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87
87화. 미라.
길었던 말리에서의 일정이 끝났다.
확실히 밀가루를 쓴 만두의 맛은 뛰어났다. 심지어 다시 만난 주인장은 비칠 듯 반투명한 만두피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실력을 보였다.
뉴스에까지 나왔던 먹방 영상 때문에, 마르쉐 메디나 시장의 만두집은 줄을 서는 대박가게가 됐고, 많은 만두가게들이 마요네즈 소스를 도입했다.
우리 일정은 상당히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는 대신, 현지의 사정에 맞춰 빠르게 계획을 변경하고 간단한 편집으로 빠르게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진짜 여행 간 사람처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자유롭고 즐거워보인다는 이유였다.
두 먹방 채널의 말리 투어의 영상은 두 채널을 합쳐서 80만~100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말리와의 수교는 정부의 성과로 여겨져서 짧게라도 뉴스를 타는 바람에 기사가 엄청나게 많이 양산됐다.
세네갈을 거쳐, 이집트에 도착했을 때는 촬영팀 전부가 좀 많이 지쳐있었다.
사회문화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고양감으로 무리한 일정을 진행을 이겨내 오고 있었지만, 매번 긴 이동거리를 감당해야 하는 데다, 출국한 지 10일이 지나 피로가 급격히 쌓였다.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요. 다들 쓰러지겠어요.”
“네. 사실 좀 지치네요. 도곤족 마을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제외하면 다 향신료를 너무 많이 쓰는 음식들이라 좀 힘들어요.”
“전 먼저 들어갈게요. 기절할 것 같아요.”
도곤족 마을의 영상은 아직 업로드 하지 못했다.
난 영상이 풀리면, 꽤 큰 화제를 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거대한 절벽과 고원의 풍경도 그랬고, 안젤리나 공주가 장담했던 맞춤 음식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아서였다.
도곤족 마을에선 정말로 공주가 맛보여주겠다던 토스트를 준비했다.
누가 봐도 셰프가 아닌 동네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한국의 프렌차이즈를 따라 만든 토스트의 맛은 발군이었다.
“와. 진짜 맛있어요. 이거 뭐죠?”
“작가님. 10개만 더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주세요.”
“저도요.”
“내 말이 맞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배를 살짝 내밀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안젤리나 공주는 정말 귀여웠다. 짜냥이와 적양파는 바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정말이네요. 달걀이 진짜 맛있어요. 우유도요.”
“소스가 되게 고소한데요. 땅콩버터는 아니고, 이게 무슨 소스죠?”
“마룰라 씨앗으로 만든 거예요.”
“되게 맛있네요.”
도곤족 마을은 전통요리를 선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춘 음식들을 선보였는데, 두 너튜버는 토스트에 이어서 나온 치킨도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다.
향신료도 적당히 쓴 데다가 하누아나의 제안으로 치킨무까지 곁들여, 완벽한 퓨전 치킨이 완성됐다.
“3년 동안 먹어본 치킨 중에서 진짜로 제일 맛있었어요.”
“네. 프라이드도 그렇고, 이 땅콩소스 치킨도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그날 두 너튜버들은 그야말로 텐션이 다른 먹방을 선보였다.
매우 좋은 영상을 얻었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은 건 좀 더 좋은 퀄리티로 영상을 내보내고 싶다는 촬영팀의 요구 때문이었다.
지잉, 지잉.
잠깐 졸고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마시는데, 전화가 왔다.
이집트 외교부 국장이었다.
국장은 마음이 급했다.
하긴, 보물이 발견된 것 같은데, 보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희택이에게 이집트 정부와의 일을 하러 간다고 말을 전한 다음, 바로 카이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기자행 비행기를 탔다.
카푸왕의 대피라미드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 정도였다.
아마도 관광객의 출입 통제가 가능한 시간에 맞춘 듯했다.
도굴꾼들이 뚫었다가 지금은 정식 출입구가 된 문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사막의 밤은 차다.
이집트는 매우 건조한 지대기도 했다.
하지만 지하로 한참을 내려가며 공기는 따뜻하고 습해졌고, 석회암 특유의 시멘트 냄새가 나기도 했다.
도착한 지하의 방의 중앙에 일직선으로 뚫린 작은 맨홀 같은 구멍이 있었다.
다행히 조명시설 같은 게 잘 돼 있어서 어둡지는 않았지만, 사다리로 연결된 긴 구멍이 뭐랄까 무저갱의 입구 같아서 섬뜩했다.
안전고리와 안전줄을 걸고,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 2명이 먼저 내려갔고, 그 뒤를 이어 국장과 내가 내려갔다.
사다리의 난간이 촘촘해서 내려가는 게 힘들진 않았지만, 꽤 긴 높이를 내려가야 해서 올라올 때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내려오십시오.”
동굴은 정말 대신전 아래의 동굴과 비슷했다.
동굴은 그리 길지 않았고 사람도 우리밖엔 없었지만, 동굴의 바닥엔 무슨 기계장치 같은 게 많았다.
기계를 통해 안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쪽입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국장의 말에 1~2분 정도를 기다렸더니, 사다리를 타고 누군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혹시 란 교수인가 했더니, 전형적인 탐사복을 입은 이집트인 여성이 내려와서 악수를 청했다.
“카이로 대학의 모나 마흐메드입니다.”
“네. 김상민입니다.”
국장은 내려온 여성을 소개했다.
모나 마흐메드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카이로 대학 고고학과의 교수였다.
좀 더 어리게 봤었는데, 아무리 최연소라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면 나보다는 훨씬 연상이어서 조심스러워졌다.
“란 교수님은 같이 오지 않으신 것입니까?”
“아아. 란 교수는 모처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눈도 무섭고, 조국을 팔아먹은 사람에게 5천년의 지혜를 공개할 수는 없지요.”
토사구팽인가?
이집트에서 쓰지도 않을 사람을 받아들인 건, 도망자가 손에 쥔 물건이 탐나서였다.
꽤 비정했다.
순간적으로 여기서 무엇을 발견하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더군다나 이집트는 전통적으로, 왕의 무덤 출입구를 숨기기 위해 장인들을 생매장했던 나라가 아닌가.
내 가치는 고대의 유산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도, 충분하다.
비밀은 감추는 것보다 없다고 믿게 하는 게 100배는 유리하다.
“저쪽으로 가시죠.”
모나 교수는 길지 않은 동굴을 걸으며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들에 대해 말했다.
“이 동굴은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뚫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적인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네?”
“동굴에서 트리니타이트가 수도 없이 발견됐습니다.”
“네? 그게 뭔가요?”
“핵폭발 정도의 초고온이 발생해서 모래가 녹아 만들어진 유리결정입니다.”
“방사능이 측정됐나요?”
“아니요. 그런 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화산지대도 아니고, 트리니타이트가 발생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동굴의 끝에 도착했다.
앗.
난 동굴의 끝에 놓인 국장이 말한 보석을 보자마자 그게 뭔지 알았다.
마나석이다.
마나석의 배치를 살폈다.
역시!
내가 배워온 이동 마법진의 형태와 완전히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법진이 이동을 위한 것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보석이네요. 혹시 저 보석의 정체도 아십니까?”
“아닙니다. 발견된 적이 없는 보석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내 안에서 신성력이 쭉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눈앞에 검붉은 작은 동물의 뼈가 튀어나왔다.
[두아트의 문지기 혼돈의 아드바크]아드바크는 신들의 세계인 두아트로 통하는 문을 지키는 문지기입니다.
[아드바크의 풍토병]아드바크는 살라만다의 불꽃으로만 태울 수 있는 풍토병을 퍼트릴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했다.
피라미드 지하에서 발견된 이동마법진은 저승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소환된 뼈를 되돌리고 싶었는데, 노움이나 실프와는 달리 아드바크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크앙.
뼈밖에 없는 아드바크가 고양이도, 늑대 소리도 아닌 이상하고 음습한 소리를 지르며 검붉은 안개로 변해 터지듯 공간을 점령했다.
아드바크를 보지 못한 듯 태평하게 이야길 나누던 두 명의 군인과 국장, 모나 교수가 순식간에 쓰러졌고, 온몸에 피멍과 검버섯이 피어올랐다.
“도와주십시오!”
구멍의 입구에 가서 소리를 지르자 군인들이 다다닥 소리를 내며 내려왔는데, 내려오자마자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내려오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나만 멀쩡한 건 너무 이상한 일이다.
쓰러진 척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몸에 난 피멍과 검버섯을 만들 수도 없다.
분명 의심받을 것이다.
그러다 살라만더의 불꽃으로 풍토병을 정화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난 즉시 살라만더를 소환했고, 살라만더의 정화를 사용하자 쓰러졌던 사람들의 몸에서 검버섯과 피멍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화상자국 같은 끔찍한 흉터가 온몸 여기저기에 생기고 나서야 하나둘 깨어나는 게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으음. 으윽.
아무래도 여성인 모나 교수를 먼저 일으켰는데, 모나 교수는 나를 보더니 곧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움직여 예를 표하려 했다.
“말씀하지 마십시오. 잠시 기다리세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됐다.
일단 쓰러진 사람들을 그대로 둘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다리를 올라가라 말할 수도 없었다.
고민하다가 일단 나부터 올라가서 상황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동굴 안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나 하나다.
살라만더의 정화로 검은 안개가 상당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군데군데 떠다니는 게 보여서였다.
사다리를 타고 밖으로 올라갔다.
놀랍게도 위에선 30명도 넘는 사람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동굴의 끝까지 걸어갈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끝의 보석 앞에 서서 보석의 정체를 묻자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죽은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니고, 쓰러졌다가 깨어났는데, 온 몸에 흉터가 생겼습니다.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해서 저 혼자 어떻게할 방법이 없어서요. 밧줄 같은 것을 가져다주실 순 없을까요. 밧줄에 연결돼서 끌어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곳을 책임지는 경비 책임자일 것 같은 군인이 내게 다가와 나는 왜 괜찮은 것인지를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요. 혼자 당황하다가 도움을 청했고, 방금 내려온 군인들도 모두 쓰러졌습니다. 지금 안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제가 올라온 것입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누구도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으니 지금 당장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내 말에도 움직이는 군인들이 없었다.
모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파라오의 분노야.’
‘왕의 휴식을 방해해서 저주를 받았어.’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는 건가?
하지만, 저들을 저대로 둬선 안 된다.
난 책임자로 보이는 군인에게 다시 한번 부탁했다.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들 상태가 좋지 않아요. 위급한 상황입니다.”
군인은 내가 다가가자 뒤로 서너 발자국이나 물러섰다.
“잠시 거기에 멈춰서 주십시오. 너무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직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저들을 위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네?”
“전염병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전염병이면요? 아래에 내려가있는 국장님과 교수님, 군인들을 전부 죽일 생각이십니까?”
“이집트의 인구는 1억 명이나 됩니다. 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저들을 지상에 올리는 것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개 같은 소리다.
지들이 살려고 자기 동료와 국민을 9명이나 죽이려는 군인이라니.
그럼 나는?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하아. 죄송합니다. 당분간은 동굴 안에서 머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화가 치밀었다. 그러자 눈앞에 검붉은 뼈다귀가 나타났다.
뼈다귀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폭발하듯 터지더니, 개소리를 한 군인을 덮쳤다.
피멍과 검버섯이 생겼던 아래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코와 항문에서 피가 쏟아지듯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