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경고.
다행히 아드바크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고양이 모양의 실프나 노움처럼 내 앞에 서서 총을 내게 겨눈 경찰을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이집트 대사님이 강하게 경찰에게 따져 물었다.
당황한 경찰은 총을 내려놓았지만, 나를 강하게 경계하는 것은 여전했다.
난 경찰에게 총을 겨눈 이유를 물었다.
“관광객인 제게 무력 행사를 하시려 한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한 겁니까?”
“이보시오. Lieutenant(한국의 경위급)님. 상황 설명을 해줘야지. 무턱대고 어떻게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알아듣습니까?”
대사님의 말에 경위는 뒤를 돌아보고는 아마도 부하로 보이는 사람에게 뭔가를 말했고, 부하가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와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헉!
나보다 먼저 사진을 확인한 대사님이 놀라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딸꾹질을 하셨다.
대사님께 핸드폰을 받아서, 핸드폰 속 사진을 봤다.
모나 교수나 국장이 겪었던 현상과 비슷했다.
온몸이 피멍과 검버섯으로 뒤덮인 사람이 여섯 명이나 쓰러져있었다.
“전염병 같은 건가요? 그런데, 이 사람들과 제가 무슨 관계인가요?”
“기자회견 장면을 확인했습니다. 쓰러진 사람들은 모두 작가님과 논쟁을 하거나, 작가님께 거친 욕설을 퍼부었던 사람들입니다.”
“프랑스 경찰은 설마 제가 이분들을 해쳤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 반문에 경찰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우물쭈물거리는 경찰에게 난 능청스럽게 물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닙니까? 기자들과 전 적어도 4~5미터는 떨어져 있었습니다. 욕을 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 뒤에 있었고요. 그런 것도 없지만, 만약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를 뿌린다고 해도 그 사이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아주 멀리 떨어져있던 구경꾼만 다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십니까?”
“저, 저주가 아닙니까?”
“네?”
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눈빛으로 경찰을 바라봤다.
하지만 경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난 여전히 두려워하는 눈빛의 경찰을 한심하게 본 뒤, 천천히 공항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거기 서시오.”
다시 프랑스 경찰은 총을 치켜들었다.
총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손을 들라는 경찰의 지시에 따랐다.
묘한 대치였다.
난 손을 들고 자리에 멈춰 섰고, 경찰은 총구를 다시 내렸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었다.
다가와서 수색이라도 했으면 했는데, 다가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손을 들고 있어야 하나요?”
“무슨 일을 벌인 겁니까?”
고장 난 핸드폰 음악 플레이어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찰이었다.
슬슬 짜증이 솟았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겁니까?”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밝히고, 쓰러진 사람들의 저주를 풀어주시오.”
“네?”
난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지만, 우릴 둘러싼 경찰 들 중 누구도 과학이나 이치에 닿지 않는 경찰 간부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았다.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호하게 나올 줄이야. 가능성 낮다고 생각한 추측이 현실이 되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몇 가지 사실을 밝히죠. 우선 전 쓰러진 사람들에게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원한다면 짐을 검사하거나, 지정병원에서 건강검진이라도 받겠습니다. 애초에 사람이 저주로 저 꼴이 된다는 게 가능합니까?”
“파라오의 저주가 아니오?”
“제가 루브르나 대영 박물관에 유물을 돌려달라 청한 것은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이 어떤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도 믿고 있습니다. 저주가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종류의 질병이 아닐까요?”
경찰과의 대치가 길어지자 길 가던 사람들이 나와 경찰을 둘러쌌다.
슬쩍 눈치를 봤는데, 내 지극히 당연하고 이성적인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김 작가와 다투거나 논쟁한 사람만이 그런 일을 당한 겁니까?”
“둘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네?”
“우연이거나 우연이 아니라면, 정말로 5천 년 전에 죽은 이집트의 파라오가 무덤의 부장품을 훔치고서도 뻔뻔한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겠지요. 만약에 둘 중 제게 어떤 걸 믿느냐 물으면, 전 1번의 우연을 택하겠습니다만.”
으악.
그때, 공항 안에서 다시 비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항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질 듯 튀어나왔다.
현장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들 역시 함께 튀어나왔는데, 입가에 침이 흥건할 정도로 다급해보였다.
사람이 쓰러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와 이집트 대사님. 이집트 대사관 직원들을 공항의 한 사무실에 격리됐다.
대사님은 공항 경찰에게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을렀지만,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4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단단한 체구의 남자가 들어왔다.
정장을 입었지만, 군인 아니면 경찰 같았다.
“드몽 콜로나입니다. 프랑스 경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네. 김상민입니다.”
“이집트 대사 하스페요.”
“우선 불의의 일로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 공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제 의지나 행동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입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경무국장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이미 19명이 동일한 증세로 쓰러졌다고 했다.
경무국장은 죽은 사람은 없지만, 모두 지극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의료기관의 스태프 중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말을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래서요. 그거랑 우리 김 작가님이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건 분명한 외교적 결례입니다. 구금을 풀어 주십시오. 이집트로 돌아가기라도 하겠습니다.”
“공항은 폐쇄됐습니다.”
진원지를 봉쇄했다는 말에 왜 경무국장씩이나 되는 VIP가 이 자리에 나타났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사태는 팬데믹이나 다름없다.
해결책이 없는 전염병이 공항에서 발생했고.
드골 공항은 프랑스의 관문 공항이다.
관문 공항의 폐쇄는 국가 경제의 엄청난 손실로 다가온다.
“그럼, 우리를 이렇게 계속 억류할 셈이오?”
“해결책을 알려주십시오.”
“네? 제가요?”
모르는 척 애를 태웠다.
난 어이 없다는 얼굴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5분간을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날 빤히 바라보던 경무국장이 말을 꺼냈다.
“이집트관의 유물을 반환하면 되는 일입니까?”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횡액을 당한 느낌입니다. 국장님. 저와 대사님이 이렇게 구금되어야 할 이유나 근거를 말해주십시오.”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무국장도 나도 서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을 했다. 사태를 해결하고 싶은 그와 발뺌하는 나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다시 한 시간이 흘렀다.
경무국장의 핸드폰으로 실시간 보고가 계속 됐다.
사무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폐쇄된 공항과 내 기자회견 내용이 계속해서 방송 속보로 나왔다.
경무국장이 처음으로 일어서서 전화를 받았다.
뭔가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것인가?
무어라 대화하던 경무국장이 날 돌아보았다.
“이집트관의 유물을 모두 송환하겠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뤘지만, 난 거기서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한국 유물도 반환해 달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결백한 우리가 언제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와 동시에 살라만더를 소환해 정화를 시전했다.
10분쯤의 시간이 다시 흘렀다.
내게 총을 겨눴던 경찰관이 노크를 하고 거칠게 문을 열고 뛰어들어왔다.
공항에 쓰러졌던 환자들이 나았다는 보고였다.
경무국장이 조용히 날 바라보다 묵례했다.
“김 작가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전 파라오의 저주라는 것을 믿지 않지만, 급변하던 환자가 나았다는 건 파라오께서 프랑스의 결정을 받아들이셨다는 것 아닐까요?”
30분 정도가 더 흘렀고, 폐쇄됐던 공항이 다시 운영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와 이집트 대사님은 풀려나지 못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들이 완전히 낫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후관계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병의 발생과 치료에 내가 관련됐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물증이 없어서 체포하지 못할 뿐 증거 하나라도 발견되면 바로 구금할 태세였다.
실랑이가 계속됐다.
난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분위기는 다소 험악했다.
모두 치료하지 않으면 풀려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 과정에서 상당한 강제력이 동원됐다.
수갑을 채우거나 억지로 사람을 끌어대거나 하진 않았지만, 내가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은 아예 듣지 못하는 것처럼 무시당했다.
대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기도 했다.
나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나를 병원에 데려다놓았지만, 구속하지는 않았다. 그저 감시를 붙이고 병원의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경비를 섰을 뿐이다.
난 외부로 통하는 통로를 찾는 척 병실을 돌며 살라만더의 정화를 시전했다.
다만 얼굴을 알고 있는 최초의 여섯 환자는 치료하지 않았다.
내가 병실로 돌아온 직후, 병원이 소란스러워졌다.
완전히 나은 사람들이 퇴원하며 사건이 수습 국면을 맞자, 드디어 경무국장이 나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경무국장은 나머지 여섯 사람의 환자도 치료해줄 것을 요구했다.
난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았다.
“국장님.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그게 무슨 소리요?”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네요. 국장님은 제게 병을 전파할 능력과 치유할 능력이 있다고 믿으시는 것 아닌가요?”
“그렇소. 난 그렇게 믿고 있소.”
“그런데, 제게 이런 대우를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의미는 간단했다.
확언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나를 이리 박대한 결과가 두렵지 않겠냐는 소리였다.
내 노골적인 위협에 경무국장은 당황했지만, 곧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뿐이오.”
“타국 왕의 무덤 속 부장품을 전시하고, 비싼 돈을 받는 일은 옳은 일입니까?”
“…루브르는 인류의 유산을 집대성한 곳이오.”
국장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생겼다.
그는 목에 땀이 맺힐 정도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강직한 사람이었다.
프랑스 국민을 진심으로 아끼는 인물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병이 퍼지는지는 모릅니다. 어떤 병인지도 잘 모르고요. 정말로 저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서 낫는지도 전 모르고 있습니다.”
“또다시 같은 핑계를 대는 겁니까?”
“아니요. 아는 게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치료된 사람들은 진짜로 나은 게 아닙니다.”
“네?”
“이집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동굴을 침탈했던 사람들 중 같은 병으로 쓰러졌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죽었습니다.”
내 말에 경무국장이 정말로 당황했다.
프랑스는 쓰러진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
“신을 경계하고 시험했던 군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극한 고통 속에서 지내다 나았지만, 멍과 검버섯이 생겼던 자리에 점이 생겼습니다.”
“점 말이오?”
“네. 그리고 그 점은 마치 전염병처럼 이집트 사람들을 모두 감염시키고 있습니다. 적어도 5천만 명 이상이 몸에 없던 점이 생겼습니다.”
경무국장이 자신의 부하를 호출해서 내가 한 말을 확인하라 했고, 곧 내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백인인 그의 얼굴이 대리석처럼 창백하게 질렸다.
“점은 일종의 표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거 아십니까? 동굴이 발견된 후 도굴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죽었습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요. 시신을 조사해본 결과 모든 사체가 긴 송곳으로 찔린 것 같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상처의 끝이 닿은 뼈엔 점이 있었고, 그 뼈가 썩어있었습니다.”
내가 한 충격적인 고백에 국장은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나는 담담히 말했다.
“확인해 보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없는 점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갈 것입니다. 신의 저주는 갑자기 옵니다. 성경에서도 애굽의 첫아들이 모두 단번에 죽었습니다.”
“……!”
“다만, 그에 앞서 신께서는 분명히 경고하셨다는 걸 기억하세요. 선택은 인간의 몫입니다. 약속을 지키셔야 할 겁니다. 프랑스인들의 유월절이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