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191
194화. 때가 멀지 않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까지 그 넓은 대지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래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메마른 사막의 땅에 생명의 온기를 전해주기엔 충분했다.
희택이와 나는 물론이고, 공사 인력들까지도 세바툼에 내리는 생명의 비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맞으며 기뻐했다.
놀랍게도 30분가량 내린 비에 사막의 여기저기에서 잠들어 있던 작은 곤충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좀 구경하다가 비가 그칠 즈음, 앉을 곳을 찾아 햇빛 가림용 천막 아래에 들어왔다.
“오늘 온 비 말이야. 몇 밀리나 될까?”
“그래도 30분 정도 쭉 내렸는데, 5에서 10밀리 정도는 되지 않을까?”
“공사가 지연되어도 좋으니 딱 이 정도로 서너 번만 비가 더 내렸으면 좋겠다.”
나의 바람은 기적처럼 이뤄졌다.
폭풍우는 아니었지만, 사막 지역인 세바툼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스콜처럼 쏟아붓는 폭우가 아니었지만, 일주일 동안 무려 3번이나 대략 30분에서 1시간씩 비가 내렸다.
비의 효과도 대단했다.
고작 3번의 비로도 작은 시내가 생겼고, 모래와 흙, 돌밖에 볼 수 없었던 풍경에 작은 싹이 돋아났다.
이 세 차례의 비는 ‘세바툼의 기적’이라 불렸다.
말리와 세네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세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기상 현상에 주목했다.
우연이라는 기상학자들의 의견들도 있었지만, 매우 많은 사람들이 물과 녹지에 대한 간절한 내 마음에 신이 응답한 것이라고 여겼다.
난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사막에 비를 내린 사람으로 더욱 추앙받았다.
“사우디에서 우릴 초청했다.”
“사우디에서?”
“비가 필요한 곳은 어디서나 우리를 부르고 싶어해. 늦기 전에 세바툼의 기적은 우리가 뭘 한 게 아니라고 밝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말해도 믿지도 않을 걸 뭐. 그런 소리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잖아.”
“하긴. 우리가 흡착봉을 만드는 이상, 그런 것들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긴 하지. 그래서 말인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말이야. 게이트, 그냥 써 먹자.”
“게이트를?”
내가 가진 능력 중 가장 이 세계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게이트일지도 모른다.
게이트를 이용하게 된다면, 전 세계의 물류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단순히 비행기 문제만도 아니다.
지금처럼 우리 건조식이 40일씩이나 걸려서 바다를 건너야 할 이유가 없다.
말리산 달걀을 바로 한국에서 먹을 수 있거나 주말 여행으로 안면도 대신 호주를 찾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좋은데, 그렇게 되면 정말 해운회사나 물류회사는 다 망하는 거 아니냐?”
“한 산업이 지면, 다른 산업이 발달하게 돼 있어. 그리고 정 안되면, 무한정이 아니라 한계를 정해두면 돼. 우리랑 영국, 우리랑 말리 같이 주요 포스트만 정식 통관 절차를 만들어달라고 양국 정부에 요청하는 거지. 한국과 말리, 영국 정부가 우리 말을 거부할 리 없으니까 일이 엄청 편해지지 않겠냐?”
“하긴, 정부 허가를 얻었다고는 해도 지금처럼 특혜를 받는 모양새는 별로긴 하지. 정부랑 이야기해 보자.”
정부는 문현 농장에 영국과 말리와 통하는 게이트와 통관센터를 만드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리가 길고 수출입 물량이 많은 미국과 자원이 많고 한국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둘러싸인 완전한 내륙 국가인 몽골에도 게이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요청을 희택이와 상의했다.
“미국은 좀 별로야.”
“왜?”
“내 뒷조사를 하는 것도 걸리고, 아자와드 공화국에서 암수를 획책한 것도 별로야. 미국을 차버리고 몽골에만 게이트를 설치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까?”
“몽골에만?”
“핑계는 있어. 몽골도 유명한 사막 지형이잖아. 전형적인 물부족 국가라고.”
생각해둔 계획도 있었다.
난 흥미롭게 듣고 있는 희택이에게 내 아이디어를 말했다.
“강원도 항구 하나를 잡아서 거기다 대규모 도크를 만드는 거야. 그런 다음 게이트를 만들어서 몽골 사막에 들이붓는 거지. 황사 대책으로 이것보다 나은 게 있을 리 없잖아.”
“김천이 아니고 강원도에?”
“몽골에서 온 원부자재들을 처리하는 공장을 강원도에 지으면 국토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걸.”
“아이디어는 좋은데, 미국을 거절하고, 몽골만? 그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안 된다고 하면 마는 거고. 난 미국에 그다지 갈 일도 없는데 뭐.”
걱정과 달리 정부는 내 의견을 100% 받아들였다.
쇠락해가는 강원도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구상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말리 대통령 궁까지 게이트를 통해 이동한 후, 통관청의 설치와 수출입 협상을 마쳤다.
그러면서 양국에 대사관을 설치할 것과 양국 국민의 90일 동안 무비자 입국을 허가했다.
말리는 한국인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바마코에 한국 경찰의 지청 설립을 허락하기도 했다.
일이 진행되던 중, 국토교통부의 국장이 우리를 만나러 직접 김천까지 내려왔다.
“게이트 통관료를 정말 받으시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관리 인력을 따로 둘 수 있을 때까지는 대규모 교류가 불가능할 겁니다. 당분간은 개인적인 용도는 이용을 불허할 생각이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교류인원이나 물량이 농장 사람들일 거라서 따로 통관세를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리도 말리지만, 영국과의 게이트는 다릅니다.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겁니다. 솔직히 걱정입니다. 게이트가 활성화되면,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 노선은 모두 망할지도 모릅니다.”
국토교통부의 국장은 좋은 서비스에는 맞는 값이 따라야 한다면서, 게이트로 이동할 경우 현 항공요금의 2배에서 3배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 그런 사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항공료가 비싼 것은 항공유의 값이나 공항과 기체를 관리하는 비용, 기장과 승무원의 임금 등 항공기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에요. 게이트는 그 모든 게 필요가 없어요. 원가가 들지 않는데, 그런 요금을 받을 순 없어요. 항공사와 공항을 유지하기 위해 통관료가 필요하시다면 세금을 받으세요. 전 돈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고민이 많아보이던 국장과의 대화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며칠 후, 정부는 꽤 대대적으로 말리와 김천 문현농장의 게이트 개장행사를 열었다.
즉석식과 한국의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잔뜩 실린 컨테이너 트럭 5대가 게이트를 통과해서 말리의 바마코 광장에 10초도 안되어 나타나는 과정이 생중계로 전국에 방송됐다.
트럭에 이어 대통령이 게이트를 걸어서 통과해서 기다리고 있던 말리의 모토바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는 장면이 뒤따랐다.
내가 이미 한 번 했던 일이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난 꿈과 같은 일에 전국을 넘어 전 세계가 들썩였다.
―미친. 이거 완전 꿈이나 다름없는 일 아니냐? 10초만에 아프리카라니. 그렇지 않아도 먹방 방송보면서 바마코 만두집 엄청 가보고 싶었는데, 주말되면 바마코나 다녀올까?
└아직 일반에겐 허용하지 않는다고 함. 당분간은 농장의 수출입 물량만 이동한대. 그래도 바마코에 대사관이랑 한국 경찰서까지 생긴다니까, 조만간 여행길 열리는 건 거의 확정임. 기다리면 됨.
└이렇게 되면 말리는 진짜 몽탄에 이어서 진짜 반 한국 되는 거 아님? 김상민이 하도 말리 이야기를 많이해서 그런가. 나도 말리는 이상하게 정이 가긴 함.
―대박 뉴스. 이 실장 여친피셜인데, 영국으로 가는 게이트랑 몽골로 가는 게이트도 뚫는다는데.
└영국이야 김상민에게 시민권까지 준 나라니까 그렇다고 쳐도, 몽골은 왜? 진짜 몽탄신도시 때문인가?
└몽골 사막 녹지화 때문이라는데, 강원도 동해에 대규모 도크를 짓고, 거기서 담수를 만들어서 몽골 사막에 무작정 들이부을 작정이래. 대현 자동차에 물차도 500대나 발주할 예정이라고 함.
그 소식에 강원도와 몽골은 들떴다.
강원도에서는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마다 자신들이 게이트를 지을 최적지임을 어필했고, 몽골에서도 교통편과 각종 자원의 광산을 살펴 최적의 도시를 찾기 위해 분주해졌다.
“오빠. DM으로 영국으로 가는 게이트가 언제 뚫릴 건지랑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해?”
“잠깐만.”
안젤리나가 보여준 DM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보는 중에도 일 분에 백여개씩 쌓이는 알림.
순간, 때가 왔음을 느꼈다.
엄청난 편의성이 생기는 일이다.
결정했으면, 더 미룰 필요도 없다.
난 국토교통부의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 어쩐 일이십니까?
“영국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요청이 너무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영국에서도 엄청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역시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니요. 인천공항과 히드로 공항 안에 게이트를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지 않습니까?”
국장은 내 제안에 반색하다가, 다시 한번 통관료 문제를 거론했다.
이러다 항공 사업이 망하거나 경제가 뒤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앞에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공항 이용료와 세금들을 맞춰서 정부에서 결정해주십시오. 저흰 여타의 다른 비용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네?
“게이트는 국가 간 거리를 매우 좁히는 소통의 창구가 될 것입니다. 전 한국인들이 런던이나 맨채스터를 대전이나 부산처럼 갈 수 있는 도시로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류 콘서트가 서울에서 열려도 런던의 여고생이 콘서트를 관람하고 집으로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잘 수 있는 날을 제가 만들겠습니다.”
국장에게 내 뜻을 알리고, 난 바로 방송을 통해서 계획을 알렸다.
한국과 영국의 국민들은 내 꿈에 놀랐고, 무엇보다 세금을 제외한 여타의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내 결의에도 감탄했다.
“이러면 정부가 너무 곤란하지 않겠냐? 우리가 아예 돈을 받지 않으면, 항공사들은? 그렇다고 우리에게만 엄청난 세금을 먹일 수도 없을 거 아니야?”
“부담가지라고 하는 거야. 뭐 어때. 싸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늘면 좋은 거지. 항공사가 망하느니 그런 우는 소리가 나오면, 항공료의 반 정도를 받자.”
“받아서?”
“세바툼에 나무를 심어야지.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거야.”
지잉. 지잉.
모토바 대통령님에게 전화가 왔다.
“네. 대통령님. 김상민입니다.”
“작가님. 혹시 대마법사님을 동원해서 세바툼 하늘에 뭔가를 하셨습니까?”
“네?”
“다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법 굵은 비가 벌써 1시간째 내리고 있습니다.”
말리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의 뉴스 속보가 되는 날이 왔다.
다음날 뉴스에선 세바툼의 비 갠 후 풍경을 찍어서 보도했다.
마생목 숲이 드리운 넓은 목초지 가운데 물 웅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뉴스에선 3주 전 세바툼의 모습도 보여줬는데, 황량하기 짝이 없던 사막이 고작 3주만에 생명력을 얻은 모습으로 변해 있다는 것에 모두 경이로움을 느꼈다.
세바툼의 변화를 주목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지만. 곧 한국의 뉴스 방송 화면이 온 중동과 몽골을 강타했다.
그리고 방송을 본 모든 사람들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막이 숲이 생기고, 그 목초지에서 소와 양이 뛰노는 풍경을 볼 수 있는 때가 멀지 않았음을.
방송에 나온 세바툼의 초원에 바로 가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꿈틀.
뭐지?
내 속에서 다시 끓어오르는 신성력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