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ridge line, but it was a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43)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43)
“으음.”
타라 이야기를 꺼내자 포플러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초급반은 그게 문제야. 정말 강해지고자 하는 애들만이 아니라 인맥을 쌓으러 돈을 내고 오는 놈들도 있거든.”
포플러의 말은 이랬다.
포스에 재능이 없지만 센터에 들어오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가문의 이름, 그리고 센터 발전을 위한 명목으로 기부금을 내고 들어오는 것이다.
센터 입장에서는 필요한 존재들이었다.
이만한 규모의 센터를 운영하려면 재물이 필요하고, 또한 정치적인 힘도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 그런 수련생들을 받는다고 했다.
“대부분 생각 없는 쓰레기지. 가문의 이름과 재력으로 으스대는 새끼들. 훈련은 이리저리 빠지면서, 열심히 하는 애들도 물들게 한다니까.”
인상을 찡그린 채 포플러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놈들에게 복수 하고 싶은 거지?”
“복수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고 벌은 받게 해야지. 기왕이면 자기들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타라를 빼내 주고 싶은데 말이지.”
타라를 빼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에르페유에게 빚을 지게 된다.
포플러는 특유의 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렵지 않아.”
녀석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애들하고도 어울리긴 해야겠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 혼자 살 수 없는 법.
게다가 10년 후면 나름 제국 사교계에 이름을 떨칠 아이들이다. 제법 어울려 줄 이유가 있었다.
“뭐하면 내가 나서 줄까? 감히 베스타인 이름을 모욕한 거잖아! 나도 베스타인 가문의 사람이니 명분은 충분해!”
재미있는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흥미를 보이는 포플러.
“아니, 내가 해.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니까.”
“토리라고 했지? 그 정도로 멍청한 애들은 별로 없을 텐데. 아랫것들을 건드리는 건 좋지만, 주인이 누군지 봐 가면서 괴롭혀야지.”
주인이 별 볼 일 없으면 건드려도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괴리감이 느껴졌으나 철저한 신분제도, 거기에 노예제도까지 있는 제국에서는 저런 생각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이다.
“고맙다. 좋은 걸 알려 줘서.”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난 작년에 중급 클래스에 올라갔다. 너라면 금방 초급반을 벗어날 테니 이제 같이 훈련할 수도 있겠다.”
얼마 전에 센터에 왔다는 내 말 때문인지, 내가 초급 클래스에 있는 걸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굳이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나중에 자연스레 알려 줄 기회가 있을 터.
포플러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눈 후 녀석을 보냈다.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거지.’
내가 움직일 차례다.
* * *
아주 잠깐 고민했다.
개념 없는 애새끼들을 아주 철저하게 부서트려 버릴지, 아니면 적당히 벌을 줄지 말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개념만 찾아 주자는 것이다.
내가 철딱서니 없는 애들에게 과민 반응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게다가 철저하게 부서트리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고, 그만큼 시간도 필요했다.
물론 타라의 억울함은 제대로 풀어 줄 것이다.
“나를 욕했다지?”
그래서 선택한 건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받는 것이다.
“뭐냐?”
토리 패거리가 관심을 보였고.
“그리고 쳐 맞았다고?”
이어지는 말에 적개심을 드러내 보였다.
근데 웃기긴 하다.
“눈가에 멍이 있네. 네가 토리냐?”
―한 놈은 그래도 제대로 때렸어요. 근데 다른 놈들도 우르르 달려드는 바람에.
타라의 말대로 한 놈이 눈에 커다란 멍이 들었다. 이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토리라는 놈이었다.
“너 누구냐?”
그 물음에 녀석의 멍 든 눈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거 만들어 준 기특한 녀석의 주인.”
순간 놈들이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음!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뻔하다.
애들은 그렇다. 줏대가 없고, 분위기에 휩쓸린다.
자신들의 숫자 많은 것만 믿고, 자기 부모를 믿는다.
촌구석이 어쩌고저쩌고, 촌놈이 세상 물정 어쩌고저쩌고, 뭐 그런 말들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운이 좋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말이지.’
포플러는 애답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여긴 에렌이란 말이지. 그 누구도 베스타인의 이름을 모욕할 수 없다. 설사 그게 직계에서 먼 핏줄이든 가까운 핏줄이든.
‘덩치만 크고 순진한 줄 알았던 포플러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니 어른 싸움으로 만들어야지. 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네게 유리해. 그럴수록 가문의 이름은 더욱 돋보일 테니까. 그래서 그놈들이 멍청하다는 거야! 제 목이 떨어질 것은 물론, 가문이 무너질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니까.
전부 포플러의 말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눈앞의 개념 없는 애들은 운이 좋은 것이다.
―그냥 줘 패주든가. 너는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방법도 있어.
난 포플러가 장난스레 말한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솔직히 내가 이런 꼬맹이들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게 좀 창피하긴 했다.
그런데 말이다.
개념 없다, 없다 했는데, 없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수양이 덜 됐어, 수양이.’
그리 생각하며 말했다.
“그래서 한 명에게 얻어 터졌다고?”
“이 새끼가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그래서 한 명에게 얻어 터졌다고?”
“너 정말 죽고 싶냐?”
“그래서 한 명에게 얻어 터졌다고?”
꼬맹이들 도발하는 건 일도 아니다. 유치할수록 잘 넘어온다.
“이게 정말!”
당연히 타라에게 그랬듯이 먼저 주먹을 휘둘러 온다.
이걸로 다 끝났다.
빠아악! 퍼어억!
그냥 팼다. 아주 북 두들기듯이 때리고, 그때마다 참 맛깔스러운 타격음이 들렸다.
물론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괘씸하긴 하지만 애들 아닌가?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그건 놈들에게 겁을 주는 용도다. 근골이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어리다고 하지만 센터까지 온 놈들이 물렁살이 뭐냐?’
때리는 것도 기술이다.
오히려 근육을 당겨 주고, 힘줄을 튕겨 준다. 무지막지한 고통이 오겠지만, 몸에는 나쁠 게 없으리라.
‘약간 멍은 들려나?’
그래도 얼굴에는 손대지 않았으니.
얼마나 훈육을 했을까?
“엄마!”
“으아아아앙!”
모두 웅크려 엎드린 채로 울며불며 엄마를 찾는다.
그만할까 싶다가도 머릿속 뿌리 깊이 박힌 선민의식을 생각하면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엎어진 애들에게 다가가 마혈을 찔렀다.
“으아아악!”
울음이 비명으로 변했고, 시끄러워 아혈도 점했다
몸부림치는 녀석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혈을 풀어 줬다.
“살려 줘!”
“제발…… 살려 주세요!”
“심보를 곱게 써야지. 벌써부터 제 지위 믿고 까불면 안 되지.”
조금 과하게 손을 썼나 보다. 오줌까지 지리는 녀석도 있다.
“일어나.”
몇 명이 주춤 몸을 일으켰고, 계속 엎어져 있는 애들에게 말했다.
“안 일어나면 또 아플 거야.”
그제야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녀석들. 하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는 땅바닥으로 향해 있다.
“그러지 말자. 타라가 몸종이든 아니든 같은 센터 수련생이다. 여까지 왔으면 뭐라도 배워 가야지, 싸우면 쓰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떨기만 했다.
그때부터 일사천리였다.
어제 싸움은 친구들끼리 장난치다가 일어난 일이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골머리를 앓던 교관들은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그리고 타라의 앞에서 사과를 하며 이번 일을 마무리 지었지만.
‘충격이 컸나 보네.’
늘 쾌활하고 말 많은 타라의 표정은 무겁고, 굳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타라 입장에서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결과가 그리되었으니까.
“타라.”
“네, 주군.”
“어깨 펴라. 내가 잘했다는데 왜 그리 풀 죽었냐?”
“다음부터 이런 일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다음에는 그냥 입 닫고 맞고만 있으려고?”
“…….”
“너에게 할 말은 아니다만, 원래 이 세상이 좀 불공평하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거기에 수긍하면 아무런 발전이 없다.”
“아무리 해도 신분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처음으로 내게 소리를 지르는 타라.
녀석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고,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기사가 되고 싶은 거 아니었어?”
“…….”
“그때는 신분보다는 명분의 차이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 그리 기죽을 필요 없지 않을까?”
타라의 눈이 빛났다.
“널 기사로 만들어 주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이유는 알지?”
“알고 있습니다, 주군!”
“앞으로 포스 서클레이션의 수련 시간을 늘려. 포스의 길이 만들어지면 가르쳐 줄 게 산더미니까. 그럼 어제 같은 일은 더 없을 것이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금세 기분이 풀리고 씩씩한 걸 보면 역시 애다. 하지만 내가 방금 한 말은 기분 풀어 주려고 하는 말만은 아니다.
‘좀 이르긴 하지만 준비해서는 나쁠 게 없으니까.’
녀석의 바람대로 타라를 내 첫 번째 기사로 만들어 줄 것이다.
* * *
격주로 센터와 마탑을 오갔다.
에르페유와의 대련은 재미있었고, 마탑에서 에르자일과 마법을 수련하는 것도 재미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련이 아니라, 재미가 있어서 하는 수련은 확실히 효율이 좋았다.
근래 포스와 마나의 조화에서 서로를 돕는 효과까지 깨달은 이후 정신없이 수련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조금의 보탬도 없이 한 달이 하루 같았으며, 한 달이 1년 같았다.
사람들로부터 가문의 시험에 참여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옛날처럼 이동에 시간을 잡아먹지 않고, 보름 정도만 투자하면 됐지만 그것도 마땅치 않았다.
할아버지와 상의 후 불참했다.
그만큼 하루가 아깝다.
하나의 벽을 마주하고, 그것을 넘으면 계속하여 새로운 벽이 나왔다.
그 재미를 뭘로 설명할까?
얼마나 성취가 있었는지 확인조차 않고 그냥 달리는 기분.
그렇게 2년이 흘렀다.
* * *
우걱우걱이라는 표현이 어찌 나온 건지 알 수 없으나, 지금 이 식탁의 분위기는 그 표현으로 도배해도 좋다.
우걱우걱.
쉴 새 없이 입에 넣고, 씹고, 넘기고, 다시 넣는다.
처음에는 꼭 이렇게 며칠 굶주린 사람처럼 먹어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기름을 백 번 이상 끼얹어 만든 세라트산 생선튀김에, 아나라스 약초로 향을 내고 마정석으로 그 감칠맛을 극대화했습니다.”
몇 명의 시종들이 계속 음식을 날라 오며, 새로운 음식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이 없었다.
우걱우걱.
약간이라도 지체하다가는 먹을 게 없다.
‘그런데 정말 끊임없이 들어간다.’
남의 집 할아버지는 손자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던데, 우리 영감은 그런 게 눈곱만큼도 없다.
분명 경지에 다다랐을 터인데, 눈곱의 티끌만큼이라도 강해질 수 있다면 저 식사 습관은 포기하지 않을 터.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도 하나라도 뺏기지 않겠다고 먹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할아버지를 보노라면 유역후의 말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체하시겠습니다. 천천히 좀 드세요.”
음식을 먹던 할아버지가 스윽 날 쳐다봤다.
“걱정이냐? 아니면 네가 더 먹고자 함이냐?”
역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좋게 해석해 주십시오.”
“날 걱정하기에는 넌 아직 형편없이 약하고, 네가 더 먹고자 함이면 방법이 좋지 않은데, 어느 쪽으로 해석 해 줘야 할까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한 접시의 요리를 게걸스레 해치운다.
뒤질 수 없다.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지만 나오는 요리마다 마정석 가루가 뿌려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그야말로 전투적인 식사 시간이 끝나고,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식충이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너로 인해 식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제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타박하십니까?”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스윽 시종을 보고.
“로라스 님의 한 끼 식사로 정확히 은화 네 개가 지불되고 있습니다.”
시종의 말에 할아버지는 날 보며 말했다.
“그렇다는데?”
노친네. 정말 저걸 계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근거 없는 타박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그건 내 식솔이라 해도 마찬가지인데. 넌 내게 뭘 지불했을까?”
“손자로서의 기쁨을 잔뜩 안겨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에르페유 경이나 매지스터 헤르메스에게 보고를 받고 계실 텐데요?”
“계산이 틀렸다. 결국 그건 널 위한 거지, 날 위한 게 아니지 않느냐.”
내게도 조금의 틈을 보이지 않는 분이지만, 이 정도로 집요하게 말꼬리를 붙잡지는 않는데.
‘무슨 꿍꿍이지?’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