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ridge line, but it was a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29)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129)
“수고하셨습니다. 토니 아저씨.”
“어이쿠!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 좀 낮춰 주십시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토니가 안절부절못하자 로라스는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어렸을 적 기억부터 늘 계신 분 아닙니까.”
“소영주님…… 제가 정말…….”
“이 년이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귀한 시간을 락에 헌신하신 겁니다. 자격이 있으십니다.”
토니는 그간의 고생이 그 한마디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저는 상벌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그 시간, 제가 보상하려는데.”
“보상은 꿈에도 꾼 적 없습니다. 제가 도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리 자랑스러운걸요.”
“당연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보상은 별개지요.”
“소영주님…….”
감격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토니에게 로라스는 말했다.
“테라 말입니다.”
“테라 말입니까? 갑자기 그 녀석은 왜?”
“제가 약속을 해 줬습니다.”
“…….”
“제 첫 번째 기사로 만들어 주겠다고”
순간 토니는 몸을 부르르 떠는 순간 로라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번째 기사는 번천입니다. 아시지요? 그 곰 같은 녀석.”
“알다마다요. 자경단에 그리 빨리 적응하고 성격도 진중하면서도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 녀석도 첫 번째를 말했으나 어떡합니까? 이미 테라가 첫 번째인데.”
“…….”
“그래서 그렇게 첫 번째, 두 번째가 결정이 됐는데 말입니다.”
토니는 바보가 아니다. 지금 로라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소…… 영주님, 지금…….”
“네, 브렌드 경이 그러더군요. 가장 늦은 나이에 포스를 배웠으나 그 누구보다 정진하여, 다른 병사들에게 모범이 되셨다고.”
“저는 그저…… 그저…… 그것을 익히는 것이 좋아서…….”
“거절하지 않으시면 제가 꼭 토니 아저씨를, 제 세 번째 기사로 맞이하고 싶은데.”
토니는 다리가 후들거렸고, 로라스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제가 그럴 자격이 되겠습니까?”
토니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주군! 이 토니. 주군께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로라스는 빙그레 웃으며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직은 제가 작위를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욕심낸 겁니다. 아버님이 아저씨를 먼저 기사로 임명이라도 하면…….”
로라스는 그의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를 뺏기기 싫군요. 그 상대가 아버님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소영주님.”
토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 * *
한 달 전부터 와디아 백작령으로 병력이 끊임없이 몰려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락에도 그 소문이 돌았다.
그 탓에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화친을 주장하는 사람도, 그리고 거점을 산맥 안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도 있었다. 또 실제로 피난을 가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락은 흔들리지 않았다.
두려워하는 자들도 창을 잡았고, 화친을 주장하는 이들도 성을 보수했고, 거점을 옮겨야 한다는 이도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 모두에게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영주님이시라면!’
‘영주님은 우리를 모두 사지로 몰아넣는 선택은 하지 않으신다!’
두려워할지언정 락의 영주 에듀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믿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얼마가 들어오든 막아 내면 되는 거 아냐!’
‘한 명이 열 명씩만 죽여도 이기는 거 아냐!’
그건 락 영지민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특히나 원주민들의 자부심은 정말 대단했다. 그 없던 시절에도 몬스터를 토벌하는 영지는 자신들밖에 없었으며, 몬스터 웨이브까지 막아 낸 전적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을 보라.
배 굶주리지 않을 식량이 충분히 비축되었고, 장비 또한 마찬가지다.
락의 병사들은, 아니 전투에 임할 자들은 다른 영지의 전투 인원과 그 차원이 다르다.
‘농사나 좀 지어 봤을 놈들인데.’
‘기껏해야 농기구나 들고 오겠지.’
병사들도 그렇고, 자경단원들까지 피 냄새에 익숙한 실전이 풍부한 사람들, 모두가 철제 갑옷을 입지는 못하나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호력이 있는 가죽 갑옷, 철을 살짝 덧댄 방어구까지 착용했다. 무기 역시 농기구가 아닌 제대로 균형을 맞춰 만든 창.
그뿐이랴?
헌터 출신이 많은 락이다. 크로스보우는 물론이고 활도 다룰 줄 아는 궁수가 많다.
와디아 영지에도 이백에 가까운 궁병대를 거느리지는 못할 것이다.
락의 사람들이 그리 전의를 불태울 때, 락의 영주 에듀는 반대로 고민하고 있었다.
“오천이 넘었다는구나.”
에듀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로라스에게 입을 열었다.
그간 말은 안 했지만, 어찌 마음이 편했을까? 그리고 오늘 그 실제로 오천이 넘었다는 소식에 전신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지금쯤이면 만에 가까울지도 모르고…… 진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에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휴우! 전쟁의 승패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지…… 걱정되는구나.”
에듀의 초조한 마음을 로라스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대비했습니다.”
“대비와 별개의 문제지 않느냐. 순간순간 내 선택에 대해 고민한다. 이게 맞는 것인지, 내 욕심 때문에 모두 사지에 몰아넣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낮은 어조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속이 바짝 마르고 있다는 증거다.
‘말씀드려도 나쁘지 않겠지.’
“아버님.”
로라스는 그 모습에 자신에게도 숨겨둔 한 수를 꺼내기로 했다.
“그게 정말이냐?”
그리고 로라스의 이야기를 들은 에듀의 표정이 조금은 나아졌다.
“네, 최대한 피해가 적게 할 것입니다.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일. 약해지셔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아버님.”
에듀는 대답 대신 로라스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을 담은 눈으로 쳐다봤다.
대화는 그걸로 충분했다.
그렇게 방에 나온 로라스는 걸음을 서둘렀다.
이 한 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소영주!”
“브렌드 경. 훈련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브렌드였다.
“방해는요. 소영주님만 보면 병사들의 동작이 더욱 좋아지니, 전 더 좋습니다. 훈련에 참여하실 겁니까?”
“아니요. 오늘은 브렌드 경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요? 뭐든 말씀하십시오.”
로라스는 용건을 꺼냈다.
“브렌드 경께서 외부 병력을 통솔해 주셨으면 합니다.”
브렌드는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외부 병력이요? 그게 무슨…….”
“그게…… 무법지대에 제가 만들어 둔 병력이 있습니다.”
“네?”
깜짝 놀라는 그를 보며, 로라스가 무법지대의 마적들과 산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브렌드는 놀라면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소영주님. 분명 도움은 될 것이나…… 전쟁에서 쓰일 인원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통제에 정확히 따를지도 의문이고 말입니다.”
“그건 걱정할 것 없습니다. 명령에는 반드시 따를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럴 이유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니까요.”
브렌드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병력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나 마적과 산적들이라……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브렌드 경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투에 쓰일 인원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로라스는 생각해 둔 바에 대해 말했다. 에듀에게도 말한 숨겨진 한 수를 말이다.
로라스의 말을 다 들은 브렌드가 말했다.
“그거라면…….”
브렌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인지, 아까보다는 한결 나은 표정을 지었다.
“언제 그런 준비를 다 하신 겁니까?”
그리고 묻는 말에 로라스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호송사업. 결국, 돈 때문에 마적과 산적들을 통합시켰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은 것이다.
“사실 이렇게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래서 생각난 것뿐.”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왜 굳이 저를…….”
“브렌드 경밖에 없으니까요.”
원래는 번천을 통해 그들을 통솔할 생각이었으나, 저번 사건으로 그 생각은 접었다. 그리고 다시 고민하니 마땅한 인물로는 브렌드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락의 병사를 통솔해왔고, 세상 물정 다 알고 침착한 성격의 브렌드라면 능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미리 생각해 둔 바가 아니라서 이제야 이리 말하게 됐군요.”
“이해합니다. 소영주.”
“아무래도 브렌드 경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락의 병사들도 쉰 명 정도 데려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병사들보다 한 사람이 먼저 생각납니다.”
“누구를?”
“토니를, 한 번 더 고생시키면 너무 나쁜 걸까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말을 드리려 했습니다.”
토니에게 기사를 약속했다.
그냥 자신이 임명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그에게 전공이라는 걸 만들어 주고 싶은 게 로라스의 심정.
소영주로서 안 될 생각이긴 하지만, 다른 이보다는 애정도 있다.
실력을 떠나,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전장 한복판에 내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브렌드의 부관으로 병력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맡긴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터.
그런 와중에 브렌드가 먼저 말을 꺼내 주니 로라스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저도 같이 나빠질 수밖에요. 제가 말하지요.”
로라스의 말에 브렌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럼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로라스는 그렇게 브렌드에게 일을 맡긴 후 토니에게도 찾아가 다시 한 번 일을 부탁했다.
토니는 당연히 그리하겠다고 대답했다.
‘대충 다 된 건가?’
로라스는 자신이 빠트린 일이 있나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큰 준비는 다 했다.
‘엔케이만 제 몫만 해 주면 끝이군.’
스스로 생각해도 제법 괜찮은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와디아가 깨달아야 할 텐데 말이지.’
페라도 그렇다.
이 시대의 귀족들이 다 그런 건지 모르지만, 제 수하들을 버리고 정말 홀로 탈출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죄책감 따위 전혀 없어서 좋잖아. 페라 남작 영지는 이번 영지 전에 끼지 않아 가져올 명분이 없었는데, 덕분에 명분도 생기고.’
미안한 감정이 안 생겨서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다.
‘죄다 벗겨 먹어 주마!’
로라스는 그렇게 결심했다.
* * *
팔천의 대병력.
그 엄청난 병력이 평야에 길게 늘어선 걸 보고 있자면, 또 이들의 총지휘관이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내가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와디아 백작처럼 뭐든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넘칠 것이다.
“출정 준비가 끝났습니다.”
디에스 자작의 보고에 와디아는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된 건가?”
“네, 일단 선봉인 파이퍼 남작을 먼저 출발시키도록 할까요?”
“출정식인데 내가 한마디 하지 않아도 될까?”
“네?”
“그런 거 있지 않나. 병사들의 사기를 돋는 지휘관의 격려 같은 거.”
“아! 그렇지요. 준비하겠습니다.”
이 뙤약볕에 병사들을 촘촘히 세워 두고 하는 그들의 대화.
맞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전쟁의 경험이 없는 이들이었다.
여하간 그렇게 와디아가 나서려 할 때였다.
“백작님.”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가죽만 남은 듯한 체격에 먼지 잔뜩 묻은 두꺼운 망토.
와디아는 자신의 위엄을 보이는 이 중요한 순간에, 불쑥 나타난 이 사람을 못 알아볼 뻔했다.
“백작님!”
그러다 울부짖듯 자신을 부르며 다가오는 이가 누군지 생각났다.
“페라?”
“백작님!”
페라 남작은 백작에게 다가와 울먹이며 말했다.
“이리 다시 뵙게 되니…… 정말 하늘이 도운 것 같습니다.”
“자네 대체 어찌 된 건가? 그 몰골은 뭐고?”
“하늘이 도왔습니다. 백작님!”
“그러니까 지금 이게…… 대체.”
“모든 걸 빼앗겼습니다. 백작님.”
페라는 정말 땟물 가득한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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