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ridge line, but it was a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5)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5)
내가 나라는 걸 자각한 게 언제쯤이었을까?
그러니까 내가 인지하는 첫 기억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난 그게 매우 빨랐다.
사실 그건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나 그게 무슨 의미를 두는 소리인지 몰랐고 내 손, 발등을 인지하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또 잠은 왜 그리 쏟아지는지 하루에 반 이상을 잔 걸로 기억한다.
자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꿈에서 나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였으니까.
지금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면…….
난 특별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나, 내가 아는 모든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보면 그게 사실이다.
난 내 나이 또래가 흔히 보이는 순수한 욕심,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비이성적인 행동 같은 게 없었다.
내 또래답지 않은 모습에 걱정이 된 부모님이 수많은 사제들과 의사, 약초사들을 불렀다.
울지도 않고, 칭얼대지 않는 아기는 흔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왜 또래답지 않은지 밝혀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나도 모르는 이유를 타인이 어찌 알겠는가?
그 탓에 그들은 단지 나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말했을 뿐이다.
물론 가당치 않은 결론이다.
이유가 없으니 나서지 않았고, 필요하지 않으니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공자님, 어디를 그리 가십니까?”
한스 할아범이 마을을 돌아보는 나를 불렀다.
“산책.”
이렇게 필요한 내용만 말하는 게 사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찌 혼자 가십니까? 시종이나 시녀들은 어디 가고요.”
“그들은 바쁘다. 소란 떨지 마.”
내가 혼자 움직이는 게 자주 있는 일인데도, 그때마다 소란을 떠는 그가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니다.
로라스 진 베스타인.
많은 이들에게 공자님, 도련님이라는 호칭으로 많이 불렀으나, 내 이름은 그러했다.
베스타인이란 이름의 무게는 이 세상에서 가벼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름만 그럴 뿐 실제로 대단한 건 없다.
부친이 방계의 혈족, 게다가 변방의 백여 가구에 불과한 마을을 가진 남작가. 난 이런 가문의 장남일 뿐.
여하간 이 세상의 상식으로 그런 귀족집 도련님이 홀로 돌아다니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귀찮은 한스 할아범을 떼 놓고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시장조차 며칠에 한 번 서는 작고 초라한 마을에, 볼 만한 건 없다.
‘볼 만한 건 이 바깥이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환경.’
동쪽으로 탁 트인 평야와 북쪽으로 거대한 하늘 산맥. 그러한 곳에 마을이 위치해 있어서 그런 걸까?
그냥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기운이 축적되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긴 하군.’
나는 영지 밖으로 나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환경이 없다고 확신하는 걸까?
물론 그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도 아니고 말이다.
“후우웁!”
가슴 깊이 들어오는 청량감.
“후우우우우!”
계속 배 아래쪽에 쌓이는 무게감.
이걸 느끼고, 몸에 박아 두는 것만으로도 이상함을 느낄 시간 따위는 없는 것이다.
많이 걸었다.
아쉽다.
가능하면 이렇게 더 걷고 싶었다. 더 나아가 내 몸에 관한 완벽한 통제권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다면 하늘 산맥에 들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이리 홀로 걷는 걸 허락받는 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는 허락하셨지만.
―로라스는 겨우 일곱 살이라고요!
일곱 살 같지 않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이럴 때는 꼭 나이를 물고 늘어지는 어머니가 절대 반대하셨으니까.
그런 관계로 하늘 산맥이나 메타린 평야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산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걸음을 돌렸다.
귀족이라고 누구나 성을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니다. 지금 눈앞의 우리 집처럼 말이다.
마을에서 제일 큰 집이긴 하나, 영주의 대저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미흡한 크기의 집.
“로라스! 늦었잖니!”
문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가 달려오더니 나를 안았다.
“약속 시간은 지켰습니다, 어머니.”
간신히 어머니를 밀어내고, 주머니에서 꺼낸 회중시계를 흔들어 보였다.
섭섭해하셨으나 이 시간에 매번 보는 표정이니, 애써 외면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밥 먹어야지!”
“곧 내려갑니다.”
방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앉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몸속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진정시켜야 할 시간이었다.
‘이게 뭘까?’
네 살 때였다.
숨을 쉬고 뱉는 것에 신경이 쓰였던 게 분명 그때쯤이었다.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숨 쉬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어디 숨 쉬는 것만인가?
앉을 때, 누울 때, 그리고 걷고 달릴 때, 모두 거기에 맞는 방법이 있다.
‘이걸 행공(行功)이라 했던가?’
가르쳐 주는 이는 없지만 난 그걸 배웠다.
꿈.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그 안에서 나는 이상한 세계의 이상한 사람이었고, 그것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단순하게 꿈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려 했으나, 그 어린 나이에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그리 변했고, 움직일 때도 자연스레 행공의 방법에 따랐다.
그때는 단순하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고, 정확히 3개월 이후에는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 강해지고 있는데!’
강함의 기준이란 원래 상대적인 법이라 하나, 나는 절대적 기준으로서 알 수 있었다.
휘리릭!
손을 힘차게 내뻗는 순간 창가의 커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손바람이라고?
그렇게 우기고 싶은 거라고?
커튼에 손도 대지 않고 흔들리게 할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해 줄 수 있겠으나, 난 이미 그걸 많은 사람에게 확인해 봤다.
이 정도의 손바람을 낼 수 있는 건 영지에 아버지와, 단 세 명의 기사들뿐이라는 걸 말이다.
여하간 그런 힘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데 의식하지 못하면 그게 미련한 짓 아닐까?
“로라스!”
그때 한 끼라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외침이 다시 들렸다.
“로라스!”
이름이 세 번 불리면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많이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나갑니다.”
이 작은 몸은 내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아니까.
* * *
“모두 수고했다.”
에듀 진 베스타인 남작은 백여 명의 토벌대원 한 명, 한 명과 시선을 마주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자부심.
토벌대원들의 눈빛에 그것이 떠올랐고, 남작도 따뜻한 눈길로 격려하는 것으로 그것을 인정했다.
정확히 백일곱 명의 토벌대원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있을 수 없는 숫자였다.
영지의 총인구는 오백여 명이 간신히 넘었고, 그중 삼백여 명이 여인과 어린아이들.
노령 인구까지 제외하면 마을에서 무기를 쥘 수 있는 사내들은 대부분 토벌대원에 참여했다고 봐야 했다.
말도 안 되는 비율이나, 이러지 않으면 영지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제일 가까운 다른 마을도 마차로 나흘은 가야 했고,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으나 그만큼 몬스터들의 숫자도 많은 곳이 바로 이 마을.
마을의 사내들은 자신의 가족, 터전을 지킨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에듀 남작 역시 그런 사내들을 인정함으로써 이 마을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내 돈으로 이번 토벌에서 얻은 이득을 나눠 주도록 하겠다.”
남작의 이어진 말에, 사내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번 몬스터 토벌전은 열흘이나 걸린 만큼 제법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작은 시장조차 잘 서지 않는 마을에서 그것을 정리할 수는 없다.
도시로 나가서 재화와 필요한 물자들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작이 그것을 미리 주겠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어차피 받을 돈이나, 아무래도 집안의 가장이 대부분인 대원들이 맨손으로 집에 가는 것과 뭔가를 들고 가는 것은 기분부터가 다른 문제이니까.
“드리프 경.”
에듀 남작이 곁에 서 있던 기사 드리프에게 시선을 줬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상자를 내밀며 소리쳤다.
“전리품의 분배는 기존의 규칙과 같다. 부상병은 다른 대원들보다 20%를 더 받고, 마을 발전기금 20%. 그리고…… 영주님이 10%를 가져간다.”
드리프는 그리 외치며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주머니들을 하나씩 건네기 시작했다.
“해산한다!”
부상자가 몇 있었으나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그리고 꽤 두둑한 돈을 만지게 된 토벌대원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영주님.”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에듀 남작을 드리프가 불렀다.
“사정을 설명하고 이번에는 최소한의 금액만 지불하셨어야 했습니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에듀는 미소를 지우며 물었다.
“아직 여유가 있지 않은가?”
“빠듯합니다. 게다가 겨울이고요. 안전상 마을 주변의 몬스터들만 처리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에듀 남작은 그런 드리프를 보며 조금만 참아 보자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들의 상황도 충분히 열악한데…….’
그들의 주군으로서 항상 미안한 에듀 남작이었다.
‘전마(戰馬)는 그렇다 하더라도 갑주는 이번에 바꿔야 할 텐데…….’
그들의 무기와 갑주도 소모품. 유지 관리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데, 영지의 형편상 그것마저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실력이 없어서 자신의 곁을 지키는 것도 아니었다. 세 명 모두 엄청난 실력자이고, 가진 지식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었다.
특히나 세 기사 중 시그탑은 기사단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자다.
그런 이유로 에듀 남작이 굳게 입을 다물자, 기사 중 하나인 브렌드가 대신 입을 열었다.
“곧 겨울이 끝나. 조금만 버텨 보지.”
“버틸 수는 있으나, 앞으로도 이렇게 간신히 현상유지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드리프의 말에 시그탑이 슬쩍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
‘아!’
드리프도 주군인 에듀의 표정이 굳어진 걸 뒤늦게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미안하군. 내가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주군. 마물에서 특급 마정석 하나만 나오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됩니다. 계속 잡다 보면 하나는 걸리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무거운 분위기를 깨 보려는 브렌드의 말에 그제야 모두가 옅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 *
웃으며 마무리했지만, 에듀 남작은 집에 돌아와서도 영지 재정 상황을 고민해야 했다.
“당신이 집에서 이것저것 좀 봐 주세요.”
그런 에듀에게 그의 부인 메어리가 하나의 고민을 더 안겨 주려 했다.
“부인, 그게 무슨 말이오?”
“로라스 말이에요.”
에듀 남작은 살짝 놀라며 물었다.
“그 녀석이 무슨 사고라도 쳤소?”
“로라스가 어디 그럴 아이입니까? 오히려 그런 사고라도 치면 이런 말은 드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럼 무슨 걱정을 그리 하고 계시오?”
“당신은 이상하지 않나요?”
메어리가 오히려 반문하자 에듀 남작은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지 않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진중한 녀석이오.”
“바로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과묵하다 하나 할 말은 하고, 곁을 주지 않으나 필요하면 다가오는 녀석이오.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여보!”
메어리는 답답했다.
그녀의 입장에서 아들인 로라스는 문제가 있었다.
남편의 말만 들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나, 그 자체가 이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자신을 밀어내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자신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라스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낮에는 그냥 마을 주변을 걷는 것이 전부고, 밤에는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식사 시간을 확실하게 강조하지 않았다면, 같은 집에 있으면서 얼굴 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메어리는 그런 로라스가 진심으로 걱정되는데, 남편 에듀가 이런 반응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울 듯한 메어리의 표정을 보며 에듀 남작이 말했다.
“알았소. 내일 그 녀석과 이야기해 보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런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맞소?”
“네. 정말 무슨 생각인지만 알면 걱정이 덜할 것 같아요.”
“알겠으니 이제 걱정은 그만하시오. 열흘 만에 돌아왔는데, 할 말이 그것밖에 없소?”
남작은 메어리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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