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제안.
내가 식량 지원의 조건으로 영어학습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까지 구해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경쟁시켜야 합니다.”
“네?”
“말리에 필요한 것은 교육열과 경쟁입니다. 빈곤하다고 다른 부족을 약탈하거나 정부가 떠먹여주는 밥술을 기다려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습니다.”
“혹시 지원에 차등을 두라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두 가지를 확인한다고 하십시오. 각 부족 13세 미만 어린이의 교육 비율과 영어성적을 비교해서 아주 작은 차등을 두세요.”
“훌륭한 방법이네요. 20세 이하의 청년들의 한국어 교육도 병행해서 확인하겠습니다. 나라에서 책임지고 한국어가 일부 가능한 훌륭한 아이들을 보낼 테니, 한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건 공식 채널을 통해 외교부와 상의해 주십시오. 저도 외교부와 소통하겠습니다.”
모토바 대통령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강영식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 과장은 국가 차원에서 한국에 보낼 인력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말리 정부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말리는 국가 차원에서 이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로커가 사적 이익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실장이 직접 인력 업체를 만들 겁니다.”
“좋네요.”
“걱정은 말리 쪽이 아니라, 사용자 측입니다. 각종 산업연수생이나 농촌 계절 근로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거나 체불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실장님이 인력업체를 차리면, 정부에서도 전면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기능 인력과 농촌 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말리 정부의 요청으로 산업부와 외교부의 회의가 시작됐고, 6개월 후 우선 500명의 인원을 2년간 단기 고용하는 시범사업이 결정됐다.
또한 계약과 노동에 있어 정부는 주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여,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양국 정부는 이 시범사업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말리 정부는 부족별로 학교를 세우고, 그곳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며, 인력 수출의 의지를 표명했다.
말리의 변모에 대한 서구 사회의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외신의 보도 외에도, 몇몇 정부에서 방문 및 접견 요청이 들어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하긴 했지만, 모토바 대통령은 확실히 대단했다.
그는 국가의 기초산업도 중요하긴 하나 당장의 성과를 위해 관광을 우선적으로 밀어야한다고 공표했다.
자신들과 다른 스타일의 동물원에 너무나 행복해하는 안젤리나 공주의 영상을 확인한 모토바 대통령은 바마코 국립 동물원의 사람들을 직접 용인의 놀이공원에 연수를 보내, 업무협약 계약을 맺고 즉각 부지를 선정하여 공사를 시작했다.
더불어 그간, 또한 최근에 불합리한 요구를 한 공무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해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에 철저히 대처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부패 혐의나 비리 혐의로 공무원들이 파면되거나 징역형을 받는 모습이 보여졌다.
심지어 고위직 공무원이나, 친 도곤족파로 분류되었던 인사도 칼같이 잘려나갔다.
경찰력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바마코는 유럽 사람들의 새로운 휴양지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말리로 향하기 위해 세네갈로 향하는 유럽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세네갈과 말리 정부는 전례없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
아직 수도 바마코와, 팀북두나 젠네 같은 주요 관광지에 그친 여행객들이었지만, 돈을 쓰고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토바 대통령은 말리 내에서 엄청난 인망을 얻었다.
긍정적인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 * *
“오늘이 4화 방송일이지?”
“엄청 기대돼요. 정말 예전 우리 드라마 그대로 찍었을까요?”
“보면 알지. 김 작가, 아버님 치킨 집에서 닭 2마리만 부탁하면 안 될까?”
“될걸요. 잠깐만요. 안젤리나에게 전화해볼게요.”
아버지는 치킨집에 대한 논란이 심해지자, 그냥 치킨집을 닫은 채, 개인 전화로 주문을 받아 치킨을 배달하고 있었다.
철저한 안면 위주의 장사여서, 이전보다 조건이 훨씬 까다로와졌다.
애초에 아버지의 개인 번호를 알아야 주문이 가능하기도 했다.
“작가님. 한 마리는 간장으로요.”
“네. 그럴게요. 저도 간장이 더 맛있더라고요.”
“작가님. 매운 간장도 한 마리 안될까요?”
“그걸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어차피 안젤리나가 배달올 테니까, 같이 먹으면 되잖아요.”
“그럴게요. 그럼.”
간장 소스는 레몽드의 왕실 요리사가 개발했다.
간장에 레몽드산 허브를 첨가한 가벼우면서도 단짠의 맛이 잘 살아난 간장과 매운 간장 소스는 확실한 히트작이었다.
국내의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도 괜찮았지만, 상큼한 허브가 들어가니 물리지 않고 계속해서 손을 부르는 맛이었다.
“안젤리나.”
-어. 오빠. 왜요?
“지금 어디야?”
-식당이요.
“치킨 집 가서 아버지에게 치킨 3마리만 부탁해도 될까? 일반이랑 간장, 매운 간장까지 각 한 마리씩.”
-압둘 오빠에게 부탁하면 돼요. 오늘은 압둘 오빠가 치킨 집 맡았거든요. 아버님은 하와이에 가셨어요.
“응. 가져다 줄래? 희정 작가님이 너도 같이 먹자는데?”
-알았어요. 한 30분 정도는 걸릴 거예요.
치킨을 들고 안젤리나 공주까지 합류하자, 작업실이 여자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치킨과 콜라를 들고 위성TV로 너의 아저씨 중국판 4편을 시청했다.
시작한 지 3분 만에, 박 작가님이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하네.”
“그러게. 작가님. 안 봐도 되겠는데요?”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요?”
“그래도 주인공들 말이야. 3화까지만 하더라도 연기력이 좋았잖아. 남자 주인공도 나이가 좀 많고 느끼하긴 해도 중후한 맛이 있어서 역할이랑 잘 어울렸는데, 어떻게 저렇게 연기가 붕 뜨지?”
“게시판 폭발하겠는데요? 작가님. 더우반(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셔서 반응 좀 읽어주시면 안 될까요?”
눈을 반짝인 새끼 작가가 좋은 의견을 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네티즌들은 솔직하다. 오히려 정부나 제작사에서 물타기 전인 지금이 가장 날것의 반응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더우반에 접속하자, 너의 아저씨 중국판에 대한 쓰레드가 엄청나게 생성된 게 보였다. 그중 의견교환이 많은 곳에 들어갔더니, 정말이지 욕이 한 가득이었다. 3화까지 그렇게 빛나던 드라마가 시궁창으로 들어가버렸다며 그동안 한국인 원작자를 비웃었던 자신의 눈을 파버리고 싶다는 내용까지 쓰여 있었다.
“어이구. 이건 진짜 심하네요.”
“뭐라고 적혀있는데?”
“3화까지 저희 이름 대신 자기 이름을 대본에 올린 번안작가를 국가모독죄로 사형시켜야 한다는데요.”
“됐어. 5화부터는 볼 것도 없겠어.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김 작가랑 내 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해. 기분 좋게 닭이나 먹으면 되겠어.”
박 작가님은 간단하게 넘어갔지만, 4회의 폭풍은 컸다.
온라인으로 매우 기민하게 연결된 세상이었다.
중국은 처참한 4화의 퀄리티에 낙담한 것으로 모자라 대노했고, 국내 중국통 국뽕 너튜버들은 또 중국의 반응을 매우 자세히 소개해서 조회수로 꿀을 빨았다.
제작사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배우들의 SNS를 통해 분위기를 돌려보려고 시도는 하는 것 같은데, 전혀 먹히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혐오감이 많은 우리 국민들도 박 작가님과 나에 대한 관심이 폭발해서 너의 아저씨 재관람 열풍이 불거나, ‘이번 생의 건너편’이 깜짝 베스트셀러 순위에 다시 잡히기도 했다.
기분좋게 새 드라마의 대본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미정이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미정이에요.”
“어. 왜?”
“작업실이세요?”
“응.”
“중국 제작사에서 수정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건 이미 깨빡난 거잖아.”
“중국판 드라마가 중단됐어요.”
“어? 방영 중인데? 그거 12부까지 찍어놓은 거잖아? 그런데, 중지했다고?”
“네. 중국은 정말 못할 게 없는 나라네요. 당 쪽에서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오빠랑 박 작가님께 수정고를 맡기라고 했나 봐요.”
생각보다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박 작가님과 이야기를 해본다고 한 다음에 전화를 끊었다.
마침 의견교환 차 작가님의 작업실에 방문한 터라, 박 작가님도 나와 미정이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어서 다시 설명하진 않아도 됐다.
턱을 괴고있던 작가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아니지 않아?”
“역시 그렇죠?”
“지금 새 드라마를 한참 쓰고 있어서 그런지, 뭔가 그때처럼 깊이 작품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하더라도 이 드라마 끝나고,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쉬었다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저도 그래요. 우리가 새로 쓰면, 그 번안작가는 또 뭐가 되겠어요. 공개처형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것도 그렇긴 하지. 이미 힘들긴 하겠지만 더 얹어주기도 그렇고.”
“그냥 거절하죠. 미정이에게 그렇게 전하라고 할게요.”
“오케이. 괜히 뭔가 뒤숭숭하네. 그동안 쭉 달렸으니까, 오늘은 맥주나 진탕 먹으면서 하루 쉬자고.”
“네.”
미정이를 통해 중국 제작사 쪽에 거절 의사를 전했다. 그렇게 정리될 것 같던 문제가 다른 쪽으로 번지는 것은 사흘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강영식 과장이 모르는 공무원과 함께 우리 작업실을 찾았다. 함께 온 사람은 문화체육부의 백창현 과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박화영 작가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 한류지원과장 백창현입니다.”
“아. 네. 박화영입니다.”
“너의 아저씨는 정말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너의 아저씨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준 자랑스러운 문화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봐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오신 건 혹시 너의 아저씨 중국판 때문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중국은 큰 건을 들고 협상을 걸어왔다고 했다.
무려 한한령의 일부해제였다.
“이번은 말만 하는 간 보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동안 거부해오던 국내산 게임 140종에 대한 외자판호를 풀어주겠답니다.”
나도, 박 작가님도 백 과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백 과장은 좀 더 자세히 이번 조치의 의미를 설명했는데, 판호라는 건 결국 중국 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허가권이었다.
중국은 한한령 이후 국내산 게임에 관한 허가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했는데, 나와 박 작가님이 중국판의 수정고 대본을 써 주면, 그간 밀려있던 게임 중 140개 종류의 게임의 중국 서비스를 열어주겠다는 의미였다.
“올해 들어, 게임업계 경기가 최악입니다. 140종 중에선 대작 모바일 게임도 많아서, 열리기만 하면 적어도 수천 억이상 조 단위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박 작가님은 백 과장의 말에 고민인 듯 보였지만, 난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란 교수와 보생환에 관한 일로 중국에 학을 뗀데다, 모바일 게임 업계는 언젠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해서였다.
지금도 극단적으로 과금에 현질을 요구하는데, 중국 게임 업계와 만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김 작가, 어때?”
“작가님은요? 전 그다지 땡기지는 않는데요. 하던 프로젝트를 갑자기 그만두고, 폐기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이미 제작사에서 캐스팅 작업을 시작했는데, 캐스팅된 배우님들 같은 경우는 너의 아저씨 중국판이 제작해서 방영될 때까지는 일이 끊기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것도 그러네. 너의 아저씨 수정고 작업이 끝나면, 김작나나 나나 우리 작가들도 다들 탈진할 텐데, 그럼 적어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건데, 그짓은 할 게 아니지.”
나와 작가님의 대화가 부정적으로 흐르자, 백 과장은 얼굴이 하얗게 떴다. 나와 박 작가님이 자신의 부탁을 당연히 들어줄 것이라 믿고 있었던 듯했다.
“전 중국 당국도 그다지 믿지 못하겠어요. 좋게 끝냈던 것도 아니고요. 이번에도 다시 찍어서 전작보다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든 꼬투리 잡아서 허가해줬던 게임들도 다 중지시킬 걸요.”
“그럴 수도 있겠네.”
“김 작가님!”
난 노호성을 터뜨린 백 과장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과장님. 냉정하게 판단하셔야 해요. 중국이 바라는 건 너의 아저씨라는 훌륭한 중국어로 된 작품이 아니에요. 저와 박 작가님의 수정대본으로 너의 아저씨 중국판이 성공하면, 저와 박 작가님의 존재를 지울 거예요. 중국인 감독이나 중국인 배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겠죠. 어쩌면, 저희에게 돈을 많이 집어줄 테니, 고스트 라이터가 되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런 일이 있을 리 있습니까?”
“한 번 알아봐 주세요. 제가 아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그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