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152
154화. 차기 프로젝트.
좋은 기회다.
정부나 언론 탓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라를 떠나려는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압박이 들어갈 것이다.
난 안젤리나 공주에게 지금 상황을 찍어서 간단하게 올려 달라고 했다.
“지금 상황?”
“내가 아랍에미리트에 마생목 숲을 만들고, 아부다비 국왕과 만난다는 거 말이야.”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바로 올릴게.”
우리 일행은 다카르 공항으로 가려던 항공편을 취소하고, 아부다비로 이동했다.
르와이스 시장은 행동력이 대단했다.
순식간에 직원을 동원해서 고급 리무진 버스를 수배해왔는데, 대통령궁 방문이 결정되고 난 뒤 40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대통령궁 방문이 결정된 후, 시장은 간단하게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기 도시인 르와이스를 자랑했다.
사막에 위치했지만, 오아시스가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까우며 원전도 계획 중이라 아랍에미리트 안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시장은 다시 한번 말리가 아니라 아랍 에미리트로의 이주를 권했는데, 난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어느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기보다는 그저 문현 농장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의외로 시장은 내 말을 금방 이해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무슬림이 세계의 어디서나 형제인 것과 비슷한 말씀이시네요.”
“네. 그리고 이건 좀 주제넘지만, 전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기도 합니다. 시장님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거든요.”
“네? 그런 일이 있으십니까?”
난 굳이 이건 이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많은 종교가 그러한데, 기독교도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수도 없는 사람이 죽었듯 현재의 이슬람 역시 순니와 시아의 갈등이 극심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었다.
“어려운 이야기네요.”
“사실 알라와 기독교에서 믿는 신도 같은 신이 아닙니까?”
“그건 맞긴 합니다만.”
“지금 시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생각한 것이긴 한데, 이렇게 해야겠습니다. 농장은 신의 은혜로 사람이 먹을 농작물을 기르는 곳이니, 신의 은혜가 머무는 땅이지요. 그 신이 누구든 각자의 신을 존중해달라고요. 적어도 농장 안에서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두 자유로웠으면 하네요.”
“좋은 생각이시네요. 그런 공간이 있다면 정말 꿈 같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게 프랑스에서 만들 농장이 그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농장이 완성되면 반드시 초대하겠다는 말을 건넸다.
“저를요?”
“네. 마생목 숲을 기르는 것도 결국 농장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마생목 숲이 자라면, 말리에서 닭도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무와 닭이다.
황무지인 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생산 수단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아부다비 알나얀 왕가는 재산이 천 조가 넘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부자지만, 시장은 내가 먼저 내민 작은 선의를 매우 고마워했다.
시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주위를 둘러봤는데, 희택이에 이어 미정이와 박 작가님, 아버지까지 모두 전화기를 붙들고 계셨다.
해외에 출국해서 공항에 막 도착한 상황이다.
희택이야 워낙 연락올 때가 많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질러놓은 효과가 좀 나오는 건가?
버스가 도착하고 시장의 수행원들이 우리 짐을 모두 버스에 실어줬다.
시장은 자기 차량으로 이동했고, 버스엔 우리끼리만 탑승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희택이가 내 옆을 차지하고 지금 상황을 보고했다.
“기사가 나기 시작했다.”
“어떤 내용으로?”
“공항에서 우리가 지른 거. 3시간 전까지 하나도 나지 않다가, 야당 의원 하나가 정론관에서 지르면서 보도가 쏟아지고 있어.”
“대통령실 반응은?”
“거긴 아직 아무 반응 없고. 대신, 속보로 안젤리나가 올린 영상 반응이 보도되고 있어. 우리가 아부다비 국왕의 초청을 받아서 대통령궁으로 향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기 시작했어. 그런데, 반응이 좀…….”
“왜?”
“이게 우리를 편드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 좀 봐봐.”
희택이가 보여준 것은 포털의 기사 댓글이었다.
쭉 읽어보니 뭔가 의식의 흐름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엔 별것도 아닌 일로 나라를 버릴 결심까지 한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저런 매국노는 썩 꺼져라는 과격한 반응으로 시작한 댓글은 곧 내가 매국노라고 부를만한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저격당했다.
―그래서 김상민이 뭘로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김상민이 나라에다가 뭘 해달라고 한 적 있나? 심지어 팩트 체크 기사도 났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말리를 원조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아직 원조보다 받은 게 더 많음.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 다 빨갱이가 되는 판이니까. 앞으로 잘 봐라. 김상민 농장하고 그런 걸로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몰릴지도 모름.
―대박, 김상민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랑 컨택. 지금 대통령궁에 초대돼서 가고 있다고 함.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면 대박 부자잖아. 만수르 형 아니야? 거긴 왜?
∟말리에 사막에서 잘 자라는 나무가 있는데, 아랍에미리트에서 그걸 수입하려고 했음. 말리에서 거절했는데, 김상민이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해 줌. 아랍에미리트에도 농장을 만들려고 하나 봄.
∟이건 좀 큰 건 아닌가? UAE는 방산도 그렇고, LNG선이나 원전도 건설중이잖아. 우리랑 엄청 잘 지내는 국가인데.
―수틀리면 깨빡 놓는 거 아님?
∟김상민이? 왜?
∟사람이 기분 나쁜데 이유 있나? 잘되는 건 어려워도 망치는 건 엄청 쉬움. 솔직히 대통령실이 한 일 짜치잖아. 다들 잊고 있는데 김상민은 BBC 뉴스의 메인코너 진행자임. 영국에서 언제든 10만 명 정도는 우습게 동원할 수 있음. 김상민이 국적을 버리는 것은 세계적으로 대망신이 될지도 모름.
좀 웃겼다.
내가 뭐라고 수조 원대의 계약을 망칠 수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것도 이상했고, 내가 이유도 없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겨지는 것도 신기했다.
“나쁘진 않네.”
“응?”
“어차피 호락호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런 일도 벌인 거잖아. 괜찮아. 입장표명 하지 말고 그냥 두자.”
“대통령실에서 연락 오는데, 이것도 거절?”
“어. 너도 당분간 비행기모드로 바꿔 놔. 안달복달 한다고 우리가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바꿀 수도 없잖아.”
“오케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고 끝내야지.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러려고 했어. 대통령궁이 그렇게 끝내준다는데, 간 김에 구경이나 제대로 해야지.”
희택이가 전화기를 비행기모드로 돌리자, 여기저기서 모두 핸드폰을 끄거나 비행기모드로 바꾸는 게 보였다.
대통령궁은 화려했다.
덥고 건조한 날씨도 그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습기가 가득한 날씨에서 보는 버킹엄궁보다는 아부다비의 카사르 알 와탄이 규모와 화려함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관광객이 꽤 많았다.
우린 먼저 도착한 시장의 인도로 빠르게 대통령의 집무실로 안내됐다.
물론 모두 함께는 아니었다.
나머지 가족들은 대통령궁을 관광하고, 나와 희택이만이 대통령과 대면했다.
대통령은 내게 악수를 청하며, 아랍어로 인사를 건넸다.
나 역시 아랍어로 인사했는데, 대통령이 내 아랍어에 감탄했다.
“정말이군요. 아랍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익혔다기에 기대했더니, 정말 목소리만 들어서는 모르겠어요.”
“고맙습니다.”
“키리안에게서 보고받았습니다. 그 나무가 꼭 필요했는데, 애써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좋은 것은 나눠야지요.”
길지 않은 면담이었다.
대통령과 난 15분 정도 마생수의 수입과 말리에 대한 아부다비 왕가의 지원책, 농장의 과일과 작물, 즉석식에 대한 수출입에 대한 현안을 조율했다.
대통령과 난 실제적인 결정권이 있었고, 일이 빠르게 결정됐다.
15분간의 짧은 회담이었지만, 난 그사이에 월 2만 식의 즉석식과 영국 왕실과 같은 수량의 최고급 과일과 우유 수출 건을 따냈다.
대통령은 바빴다.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와 인사를 나눈 후 난 희택이와 집무실을 나와 대통령궁 관광에 합류했다.
무척이나 거대하고 아름다운 대통령궁을 거의 2시간 정도 구경했다.
버스로 돌아와 향후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아버지와 작가님, 희택이와 상의하려는데 만면에 웃음을 띤 시장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국왕 전하께서 두바이 최고급 호텔에 여러분들의 방을 내어주라고 하셨습니다. 이틀 후 출국하는 비행기도 왕실의 전세기를 제공하라 하셨고요.”
매우 건조한 회의였는데, 이런 식의 호의가 따르는 게 신기했다.
이유를 묻자, 시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전하께선 김 작가님이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프랑스에 작가님께서 만들 농장이 완성되면 저와 함께 그 농장을 찾으시겠다고까지 하셨습니다.”
마음에 들어하는 낌새가 없었는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가?
두바이의 7성급 호텔에서 최고급 귀빈 대접을 받응며 쉬었다.
밥을 먹고 방 침대에서 누웠는데, 안젤리나 공주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오빠.”
“어. 들어와. 왜?”
“아까 대통령 궁 구경한 거랑, 미정이 언니랑 호텔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찍은 거 우리 채널에 올려도 돼?”
“어. 올리면서, 그것도 말해. 이번에 한국 공장에서 월 1 만식, 대현의 세네갈 공장에서 1만식씩 월 2만식을 수출하기로 했고, 자두랑 사과랑 복숭아 같은 과일도 왕실에 납품하기로 했다고.”
“진짜? 대박이네.”
“어. 그리고 그것도 이야기해라.”
“뭐가 또 있어?”
“응. 우리 다음 프로젝트. 지린팜 씨티에서 월병의 재료를 심어서 1년 동안 잘 키운 다음, 전 세계에 월병을 팔 거야.”
“월병? 아. 그 중국 과자? 그래. 엄청 맛있더라. 그거 우리 아빠도 엄청 좋아했었어.”
중국의 전통 과자인 월병을 끼워놓은 건 무리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연히 욕을 먹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안젤리나 공주가 영상을 찍어 편집팀에 보냈고, 편집팀에서 자막만 달아 영상을 바로 올렸다.
핸드폰의 모드를 풀고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여론의 동향을 살폈다.
내내 연결이 되지 않았던 전화여서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알림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모두 보지 않았다.
그저 채널의 댓글들을 흐뭇한 눈으로 읽었는데, 다들 내가 예상한 그대로의 반응이라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더 큰 사람이고, 다른 것도 아니고 대통령실의 총선 욕심 때문에 나를 놓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것과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중국 지린 팜시티의 월병을 다음 농장의 빅 프로젝트로 선택한 것은 자신을 버린, 자신이 버린 나라에 보여주기 위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누군가 말했다.
‘저러다 김상민이 말리가 아니라 중국을 택하는 거 아님? 중국인 김상민? 그것도 우리가 봐줘야 하나?’
‘미친. 아직도 선후가 구분이 안 됨? 김상민이 왜 저러는 거겠음? 결국은 대통령실장이 반 협박하면서 세금 버려서 자기 쫄병들 국회의원 자리 챙기려다가 이 사단이 난 거 아님? 그럼 누굴 비난해야 함?’
실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연락이 와도 당분간은 통화하지 않을 생각이긴 했지만, 실장의 침묵이 신기했다.
“상민아. 나 들어가도 돼냐?”
희택이였다.
“어. 들어와. 왜?”
“잠깐 나와 봐. 호텔에 대사님이랑 총영사님이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