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ck at the gate alone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친구
말리는 자구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와 레몽드도 넘치는 금을 소화할 창구가 필요했다.
모토바 대통령은 금광을 개발하자는 내 말에 이유를 궁금해했다.
“금광을 개발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네. 채산성이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프랑스 자본과 기술과 관계없이 정부에서 통제하는 국영기업을 만들어 주세요.”
“혹시 또 레몽드에서?”
“네. 지난번보다는 훨씬 양이 적지만, 그래도 200㎏의 금을 확보했습니다. 레몽드에선 금을 각종 건설 중장비와 농기계, 식량으로 바꾸길 원합니다. 펠리페 2세 전하는 통관 수수료로 30%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통관 수수료는 내 아이디어였다.
펠리페 2세는 이번에도 금을 그냥 줘서, 말리를 빠르게 정상화시키자고 했지만, 내가 반대했다.
갑작스러운 행운은 한 번으로 족하다.
좋은 교역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거래 당사자 양 측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잦은 행운은 오히려 레몽드와 말리의 우애를 망칠 뿐이다. 나는 그걸 아사미 전 대통령과 밤바라 족장을 보며 깨달았다.
모토바 대통령은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다.
모토바 대통령은 셈이 빨랐다.
“200kg의 금이라면, 1,300만 달러는 충분하고, 그러면 저희 말리에게도 390만 달러가 떨어진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렇네요. 프랑스 광산업체로부터 광산 설비와 제련 시설을 인수할 수 있을까요? 아직 지난 번 금 판매대금이 4천만 달러 이상 남았는데요.”
“충분할 것입니다. 작가님.”
“네.”
“펠리페 2세 전하를 뵐 수 있을까요?”
모토바 대통령이 펠리페 2세를 만나려는 이유는 지난 번 금 판매대금 8천만 달러를 20년 안에 갚겠다는 차용증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 돈을 갚을 생각이십니까?”
“네. 그 8천만 달러는 말리엔 생명수나 다름없었습니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났는데, 목숨 빚은 당연히 갚아야지요.”
다행이다.
모토바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지도자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시차를 고려해서 약속을 잡았다.
펠리페 2세 역시 모토바 대통령의 결단에 기뻐했다.
모토바 대통령은 도곤족 마을에 설치한 게이트로 레몽드로 넘어와 펠리페 2세와 만났다.
“차원이 달라 이 차용계약서가 통용되기 어렵지만, 전 1,900만 말리인을 대표해서 전하께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걸 말이 아니라 문서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맙소. 이전엔 몰랐으나 지금은 나도 말리의 백성들을 우리 레몽드 백성처럼 여기고 있소. 더구나 우린 딸을 나눠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까?”
“안젤리나 공주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습니다. 저희 말리에서도 안젤리나 공주님은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난 모토바 대통령에게 레몽드에서도 인터넷이 연결된 장소가 있어서 말리의 소식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고, 모토바 대통령은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앞으로는 자주 국정을 논의하면 좋겠다면서 펠리페 2세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적당한 거래였다.
모토바 대통령은 차용증을 모두 작성한 뒤, 뜻밖의 요청을 했다.
“대통령 궁 안에도 게이트를 하나 설치해 주십시오.”
“네?”
“도곤족 마을은 앞으로 관광지가 될 것입니다. 더구나 수도인 바마코와 너무 멀어서 물자를 이동시키기에 적당한 장소가 못됩니다. 사람들의 이목도 늘어날 텐데, 이를 피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질 겁니다.”
모토바 대통령은 대용량의 아공간 가방을 만들어주면, 거기다가 다양한 물자를 담은 후 대통령궁 안에서 직접 레몽드의 왕궁으로 보낼 계획을 설명했다.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실제로 세네갈에서 수입한 조립식 판넬과 농기계를 옮기는 데도 엄청난 고생을 했었다.
펠리페 2세는 모토바 대통령의 제안에 감탄하며 바로 마법사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는 아이디어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대용량의 아공간 가방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걱정했다.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자네가?”
“곧 있으면 감자와 고구마의 수확철이 다가옵니다. 어차피 제국에 대량으로 건네줘야 하니,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가방을 만들 기술을 요청하면 됩니다.”
크하핫.
펠리페 2세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호탕하게 웃어 젖히는 그는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제국 황제 놈 말이야. 제 놈이 마수의 왕인지도 모르고 신나게 장기를 두고 있겠지? 감자를 받아 가려면 아공간 가방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할 테고. 이건 숫제 우리 레몽드가 제 놈들을 종 부리듯 부리는 꼴이 아니냔 말이야.”
펠리페 2세는 속이 시원해진 얼굴로 아공간 가방 아이디어를 낸 모토바 대통령과 제국에게 그 일을 맡기는 계책을 낸 나를 극찬했다.
저절로 분위기가 좋아졌다.
“아! 그리고 금 광맥 말이오. 우리 쪽에 광맥을 찾는 전문가가 있소.”
“네?”
누군가 했더니, 드워프들을 말한 것이었다.
“드워프 족과는 최근 교류가 아주 활발하오. 금 뿐만이 아니라 각종 광맥을 찾는 것은 그들의 전문이니, 탐광꾼들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두겠소.”
드워프가 있었다.
광맥을 찾는 것은 물론 광물을 다루는 데 귀신같은 솜씨를 가진 드워프들이 현대의 기술과 장비로 광맥을 개발하는 것은 엄청난 효율일 것이다.
또한 탐광이라면 노움의 보물찾기를 쓸 수 있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난 조만간 말리로 넘어가서 금맥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다 대전의 집무실에 걸린 지도에 눈길이 닿았다.
아!
“왜 그러는가?”
“놓치고 있던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사실 말씀이십니까?”
난 지도의 한 장소를 가리켰다.
“전하. 이 지역에도 게이트를 설치해 주십시오.”
“거긴 마수의 숲도 없는 곳이네. 그저 산과 나무뿐인 산골인데, 혹시 거기에 뭐가 있는가?”
“네. 그곳엔 금광이 있습니다.”
“그럼, 게이트가 아니라 드워프나 탐광꾼들을 보내야지.”
“아닙니다. 금을 찾는 건 제가 제일 잘할 수 있습니다. 개발할 인력만 준비해주십시오.”
내가 찍은 지역은 평안북도 운산이었다.
* * *
아자와드에서 내전이 시작됐다.
아자와드 공화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마약과 무기 밀매, 인신매매의 3대 악을 소멸시키겠다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아자와드 공화국의 선언에 한국의 정책을 따라한 것이라며 기사가 몇 개 나긴 했지만, 아자와드의 무모한 도전이 성공할 것이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허나 비슷한 시기에 모토바 대통령의 부족전과 부패 공직자를 말리 내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결의는, 아자와드 공화국로 향하는 회의적인 시선과 달리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거냐? 솔직히 말리나 아자와드나 거기서 거기잖아.”
희택이가 방에 와 있었다.
희택이는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후에도 하루에 한 번씩은 우리 집에 들러서 식사 거리와 간식을 사다주며 내 수면 상태와 식사를 체크했다.
“가능성의 차이지. 말리는 어쩌면 될지도 모르지만, 아자와드는 불가능하니까.”
“왜? 거긴 군도 동원한다던데?”
“인신매매는 모르지만, 무기 밀매와 마약은 어려워. 미국도 못한 걸 아자와드가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하긴. 미국도 마약 환자가 계속 늘더라. 그 좀비 거리 같은 델 보면, 완전 끔찍해. 너도 봤지?”
“짤로만 봤지.”
작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크게 찢어진 상처는 잘 치료해도 흉터가 남는다.
아자와드엔 범죄로 삶을 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자와드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멕시코도 카르텔을 막지 못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마저도 병력과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중남미에서 생산된 마약에 국민을 잃고 있었다.
살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와 값싼 쾌락에 대한 욕망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는 아자와드 공화국이 살아남기 위한 첫번째 단계이자,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했다.
체념하여 무너진 사람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지만,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이에게는 때때로 도움의 손길이 내밀어지곤 한다.
아자와드가 보이는 의지와 결과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성공하길 바랐다.
마른 땅이라도 희망의 싹이 움을 트면 물을 줄 마음이 생긴다.
“아자와드도 말리도 뭔가 돕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네.”
“당분간은 좀 쉬어.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 지났어. 그리고 난 네가 아프리카 일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반대야.”
“어? 왜?”
“할 만큼 했잖아. 지금까지 진행된 일은 내가 어떻게든 꾸려나가 볼 테니까, 넌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
희택이의 눈은 진심이었다.
희택이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희택이는 외교부에서 이번 일로 나를 암중 보호할 계획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외교부 쪽에서 너한테 사람을 붙일까 하더라.”
“왜?”
“왜긴 왜야. 네 말대로 아자와드는 지옥굴 같은 곳이잖아. 외교부에선 아자와드가 이슬람 과격 단체들을 나라에서 모두 쫓아냈을 때, 그 반동으로 네게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은 테러 청정국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희택이가 검색해서 보여준 통계에 따르면 국내의 이슬람 신자는 26만 명이나 됐다.
희택이와 외교부의 걱정이 이해됐다.
“한국도 이런데 외국은 더 위험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프리카에 가지 말자. 지금까지 하던 일은 내가 처리할게. 좋은 일은 굳이 네가 아프리카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어.”
“어?”
“다음 주쯤에 대현식품 세네갈 2공장 발표가 날 거야.”
“그래? 잘 됐네.”
“어. 세네갈 정부랑 이집트 정부에서 9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그리고 대현식품은 신주를 발행할 거야. 네 이름으로 30%의 주식을 3억 원에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30%나? 비용은?”
“이집트에서 번역 대금 들어오면 그걸로 진행하면 돼. 아프리카 일은 내가 감당할 테니까. 넌 네가 더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
“응?”
“깨톡으로 번역의뢰 작품들 리스트 보냈다.”
뭔가 찡하고 한쪽 가슴이 찌르르했다.
그러면서 희택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군대에서 희택이를 만난 이후로 난 언제나 희택이와 함께 하고 있었다. 한 살 동생이지만, 완전한 친구가 된 희택이는 사람 관계가 쉽지 않은 내 곁을 지켜준 하나밖에 없는 친구였다.
수익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막말로 레몽드와 말리가 발전하고 안젤리나 공주와 결혼해서 하와이에 꿈같은 대저택을 짓고 살아도 그런 즐거움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얼마나 버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진짜로 희택이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싶었다.
난 이 감정이 충동적인지 아닌지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내 방에 게이트가 생기면서 레몽드를 알게 된 것이 우연한 행운이라면, 희택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치듯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인연이다.
군대의 추억이 아무리 깊다 해도 둘 중 하나라도 손을 놓았다면 덧없이 멀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희택이도, 나도 그러지 않았다.
갑작스레 번역 능력을 얻었을 때도 축하하며 믿고 도와준 친구다.
레몽드와 말리가 희택이만큼 크지 않았다.
마음을 굳히고, 희택이를 불렀다.
“희택아.”
“어. 왜?”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무슨 말? 너랑 나 사이에 뭐 털어놓고 말고 할 게 있냐? 그냥 지금 말해.”
난 아공간 반지에서 마법지팡이를 꺼냈고, 곧바로 게이트를 열었다.
희택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뭐냐?”
“응.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 잠깐 다녀오자. 듣는 것보다 보는 게 빠를 것 같으니까.”
희택이와 게이트를 넘어 레몽드 왕실에 도착했다. 중세시대의 궁성의 낯선 모습에 희택이는 당황했다.
“여기가 어딘데?”
“레몽드야.”
“레몽드? 네가 쓰던 레몽드 제국 연대기의 그 레몽드?”
“어. 새로운 세계에 온 걸 환영해.”
희택이는 넋이 빠진 듯했지만, 우리 방문 소식을 듣고 180㎝가 넘는 시종장이 다가오자 재빨리 내 앞을 막아섰다.
그 반사적인 행동이 마음에 깊게 틀어박혔다.
이런 사람이 내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