현장 일을 배우겠다며 몸에서 시멘트 냄새가 나는 것을 꺼려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하여 백 가지 말이 아닌, 한 가지 행동으로 증명한 것.
현재 SH건설에서 한민아 이사에게 반감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몬스터 부산물로 재료로 하면 확실히 튼튼해지기는 합니다만, 건물은 단단하기만 하면 안 됩니다.”
건물은 마냥 단단하다고 좋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강풍이 불면 휘청거리기도 해야 했고.
땅이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기도 해야 했다.
단단하기만 하면 부러지는 법.
그런데 지금 무슨.
“해 보고 안 되면 바꾸죠, 뭐.”
이건 모욕이었다.
저 값비싼 자재들을 내다 버리는 낭비였다.
“건축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아….
박재건은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건축이라는 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 장비를 만든 적은 많습니다.”
장비를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니까 뚝딱뚝딱, 망치질만 한다고 뚝딱 지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란 말이었다.
요즘 게임이다 뭐다.
건축이라는 것을 쉽게 보는 것 같은데.
물론 건축을 간단히 정의하면 건물은 짓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간단히 정의하는 것에 불과했다.
건축은 공학과 사회학.
심지어 인문학까지 총망라한 종합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최적화된 생활 환경을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건축(Architecture).
하나의 예술(Art)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장비를 만드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웬 놈팽이 하나가 그 예술을 더럽히고 있었다.
고작 망치 하나를 쥔 채 건축을 하겠답시고 설치고 있었다.
하아….
이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선 뭐라 한소리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맹시우라는 사내.
이 사내 뒤엔 한민아 이사가 있었으니까.
어떻게 한민아 이사와 연이 닿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민아 이사는 박재건에게 톡톡히 당부했다.
맹시우라는 자가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주라고.
처음엔 건설 자재만 공급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니었다.
건축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일일히 가르주라는 의미였던 모양이다.
박재건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설계도를 작성해 보셨습니까?”
“어… 대충요?”
대충?
하, 이걸 진짜.
“그럼 집을 지으실 공간의 땅이 어떠한지는 알아보셨습니까?”
“그것도 대충은요…?”
박재건은 속에서 열불이 치솟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며 말했다.
“건축 설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건축물이 지어질 땅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토목학과 같은 지식은 기본이었다.
또한 땅은 예로부터 인간의 활동이 이루어지던 곳.
하여 땅의 지역성, 역사성 등.
인문학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땅을 인식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결코 대충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구상을 시작한다.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공간의 목적 및 용도에 따른 미관.
더하여 인간 심리학적인 지식도 필요하다.
“아무리 미학적으로 뛰어나다고 한들, 실제 거주자가 불편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요.”
하여, 건축물이 실제 거주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또한 이 건축물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 모든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해서 예술과 디자인은 물론.
철학과 심리학의 수준 높은 지식도 필요하다.
“여기까지가 설계의 과정입니다.”
이제 상상에 불과한 것을 실제 건축물로 구현해야 한다.
여기선 공학과 기술의 영역이다.
불가능한 것을 쳐내고, 대체하고.
말 그대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
“인류가 발전시켜 온 모든 학문이 총망라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아… 이거, 제가 너무 쉽게 본 거 같네요.”
시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오만함을 자책해보였다.
그 모습에 박재건은 마음이 약간은 누그러졌다.
그래도 뭐.
말귀는 알아듣고 있네.
박재건은 약간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시우에게 말했다.
“방금 설계도를 그려왔다고 하셨죠?”
“아, 네.”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시우가 품 속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 들었다.
박재건은 시우가 내민 설계도면을 훑어봤다.
“어떻습니까?”
어떠냐고?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
답이야 당연히 뻔했다.
설계도를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건축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답할 것이다.
“뭐, 뭐, 뭡니까?”
이거 뭐냐고.
이거 대체 어떻게 만들었냐고.
“어, 어떻게 이런 수준의 설계도를…?”
어떻게 이런 수준의 설계도를 그릴 수 있냐고!
건설 업계에 몸을 담근 지 수십 년.
박재건이 봐온 설계도만 무려 수천 장에 달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아, 아니. 이게 뭔…?”
이건 완벽하다.
이보다 완벽한 설계도면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절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이건… 이건 그야말로 말이 되질 않았으니까.
예술, 디자인, 공학, 과학.
기술, 인문, 사회, 역사.
철학, 심리까지 모두!
인류의 모든 분야의 정점을 모아 녹여 낸 설계도였다.
그렇기에 이건 인간의 설계도라 볼 수 없었다.
가히 신(神)의 설계도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헌터…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아, 유투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투버?
“혹시 건축 유투버이신 겁니까?”
“아뇨. 헌터 유투버입니다만.”
“……”
박재건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건축 유투버여도 마찬가지였다.
이 설계도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
박재건은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방금… 내가 뭐라고 했었지?
건축은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이를 건설 업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고 나자빠졌네.
아니, 삽질 정도면 잘 쳐준 것이었다.
삽질은 염병.
포크레인 앞에서 숟가락으로 땅 파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하극상.
“……”
박재건은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설계도는 확실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흠잡기는 커녕 완벽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하지만 설계도는 어디까지나 설계도다.
머릿속의 상상을 그려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
“바, 바로 시공하러 가시죠….”
현장 일은 굉장히 어설플지 모를 일이었다.
* * *
건설 현장이라 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것이 있다.
무거운 벽돌을 옮기고, 시멘트 포대를 짊어지며 나르는 모습.
하지만 요즘 시대엔 맞지 않는 일이었다.
5차 산업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중장비.
발전된 중장비는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여 건설 시공의 대부분은 기계가 담당하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사람이 하는 건 그 중장비를 다루는 것.
더불어 가볍고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헌데 지금.
“그럼 부숩니다!”
시우가 허름한 집 지붕 위에 올라 소리쳤다.
뭐하는 건가 싶은 것도 잠시.
꽈르르르릉!
지축이 뒤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집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새 집을 지으려면 기존의 집을 허물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시청에 허가를 받아 주변을 철저하게 통제하지 않았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박재건도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결단코.
툭, 툭.
“후우!”
주먹 같은 것으로 때려 부수라는 게 아니었다!
“……”
박재건은 정신이 멍해졌다.
그런 멍한 정신 사이.
“흣차!”
시우가 건설 자재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누가 봐도 건설 자재구나.
아, 사람이 들만한 것은 절대 아니구나.
상식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할 법한 것들을 시우는 어깨에 척, 짊어졌다.
저게… 사람인 걸까?
“아 맞다. 헤파이스토스가 땅을 먼저 파라고 했었지.”
그러면서 시우가 오른발을 크게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한 마리의 용이 시우의 오른발에 휘감겨 왔다.
응? 착각인가?
싶은 생각도 잠시.
내리 찍히는 시우의 오른발과 함께 형상화 된 용이 아가리를 쩌억!
꽈아아아아아아앙!!!
땅을 집어 삼켜버렸다.
그리하여 펼쳐진 광경.
“……”
땅을 파라고 했지.
지반을 무너뜨리라고 하진 않았을 텐…데?
진짜 사람이 맞는 걸까?
물론 헌터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게 맞는 거라고?
“……”
박재건은 도무지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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