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ridge line, but it was a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38)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238)
‘이게 뭔 꼴인지.’
샘슨이란 흔하디흔한 이름까지 써 가며 공터로 나온 카벨로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나저나…….’
카벨로는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옆의 두 사람을 보았다.
리처드란 가명을 쓰고 있는 츠어질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실력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기본적으로 신관인 만큼 직접적인 타격력보다는 다른 방식의 공격일 텐데.’
그렇게 따지면 자신과 포지션이 비슷하다. 자신은 마법사이니까.
하지만 또 그렇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신의 베이스는 마법이지만 근접전도 무리가 없다.
마법사가 근접전에 약하다는 건 자신과는 해당 사항이 없다. 수많은 실전을 거치며 약점은 완벽하게 보완했으니까.
‘디존슨에게 뭔가 보여 줬으니 저리 나왔을 터. 발목은 잡지 않을 테고.’
카벨로는 남은 한 사람을 쳐다봤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나 육체파요, 나 칼 쓰는 사람이오!’라는 게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게 사람이 쓰는 칼인지 의심이 갈 정도의 거도를 든 건 둘째 치고, 신체가 오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 없는 거한이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포스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면, 최소 최상급 포스 유저, 아니면 마스터인데.’
카벨로는 그렇게 생각하면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가롭게 팔을 돌리고, 목을 갸웃갸웃하며 풀고 있는 로라스를 말이다.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다만 여유가 넘치는구나.’
제법 실력이 있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 놈이 어미 배 속에서부터 수련을 해 왔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높게 쳐줘도 이제 포스 마스터일 뿐.
포스 마스터를 우습게 보는 건 아니지만, 저 정도의 수준은 눈 아래로 봐도 된다. 자신은 켄트라미우스의 단장.
포스 마스터를 상대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혼자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확신했다.
그때 츠어질이 작게 말을 건네 왔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지만 방심은 하지 맙시다. 어설프더라도 포스가 담긴 검이라면 맞으면 위험하오.”
‘당연한 말을!’
카벨로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접근전은 접근전이되, 놈의 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게 용병 마법사인 자신의 싸움 법.
“뭘 그리 중얼거리시오.”
그때 거한이 앞으로 주춤 나섰다.
“기왕 함께하기로 한 거 손발을 맞춰야 하지 않겠소?”
츠어질의 말에 거한은 고개를 돌려 츠어질을 봤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
“당신들에게는 기회가 없을 거요.”
거한은 쐐기를 박듯 그리 말하며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 * *
“우아아아!”
연관된 관계자들이야 긴장하고, 일이 잘못될까 두려워했지만 구경 나온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두 가지가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 했던가?
내재된 잔인함 그걸 충족할 수 있는 처형식을 구경하러 왔던 사람들은 결투가 벌어지자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은밀히 내기판까지 벌였고, 마음속으로 내 편, 네 편으로 나뉘며, 내 편을 응원하고, 네 편은 저주까지 했다.
단상 위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디존슨은 턱을 괴며 쳐다봤다.
‘그냥 다른 놈들하고 깔끔하게 처리하지.’
벤이라 부른 거한.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무인들 중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였다.
포스 마스터이며, 포스를 쓰지 않아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철판을 힘으로 구부러트리는, 말도 안 되는 신력의 소유자.
‘저놈을 밑에 두기 위해 쓴 돈이 얼마인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도 안 돼서, 골드맨스에 거금을 빌리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빨리 정리해야지.’
빚을 너무 많이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이번 일을 준비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어차피 에렌을 물려받으면 금방 갚게 되겠지만, 그 이자가 높아 자신이라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고리대금업자 놈들도 나중에 한번 손을 봐야지. 감히 날 상대로 그런 거래를.’
자신이 아쉬워 빌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는 디존슨이었다.
“우아아아아!”
다시 한 번 울려 퍼지는 환호성에 디존슨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터를 주목했다.
벤이 거검을 곧추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 반면 로라스는.
‘시건방진 놈.’
놀랍게도 제공한 검도 들지 않은 채 한 손을 벤을 향해 내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도발을 하는 포즈.
‘아직 어린 건가?’
곧 죽을 것도 모른 채, 아직도 겉멋을 부리는 로라스를 보며 디존슨은 느긋해졌다.
‘차라리 잘됐어. 귀찮은 놈들도 이번에 모조리 끝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정말 그런 일은 만의 하나도 되지 않겠지만, 벤이 이기지 못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하늘이 나를 에렌의 지배자로 만드시려는 거지. 저 두 사람을 딱 맞춰 보낸 걸 보면.’
멘토라스가 결투재판으로 명분을 확보하라는 말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샘슨과 리처드는 정말 강력한 능력자들. 어쩌면 벤마저도 이길 수 있는 그런 실력자들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보여 줬던 그들의 능력.
그건 오십 평생 보지 못했던 그런 것들. 게다가 와카디아와 원한 관계까지 지녔다고 했다.
걱정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부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벤의 거도가 여기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의 파공음을 내기 시작했다.
별다른 동작도 아니다. 그냥 휘두르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건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거도가 만들어 내는 풍압이 로라스의 흑발을 흩날리게 했다.
“흐아앗!”
그리고 벤은 엄청난 기합과 함께 도를 세운 채로 로라스를 향해 달렸다.
‘베어 버려랏!’
자신도 모르게 전신에 힘이 들어가는 디존슨.
그리고 인간이라면 막을 수 없을 듯한 거대한 칼이, 번개처럼 로라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쿠우우웅!
그렇게 내려온 거도가 바닥을 찍었다.
여태 이리 끌어 왔던 게 허무해질 정도의 승부였다. 저리 쉽게 죽을 놈에게 그리 신경을 썼다는 게 짜증 날 만큼.
그런데 말이다.
벤의 거도가 거침 없이 바닥을 찍었고, 그래서 로라스는 정수리를 중심으로 좌우로 갈라졌는데 말이다.
마치 유령처럼 흐릿해지는 로라스의 신형. 그리고…….
“병신. 너 같은 놈이 젤 쉬워. 포스와 힘만 믿고 나대는 놈.”
별로 크지 않지만, 또렷하게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지고, 당사자인 벤마저도 두 눈을 끔뻑일 때였다.
…….
…….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말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로라스의 신형이 가볍게 흔들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쿠우우우우웅!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던 만큼 바닥에 엎어지는 소리는 그의 거도가 만들어 냈던 파공음만큼이나 컸다.
터어어어엉!
그리고 그 옆으로 주인 잃은 거도가 떨어지는 순간, 로라스의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덤볐어야지. 또 아나? 살려 주고 싶은 마음이라도 들지.”
디존슨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우아아아아아!”
로라스에게 돈을 걸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소리는 매우 크지 않았다.
당연했다.
일반인들이 뭘 알겠는가? 대부분은 벤의 외형에 압도당해 그쪽으로 돈이 몰렸을 터.
누군가의 속도 모르고 그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러 냈다.
* * *
정직한 움직임에 따른 정직한 궤적.
이런 놈들을 많이 봐 왔다.
신력을 타고났거나, 어렸을 때부터 가문, 문파의 지원을 받아 벌모세수에 영약으로 도배하여 빠르게 강해졌고, 그래서 주변에 찬사만 받던.
‘그래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녀석들.’
벤이라 불렸던 이 거한이 딱 그 모양이었다.
검은 정수리로 날아들었고.
이형환위(以形換位).
그렇게 슬쩍 피하면 그뿐인 공격을 피하고. 손가락을 들어 그의 목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됐다.
쿠우우우웅.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탄지彈指 무공에 목을 적중당했으면서도 살 놈이었다면, 디존슨 같은 놈의 아래 있지도 않았을 테니.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걸 탓해라.’
원래라면 그 타고난 신력과 갈고닦은 포스를 귀히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리 죽이지 않고 살려 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때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시건방을 부렸다.
보여 주기로 마음먹지 않았는가?
그래서 빨리 죽였다. 그래야 머릿속에 나란 존재가 각인될 것 아닌가?
까딱까딱.
남은 두 놈을 불렀다.
잔뜩 경계를 하며 보고 있는 놈들.
‘여기서 보네.’
한 명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츠어질.
놈이 어떻게 퇴장했는지 들었다.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와카디아에서 꽤나 쓸모가 많았을 자인데.
‘언제 디존슨에게 붙은 거지?’
옆에 있는 자도 눈에 들어왔다.
‘마법사.’
마나가 느껴지는 것이 분명한데, 들고 있는 건 지팡이가 아니라 수도승들이나 쓰는 봉이다.
제법 흥미가 돋았지만 역시 때가 안 좋다.
그 실력이 보이는 것만큼은 되어야 할 텐데. 컨디션도 좋아 원래 가지고 있는 이상을 보여 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럴수록 나의 존재감이 돋보일 테니.
“상의할 시간이 필요한가?”
머뭇거리며 나서지 않는 놈들을 보며 말했다.
“기다려 주지. 충분히 상의한 후 꼭! 같이 덤비도록.”
표정들이 일그러지며, 안색은 붉으락푸르락.
놈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약자 아닌가?
강자를 앞에 두고 저런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은 어불성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덤비든가. 아! 아니지.”
뒤로 걸음을 옮겼다.
에워싸던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주변에 경계를 서던 병사들은 흠칫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성벽 위의 석궁병들은 날 겨냥했고 말이다.
“거리를 둬야 저들이 싸울 마음이 생기지 않겠나? 마법사들인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병사들.
디존슨을 보았다.
‘네가 제일 잘 알 것 아니냐? 거리가 멀어질수록 놈들에게 유리하다는걸.’
“모두 공간을 넓혀라!”
과연 디존슨은 똥 씹은 얼굴로 소리쳤고, 공간은 더더욱 커졌다.
“이 정도면 되나?”
둘에게 물었고.
“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마법사가 소리쳤다.
“무서운 걸 알면 다행인데.”
“뭐라?”
“나와 너희 사이에 존재하는 격도 눈치채지 못하니 하는 말이다.”
“이놈!”
노성을 터트렸으나 달려들진 못한다.
그래, 그렇게 참아야지.
제 힘만 믿고 한 번에 죽은 저놈을 방금 보았으니.
“신중하게! 가지고 있는, 그리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보여야지.”
두 놈이 눈을 마주한다.
마법 전언으로 의견이라도 나누는 것인가?
그래.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사이 주변의 사람들을 쳐다봤다.
‘많이들 보라.’
앞으로 이곳을 통치할 사람을.
그리고 두려워하라.
내가 원하는 방향, 체계로 가기 위해 강력하게 통치할 생각이니.
그렇게 사람을 둘러보다가 에르자일, 그리고 번천과 테라가 눈에 들어왔다.
“…….”
번천의 표정이 좋지 않다.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니 츠어질에게 번천이 죽을 뻔했다. 아델리나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터.
하지만 그 이유가 저 어두운 표정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또 생각해 보니.
번천. 마법사.
저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마나의 속성은 불.
‘그런 건가?’
깨달았을 때 에르자일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번천의 원수야.
마법전언으로 오는 메시지로 확인까지 해 줬다.
번천에게 미소를 보여 줬다.
깜짝 놀라는 녀석에게 전음이라도 날려 줄까?
난 수하의 것을 빼앗는 악덕한 주인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너희들, 언제까지 기다려 줘야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놈들이 달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