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ridge line, but it was a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21)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221)
“정말 잘 싸우는구나!”
에듀는 멀리서 번천과 그 부대를 보며 감탄하더니, 로라스를 향해 말을 이었다.
“번천의 실력이야 알고 있었다만. 저리 돋보이는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스스로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전장에 어울리는 무인입니다.”
“이런 전장이라니?”
“번천은 기사들과의 전투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번천은 포스 마스터다. 하지만 스스로의 실력만으로 그 경지에 이른 건 아니다.
‘운도 자신의 실력이긴 하지만.’
그렇기에는 먹은 드레고레(50화 참고)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마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마정석으로 마력까지 키웠다.
‘약발도 정도껏이어야지……. 전신이 약발이니.’
의도치는 않았지만 번천은 실제 그렇게 성장했다.
‘입문이 늦지만 않았어도.’
다만 번천은 포스에 대한 입문이 늦었고 마법 역시 무식하게 잘못된 방법으로 학습했기에 굉장히 기묘한 상태였다.
포스는 자신을 그리고 마나는 에르자일을 만나 별문제는 없었지만,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제대로 배우기만 했다면 지금보다 더 대단했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에듀는 감탄인지 안타까움인지 혀를 찼고, 로라스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적을 쓰러트릴 것입니다. 포스와 마나를 둘 다 쓸 수 있어, 일정 수준의 적들은 매우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나쁘게 말하면 자신보다 약한 적들에게는 무척 강하다는 거지만, 장수에게 그건 훌륭한 칭찬.
로라스는 멀리서 한 번의 창질로 서너 마리의 몬스터들을 제거하는 걸 보며 말을 이었다.
“포스에 가려서 그렇지, 지닌 힘은 천력이라고 할 만합니다. 덕분에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묵묵히 자신이 잘하는 걸 할 줄 알기에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런 대규모 전쟁에서는 가장 돋보이지요.”
에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것 같구나.”
그때 전장에 한 무리의 부대가 난입했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늘어서 있는 몬스터들의 진형을 갈라내기 시작했다.
시그탑과 그의 기사단이었다.
멈칫거림도 없이 그를 갈라내는 걸 보며 로라스는 생각했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물론 예측은 했다.
숫자가 많다지만 결국 소형 몬스터들이다.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로 포스 마스터가 몇이나 나섰는가. 게다가 락의 병사들은 대부분 숙련병들.
콰아아아아앙!
그때 몬스터들의 후방, 그러니까 게이트 주변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에르자일과 마법사들이 공격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시간과 지원만 있으면 에르자일 혼자도 정리 가능한 수준인데.’
포스마스터에 매지스터까지.
승패는 이미 결정 난 전투였다. 나머지는 얼마나 피해를 적게 입느냐일 뿐.
그런 전쟁이 아니었다면, 훈련을 겸한 실전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락은 강하다! 게이트 한두 개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로라스는 에듀를 보며 말했다.
“훈련 성과도 확인했고 병사들에게도 실전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었으니, 이제 게이트를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는 것이 좋겠구나.”
“다녀오겠습니다.”
마치 옆집에 놀러 갔다 오겠다는 듯한 로라스의 말에, 그걸 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에듀.
그날 저녁.
“우아아아아아!”
병사들의 환호성과 함께 원정대는 그 목적을 달성했다.
* * *
게이트를 닫고 곳곳에 퍼진 대규모 몬스터들을 정리했지만, 소규모 무리는 완벽하게 정리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각 영지의 자치 병력으로 소탕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그래야 했다. 하지만 곧 다른 데서 문제가 생겼다.
“약탈?”
토니의 보고에 로라스는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락이 엄청 부유한 건 아니다. 빈민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 밥 굶주리는 자들은 없다.
무법 지대까지 하나의 행정 구역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약탈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난민입니다. 게이트를 닫은 후 길이 열리니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디 사람들입니까? 무법 지대 쪽이라면 혹시?”
“네. 반 이상이 이민족들입니다. 그 탓에 나타족 쪽은 물론이고, 자리 잡은 조직들의 신경이 예민해져 있습니다.”
“피해가 큽니까?”
“이런 소규모 싸움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 많으니 대처는 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계속 소모는 되고 있습니다.”
“몬스터들 때문에 난리도 아니군요.”
“들어온 외부인들의 말에 의하면 다른 지역은 난리도 아니더군요.”
토니는 그리 대답하며 로라스를 불렀다.
“소영주님.”
“말씀하세요, 토니 경.”
“에렌과 연락은 되십니까?”
“게이트로 인해 길이 끊겨서 근래 보고받은 건 없군요.”
“영지 차원에서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에렌에서도 피난민이 넘어오고 있습니다.”
“곧 수습될 겁니다. 에렌 아닙니까.”
에렌이 어떤 땅인가.
할아버지는 권위주의자다. 하지만 그에 따른 의무에 충실하신 분. 일반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걸 보지 못하실 거다.
“할아버님이 원정대를 이끌고 가셨다지만, 충분한 병력은 남기셨을 터.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좋겠지만…….”
토니도 이제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다 보니 걱정이 많아진 듯 쉽게 안심을 하지 못했다.
“이제 큰일은 끝냈으니, 무법 지대도 락의 행정 구역으로 편입될 겁니다. 영지 이름도 붙이고 영주도 만들고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토니 경.”
로라스가 웃으며 하는 말에 토니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저 같은 촌무지렁이에게 감당이 안 되는 일입니다.”
“행정 업무는 머리 잘 쓰는 사람에게 맡기면 되고, 토니 경은 하던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 토니 경도 나이를 생각하셔야지요.”
“아직 끄떡없습니다, 소영주님.”
“물론 건강하시지요. 그래도 몸을 아끼실 필요는 있으십니다. 아시지요. 제가 토니 경을 많이 의지하는 거.”
토니는 쩔쩔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뭐라고…… 감당하기 힘듭니다.”
“사실입니다. 영지가 커진 만큼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중해졌습니다. 스스로 보중하세요.”
이 노장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영주님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든든합니다.”
로라스가 자신을 보며 하는 말에 토니는 다시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작위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눈앞의 소영주는 옛날부터 자신에게 신앙 같은 존재였으니까.
한낱 늙은 헌터의 열망이었던 포스를 알려 주었고, 여기까지 끌어 올려 준 신.
“그리 보지 마세요. 징그럽습니다.”
가벼운 농담에도 토니는 시선을 바꾸지 않으며 말했다.
“매일 봤으면 원이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은퇴라도 하면 소영주 곁에 있을 수 있는 겁니까?”
“나중에는 꼭 은퇴시켜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 사람이 필요해요.”
로라스의 대답에 토니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런데 소영주님. 저희 지역에도 신전을 하나 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신전요?”
“네. 원래 작게나마 해피랜드의 예배당이 두 곳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리시암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피랜드 그리고 츠어질에 관한 내용은 몇몇 인물만 알고 있다. 이미 락에 자리를 잡은 곳이다 보니 해피랜드의 본질이 알려질 경우 혼란이 있을 거라 생각하여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것이다.
토니는 말을 이었다.
“종교라는 게 이쪽에 은근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성질 난폭한 놈들도 예배당에서는 나름 순한 양이 되었으니까요. 오리시암이 그러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로라스가 대답했다.
“그는 무신론자이지 않습니까. 제가 주의 주겠습니다.”
“빠르면 좋겠습니다.”
“문제 될 거 없지요. 에펠리온교의 교황이 이곳에 있는데. 영지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빠르게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영주님.”
“난민 문제는 영지 회의 때 올리도록 하지요.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입니다.”
“네.”
그렇게 토니가 물러간 후 로라스는 생각했다.
‘보긴 봐야지.’
급박한 일들이 많아 아델리나를 만나지 못했다. 그녀도 와카디아에 에펠리온 교단의 세를 넓히는 데 바쁘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에렌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확인해야겠지.’
게이트 때문에 밀어 둔 일이 너무 많다.
로라스는 다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침상에 누웠다.
* * *
몬스터들의 완벽한 소탕.
목적을 달성한 락은 모든 것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락과 다른 영지 그리고 개척 마을과 마을 사이로 길을 놓는 공사에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농지를 개척하는 작업을 재개했다.
덕분에 펜대를 굴리는 행정가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예산 관리와 집행 그리고 개척한 사람들의 토지 소유권을 기록하는 일 등으로 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다.
그사이 에듀는 또 하나의 개혁을 시작했다.
와카디아의 행정 구역을 개편하는 일이었다.
무법 지대는 완벽하게 락의 영향력 아래 있었지만, 다른 지역은 아니다.
예전 영지전 패배 이후, 와카디아에서 제대로 영지를 운용할 수 있는 영주는 에듀 백작과 베론 남작뿐이었다. 남은 영주들은 몰락 귀족이라 할 수준.
에듀는 그들마저도 품고 갔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구역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귀족의 작위는 유지하면서 영지의 모든 것을 락이 통제하는 체제로 말이다.
그렇게 와카디아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때, 로라스는 베론 남작의 영지로 향했다.
그의 영지는 락을 제외하고 가장 발전된 도시.
금광의 지분은 물론이고 락과 혈맹 관계라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로 아델리나는 이 지역에서 교세 확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베론, 로라스 백작님을 뵙습니다.”
베론 남작의 예례에 로라스도 마주 예례를 올리며 대답했다.
“과한 예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남작님.”
“남작이 백작님에게 예를 올리는 것뿐입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남작님께서는 아버님의 혈맹이십니다. 정말 과한 예는 받기 힘듭니다.”
베론은 그제야 허리를 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정말 훌륭하게 성장하셨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남작님께서는 별고 없으셨습니까?”
“일이 생길 게 뭐 있나요? 바빠진 것 빼고는 모두가 순탄합니다.”
“그래야지요. 같이 발전해서 계속 락의 든든한 혈맹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은 의례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본론에 들어갔다.
에듀는 베론 남작 가문을 더 키우고 싶어 했다.
실세가 없더라도 고위 귀족은 그 이름만으로도 영향력이 생긴다. 그렇게 베론을 백작 가문으로 만들어 와카디아를 더 견고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베론의 영지 주변의 토지를 양보하고, 와카디아 지방을 완벽하게 하나의 행정 구역으로 완성시키는 방법을 논의하였다.
그렇게 베론과 로라스는 큰 틀에서 합의를 하였다. 나머지는 실무자들의 몫.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남작님.”
“부족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백작님.”
회의가 끝난 후 로라스는 저녁 식사를 그와 함께했다.
“에펠리온 교단은 좀 어떻습니까?”
그리고 다시 이어진 대화.
“훌륭하지요. 교황께서 이곳에 오시니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론도 에펠리온의 신도였는지, 경외심까지 보이며 하는 말에 로라스는 생각했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리를 잡겠는걸.’
뭐, 베론이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아델리나의 능력이라면 별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테라를 먼저 신전에 보내 약속을 잡았으니, 내일이면 별 탈 없이 만날 수 있을 터.
로라스는 내일이 기대가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