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89
제388화
388화
에타니올 제국의 어느 신문사.
제국의 온갖 정보를 다루고 그것을 세간에 알리기 위해 존재하는 곳.
그곳에서 수년 동안 일해 온 여기자 밀네인은 난생처음으로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지금부터 저더러 어디로 가라고요?”
“그 뭐냐, 거기 있잖아. 악마들이 바글바글한 곳. 그래! 마계! 마계로 취재 좀 갔다 와라.”
무슨 옆 동네의 고양이를 찍어 오라는 듯한 평이한 말투로 터무니없는 출장을 보내려고 한다.
마계라고 하면 틀림없이 그곳이겠지.
악마들이 사는 세계.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계약을 이용해서 그 악마들과 교역을 시작했다는 곳.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전 평범한 인간인데요?”
“갈 수 있다만. 잊었냐? 그 흑마법사 영웅이 뭘 했는지?”
“아…….”
그러고 보면 수개월 전 제국의 황실은 터무니없는 일 하나를 성사시켰다.
마계와의 교역을 선언한 것.
그리고 검은 탑을 내세워 정식으로 마계와 출입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했다고 했다.
“그거 흑마법사만 되는 거 아니에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단다. ……아직은 기밀이지만.”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발표될 일이다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러니 취재나 후딱 다녀왔으면 한다만.”
“이해를 못 하겠어요.”
뭐, 익숙해질 법한 참이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저기 적당히 가서 기삿거리나 물어 와라.
그렇게 한때는 전쟁터까지 기웃거렸으니.
하지만 아무리 무리한 요구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마계까지 대뜸 발을 들이밀 배짱은 없었다.
밀네인은 고개를 저었다.
“저라도 검은 탑의 시설에는 숨어들지 못한다고요. ……걸리면 처형도 감수해야 할 텐데요.”
“미쳤다고 그런 짓을 시키겠냐? 자.”
상사는 코웃음을 치며 밀네인에게 종이 한 장을 넘겼다.
“뭔가요?”
“출입증이다. ……정식 취재 허가증이라고 하면 되겠지. 보여 주면 검은 탑 마법사들이 정중하게 널 마계로 모셔다 줄 거다.”
“왜 이딴 게 튀어나오는데요?! 구하기 힘든 거잖아요.”
아무래도 내막을 자세히 말하지 않으면 이 젊은 기자가 퍼뜩 응할 일은 없으리라.
상사 역시 그리 생각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설명을 시작하려고 한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황실은 마계의 교역을 통해 적지 않은 것들을 들여왔다.”
“……네, 듣긴 했어요.”
인간계에서 구할 수 없는 자원과 악마들의 조력.
그 가치는 그쪽 지식이 별로 없는 이들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그리고 또 하나 중대 사업을 벌인다는군.”
“……뭐죠?”
“조만간 마계의 문을 민간에게도 개방한다는 정보다.”
“……네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밀네인 기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컨대 누구나 갈 수 있다는 뜻이지. ……공짜는 아니겠지만.”
“가서 뭘 하는데요?”
“……그걸 취재하는 게 네 일이다.”
물론 그곳을 막연하게 가서 정처 없이 헤매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미 그 민간 개방의 목적 정도는 알고 있다.
“관광이라는군.”
마계를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민간에게 개방한다는 것.
“으음~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그걸 취재해서 알리는 게 네 일이지. ……이제 납득했으면 어서 짐 꾸려서 가라.”
“이해는 했는데요. 근데 굳이 취재를 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이유는 알았지만, 왜 굳이 가야 할까. 밀네인이 의아한 듯 묻자 상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말해 주지. ……요청이 있었다.”
“네? 요청?”
“취재를 오라는 요청이지. 뭐, 적당히 호의적인 기사나 써 줘라.”
써 주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묻지 않아도 된다.
“……받으셨군요. 얼마나요?”
세상이 참 정직하지 못하네. 살짝 경멸하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상사는 숨기지 않고 흐뭇하다는 듯 웃으며.
“제대로 기사를 써 오면 네 몫도 좀 쥐여 주마.”
“없는 기사라도 써 올게요!”
그리고 자신 역시도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밀네인은 과장되게 경례하는 시늉까지 하며 서둘러 짐을 싸러 갔다.
* * *
“……그렇게 해서 오게 된 건 좋은데요.”
그리고 수일 후, 요청을 받은 대로 정식으로 마계의 사전 취재를 위해 검은 탑을 방문하였고, 정말로 그들은 밀네인을 친절히 안내해 마계로 보내 주었다.
“이쪽입니다.”
“예, 엣!”
안내를 위해 붙여 준 흑마법사의 지시에 따라 서둘러 따라붙는 밀네인.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식으로 출입하시는 분은 마왕의 보증에 따라 조건적인 우호를 약속받습니다.”
“저, 정말이요?!”
“길을 잃는다고 해도 바로 당신을 발견한 악마가 친절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겁니다.”
잔뜩 쫄아 있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듯 흑마법사가 친절히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안심될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마계인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존한다고 믿는 이가 아무도 없었던 곳이 아닌가.
“하지만 악마는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미신입니다. 애초에 흑마법사의 소질도 없는 인간은 가치가 없다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가치…….”
그건 그거대로 몹시 서운한 기분인데. 밀네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왕 마계로 왔는데, 이렇게 겁먹고만 있으면 의미가 없겠죠.”
“곧 적응되실 겁니다.”
그리고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제대로 그럴듯하게 기사를 써서 이곳의 무해함을 알리고…….
또한 특별 수당을 받는다.
그리고 겸사겸사 지시받은 또 하나의 목적도 이루고.
“……저, 검은 탑의 마법사님?”
“궁금하신 점이라도?”
“저희 상사……. 아니, 어떤 소문을 듣긴 했는데요. 혹시 이곳에 그 알케우스 님이 계신다는…….”
“아, 시안 씨 말인가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짓는 흑마법사.
시안 알케우스.
마계의 통로를 만든 흑마법사이자 영웅.
그리고 일개 인간의 몸으로 마왕과의 우호를 보장받은 인물.
“취재 기간 동안 혹시 뵙게 되면 인사라도…….”
“글쎄요. 마계 어딘가에 계신 것은 맞지만, 그분의 자세한 일정은 제가…….”
“아니, 괜찮아요! 어디까지나 우연히 마주치면, 이에요!”
깊게 캐묻지 않으며 밀네인은 속으로 주먹을 쥐는 모습을 떠올렸다.
또 하나의 목적.
그것은 시안 알케우스의 취재. 혹은 그의 한마디라도 좋으니 무언가 감상을 싣는 것.
영웅 대접을 받는 흑마법사이자 세간의 존경을 받고 있는 소년이지만, 그의 소식을 듣기는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허가가 나지 않을뿐더러 취재 기회를 잡기도 어렵기 때문.
필로스 아카데미는 그런 취재를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잘못 기웃대다가는 낭패를 당하고 된다.
하물며 시안의 성격조차 악명이 자자하니 함부로 들이밀 엄두도 내지 못했고.
하지만 초대받은 지금이라면?
우연이라도 그의 소식을 취재하고…….
“더 많은 보너스를…….”
“예?”
“아, 아니에요!”
굳이 찔릴 것도 없는데 호들갑을 떠는 그녀를 보고 검은 탑의 흑마법사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아마 마계에 와서 불안해서 그런 거라고 여겼는지 그 이상은 캐묻지 않는다.
“먼저 어디로 가면 될까요?”
“우선은 예정대로 곧 민간에 개방할 예정인 구역부터 안내하라는 지시입니다만.”
“민간에 개방……. 분명히 관광 목적이었죠.”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이군요.”
하지만 흑마법사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투로 말했다.
“악마들이 화내지 않나요? 관광지로 삼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악마들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걸 설득하고 또한 거부하지 못하도록 나선 게 그 시안 씨죠.”
“어떻게?”
“저도 듣기만 한 것이지만 그는 마계에 있어서 큰 은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기에 그가 바란다면 악마들은 어지간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대체 마계에서 뭘?”
“글쎄요.”
자세히는 기밀인지라 그 이상의 말은 못 한다고 한다.
시안은 인간뿐이 아니라 악마에게 있어서도 영웅이란 건가. 밀네인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뭐, 곧 다른 사소한 궁금증을 하나 떠올리긴 했지만.
“하지만 왜 그런 영웅이 마계에 이런…….”
“궁금한 것이라도?”
“아, 아니에요.”
흑마법사는 밀네인의 생각을 안다는 듯 먼저 말했다.
“마계에서 인간이 무슨 휴가를 즐기느냐고 생각하고 계시죠? 왜 시안 씨가 이런 것을 원했는지.”
“그, 그건…….”
“이해합니다. 실은 이 계획을 처음 제안한 시안 씨를 빼면 다른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놀랐으니까요.”
“다른 한 분? 누구죠?”
“예. 시안 씨에게 협조하는 마왕님이시죠.”
시안은 이곳에 인간이 마음껏 휴식할 수 있는 욕망의 쉼터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며 이를 추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이 시안에게 가장 동조하고 있는 어느 마왕이라 하고.
“인간이 마음껏 욕망대로 쉴 수 있는 장소를 원하셨다고 하더군요.”
“욕망의 쉼터인가요?”
“아, 위험한 건 아닙니다. 말이 그렇단 거죠. 조금 별난 관광지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볼 건…….”
“설명만 듣고 취재하시라는 건 너무한 일이니 우선은 ‘손님’으로 시험 삼아 이곳을 즐기시라는 지시입니다.”
그렇기에 이곳의 관광 자원을 즐기게 해 주겠다는 뜻.
그것도 공짜로.
귀가 솔깃해지는 배려였지만, 하필 장소가 마계인지라 그녀는 솔직히 기뻐해야 할지 어떨지 망설여졌다.
아무리 그래도 마계에서 인간이 맘 편히 즐기라는 것 자체가 억지소리 같았다.
“……일단은 배려해 주신 대로 돌아보겠습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실 겁니다.”
묘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흑마법사.
시시콜콜한 근거는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 말을 아십니까?”
“예?”
“……악마는 인간의 욕망에 가장 민감하다고 합니다.”
흑마법사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을 대신 입에 올렸다.
* * *
그렇게 관광지의 취재를 위한 체험에 나서는 밀네인.
그곳의 광경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꽤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마계의 풍경.
처음 보는 생물이 활개 치고 인간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풍경이 가득한 곳.
물이 아니라 검은 불길이 쏟아지는 폭포라든가.
마계의 생물을 잡아먹는 식물을 관상용으로 키우는 정원이라든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가득한 곳…….
“이, 이런 곳에서 놀 수는 있는 건가요?!”
당연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일단은 수상쩍어 보이는 것은 피하고, 적당히 끝내자고 생각한 그녀였으나.
꽤 시간이 지난 뒤에는…….
“마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본래의 목적도 반쯤은 잊은 채 태평스런 기분에 빠져 있었다.
시안과 그에게 협력하는 마왕이 직접 엄선했다는 마계의 관광 거리와 접대를 위한 시설들.
“대체 마계가 무서운 곳이라고 누가 그랬나요?”
물론 악마들은 처음 봤을 때 섬뜩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곧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리고 이곳에는 섬뜩한 악마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악마 중에도 인간을 현혹하는 존재도 있다.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아 존재하는 것들. 즉, 서큐버스라든가 인큐버스라든가 하는 존재들을 비롯하여 인간의 호감을 사는 것을 무기로 삼는 존재들.
시안은 무려 그 악마들의 특성을 내세워 이곳의 접대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세간에 떳떳하지 못할 것은 준비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선은 지키면서.
그저 휴식이라는 목적을 지키는 정도에서.
“나중에 올 수 있을까요…….”
밀네인은 잠시 본분을 잊고 엉뚱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민간에 개방한다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년에 한 번 정도는 큰맘을 먹고 놀러 올 정도는 된다는 거지?
그리고 일단은 시범적 관광 상품이니 나중에 본격적으로 이곳을 개방하게 되면…….
“…….”
진지하게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녀의 엉뚱한 사고를 잠시 깬 것은 말을 걸어온 존재.
“흐음~ 처음 보는 인간이 있나 싶었는데. 아! 그랬네. 그 애가 말했지? 분명 이곳에 대한 소문을 퍼트려 줄 인간이 올 거라고?”
악마다.
은발의 여악마.
굳이 필요가 없는 한 이곳에서 악마가 먼저 말을 걸어올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정체를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당신은 설마……?”
악마에 대해 모르는 자도 제국의 소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악마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까.
“마왕…… 에밀리?”
“어머, 처음 보는 인간도 알아봐 주고. 후후……. 그 애가 하는 말처럼 출세하고 볼 일이네.”
마왕.
그것도 이 마계 관광지 안건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여겨지는 마왕 중 하나.
그리고 그 시안과 계약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악마.
그 에밀리가 밀네인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그런 건 아니란다. 손님이 있다는 말에 조금 심심해…… 아니, 인사차 직접 찾아온 것이란다.”
조금 전의 말실수는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떠니?”
“어떠냐니요?”
“여기 말이야. 이래 보여도 이 언니가 직접 지휘해서 짓게 했거든. 후후후……. 인간계의 여러 욕망을 참고로 했는데 어떠니?”
뭐, 답은 밀네인의 표정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지만.
놀리듯 우아하게 웃는 에밀리였다.
“본래는 좀 더 자극적으로 놀 수 있는 곳이 어떨까 싶었는데, 그 애가 말리지 뭐니.”
“혹시 그 애라는 건…….”
“……시안이란다.”
시안이라는 이름을 듣고 밀네인은 화들짝 놀라며 풀어졌던 기분을 옥죄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은 일하러 온 것이다.
거기에 그 시안과 계약한 악마. ……그것도 마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강력한 악마라면 분명 많은 것을 묻고 취재할 수 있으리라.
“저! 에밀리 씨! 아, 아니, 마왕님!”
“에밀리라고 불러도 된단다. 다른 마왕과 다르게 이 언니는 이해심이 아주 많거든.”
“시안 알케우스에 대해서 혹시 들려줄 이야기가 있나요?”
“시안에 대해서?”
“……예! 틀림없이 사람들이 이곳에 관심을 가질 기사가 될 테니까요!”
“기사? 으음~ 그것도 좋으려나.”
에밀리는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하다가 흔쾌히 승낙했다.
“그럼 들려줄까? 조금 길어질 텐데. 물론 그 애에게 곤란할 만한 이야기는 못 들려주겠지만.”
“괜찮아요.”
“그럼 시안 그 애가 인간계의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부터 말해 줄까. ……부디 잘 기억하고 널리 알려주렴.”
그렇게 에밀리는 추억을 더듬듯 시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