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ridge line, but it was a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7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272)
당황한 가운데도 린델은 급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물론 계획한 것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대승으로 포로가 늘어나…….”
그리고 생각지 못한 문제를 말하려 할 때였다.
“그래서 네가 있는 거잖아.”
“네?”
“예상치 못한 일. 그걸 처리하려고 린델, 그대가 직접 참전한 거잖아!”
린델은 뭔가 말려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게 뭔지 몰랐다.
분명 말도 안 되는 말인데…… 또 맞는 말이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상황이 변했을 때 능동적으로 조치를 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그래서 다음은 어딘데?”
이어진 로라스의 물음에 린델은 즉시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모든 것을 두 사람에게 맡기겠다.
로라스의 요구는 당연했다.
맡겼고, 그대로 따랐다.
그 명제하에 자신은, 자신의 주군에게 곤란하다고 말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일은 더 간단해졌다.
그는 다음 일을 그냥 말하면 됐다.
“보급이 부족합니다. 진군을 늦추고 보급을 받은 후에…….”
“보급? 그게 왜 필요한가?”
“그게…… 포로가…….”
말하면서 린델은 가슴이 철렁함을 느꼈다.
‘설마…….’
또다시 역시가 될 것 같은 철렁함.
그때 로라스가 말했다.
“속전에서 보급할 시간이 어딨나? 그리고 원래 보급이란 적의 것을 뺏어 하는 거 아니야?”
린델은 물론이고, 모여 있는 간부들이 입을 딱 벌렸다.
병참을 담당하는 장수가 들었다면 기겁할 소리를, 또한 미쳤다고 소리 지를 만한 일을 너무나도 태연스레 지껄이고 있었다.
“적의 숫자가 일만이었어. 그들이 필요한 보급기지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 아니야?”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린델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발작을 멈췄다.
영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물론 그걸로 충분하지야 않겠지. 하지만 진격하기에 무리는 없을 듯한데. 후방이야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애야 먹겠지만, 그건 감수해야지.”
“적이 보급처로 삼을 만한 곳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테폴러 영지입니다.”
“알기로는 그냥 일반적인 성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럼 됐잖아.”
린델은 급히 말했다.
“군을 정비한 후 바로 작전을 입안하겠습니다.”
“곧 저쪽에도 선봉대가 궤멸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텐데 굳이 시간을 줄 필요가 없지. 어차피 병력도 얼마 없을 거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만. 병사들에게도 휴식이…….”
“그건 군사가 알아서 해. 우리끼리 움직여도 충분하니까.”
우리?
순간 린델은 혼란스러웠다.
자신들 이외에 다른 ‘우리’가 있던가?
하지만 이내 로라스가 말한 우리의 범위를 눈치채고는 급히 말했다.
“주군, 적이 소수라 하나 성을 끼고 있습니다. 선봉대만으로는…….”
하지만 린델의 말은 끝내지 못했다.
“잊었나?”
단순하게 묻는 그 한마디 때문에 말이다.
“탈환해 주십시오.”
“다녀오지.”
휙 나타났던 것처럼, 나갈 때도 휙 사라진 로라스의 빈자리를 보며 지휘관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지금 뭔 이야기가 오갔는지 머릿속에 인식할 시간이 필요했다.
* * *
“이것들이!”
중년인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동시에, 짙은 위기감을 느꼈다.
위기감?
미카이가 에렌의 조직을 통째로 뺏겼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엄청난 규모의 조직이었고, 그로 인해 분명 타격도 받았지만, 위기가 아닌 짜증만 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원래 내 것을 찾으려 했을 뿐이었다.
좋은 기회가 오기도 했다.
에렌은 전쟁 중이었다. 그것도 패배할 확률이 무척이나 높은 전쟁.
그로 인해 이곳에 남아 있는 정규병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뿐인가?
자신의 조직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도 있다. 그렇게 자신을 포함하여, 칠 인의 좌 중 무려 세 명이나 이 계획에 동참한 상황.
당연히 에렌은 정신이 없어야 했고, 자신은 손쉽게 이곳을 장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당연한 결과가 나와야 할 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뭘 그리 놀래?”
히죽 웃으며 다가오는 사내.
“여기 우리 집 안방이야. 눈치 못 챘을까 봐?”
대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치 못 챘어야 했다. 거리를 단숨에 장악하여 적의 수뇌부들을 따로 다 쳐 내야 했다.
정말 별거 없지 않았는가?
설사 들켰더라도 상관없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내리누르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고스트란 조직에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인물들은 한 손에 꼽지 않았는가?
“으아악!”
하지만 눈앞의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비명은 적들보다 자신의 수하들 것이 더 많았고, 그래서 쓰러지는 자 역시 많았다.
확실하게 하고자 정예는 다 끌고 왔음에도, 자신들의 숫자가 더 많았음에도 결과는 그리되고 있었다.
중년인은 히죽거리는 사내 대신, 저 뒤로 시립해 있는 사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가면을 쓰고 흑색 망토를 두른 이들.
‘저놈들!’
고스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저놈들에 아는 것이 없었다.
‘이 바닥에 있을 만한…… 아니, 있어서는 안 될 자들.’
지금이야 저리 서 있지만, 처음 그들이 나섰을 때 아군의 3분지 1이 날아갔다.
그러고는 저리 서서 자신만 노려보고 있는 이들.
특히 저 중 중앙에 서 있는 가면인은 자신마저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뻔하다.
저들의 타깃은 바로 자신이다.
“누구지?”
답답한 마음에 속내가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 나왔고, 의외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내가 대답해 주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올려다보지 못할 양반들. 무서운 양반들이야.”
“…….”
“그러니 넘볼 데를 넘봐야지, 다크니스.”
내내 무표정하던 중년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확실한 위기감을 느꼈다.
다크니스.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
자신의 정체까지 알고 기다린 적들.
“나를 알고 있단 말이지?”
그럼에도 이리 정면으로 나섰다는 건.
위이이이잉!
중년인의 손목에서 서늘한 칼날이 튀어 나왔다. 그리고 철음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대륙에 있는 열네 개의 조직, 그것도 수십 따위의 소규모 조직이 아닌 최소 삼백 이상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흑사회 조직들.
다크니스는 그런 조직들의 지배자였고, 별도로 대륙 최고의 암살자 조직인 어둠 칼날의 수장이기도 했다.
흑사회의 수장이며 최고의 암살자.
사실 참으로 별거 없는 타이틀이다.
흑사회는 왈패, 파락호 들이 모여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원탑의 실력자라 하더라도, 결국 한 명의 기사 전력에도 못 미치는 게 일반적이니까.
암살자 역시 마찬가지다.
힘이 있다면 굳이 그 고생을 해 가면서 기회를 노리고 또 노리겠는가?
하지만 다크니스는 달랐다.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노예로 살아온 그는 오로지 맨 몸으로 이 모든 조직을 일구어 낸 자. 그리고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포스의 힘을 깨친 자.
맞다. 다크니스는 포스 마스터였다.
소위 말하는 깨달음이란 것 없이, 오로지 죽음의 고비를 수십 차례 넘고 넘어 스스로 포스를 터득한 그런 마스터.
그렇게 그는 죽을 뻔했을지언정,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 암살 집단의 수장답게, 은신, 잠입에도 능숙했다.
같은 실력의 포스 마스터라도, 그가 죽이고자 마음먹으면 죽일 수 있는 그런 실력자란 뜻이다.
실제로 다크니스는 자신의 손으로 포스 마스터 셋을 죽인 경험도 있다. 그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런 사실들이 그가 광오한 자신감을 가질 근거가 되었고.
‘그렇게 칠 인의 좌까지 오른 나다!’
다크니스의 손목에 착용된 기형적인 칼날에 흑염이 서리기 시작했다.
‘잘라 내 주리라.’
눈앞에서 저 히죽거렸던 주둥이를 말이다.
다크니스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말이다.
‘놀라지 않아?’
놀랍게도 자신이 만들어 낸 흑염을 보면서도 사내의 히죽거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포스 마스터. 멋지지. 부럽네. 그리고 존경스러워. 우리같이 밑바닥에서 시작한 놈들이 포스 마스터라니.”
사내는 진심으로 놀랍다는 표정으로, 심지어는 두 손바닥으로 박수까지 쳐 가면서 말했다.
“나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경지야. 근데 말이야.”
분노에 흑염이 길게 늘어났을 때, 사내가 물었다.
“암살자는 암살자를 두려워하지 않아?”
순간 다크니스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고 싶었다. 분명 그러고 싶었는데 말이다.
“…….”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흑염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다크니스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시야가 바뀌고 있었다.
밤하늘.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자.
여자?
다크니스는 의문을 더 가질 수 없었다.
“정말 다크니스 맞아?”
그래도 다행이다. 그는 더 이상 듣지 못했으니까.
“암살자면 암살자답게 움직여야지, 왜 쓰레기 타는 연기만 풀풀 휘날리는 건데.”
들었다면 죽어서도, 죽지 못했을 터였으니까.
“포스 마스터가 뭐가 필요해? 그저 목 딸 힘만 있으면 되는 건데.”
포스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전혀 다루지도 못하는 여인.
“괜히 쫄았잖아. 겁내 허무하네.”
그럼에도 데스 오브 사일런스 삼대암살자라 불리는 나이트 플라워의 평가가 너무 억울해서 말이다.
“후아아아!”
히죽거리던 요르크가 소리를 내며 뒤로 주춤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웃음기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
“앞에서 살기를 받아 봤으면 그런 이야기는 못 했을 거다. 오줌 지릴 뻔했네.”
나이트 플라워는 데굴거리던 다크니스의 머리를 주워 들며 말했다.
“겉멋만 든 놈 처리하는 게 제일 쉽지.”
그리고 여전히 싸우고 있는 사내들을 보며 소리쳤다.
“야아아!”
오로지 여인의 높은 육성으로만 내는 그런 찢어지는 외침.
“너희들 대장 죽었어. 충성 따위를 외치면서 같이 죽을래? 아니면 주제에 맞게 납작 엎드릴래?”
가녀려 보이는 여인.
그런 그녀의 손에 데롱거리는 수장의 머리를 보며 대항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거였다. 강자에게 숙이는 것이 흑사회의 생리.
“하나는 끝이 났군요.”
가면인들이 가면을 벗기 시작했다.
다크니스가 그리 주의를 기울였던 가면인들.
섀도와 그 조직원들. 그리고 가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갈한 기운을 가진 사내들.
“그래도 위험했습니다. 흑염이라니…… 저런 포스는 보지 못했습니다.”
발란스의 말에 섀도가 말했다.
“그래서 이리 긴장한 거였지요. 기사님들을 대비할 정도로.”
분명 다크니스는 엄청난 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장을 잘못 잡았다.
다크니스가 아무리 은밀하더라도, 에렌에서만큼은 그리할 수 없었다.
이미 노출된 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놓칠 수도 있기에, 거리 바깥으로도 아이언센터와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포위망을 형성한 상태였다.
다행히 그들까지 나설 필요가 없어졌지만 말이다.
“나이트 플라워가 큰 공을 세웠습니다. 주군께서 반드시 상을 내리실 겁니다.”
섀도의 말에 나이트 플라워, 아니 쥬시스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꼭 이야기해 주세요. 이 정도면 내 몸값은 다 치른 것 같으니까.”
겁 없게도 로라스를 암살하려 하다가, 가치를 증명하기 전까지 노예가 된 그녀다.
섀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이 분명하신 분이니. 그나저나 남은 한 개의 칼은 잘 처리되었으려나 모르겠네요.”
살짝 염려 어린 표정으로 하는 말에 쥬시스가 말했다.
“그쪽은 위험한 게 아니라, 언제 처리되느냐의 문제라니까요.”
“그리 쉽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락에 미리 알리긴 했지만, 이런 공격에 대비를 할 수 있을지는…….”
“이런 공격이니 더욱 확실하지요. 섀도 님은 락에도 눈과 귀를 두어야겠네요.”
너무나도 자신 있는 쥬시스의 말에도 섀도는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에렌에 올 칼이 너무 막강하여 이쪽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긴 했다. 이들이 에렌의 흑사회를 장악하여 뒤에서 꼼수를 부리기라도 하면, 그걸 막느라 또 엄청난 힘을 소모해야 할 테니까.
물론 락에도 쟁쟁한 실력자들이 있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몬스터 토벌 때문에 많이 빠져나가 있는 상황이다.
“테라 경은 믿지만…… 이런 음험한 움직임은…….”
쥬시스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락에 테라 경만 있었다면 전 락에 있었겠지요.”
“그게 무슨…….”
“테라 경에겐 미안하지만 거기에는 정말, 있다고요. 우리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쥬시스는 정말 괴물이 있다는 말을 감히 하지 못했다.
나중에라도 자신이 괴물이라 표현했다는 걸 알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리 얌전하게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건데.’
쥬시스는 뭔가 억울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