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144
146화. 외부인.
내 이번 방문에서의 행보는 영국 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난 왕실과 함께 한 즉석식 공개행사를 제외하면, 다른 일정 없이 농장이나 학교 급식 현장, 영국 내 우리 급식 공장과 직원 숙소들을 방문해서 말리에서 불러온 직원과 현지 직원들의 고충을 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찾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난 목장 직원들과 급식업체 직원들, 이번에 새로 꾸린 즉석식 판매 조직의 직원들까지 서로 안면을 트는 기회를 만들었고, 영국 내 문현 커뮤니티를 발족했다.
목장과 급식 공장은 다르지만, 모두 문현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한식을 배운 말리 아주머니들이 능숙하게 감자채 볶음을 만들고, 그걸 현지 업체 직원의 아이가 학교에서 자랑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송출되며, 감자채 볶음에 대한 큰 열풍이 생겼다.
소량의 오일과 소금, 약간의 조미료만으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감자채 볶음과 감자채에 밀가루를 섞어 전으로 만들어 먹는 조리법, 전과 어울리는 양념간장의 레시피가 열풍처럼 불었다.
감자는 흔한 식자재였고, 싸면서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비교적 건강한 조리법이라는 이유였다.
모두 내가 의도한 대로였다.
안젤리나가 대신 전달해준 한국 과자들도 영국 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즉석식이나 급식은 아직 공급이 원활하지 않지만, 과자는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인기의 주요 원인이었다.
“상민아.”
“어. 왜?”
“과자 회사에서 광고 들어왔는데, 받을래?”
“아니.”
“왜?”
“얻어걸린 거기도 하고, 타업체 광고는 별로야.”
“공돈이나 마찬가지인데? 액수도 꽤 커.”
“아니. 광고를 하더라도 우리 사정에 맞춰서 해야 해. 아무튼 말 나올만한 건 진짜로 조심해야 할 때가 왔어. 광고 때문에 우리가 할 일에 영향이 가는 건 별로야.”
“알았어. 그렇게 처리할게.”
광고를 거절했지만, 인생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난 외교부 차관의 초대로 대통령의 왕실 만찬에 앞서서 대통령 부부와 잠시 차를 마시는 자리를 가졌는데, 대통령께 인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순방단을 따라온 기업인들과 얼굴을 맞대야 했다.
꾸벅 인사를 했는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게임업체의 사장이었다.
한한령이 일부 해제되며 그는 중국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는 중국 내에서 최근 내 영향력을 거론하며 나를 칭찬했다.
그런가보다 했다.
시기상 한한령이 해제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나와 박 작가님의 드라마 계약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중국 당국에서 공식 발표가 없었으니 우리 공을 주장할 것도 없다.
고맙다는 인사치레도 없어서 조금 서운하다고 여기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린 팜씨티를 함께 하기로 결정하기 전엔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불가근불가원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기왕 중국에 진출한 게임이 성공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우리를 위해 배려해 준 것이 아닌 원래 성공할 게임이 성공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때, 누군가 성큼 다가와 말을 걸었다.
“김 작가, 아니 김 사장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제의를 거절했다면서요?”
누군가 했더니, 낮에 거절했던 과자업체의 사장이었다.
“아. 네. 과자가 영국에서 화제가 된 건 우연이기도 했고, 농장 채널인 저희 채널에서 과자 광고를 받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해서요.”
“그러지 말고 한번 도와줘요. 같은 한국 사람끼리. 김 작가님 드라마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던데, 다음에 ppl로 제품 광고도 넣을게요.”
“그건 우리도 합시다. 내 김 작가님께 언제 보답하나 했는데, 빚 제대로 한 번 갚아야죠.”
“괜찮습니다. 그 드라마는 더 쓰지 않을 겁니다.”
차기 드라마 계획이 없다는 말에 모두 놀랐다.
“지금 중국에서 회당 3억회에 가까운 스트리밍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 작품을 쓰지 않겠다니요?”
“작품이 흥행은 작품의 완성도도 영향이 있지만, 다른 여러 요소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제 힘이 전부가 아니에요. 다음 작품이 잘 될지 말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전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요.”
“아니. 그래도 그 돈 덩어리를 발로 차는 게 말이 됩니까? 고료로 회당 5억이나 10억이 불릴지도 모르는데요?”
“전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난 농장일이 좋고 농장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지만, 농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잘 커서 순탄히 굴러가고 있는 농장이다.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돈이 궁하지도 않았다.
“농장의 주인은 지금은 저 하나지만, 전 제 말이 모든 농장원들에게 통하는 제국 같은 조직을 원하지 않아요. 전 그저 문현 농장에서 삶을 사는 한 사람이면 충분해요. 맛있는 것을 먹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로도 충분히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 *
통역은 나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 통역을 담당하는 나 말고도 영부인의 전담 통역이 있어서 난 환영 만찬 전까지는 내내 그의 뒤를 따랐다. 내 언어 능력이 좋긴 했지만, 난 주로 귀빈이었기 때문에 이럴 때 전문 통역사의 대처에 대해서까지는 몰랐다.
내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만찬장이었다.
국왕 부처는 한국 대통령의 통역으로 따라온 나를 몹시 반겼다.
만찬의 상차림이 놀라웠다.
80% 이상이 영국식이었지만, 감자전과 김치가 상에 올라와 있었다.
상차림에 맞게 형태가 변형된 상태여서 처음엔 두 가지 음식이 김치와 감자전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국왕이 직접 한식을 활용한 음식이라는 것을 밝혔다.
내가 일전에 알려주었던 레시피를 활용한 것이 분명했다.
대통령은 이전에 있었던 일을 전혀 보고 받지 못했는지, 한국식 음식까지 내어주는 왕실의 환대에 감사함을 표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딱 서로 덕담만을 건네는 보통의 만찬이었고, 기분좋게 식사자리가 마무리됐다.
“김 작가님. 이젠 말리로 가십니까?”
“네. 그래야지요.”
“저도 김 작가님과 같이 일을 하니 농장의 일원이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한식을 소개받고 즐기게 된 것처럼, 영국 왕실의 맛도 함께 하고 싶어서요. 제가 좋아하는 다즐링 차와 꿀을 준비해 뒀습니다. 가져가서 농장 사람들과 나눠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나를 정확히 바라보며 말하는 국왕의 모습에 당연히 대통령 부부는 궁금해해서 대화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했다.
대통령은 신기해하면서도, 공치사에 한 발 담글 수 있는 기회를 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도 한국 요리를 보낼 수 있으면 좋은데. 이렇게 하지. 내가 김치찌개 레시피를 가르쳐줄테니, 그것도 같이 내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국에서의 일정이 끝났다.
이번 영국 일정은 짧았지만, 오히려 나와 안젤리나 공주의 인상을 강하게 각인시킨 나흘이었다.
그전에도 난 BBC의 메인뉴스 코너를 진행하는 외국인으로 영국에서 꽤 유명한 편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몇 번이나 영국을 찾으며 ‘친절하고, 영국인에게 진심인 좋은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안젤리나 공주의 촌스러운 세심함과 따뜻하고 편안한 한식이 우릴 더 편안한 존재로 영국인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했다.
* * *
쯧.
다카르 공항에서 내려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살피던 희택이가 혀를 찼다.
“왜? 무슨 뉴스가 났길래?”
“이것 좀 봐라. 이게 뭐냐?”
희택이가 내민 핸드폰 속 기사는 묘했다.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사여서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를 소개하는 기사였는데, 틀린 사실은 없지만 진실이 왜곡돼 있었다.
만찬에 한국의 김치와 감자전이 나온 것도, 영국에 때마침 감자채볶음이라는 한식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도 모두 대통령의 방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문현 농장이나 내 이름은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뭐, 만찬에 김치와 감자전이 나온 건 한국 대통령 환영하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 뭐. 애도 아니고, 뭐 이런 거에 서운해하냐?”
“한심해서 그런다. 통하지도 않을 거 아니야. 솔직히 영국에 교민이나 유학생들만 해도 얼마냐? 금방 소문날 걸 눈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우리도 갚아주지 뭐.”
“응?”
“대통령이 김치찌개 레시피 가르쳐줬잖아. 아마 우리가 말리 농장 식구들과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차를 나눠마시면 말리에서 차려진 영국 국왕과 한국 대통령의 만찬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생각일 거 아니야.”
“그렇겠지.”
“우리도 똑같이 해주자고. 김치찌개 끓여먹되, 대통령이 레시피를 제공했다는 것만 비밀로 하자고.”
“에?”
“대통령은 농장 식구가 아니잖아. 그냥 한국에서 음식 잘하는 분이 가르쳐준 레시피대로 끓였다고 그렇게만 말하자고. 우리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대통령실에서 기사 내면 진짜 망신인 거고.”
바마코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은 영국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기를 모았다.
특히나, 안젤리나 공주는 영국 내에서 비록 한식 요리지만 직접 요리를 해서 말리 사람들의 정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고, 현지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직접 감자채와 감자조림을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기도 했다.
말리 농장에서 식품 공장 준공식을 가진 다음, 말리산 땅콩과 소고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간식을 만들어 영국에 수출할 것과 목화와 가죽이 풍부한 말리를 위해 의류업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자세한 사정을 묻는 말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이 일이 말리의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일은 문현 농장과는 상관없는 말리 정부의 독자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농장과는 상관이 없습니까?”
“네. 이 프로젝트는 말리 정부의 예산 100%로 진행됩니다. 다만 전 섬유산업과 패션 디자인 산업의 역량이 뛰어난 영국과 한국 정부와 소통채널이 있으니 말리 인재들의 기술 연수를 도울 계획입니다.”
“그건 서운한 일인데요?”
“네?”
“전 이번 일에도 문현 농장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말리의 국민 전부가 그것을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와 안젤리나 공주, 문현 농장은 말리의 자존심이 됐다는 기자의 말에 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찾아보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기자의 안심하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말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게이트를 빠져나와서 우릴 데리러 온 하누아나와 인사를 하는 도중 영국에서의 일정을 함께 했던 외교부 차관의 전화가 왔다.
“아니. 김 작가님. 이러는 법이 대체 어딨습니까?”
“네? 무슨 일이시죠?”
차관이 무슨 일로 화를 내는 건지는 대강 알긴 했다.
우리가 말리에서 보낸 식사 영상을 한국의 편집팀에서 편집해서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도중 올렸던 것이다.
우린 왕실의 궁내청에 부탁해서, 찰스 3세가 좋아하는 치즈오븐에그의 레시피를 받아 김치찌개와 함께 내며, 찰스 3세의 이름만을 거론했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대통령님만 그렇게 쏙 빼놓을 수 있으신 겁니까?”
“대통령님께서 알려주신 김치찌개를 그대로 냈고, 한국에서 농장을 아끼는 좋은 분께서 가르쳐 준 레시피라는 것까지 말했는데요?”
“아니 한국 대통령 이름이 무슨 볼드모트라도 되는 겁니까? 왜 그걸 비밀에 붙입니까?”
“외부인이시니까요. 찰스 국왕께서는 저희와 함께 공동 출자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내부인이지만, 저흰 한국 정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없으시잖습니까. 그리고, 이름을 꼭 말해달라는 말씀도 없으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